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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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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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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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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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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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3화

DUMMY

43화 이거 수습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해버렸다.





레티 제독은 복도를 걸었다. 다른 함들은 작전에 들어갔지만 열외인 이 배에서 바삐 움직여봐야 의미는 없다. 프로그램의 문제로 함대가 올 때까지 공중에 뜬 채로 그 두 명의 괴인이 쳐들어온다거나 하는 일이 생길 것 같아 조마조마하게 시간을 보냈기에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할 생각이었다.


지휘통제실에 있어봤자 불명예퇴직이나 적금 관련의 난제들에 허우적거릴 것 같았다. 안심하기는 이르지만 불안 속에 머물러봤자 권한이고 뭐고 할 수 있는 게 구경하는 것 말고는 남아있지 않으니 그럴 바에는 기분전환을 하는 건 나쁘지 않겠지.


도보를 한다. 앞에서 붕대를 이곳저곳에 감은 타카마치 시로가 오고 있다. 인사를 했다.


“의무실에는 안 계시고 뭐하시는 겁니까?”


“오랜만입니다. 레티 제독님.”


우와, 이 사람 무시했어.


“요양을 하셔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 뭐 그렇습니다.”


두 번 연속으로 하지는 못하는군.


“그럼 빨리 들어가시지요.”


“일단 어느 정도는 움직여도 좋다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재활훈련도 해야 할 것 같고.”


확실히 그 말도 안 되는 기량은 대강하는 수련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거겠지. 다만 그런 기량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내는 놈들이 있으니.


“그래도 전신을 이용해 움직이는 건 추천하지 않았을 텐데요?”


아마도 이 남자에 대해 어느 정도의 악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민간인이 난입을 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다. 일단 동정표 정도는 확보했고 서류도 조금은 조작했으니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어차피 파멸이 결정된 이상 약간은 더 떠맡고 가자.


“적이 너무 강해서……”


이 남자 중얼거리고 있군. 그 일의 영향이 정말 컸던 건가.


“섬(閃)을 정통으로 맞고도 생채기밖에 나지 않는 게 있다니……”


생각에 빠져있다. 대화할 상대방을 보고 있지 않고 있다. 자신감을 가질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게 부서져버리면 충격을 받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대로 서 있을 수도 없지.


“타카마치 시로씨.”


눈을 크게 뜬다.


“아, 이거 죄송합……”


시로가 갑작스레 표정을 굳혔다. 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뇌에 타격이라도 입었는지, 아니면 트라우마라도 생겼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야 심호흡을 하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만……”


“그렇다면 당장 의무실에 감금조치를 해둬야 되겠군요.”


정신이상징후가 보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조치니까. 정신을 조작하던 괴물에게 걸린 이가 정신에 어떤 악영향을 받았는지도 알 수가 없고 말이지. 시로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그냥, 어떤……”


할 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죽음이 우리를 먹이로 삼으려다 만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장 의무실로 가서 휴식하시길. 안 그러면 감금 조치를 하겠습니다.”


시로가 뭔가 말하려다 한숨을 쉬고는 의무실로 발을 옮겼다. 승무원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복도를 조금 거닐었다. 손상된 디바이스 대신 어떻게든 마련한 보급형 디바이스를 통해 연락이 왔다.


-레티 제독님.-


-특별한 상황이라도 발생했나?-


-부유섬에서 마력 반응이 잡혔습니다.-


-이제 함대는 배를 보냈을 텐데?-


-그게 지금 이동하는 배를 확인했는데…… 전부 7대더군요.-


회의에서는 5대를 보낸다고 했던가.


-처음에 탐색을 위해 5대라고 했지?-


-그렇습니다.-


-상황이 생겼으니 좀 늘린 거겠지.-


-하지만 우리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괴로운 사실을 지적해주는군. 그렇다고 분개할 수도 없고.


