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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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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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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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2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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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0화

DUMMY

40화 ‘버렸다’로 끝나는 걸로 제목을 짓기도 힘들어져 버렸다.





레티는 지휘통제실에 서서 기다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메인 스크린에 하나의 영상이 잡혔다. 약간 흐릿하지만 제법 선명하게 보이는 남자의 모습. 함대를 이끌고 온다던 상관의 모습이다. 어느 정도 프로그램의 개선을 하기는 했지만 화질의 선명함을 봐서는 함대가 근접했다는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오랜만이군. 로우란 제독.”


경례를 했다. 상대도 그에 응답한다.


“여전히 냉담한 걸 보니 상태는 괜찮은가 보군.”


일종의 조롱이지만 듣고 있을 수밖에 없다. 반박해봐야 나쁜 쪽으로만 진행될 테니.


“아, 농담일세.”


그런 걸로 농담을 하는 건가! 장난하자는 건가! 상황을 알면서? 웃는 얼굴을 패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실제로 팰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참자. 마음먹은 대로 폭력을 휘두를 수 있어도 안 되는 일이지만.


“아무튼 사적인 감정은 접어두고 이야기를 시작하지.”


그 사항만큼은 공감한다.


“여기서는 레이더를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증원군은 얼마나 되는가요?”


십 척은 확실히 넘겠지. 그건 분명하다.


“아아. 그래. 환영하지. 자네의 함이 26척의 함대에 편입되는 것을.”


생각 이상의 대규모지만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탑승한 배까지 합치면 전체는 27척이라는 건가.


“그나저나 지금 정도의 거리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라. 곧 정비반을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전력 외로 만들지 않으려면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도 감사를 표해야 한다. 평소라면 그냥 넘어갈 일인데도 자꾸 짜증이 난다. 인내심이 떨어져 있다.


“자료는 곧 보내겠습니다. 프로그램상 동시에 처리하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용건이 없으신다면 통신 종료를.”


남자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인다. 영상이 사라진다. 정신이 진정되어 간다. 날카로워진 것 같다. 침착해야 한다. 주도권을 잃었다는 것이 분하다. 그래도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참아내야 한다.


조용히 숨을 골랐다. 평정의 세계가 잠시 펼쳐졌다 사라졌다. 그럼 행동을 시작하는 것은 내일부터다. 손 쓸 수 있는 거는 거의 없지만 할 수 있는 것은 하도록 하자.





웨일즈는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로 얼마 안 걸리던 거리는 걸어서는 하루가 걸렸고 병사들은 사실상 전멸했으며 중간에 식사를 하지도 못했기에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다시피 잠들었었다. 상황이 긴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하루를 날려버렸다. 실책이다. 진정으로 크나큰 실책.


방을 나온다. 하인이 인사를 한다. 대충 답례를 하고 복도를 걷는다. 씻고 싶은 충동이 들지만 그것은 명령을 내린 후에 해야 할 일. 시간은 촉박하다. 걸어가면서 뻗친 머리를 그나마 정돈한다. 전쟁을 하다 익숙해져버린 길을 걷는다. 그래. 또 시작됐지. 또 전쟁이.


질리게 다니고 이제 한동안 가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던 방으로 갔다. 고위의 직책을 맡은 이들이 서 있었다. 아직 소집을 개시한 것도 아닌데 어째서 먼저 왔지? 의문에 하나의 기억의 조각이 답했다. 그리폰을 타고 도주한 두 명의 모습. 아아. 그렇다. 한 마리의 그리폰으로 두 명이 트리스테인으로 도망치는 것은 확실히 무리다. 그렇다면 뉴캐슬로 왔겠지.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폰으로 도주했던 두 명이 있다. 그리고 그들과 가장 멀리 떨어진 위치에 평민 사역마가 있다. 사역마는 피곤에 지친 표정이다. 자신은 오자마자 쉴 수 있었지만 같이 온 그는 오자마자 심문 당했겠지.


“모두들 무슨 일인지 알고 있는 것 같군.”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중신들.


“지금까지 트리스테인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해 이야기할 사람 있소?”


어느 정도 파악했는지 알아나야 한다.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면 골치 아파진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이 없으니까. 오는 도중에 파악한 걸로는 아직 여기에 위기 상황이 생기지는 않았다고 봐야겠지. 시간은 많이 들여도 적게 들여도 안 되는 법.


“아, 그러니까.”


언제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던 장수다. 다른 말로는 별 의미 없는 일에 나서서 일거리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평해지는 장수.


“말을 꺼냈으니 설명하게나.”


당황한다. 악감정이 좀 있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그냥 넘어가자.


