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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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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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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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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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31 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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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5화

DUMMY

35화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터져버렸다.





시그넘은 숨을 고르며 몸을 이완시켰다. 적절한 긴장은 전투에 있어서 필수적이지만 그것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지금 느껴지는 긴장감은 지나칠 정도니까. 완화해야 한다. 상대는 자신의 생애 중에 가장 강력하고 위험한 적이다. 상황 탓에 기사의 명예를 위하여 돌격할 수도 없다.


레티 제독. 분명히 방법이 딱히 없다는 것은 알지만 이건 좀, 아니 매우 어렵겠는걸. 확실히 아스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저것들을 어떻게든 떼어내야만 한다는 것은 알겠지만.


방금 전에 들어오고 반론할 시간도 없이 끊어진 본함에서의 지시. 아스라의 메인 스텝들과 타카마치 시로의 구조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동시에 도전해 본 적이 없는 난이도의 임무가 주어졌다.


주군을 위해, 친우들을 위해,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는 얼마든지 있지만 그래도 목숨이란 것은 모든 것을 살리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급한 상황에서 시간을 번다거나 하기 위해서 쓰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거두는 것이 없이 허무하게 던질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작전을 생각해야 한다.


저것들은 소규모의 마법 행사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국 풀 드라이브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 아스라의 보호인 이상 그럴 수도 없는 법이다. 이것은 필요하고 해야 할 것이지만 역시 기회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단 말인가.


-비타. 그라프아이젠의 수복도는?-


-형태 자체는 다 회복되었어. 물론 부서지기 전보다는 좀 약하겠지만 문제없다고.-


-믿음직하군.-


그렇게 말하면서도 정말로 통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표출시켜서는 안 되는 그런 불쾌하고 분위기나 기세를 부서 버릴 감정들이 속에서 우글우글 튀어나오려 하고 있다. 그래도 보여서는 안 된다. 속에 있던 것이 나오는 순간 다른 이들에게 전염시켜 남은 희미한 희망조차 없애버리고 말테니까.


아스라의 위에 올라가서 견제를 할까. 아니다. 자신들은 철저하게 근접전 위주. 통상시라면 하야테의 포격을 믿고 시간을 버는 형식으로 하면 되겠지만 확연하게 밀리는 판국이다. 할 수 없다. 지켜보도록 하자.


블랙드래곤은 아스라가 본함 쪽으로 이동할 때 그 발록 같은 악마들이 벌려놓은 거리를 따라잡았다. 애초에 그 발록 같은 것들도 혼자서는 바로 당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계속해서 방어 위주로 시간을 벌고 있지만.


갑작스레 드래곤이 돌진했다. 날개에 부딪친 다음 드래곤의 손에 얻어맞고 아스라에 부딪치는 발록 같은 게 보인다. 끝을 내지 않고 유유히 날아다니면서 일어서는 것을 기다리며 다른 한 마리를 살펴보는 드래곤. 자신은, 아니 볼켄리터 전원이 덤벼들어도 승산이 그다지 없을 것 같은 것들을 어렵지 않게 이겨나가고 있다.


곤란하군. 정말로. 내심 한 번 더 속으로만 세상의 신인지 운명인지 뭔가에 불평을 던지려는 순간 발록 같은 두 마리가 협공이라도 시도하는 듯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드래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몸을 회전함과 동시에 두 팔을 휘둘러 괴물들을 날려버린다.


“어이.”


시그넘은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강한 녀석이 마법까지 효율적으로 써대지 말란 말이다! 날아가면서 자세를 잡으려 드는 괴물 중 하나에게 신속히 돌진해 팔꿈치로 찍어 괴물을 아스라와 충돌시키는 드래곤의 모습을 보면 뭘 어째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


-어이! 시그넘!-


그나마 저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주군인 하야테에게 광범위 공격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한 직후에 비타의 염화가 도달했다.


-무슨 일이지? 비타?-


-저, 저기. 저쪽을 봐.-


염화와 동시에 이미지가 흐릿하게 들어왔고 시선을 돌렸다. 괴물들 중 하나가 마법진에 휩싸여 사라진다.


-곤란해졌……-


시그넘은 고개를 돌렸다. 최대한 빠르게.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느낌을 애써 무시하며. 아스라를 보았다.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찰나와도 같은 시간이 지난 후 그 예감이 맞고야 말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본함의 트랜스포터에서 아스라로 이동했을 때 다소 번잡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본함으로 부상자와 아스라에 아직 남겨진 관리국원들을 전송시키기 위해 분주하던 구조대원들의 모습 탓이었겠지. 아직도 지구 측 인질에 대한 구조는 트러블-그걸 생각하려다 그는 크게 호흡하면서 자세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게 했다.-을 제압하지도 못했다.