-우린 열외취급이야. 이래서는 작전이 끝나고 나서나 알려주겠지. 연락은 시도해봤나?-


-작전상황이라고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거 뭔가 이상한…… 아니다. 상대는 정신을 조작하는 존재다. 열외취급에다 세뇌가 된 적이 있는 이들도 있으니 무리는 아니다. 정보가 적에게 넘어갈 위협을 줄이려는 거겠지. 실제로 정신파 말고 다른 수단으로 세뇌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 테니.


-지금 그 쪽으로 이동하겠어.-


-알겠습니다.-


이유는 수를 셀 수 없을 것처럼 많이 떠오른다. 적당히 타협하고 휴식을 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곧 파직처분이 될 지라도 아직은 이 배의 책임자다. 좀 더 힘을 내자.





휘두른 검이 막혔다. 동시에 뒤로 뛰었다. 강풍이 아까 섰던 자리를 강타한다.


“왈드!”


일단은 약혼자였지.


“진정하도록.”


살아갈 가능성이 남았다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아니 그 세뇌가 풀린 이상 억누를 수 없다.


“냉정을 찾아라.”


평생 이렇게 냉정해진 적은 지금 말고는 한 번도 없다.


“이유를 대봐.”


왈드가 입을 열려 한다. 발에 힘을 줬다. 간격을 좁혔다. 투명한 막 같은 게 앞을 막았다. 칼을 휘둘렀다. 금속이 마찰하면서 나는 것과 소리가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마법 흡수의 힘은 어디로 간 거냐, 이 쓸모없는 검.


“파트너. 지금 그 감정은 잘못된 거야. 그런 마음으로는 내 힘을……”


델프링거. 네놈은 그런 말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어설픈 논리에 장황하기만 한 말만 해대며 사니 한 번 쓰이고 나서 골동품 항목에나 있는 거다! 방금 전까지 억눌리고 핍박받으면서도 이 길로 가지 못한 게 잘못된 것이다.


“너 진심으로 나에게 대드는 거야?”


그래. 증오스럽고 역겹고 자존심만 높은 바보 아가씨. 말해주고 싶지만 그럴 여유는 없겠지.


“진정하게.”


“이유를 말하라고!”


아무 것도 답하지 못한 채 시간을 벌려 들지 마라, 왈드!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힘을 합쳐야……”


그 힘을 합치는 과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신은 죽겠지. 그 빌어먹을 귀족의 작전패턴 같은 건 질리게 몸으로 깨달았단 말이다! 게다가 살아날 수단은 이제 없다는 거 잘 알고 있는 건 그쪽일 텐데!


발을 움직여 왈드의 지팡이가 겨눠지는 방향에서 벗어난다. 방해한다면 그쪽도 없애버리면 되니까.


“파트너. 후회하고 말텐데?”


이미 뭘 선택하건 파멸은 정해져 있지 않나? 그렇다면 감정에 따라 살뿐이다.


왈드의 지팡이에서 전기가 모이는 것을 보았다. 검을 잠시 바닥에 놓고 점프했다. 번개에 가까운 전격이 델프링거에 집중되었다.


“어이. 찌릿하다고!”


착지와 동시에 잡아챈 검이 소란스레 떠든다. 무시했다.


“이런 데서 싸울 수는 없지 않은가?”


왈드는 아직도 설득하려 든다. 요령 없군. 당신.


“나 역시 자네의 감정을 이해한다네. 그래. 내 경우는 강고해보이던 전망을 잃었지.”


이해한다면 막아서지 마라!


“가진 게 많고 그것을 추구한 시간이 오래 걸렸을수록 허무하다거나 절망해버린다거나 하는 일이……”


잃었다고? 일단은 공작가의 딸과 약혼했고 지위도 높고 스퀘어 마법사라는 인간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그래. 끽해야 승진 기회나 명성 정도겠지. 자유와 미래와 생명과 평온과 행복을 통째로 뺏겨버린 자한테 말하지 말라고!


“자네의 주인이 죽으면 자네는 어쩌려고?”