“그래…… 자네들이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고 있다네. 나 자신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우스갯소리로 알았을 걸세.”


침묵이 퍼진다. 작전을 잘 짜던 유능한 참모를 지적했다.


“이런 일은 명확하게 상황을 파악하지 않으면 대처할 수 없겠지. 설명하게나.”


그 지휘관이 잠시 머뭇거리다 대강 설명했다. 조사대가 간 후 그리폰을 타고 왈드 자작과 미스 발리에르가 온 일. 반역자의 수작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어제 평민 사역마와 웨일즈가 와 사역마를 심문해 의심할 수가 없게 된 과정들을.


“추가로 이야기하자면 그 망령들은 마법과 마법무기 말고는 데미지를 입지 않는 것 같네.”


한숨 소리가 들린다. 확실히 메이지의 수는 적다. 비율 자체는 제법 높지만 절대량이 너무 적다. 마음 같아서는 성을 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알비온은 진정으로 멸망한다.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할 수 없다.


“병력을 총동원한다. 그리고 배를 움직여 알비온 전역에 하나의 소식을 알려라.”


원래라면 이래서는 안 되지만 쓸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해야 한다.


“모든 포로들에게 말하라. 모든 반역자들에게 알려라. 모든 도망치는 자들에게 전하라. 지금 이 자리에서 나는 하나의 선언을 한다.”


이 말은 매우 큰일을 만들 것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멍하니 무너질 수는 없다.


“나 웨일즈는 현재 죄를 지은 모든 자를 사면한다!”


정적이 주위를 감돈다. 그래. 한 번도 이 정도 규모의 사면이 선언된 적은 없다. 통상의 경우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 않을 일이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 도망친다 해도 언젠가 저들은 오고 말 것이다. 이것은 전례 없는 일. 역사의 분기점에 서버리게 된 것. 그것은 두렵고 흥분되는 일. 이 선언이 앞으로 무엇을 일으킬 것인가? 그리고 자신은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미래로 가면서의 즐거움이겠지.


“지금 우리가 벌해야 할 것은 과거의 망집이며 세상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존재이다.”


괴담을 인정하자.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이제부터 시작될 싸움의 대비는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다. 여기서 도망친다면 저 적들의 그림자는 더더욱 짙어질 것이다.”


일순간 떠오르는 병사였던 유령의 모습. 그것은 죽인 자를 자신과 같은 것으로 변질시킨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최악의 적. 일정 이상의 우세함을 보이지 않는 이상 줄지 않고 늘어나는 것들.


“고정된 채 변화하지 않고 파멸만을 부르는 것. 현존하는 모든 이들의 힘이 필요하지.”


“저기, 그런 건 병사들 앞에서 연설할……”


평민 사역마였다. 그가 참견한 것이다. 너 진짜로 살기 싫은 건가? 시선을 보내자 미스 발리에르가 주문을 날렸다. 연기와 함께 기절하는 사역마.


“흠.”


헛기침을 했다. 아까의 연설을 진행하기에는 약간 무안해졌다. 확실히 열중해서 기회를 소모할 수도 없다. 안 그래도 하루를 보내버렸는데.


“다들 납득했나? 비상시다. 어쩔 수 없다.”


불만이 있는 얼굴들이었지만 반론이 제기되지는 않았다. 촉박한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나중에 비난이 퍼부어질지도 모르지만.


“그럼 이용할 배 중 몇 대를 주변국에 보내서 마법사 병단의 도움을 구해야겠네.”


“하, 하지만.”


이번에는 이의가 제기되었다.


“병력을 보낼 리가 없다는 소리를 하려는 건가?”


보통이라면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하지만 그제 유령과 만나기 전의 미스 발리에르의 대화에서 떠오른 것이 있다.


“이것은 인류에 대한 종족 차원의 위기라네. 방관한다면 더 거대한 위협이 닥쳐올 뿐이지.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움직여야 할 상황이지. 아니, 하나의 국가의 주인이나 영지의 책임자가 이 과중한 업무를 부담하려 들지 않는 것부터가 자신의 목숨의 포기 수준이 아니라 다른 이들마저 살해하는 걸세!”


조용하다. 그래. 심각한 일이지. 지독하게.


“그래. 이 거대한 위기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은 그 사상최악의 악당과 같은 일을 벌이고 마는 걸세! 그 후케와 같은 일을! 시조 브리밀의 위대한 유산을 부정하고 인간을 몰락으로 몰아넣으려 하던 그 사악한 흙의 스퀘어와!”


“후케와 같다고?”


“그 후케라면……”


“너무 심한 말씀이지 않습니까?”


소란이 퍼진다.


“자, 조용조용.”