빠른 걸음으로 아스라의 메인 오더 룸으로 향하면서 그는 계속 생각을 이었다. 뒤에서 따라오는 스텝들의 발걸음이 약간은 안전감을 느끼게 해 준다. 구조대 중 몇 명이 메인 오더 룸 안에 있었다. 본함에서 파견된 기술진들이 제압된 채 방의 밖으로 옮겨지는 것도 보였다. 메인 오더 룸은 설계상 함선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었기에 위쪽에서의 난리에도 타격을 입지 않았다. 세뇌된 상황이기는 해도 동료를 복도에 놔두는 것은 좋은 대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최대한 빨리 아스라를 제어할 필요가 있으니까 넘어가자.


대충 자리 하나에 앉아 디스플레이를 띄우고 키보드를 두들긴다. 통상시라면 레티 제독의 지시로 명령을 하나하나 수행하겠지만 본함의 특수한 상황 탓에 그것은 무리. 결국 알아서 해야 한다는 건데.


거의 대부분의 케이스에서 유용한 상황파악을 시도한다. 디스플레이에 아스라의 진로와 주변의 영상이 떠오른다. 드래곤이 악마로 보이는 생물 둘과 싸우는 장면이 나타난다. 신경이 안 쓰일 리 없지만 당장은 무리. 아스라의 상태를 파악한 후 진로를 변경한다거나 차원도약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 전에 본함에 당장 사용 중인 프로그램을 대체할 것을 추출해야 한다. 아스라로 이동했다가는 본함이 위기에 빠지게 되니까. 저 괴물들을 떨쳐버릴 수 있는지의 가능성도 알 수 없지만.


“저기.”


고개를 돌린다.


“A-5구획, 그러니까 엔진 부분 말이야.”


동료의 목소리가 울렸고 손의 속도를 올려 지적된 부분을 디스플레이로 확인한다.


“이건……”


잠깐 생각이 멈췄다.


“그렇게 크게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과열된 것 같은데.”


알칸쉘을 발사하기 위한 부분이라면 당장은 오버히트할지도 모르지만 하필이면 엔진이?


“이, 이봐!”


당혹스런 목소리다.


“이, 이거 온도가 올라갔어!”


또냐? 또 생긴 거냐? 또 일 터진 거냐?


“조작된 걸까?”


현대의 미드칠더의 문명의 이기들의 원동력은 대부분 마력이며 아스라의 동력원 역시 마력이다. 물론 열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오버히트가 생기는 경우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다른 무수한 동력원들에 비해서는 극히 드물다. 마력은 마법식으로 제어되기 때문에 그 안전성이 높고 환경에도 나름대로 무해하기에 대체에너지로 사용되었으니까.


“조작된 거겠지.”


정상적으로 운행이 된다면 이런 현상이 나지 않는다. 아스라가 나포된 지, 아니 나포되기 전 임무에 들어간 지 10일도 안 된 상황에서 정비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마법식을 구축하는 프로그램만 손을 대면 간단하게 되는 일이다.


“본함에 연락은……”


동료가 고개를 젓는다. 확실히 본함의 현재 역량으로 봐서는 지금 아스라에 있는 구조대에서 메인 오더 룸에 있던 아스라 스텝을 전송하는 데만도 힘들 것이다.


“그래도 불가능까지는 아닌 것 같군.”


확실히 처음에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온 기술반은 원래부터 메인 오더 룸에 있는 자신들보다는 떨어진다. 그 재능이나 능력보다는 메인 오더 룸에 있은 경력의 차이로 인해 생기는 경험의 차 덕분이라고 해야겠지만.


“해보자고.”


디스플레이의 구석에서 경고화면이 떴다. 아마도 오버히트 탓이겠지. 빨리 손을 쓰자. 옆에 있는 녀석들은 신뢰할 만한 능력의 소유자다. 그러고 보면 구조대가 기술반들도 다 데리고 나간 것 같군. 자판을 친다. 지금쯤이면 타카마치 시로라던가 여기 배의 에이미라던가-레티 제독의 교우관계상 아스라와는 통신횟수가 제법 되었기에 어느새 이름 정도는 알고 있다.-하는 이들은 본함에 도착했을 것이다.


명령어들이 디스플레이에 뜬다. 경고창이 켜졌다. 하. 신경 쓰게 하지 말라고. 그러고 보면 그 하라오운 가의 남매나 하얀 옷의 소녀는 아스라의 밖에서 공중에 뜬 채로 바인드에 잡혀 있으려나. 잡생각할 때가 아닌데. 뭐 긴장에 벌벌 떠는 것보다는 이게 나으려나.


어느 정도 작업이 진행되어간다. 이대로 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아스라의 엔진 과열은 멈추고 유폭이 일어난다거나 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계속해져 나타나는 경고창이 가장 큰 문제다. 살펴보지도 않고 다시 키보드를 친다.