하하하. 주인이란 말이지? 주인이라고? 저 바보에 고집쟁이에 마법도 실패만 하면서 마법사의 권리를 주장하는 악독한 여자애가? 자신을 샌드백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해소용 장난감으로 여긴데다 일반적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데다 놓고 온 자가? 그래. 방해가 되건 안 되건 너도 죽이겠어. 왈드.


“저도 돕겠습니다. 왈드님!”


거슬려. 듣는 것만으로 기분이 나빠. 그 목소리. 그 얼굴. 짜증이 나고 부서뜨리고 싶다. 복수하고 싶다.


검을 든 채 달렸다. 왈드가 표정을 찌푸린다. 루이즈가 뭔가를 외우고 있다. 주문이겠지.


루이즈의 지팡이가 가리키는 위치에서 벗어났다. 폭발 소리와 함께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이런 데서는 상황파악을 잘 하는군. 그러니까 태연히 자신을 버리고 달아나지.


왈드가 주문을 읊고 있다. 미안하지만 마법사의 약점 같은 건 이미 깨달았다고. 옷에 넣어둔 단검을 꺼내 던졌다. 심장을 겨냥했지만 반사적으로 움직여 왈드의 팔에 단검이 박혔다. 아, 그래. 그러고 보면 사준 건 너였지, 루이즈? 이것만은 감사하게 여기지. 네가 사준 무기와 네가 준 힘으로 죽여줄 테니까.


“왈드님!”


루이즈가 비명을 지른다. 그 시간에 주문이나 쓰는 게 낫지 않았을까? 조소한 뒤 검을 한 손으로 들었다. 중량 탓에 팔에 무리가 오는 것을 무시하고 바닥을 찼다. 일순간에 왈드의 앞에 도착했다. 왈드가 인상을 쓰며 지팡이를 움직인다. 빈손을 주머니로 움직였다. 왈드가 옆으로 한 발짝 움직여 단검 투척이 힘든 위치로 간다.


처음부터 단검을 더 날릴 생각은 없었다고.


예상과 별로 다른 바 없는 행동이었다. 다시 두 손으로 검을 잡아 휘둘렀다. 지팡이로 막은 왈드의 자세가 약간 무너졌다. 룬의 힘이 없다면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틈이 보였다. 그걸 노려 베어 들어갔다. 왈드가 자세를 무너뜨리며 몸을 옆으로 회전시켰다.


“지금이다!”


순간 바닥이 지나갔다. 얼굴이 땅에 닿으려 했다. 힘겹게 낙법과 유사한 행동을 해 땅에 닿을 때의 충격을 줄였다. 등의 통증이 심하다. 그렇군. 몸을 회전시키면서 왈드와 자신과의 거리를 벌리고 루이즈가 공격할 수 있는 범위를 벌어준 거였나? 그리고 루이즈의 마법이 등에 직격한 건가? 속았군.


“저, 저기 죽은 건가요? 왈드님?”


짜증나는 목소리가 짜증나는 대사를 짜증나는 상대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다가가서 확인하지 말게. 나의 루이즈. 죽은 척하고 역습을 노릴 수 있으니 확실히 죽이지 않으면 곤란해.”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군. 이 시점에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역시 조금 더 강하게 사용할 걸 그랬나요?”


가만히 있다간 죽는다. 빠르게 다리를 움직였다. 그 약혼한 커플이 놀란 눈을 했다. 말은 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절이라도 한 줄 알았나보군. 통증 이상으로 부상이 심각할 것 같다.


왈드에게 접근하며 한 자루의 나이프를 던졌다. 왈드가 반사적으로 지팡이를 가로로 움직여 막아낸다. 그 사이 자신은 도달했다. 검으로 벨 수 있는 거리에. 누군가가 소리를 지른다. 루이즈인가?


