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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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최근연재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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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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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1화

DUMMY

31화 기사회생을 할 수도 있지만 세상에는 그 힘겨운 기회마저 빼앗으려드는 인물이 많다는 것에 절망해버렸다.





“아스라에서 마력 집속이 진행 중.”


어떻게든 취소시킬 수 있다거나 할 수는 없겠지.


“블랙드래곤이 아스라 위에 착륙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일단 어떻게 회피해야 한다. 함선의 방어막은 강력하지만 저 최강의 창만큼은 막을 수 없다.


“차원공간으로의 회피는 가능해?”


“게이트를 여는 중에 공격당합니다.”


공격당하면 확실히 죽는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칸쉘을 사용할 수 있는 거지?”


“아, 그건.”


고개를 돌리자 린디가 있었다. 언제 들어온 건지 묻고 싶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아스라의 메인컴퓨터를 재난 상황에 처했을 때로 맞춰놓았기 때문이야.”


확실히 정신조작에 관한 대비책 같은 거는 들어있지 않다.


“함장 부재의 경우도 사용이 가능하게?”


린디가 씁쓸하게 웃었다.


“아마도 명령을 내리는 자로서가 아니라 공격력을 지닌 자로 판단이 된 것 같아. 알칸쉘용의 패스포트도 빼앗겼고.”


“혹시 원격으로 지시를 내릴 수 있나?”


“그건 무리야.”


이런. 정말로 가만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건가.


“블랙드래곤이 아스라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단 말이다! 대책을 생각하라고!


“호, 혹시.”


린디가 오퍼레이터에게 말을 걸었다.


“아스라가 흔들린다거나 하지는 않나요?”


뭔가 미묘한 감정이 섞인 얼굴을 하고 있군, 린디.


“아 확실히 이상할 정도로 강합니다. 단순히 공중에 떴다가 낙하하며 치고 있는데.”


디스플레이를 보았다. 믿기지 않는 힘이다. 물론 눈에 띄게 요동한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데이터는 흔들리고 있다고 말한다. 터무니없다.


“혹시 지금 회피기동을 한다면 범위를 벗어난다거나……”


계산에 들어가는 몇몇이 보인다. 현재 아스라와 거리는 수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 그 정도라면 약간의 오차라도 어마어마한 차이가 생긴다.


“무리입니다.”


“확실히 알칸쉘의 파괴범위는. 휴우”


린디가 한숨을 쉰다. 그래. 알칸쉘의 공격범위는 백 수십 킬로미터에 이른다. 역시 안 되려, 잠깐.


“전속전진! 목표는 아스라!”


“레티. 무슨 소리하는 거야?”


“알칸쉘의 파괴범위를 생각해봐.”


린디가 고심하다 손바닥을 주먹으로 친다.


“이건 도박이야. 가만히 있으면 우린 죽어. 내 생각이 실패해도 어차피 죽어. 성공률은 적어.”


하지만 방법이 없다.


“난 지금 죽을 수 없어. 놈들도 그렇겠지.”


메인 오더 룸의 스텝들이 움직인다.


“전속력으로 아스라로 전진!”


자,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를 문어머리 외계인들아. 어떻게 할 거냐!





울리사리드의 소서러는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본함에 접근 중.”


분명히 이 배의 최대공격수단의 위력은 뛰어나다. 그래. 매우 뛰어나지. 지나칠 정도로.


“알칸쉘을 취소하는 거는 가능한가.”


“가능은 하나 배가 소멸할 위협이 있습니다.”


현재 이 배는 미묘하게 흔들리고 있다. 천장부분이 부서지고 있다.


“이대로 쏘면?”


“근접해오고 있기에 요동으로 인한 정확도의 감소는 없습니다만. 범위 안에 배가 들어갑니다.”


우주라면 반응 전에 어떻게든 대피가 가능한 걸로 알지만 여기는 아니다. 결국 지금 진행 중인 계획은 포기해야한다. 물론 차선의 수단들은 생각해냈다.


“플랜 2는 완성되었나?”


“네. 프로그램 작업은 되었습니다.”


구석에서 다른 작업을 하는 자가 대답한다.


“플랜 2는 5분 뒤에 작동하도록 해라. 플랜 3은 앞으로 2분 뒤. 현재 진행 중인 플랜 1의 계획은 포기하고 알칸쉘은 빈 공간에다 쏜다.”


“알겠습니다.”


소서러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자신의 앞에 있는 정육면체에 열쇠 형태의 패스포트를 꽂았다. 어쩌면 진짜 열쇠인지도 모르지. 그리고 알칸쉘의 발사 지시를 했다. 화면에서 세 개의 띠 형태의 마법진 사이에 있던 청백색의 힘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는 메인 오더 룸에서 나왔다. 앞으로 계획이 시작될 때까지 남은 시간은 2분, 아니면 5분이다. 이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노회한 파라곤이 메인 오더 룸에 들어왔다. 소서러는 이미 없다. 늦었나. 스텝들을 통해 알아볼까 생각은 했지만 이미 소서러가 없는 시점에서 각하다. 애초에 느껴진 바닥에서 느껴진 진동에서 신경이 쓰여 확인하러 자리를 비운 게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귀찮았기에 부하들에게 함장 전용의 패스포트를 넘겨준 게 시발점이지만. 그리고 그 패스포트를 갖고 있던 녀석은 자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젊은 놈을 따라가지 않았고.