갑자기 귀가 아팠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귀를 감쌌다. 고막이 아프다. 소리라기에는 너무나 강한 음량이 들린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구조대가 이곳에 있던 사람들을 옮기기 위해 열려 있던 문으로 보이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 악마의 모습을 한 것을. 3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힘겹게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불길에 휩싸인 몸 탓에 이 거리에서 상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료들이 자신의 앞으로 왔다. 그들의 몸에 가려서 그것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 괴물의 몸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뒤로 뛰었다. 감은 눈에조차 폭력적인 빛이 있었고 귀에서, 아니 몸 전체에서 무언가가 흐르기 시작했다.


눈을 떴다. 그 광폭한 빛에 시야가 흐릿하다. 귀에 손을 대어 보았다. 아직 제대로 보이지는 않지만 이건……분명히 피다. 몸에서도 통증이 생겼다. 조금씩 되돌아오는 전경을 보았다. 문이 있던 위치는 물론이고 그 옆이나 문 밖, 아니 그 괴물의 주변 수십 미터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바로 밑을 보았다. 핏빛이 어린 아주 작은 고깃덩어리들이 흩어져있다.


제기랄!


한 마디 욕설을 내뱉었다. 분명히 목의 떨림은 말했다고 알려주지만 귀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무시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동료들은 이제 없다. 저 고깃덩어리로 변질되었다. 주저앉아 어둠에 몸을 맡기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고개를 한 번 젓자 사라졌다. 연속된 위기에서 생환해서인가. 행동을 하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게 빠르다. 평상이라면 발전했다고 자축할 변화지만. 그럴 때가 절대로 아니지?


흐릿한 시야로 디스플레이를 본다. 이제 이 배는 끝났다. 혼자서는 도저히 수습이 불가능하다. 통신을 해볼까 했지만 귀가 안 들리는 상황에서는 무리다. 본함의 소프트웨어가 떨어져 여럿이 있어봐야 그다지 효율을 내지 않기에 자신들이 오지 않았던가. 영상으로 정보를 보내기에도 무리다.


지금 트랜스포터로 가도 시간은 부족하다. 이상하게도 죽음에 대한 공포는 딱히 느껴지지 않는다. 하긴 계속 느끼고 있었으니 순간적으로 뇌가 더 이상 인식시켜봐야 쓸모없다고 판단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아까의 폭발에 어느 정도는 당한 탓에 기능을 상실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멍하니 있을 수는 없다.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하자. 최소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은 꼴사납다고 생각되니까. 하긴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뇌의 무언가가 마비된 탓이겠지만.


그는 아스라의 이동 경로를 바꿨다. 정확한 계산은 무리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공중에 떠 있는 거대 섬에 충돌한다. 다른 피해자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저 섬의 바깥으로 보내야 한다. 아니면 가능한 섬의 가장자리 쪽으로. 화면의 구석에서 아스라가 뭔가와 충돌했다는 글이 떴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없었기에 무시.


딱히 제대로 산 인생은 아니지만 뭔가를 하고 간다는 건 다행이군. 그는 웃었다. 방금 전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죽어버린 동료들과는 사정이 훨씬 좋다. 그래. 마지막으로 어디에다 떨어지는 지나 볼까? 그는 힘겹게 키보드를 두들겼다. 최후의 기력을 사용해서. 디스플레이에 화면이 떴다. 그는 잠시 그것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욕설을 내뱉고는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시그넘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제 끝났다. 발록 같은 괴물이 아스라에 처박히고 잠시 후 범위는 보통이지만 강력한 폭발이 생겼다는 것을 알았다. 그 발록 같은 괴물이 처박힌 위치는 아마도 함교 근처였을 것이다. 아스라의 일정 부분에서 소규모의 폭발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 폭발 탓인지 아니면 그 문어머리들이 장치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이 아스라의 바로 위에 가까운 위치에서 이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하야테가 자신의 지시로 준비해둔 검은 색의 거대한 마력구를 날렸고 드래곤은 아스라의 아래쪽으로 가볍게 피했다. 드래곤이 아스라의 밑에서 이쪽으로 움직이려 들었다. 저것을 저지해야 하는가. 아스라가 위쪽을 막아주기에 드래곤의 행동반경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지만, 하긴 저지할 방법이 없다.


-시그넘! 비켜 주세요!-


잘 아는,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 자의 염화가 울렸고 무심결에 그 지시에 따랐다. 금빛의 고리가 옆을 지나가며 조금씩 마력의 잔재들을 뿌린다. 어이, 이거는 그거잖아. 시그넘은 최대한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분홍빛의 섬광이 스쳐간다. 아까의 금빛 고리의 경로를 따라서.