제스처를 취한다. 입을 다물고 자신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미스 발리에르는 어째선지 땅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사역마야 기절했지만 다른 이들이 다 보고 있는 중에 혼자 그러면 눈에 띈다고.


“그 악의적인 명칭이 적용되는 것은 이 거대한 일에 참가하지 않았을 때의 일이네.”


이런 주장을 펼친 이상 그들은 나서겠지. 무수한 악의를 가지고. 하지만 유령들을 보게 될 때에 그들의 악의는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 다음부터 국가의 주도권이나 기타 등등의 일로 바쁘겠지만.


“방침은 정해졌다고 생각하네. 이견 있나?”


이번에도 침묵. 뭐, 좋다. 불만이나 불평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는 것은 이 일이 끝나고 나서다. 현재는 생존을 위해 움직일 시간이니까.





스펙터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배들과 용기사들의 모습을 어둠 속에서 지켜보았다. 역시 병사들을 모으는 건가. 그때 놓친 게 타격이 컸다. 그렇다고 그 때 덤벼들 수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낮에는 태양 탓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부상을 입는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행동 자체가 어려워지며 본능적인 공포는 벗어날 수 없는 종류의 것이기에. 한 번 도전하고 성공을 한 스스로도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자신의 수하들에게 지시를 내려도 듣지도 않을 것이고 설사 시도해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태양의 위압감에 질려 지휘를 무시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긴 상관없다. 어차피 병력을 더 모을 생각은 하고 있었다. 오히려 없애야 할 것들이 한 곳에 모인다면 수월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 모든 인간을 말살하는 것만이 삶의 기쁨. 부수고 죽일 수 있는 것은 죄다 살해하고 싶을 뿐이니까. 그것이야말로 스펙터의 본질. 일반적인 유령과는 다른 악령으로 불리는 이유.


괴로워하고 떨어라. 준비하고 대비하라.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을 모아라. 최고의 작전을 짜라. 그대들은 어느 정도의 정보를 파악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시간을 들이겠지. 다만 시간이 주어진 것은 그쪽만이 아니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을 것이다. 공들이고 힘을 들여 모든 수단을 써봐라. 자신은 놀고 있지 않다. 아아, 선언하지. 노력하는 만큼 더욱더 크나큰 절망에 던져 넣어 줄 것을.





다시 어둠이 왔다. 하나의 작은 마을의 공터에서 울리사리드의 소서러는 보관해둔 살아있는 ‘먹이’의 뇌를 그 두개골에서 들어냈다. 품질이 좋다. 입가의 촉수를 잘 움직여 상처 없이 꺼냈기에 더더욱 맛있어 보인다. 육즙의, 뇌수의 풍미도 좋다. 음미를 하며 천천히 먹은 뒤 남은 ‘음식쓰레기’를 발로 차 굴러 보낸다.


앞을 봤다. 변이가 빨리 끝난 일리시드들이 주변을 서성인다. 한 십여 마리 정도 된다. 지금 당장은 어떻게든 컨트롤이 되고 있지만 조급히 엘더브레인을 탄생시켜야 한다. 수백 이상의 스펙터들의 무리 앞에서 갓 태어난 일리시드 몇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경험이 일천하기에 작전을 세운다거나 단독으로 움직이게 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죽게 만들 생각이지만. 자신의 동족들을 죽여 뇌를 빼낼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만.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살해할 수는 없다. 죽인 일리시드들의 뇌를 모아야 하는데 자신이 직접 일일이 살해했다가는 그들의 뇌로 존재하게 된 엘더브레인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뻔하다. 일정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전쟁을 시작해야 한다.


일리시드들이 저장해둔 ‘먹이’의 뇌를 먹는 것을 본다. 식량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다음날 밤이 되면 300정도의 일리시드에게 ‘먹이’를 공급해야 한다. 변이를 마친 그들의 식욕은 왕성하다. 기본적인 교육이나 사냥법도 잘 모르는 녀석들에게 혼자서 다 대주는 것은 힘든 일이다.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도 한동안 식량 사정의 해결이 필수다. 그리고 혼자서 그 수를 다 교육시킬 수는 없다. 새로운 엘더브레인을 위해서건 자신의 능력을 고려해서건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


그리고 스펙터들. 그것이 그렇게 대규모 무리로 있다는 것 자체가 크나큰 위협이다. 자신 혼자만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종족 차원에서는 상당한 위험 요소. 그리고 그것은 능동적으로 ‘먹이’를 살해하려 든다. 전멸시키거나 전멸당하기 전까지 멈추지 않을 행군을 하겠지. 일리시드의 유생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생체를 ‘먹이’ 중에서도 인간의 머릿속에 넣어야 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멸망은 곧 일리시드 전체의 멸망으로 이어지고 만다. 그들을 막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


다음날 밤 일리시드들의 변이가 완료되는 즉시 뉴캐슬로 움직이도록 하자.