왈드가 다시 몸을 회전시키려는 것을 발을 걸어 막았다. 왈드가 지팡이를 내려치려했다. 팔을 하나 들어 올려 데미지가 최대가 되기 전 시점에서 막은 뒤 통증이 느껴지는 그 팔로 왈드의 몸의 왼쪽 부분을 밀었다. 왈드가 회전한다. 곧 거리가 생긴다. 검을 휘두를 거리가. 저 상태에서 다시 자세를 잡기 전에 충분히 베어버릴 거리가.


자, 이제 안녕이다. 사이토는 검에 힘을 주었다. 순간 폭음이 들렸다.


“아.”


루이즈의 목소리였다.


“아아……”


앞을 바라봤다.


“아아아아아아악!”


멋진 비명이다. 정말로.


“이거 말이지.”


한 번 성공했다고 연속으로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한 번 성공했기에 다음번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


“대단하군.”


이번에는 왈드의 지시도 없었지? 그런데 근접전에서 했군.


“너의 이명이 뭐였더라?”


정말로 그대로다. 그러고 보면 위력도 강하게 한 것 같군.


“역시 네 이명은 정확해.”


왈드였던 것을 본다. 유쾌하기까지 한 기분이 들었다.


“하하하.”


웃음이 새나왔다. 발로 짓밟았다. 신발이 더러워진다. 머리가 으깨져 눈알이 굴러다닌 채 뇌수와 피로 바닥을 장식한 하나의 장식물에 의해. 어차피 전쟁에서는 그 정도의 의미 말고는 딱히 없다고 해야 할까? 특히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는. 식견이 부족하니 할 말은 아니다만.


느긋하게 발을 옮겼다. 모든 것이 빈 눈이 보였다. 너도 절망하고 있는 건가? 그래. 어느 정도는 죄를 치렀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부족하다. 부족하고말고.


“자. 시끄럽게 떠들어봐.”


루이즈가 고개를 돌린다. 평소의 멸시도 조소도 없다.


“내가 너를 즐겁게 부숴버릴 수 있게.”


반응이 없다. 이건 이거대로 웃을 일이다. 천천히 발을 옮겼다.


“아아. 그래. 그렇다면 내가 다른 행동을 취하게 해줄게.”


그녀가 제일 싫어하던 그 이명이 떠올랐다. 지금 자신은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겠지.


“비명을 지르게 해줄게.”


그리고 말했다.


“제로의 루이즈.”





할라스터는 방에 정좌했다. 무수한 마법의 힘이 소용돌이치는 방이지만 일반인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할 곳에서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변덕스러운 성향과 순간순간 떠오르는 광기에 지배되고자 하는 욕구를 참으며.


보통의 귀찮은 벌레라면 어느새 본능처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힘의 사용법을 그대로 여과 없이 사용하면 끝난다. 이번의 것은 벌레라기보다는 괴물이라고 해야겠지. 상대가 누군지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며칠 전 귀찮고 위험한 적은 동행들과 헤어졌다. 적의 동행들을 상대로 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적 자체를 탐지하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다만 소득은 있었다. 적은 분명히 일정 위치에서 행동하고 있다.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얼마 없는 기회다.


수백 년의 시간을 걸쳐 지은 요새는 견고하여 그 방어에 대한 염려는 별로 없다. 아직 다 완성된 것은 아니기에 자신이 밖으로 나갔을 때는 요새 전체에 걸린 마법의 힘이 약해지긴 한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도 시간이 별로 안 걸리기는 하지만 방어력을 회복시키는 데는 약간의 의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약해진 방어력이나 해도 그것을 뚫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법의 힘이 필요하며 그 정도의 마법을 사용한다면 알아차리지 않으려 해도 알게 된다.


할라스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새에서 수비 태세를 취하고 있는 와중에는 적이 아무리 강해도 승산은 이쪽에 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어지간해서는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지만 지금 저기 하늘에는 수십 척의 이문명의 스펠잼머쉽이,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알지 못하는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다. 보통의 스펠잼머쉽이었다면 무시했겠지만 저것은 새롭다. 새롭다는 것은 언제나 활력을 일으킨다.