“블래스트 캘러미티……”


분홍빛 섬광이 금색 고리의 잔재들과 공명하며 그 파괴 범위를 넓힌다. 정확하게 드래곤을 향해서.


“대단하군.”


시그넘은 눈길을 돌려 그녀들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확실히 그들을 지배하던 발록 같은 것들은 사라졌다. 바인드로 묶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상태라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과연 대단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아직이에요!-


그녀들은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시그넘은 드래곤 쪽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오연히 자신들을 바라보았다.


“아아, 어차피 저 배를 부수는 것도 이제 질렸고 말이지. 뭐 좋아. 상대해주지.”


드래곤은 담담하고 큰 목소리로 선언했다. 그들을 공격할 것을. 그리고 8개의 환영이 그것의 주위를 감싼다.


“인간의 애송이들과 구조물들이여. 덤벼봐라.”


9마리로 보이는 드래곤의 모습이 위압해온다.


-시그넘!-


샤멀의 염화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로?


-저기, 아스라의 이동 경로가 또 변했어!-


-그런 건 나중에 말해줬으면 하는데.-


그리고 레반틴을 뽑았다.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떤 방법을 써도 패배할 것 같다.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도 주군과 동료들이 있는 이곳에서 혼자서 달아날 수는 없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이들이 이곳에 있다. 기사의 명예조차 포기할 수 있게 만들었던 주군이 있다. 수많은 전장을, 생사를 같이 한 동료들이 있다. 자신들을 구해준 아이들이 있다. 육신이 붕괴되어도 붙잡아주겠다. 스스로가 파악한 현실에서는 가능성은 없지만 그녀들을 믿어보겠다.


카트리지가 충전된다. 레반틴에서 불길이 일어난다. 통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든다. 하지만 시야를 방해할 수는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일로 생길 약간의 틈들이 기적을 만들어내기를 바라도록 하자. 불굴의 에이스들을 신뢰하며 스스로의 마음의 강함에 의지하며 저 거대한 고난에 덤비도록 하자. 포기할 수는 없다.


시그넘은 동료들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말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여전히 구경하고 있는 드래곤에게 날아갈 준비를 했다. 드래곤이 크게 숨을 들이마쉬기 시작했다. 브레스인가!


드래곤이 죽음의 숨결을 내뿜기 위해 목을 들어 올렸고 시그넘의 시선도 그곳으로 향했다.


“엇?”


그리고 드래곤의 목이 180도로 꺾이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드래곤을 둘러싸던 환영들이 사라졌다.


“뭐야!”


분명히 아스라의 이동 경로가 바뀌었다는 것은 샤멀에게 들었다. 드래곤은 그걸 눈치 채지 못하고 계속 아스라의 아래에 있었다. 분명히 몇 십만 톤 단위인 질량에 대비하지 않고 맞으면 죽는 게 당연하지만. 그래.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만……저기 아무래도 지금껏 상대한 최강의 적에게 돌격하려는 참에 그 최강의 적이 전함에 목이 깔려 사망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허탈한 일이 아닌가?


주변에서 마법을 준비하던 동료들도 멍하니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계속 가만히 서 있었다. 그렇기에 하나의 참사를 막을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





기쉬는 킹을 던졌다. 체스에는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수준이 다르다. 격에 차이가 난다.


“더 할 생각은 없나보군.”


“네. 이길 가능성이 보여야 재미가 있으니까요.”


자신의 말을 듣고 카서스가 몸을 돌려 다시 배의 가장자리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 보면 최종목적지인 뉴캐슬에 가기 전에 항구에 들리기로 했었다. 이 배는 거기까지밖에 가지 않는다. 레콘키스타가 우세의 상황에서 왕당파의 영역으로 갈 배는 없다. 결국 뉴캐슬과 그나마 가까운 항구로 가기로 했고 그 항구의 위치는 배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알비온의 가장자리 쪽에 있다고 들었다.


“이거, 이거.”


유쾌한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카서스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다가갔다. 어차피 무엇으로 시간을 때울까 고민하던 차였다. 왠지 다가갈수록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저, 저기 무엇을 보시는 겁니까?”


말하는 데 왠지 힘이 들었다. 카서스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 자네에게는 안 보이겠군.”


그 말과 함께 강풍이 불었다. 구름이 바람에 의해 갈라진다. 그 틈 사이에 보이는 광경. 저 멀리 그 길이가 수백 미터 이상으로 보이는 금속질의 무언가. 그것은 아래로 하강하고 있었고 왠지 그 몸체의 일정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기쉬는 그 금속질의 무언가가 내려가는 위치를 보았다.


“저, 저기는……”


이 배의 목적지잖아!


“흐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아니 웃음까지 머금은 채 바라보는 카서스의 얼굴이 보였다. 금속질의 덩어리가 항구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기쉬는 보았다. 그의 생애 가장 거대한 규모의 폭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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