아침이 되었다. 다소 의심이 서린 눈으로 뉴캐슬에 입성하는 병사들. 반란자들, 레콘키스타였던 자들의 무리. 그들 역시 유령이 나타나버렸다는 것 정도는 파악한 것 같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의 포고령은 어지간한 의심은 사라지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일은 좀 믿기 어려우니까. 웨일즈는 한 때 적진의 선봉장이었던 귀족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화해의 악수였다. 멈칫하다 마주잡는 손.


“훌륭한 자가 동료로 오니 반갑군.”


“아아, 시조 브리밀의 선택은 옳았군요.”


억지미소를 지으며 서로에게 덕담을 한다. 지팡이를 휘두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이 악령들의 침공은 레콘키스타나 알비온 왕당파 어느 한 쪽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네.”


아직 타국의 부대는 오지 않았다. 지금 도착하기에는 분명히 무리가 있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연병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회의실로 가면서 대화를 계속했다.


“레콘키스타도 과실이 있고 왕당파도 과실이 있다고 시조께서는 생각하셨을 것이네. 그래. 지금이야말로 화합하여 빛나는 미래를 움켜잡을 때가 아닐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죽어간 수하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분노에 몸을 맡겨서는 안 된다. 없애버리고 싶은 이들이, 아는 이의 원수가 있어도 감정을 따라 행동할 수는 없다. 자신이 짊어짐과 동시에 걸어갈 수 있게 하는 짐이 사라지기 전에는. 한바탕 구르면서 웃고 싶은 현실이로군. 웨일즈는 마른 침을 삼키며 주먹을 쥐었다.





-그럼 두 시간 뒤 이상의 다섯 척의 배가 스텔스 모드를 한 채 알비온으로 이동하기로 결정된 걸세.-


화상에서 나오는 목소리.


-이의를 제기할 자 있는가?-


레티는 올라가려는 손을 잡았다.


-레티 제독. 아까 말했듯이 자네의 배는 최후방에 배치되었네.-


이유는 알고 있다. 정비병과 다른 배의 프로그램으로 배 자체의 운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인원 소모가 많았다. 주력멤버는 대다수 생존했지만 부상을 입었다. 당사자들은 회복되었다고 말하나 투입은 보류되었고 반박해봤자 역공의 대상이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까.


-자, 이상 회의를 마치도록 하지.-


레티는 힘겹게 경례를 했다. 화상이 사라졌다. 그리고 화상이 있던 스크린에는 바깥의 풍경만이 나타났다. 잠시 바라보던 레티는 옆에 놓인 차를 마셨다. 한 모금 마시고 뱉었다.


“린디!”


린디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해주는 건 알겠는데 너무 달아! 설탕을 대체 얼마나 넣은 거야?”


“원래 차는 그렇게 먹는 게……”


“절대로 아니라고!”


린디가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린디의 의견에 동조하는 미각 이상자는 여기에 없다.


“뭐 덕분에 힘은 났어.”


충격요법은 역시 무섭다.


“별 것 아닌걸.”


그래. 별 거 아니지. 단순히 설탕만 듬뿍 탔을 뿐이니까.


“그나저나 나 말고 네 걱정이나 해. 나포나 되고 말이지.”


친구에게 한 마디 쏘아줬다. 린디가 웃었다. 고개를 한 번 저은 뒤 밖의 경치를 감상했다. 대기권에 있기에 붉은 색으로 물든 하늘을. 이제 해가 지고 있다. 레티는 한 마디의 감상을 떠올렸고 속으로만 내뱉었다. 마치 핏빛 같다고.





카서스는 산길에서 두 개의 짤막한 지팡이를 만지작거리며 걷고 있었다. 평소에 쓰던 것에 비해 너무나도 미약한 힘이 깃든 것이지만 계획에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어차피 이제 와서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인정했다. 모든 것을.


“휴우."


한숨을 쉬었다. 몸이 지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약간 피곤하다.


카서스는 해가 지기 시작한 하늘의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뉴캐슬이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패는 모두 준비되었다. 그래. 시작하자. 상대는 봐줄 만큼 약한 다고는 할 수 있으나 상황적으로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이며 젊기에 보이는 미숙함을 가졌기에 용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특별히 최선을 다해 쓰러뜨려 주도록 하지.”


카서스는 씁쓸하게 웃고는 사라졌다. 그 자리를 어둠이 덮었다. 그렇게 하르케기니아 사상 최악의 밤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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