할라스터는 공중에 보이지 않는 판이라도 있는 양 발을 움직여 이동을 개시했다. 허공을 아무렇지 않게 밟으며 그 스스로 외에는 알지 못하는 요새의 길을.


새로운 생물을 잡아 수집하고 그것을 해부하고 정신을 지배하고 영혼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그것을 타락시켜 변질시키고 온갖 고문을 던져 정보를 입수하는 일은 언제나 유쾌하다. 죽어갈 때에 보이는 많은 반응들도 나쁘지 않다. 할 것도 없이 시간을 보낼 때는 자연스레 자리 잡게 된 광기에 몰입하며 세계를 흔들고 약하고 약한 자들의 어리석은 정부를 비웃고 속이는 것도 나름대로 유쾌하다. 그러나 동시에 식상하다.


진정으로 새로운 것의 추구만이 삶의 기쁨이니까. 새로운 생물을 잡고 그걸 굴복시킨다거나 구조를 조사한다거나 하는 건 정말 잘 보지 못한 것의 경우에는 흥미가 식지 않지만 그런 경우는 이제는 정말 드물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배를 손에 넣고 그 승무원들의 영혼을 굴복시켜 영원히 자신의 수집물로 삼으며 새로운 것들을 익히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그래. 적은 자신이 가만히 있는 경우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딱히 세력을 갖고 있는 것도 요새에 침입해 올 때에 생길 틈을 지울 강력한 보호의 마법이 담긴 물품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그러나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적은 강하다. 자신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쓰러뜨려야 한다.


그리고 지금 적의 위치를 대강은 파악했다. 적은 혼란의 한가운데에 있다. 혼란 중에 적에게 접근해 틈을 노리는 것은 쓸 만한 계략이다. 다만 이것은 분명 적이 유도한 것이다. 자신이 혼란에 휩쓸리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작정하고 한 쪽의 편을 들었다면 진작 끝났을 일이겠지. 그렇다고 놓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적은 방해된다. 정말로 거대한 방해가 된다. 그 자가 있는 한 새로운 것에 대한 열망을 이루지 못한다. 광기는 곧 자신을 다시 잠식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다른 흥미 있는 것이 나타난다면 스스로를 주체하기는 어렵다. 클론들은 준비되어 있기에 육신이 부서져도 아무렇지 않게 부활하여 다음 행동을 취할 수 있어도 죽음이 즐겁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밖에서의 적은 자신보다 위. 그렇기에 욕망에 대한 추구가 방해받을 확률은 지극히 높다.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결론을 내렸다면 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혼란 중에 살해하는 것은 좋은 계략이나 저 혼란은 적이 의도한 것. 무시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요새에서 농성하고 있는 한 광기 속으로 돌아가기까지 여유는 그다지 없다. 그리고 탐구하고 수집할 게 널렸다. 개체가 하나라면 모를까 저 정도 수의 배라면 충분히 박살내서 구조를 알아본다거나 어느 정도의 충격을 주면 인간이 얼마나 죽어나갈 것인지 파악한다거나 하는 일에 넉넉한 양이다. 이론적으로 파악하는 것보다는 실제로 해보는 게 취향에도 맞다. 대충 실험을 해보고 나서 남은 선원들은 영혼을 구속시켜서 영원히 자신의 수하로 만들면 될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행동해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손쉽게 걸려 줄 생각은 없다. 적은 분명 혼란을 이용하려들 것이다. 벌어지고 있는 것 정도는 간단히 계산했겠지. 하지만 묘책은 있다. 적은 광범위의 공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전력 저하를 회피하기 위해서겠지만 행동은 제한된다. 계산 이상의 일이 터지면 대처하기 쉽지는 않겠지.


그래. 그렇다면……


더더욱 거대한 혼란을 일으키면 되는 것이다.


할라스터는 웃었다. 그리고 요새의 문 중 하나를 열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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