아무튼 최대한 빨리 이 배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서러가 세운 계획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유사할 것이다. 현재 이 배의 원주인들은 벌써 이 배의 위치를 포착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배를 가동하기는 어렵다. 인원이 너무 줄었다. 능력이 된다고 해도. 소서러가 일리시드의 유생체를 데리고 왔다는 가정을 해 그 가정대로 인원을 충당한다고 해도 그동안 공격당할 확률이 높다.


그래. 결국 간단한 것이다. 현재 공격해오는 저 배를 부수고 더 이상의 추적을 막는다. 아니면 단순히 조사에 방해를 하는 거겠지. 그래. 너무나도 알기 쉬운 행동을 할 것이다. 이 배를 자폭시킨다는 행위를.





“곧 발사될 걸로 보입니다.”


“경로는?”


레티는 물으면서도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에 후회가 들었다. 몇 명은 어떻게든 전송시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으니 별 수가 없지만.


“조정되었습니다. 본함이 아닙니다!”


환호성이 들린다. 솔직히 당장이라도 기뻐 뛰고 싶기도 하다.


“어디지?”


린디가 끼어든다. 스텝들이 인터페이스를 움직이자 디스플레이에 영상이 잡힌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 세계의 목조선이 보였다.


“이거 거리가 어느 정도지?”


“60킬로미터 정도입니다.”


“젠장!”


누군가 욕설을 터뜨렸다.


“이, 이런!”


당황하고 있는 소리도 들렸다. 틀렸나. 이제 전부다. 저 거리라면 아스라에는 닿지 않고 자신들에게는 닿는다. 머리싸움에서 패배했군.


“알칸쉘. 발사됩니다!”


그리고 청백색의 섬광이 화면을 잠식했다.





타바사는 책을 읽다 왠지 날카로워진 감각 탓에 옆을 돌아보았다. 창문-이라 주장하지만 실상은 환기구-를 통해 퀴르케와 루이즈가 오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나마 귀족을 대접한다고 비어둔 방 -원래는 창고-이라 책을 읽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고 조금 더 있으면 이 상황도 악화가 될 것이다. 오늘은 더 이상의 독서는 무리다. 그럼 뭘 할까?


타바사는 한 번 갑판을 산책하기로 했다. 현재 알비온으로 향하는 배는 별로 없었다. 전쟁 탓인 것 같았다. 물론 전혀 없는 거는 아니었지만 긴급한 사안이라 별 수 없이 시간이 맞는 화물선에 탈 수밖에 없었다. 방이라고 말하는 빈 창고도 두 개라 성별로 나눠졌고.


다소 쾨쾨하던 창고를 나서자 상쾌한 공기가 몸을 감싼다. 어째서 갑작스레 감각이 날카로워졌을까. 아주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걸까. 타바사는 방에 들어가기 전부터 있었던 걸로 보이는 카서스의 근처로 다가갔다.


“지금이라도 명령을 수정할까.”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다.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하늘을 보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할 일도 없다. 그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과 파란 색의 하늘만이 보인다. 구름이래봤자 배의 옆에서도 지나쳐가는데. 하긴 알 턱이 없지.


왠지 저 너머에서 불길한 무언가가 쏟아져내려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이, 불안감이 전신을 지배한다. 카서스가 중얼거리는 것을 멈추고 뚫어지게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답을 알려주지는 않겠지.


수많은 질문을 마음속에 넣어둔 채 조용히 관망하려 하지만 눈앞에 그 모든 답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자가 있다면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사로잡힌다.


“휴.”


타바사는 한숨을 쉬었다. 그저 기대감일 뿐이다. 자신의 어머니는 왜 그렇게 되었는가. 묻고 싶고 답을 듣고 싶다. 그러나 답을 듣는 다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스스로 구해낸 답이 아니고서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줘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다.


계속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시야 전체를 감싸는 청백색의 섬광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빛은 사라졌다.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왠지 이 배를 목표로 온 것 같은데. 옆을 보자 카서스가 알비온이 있다고 알고 있는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른 위치를 보고 있었다.


“호오. 하긴 방금 전의 것 정도라면 신경 쓰이겠군. 그 쪽도 말이지.”


무언가를 유쾌한 것을 찾아낸 듯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아까 섬광이 온 쪽과 조금 다른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파악할 수가 없다.


“타바사!”


퀴르케의 소리가 들렸다. 달려와서 여러 가지 질문을 시작했다. 아까 무슨 지시를 수정하다니 어쩌니 하는 건 안하냐고 물어보려 했지만 퀴르케가 시끄럽게 소리치는 바람에 그냥 방으로 돌아갔다.





시그넘은 긴장하며 제일 처음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려터진 시로의 검을 피했다. 움직이는 와중에 뭔가 미묘한 진동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언가가 배를 공격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신경 쓸 여력은 없다. 솔직히 이기는 방법을 생각할 수가 없다. 그저 살아남을 방법만 궁리하는 수밖에.


다행히 아직 전투는 막 시작되었고 정신지배를 당하는 측은 왠지 본래보다 약해지는 걸로 판단된다만. 사고를 하는 와중에 잠깐 시선을 돌렸다. 천장을 바라보는 발록 같은 외견의 괴물이 있었다. 저것은 능력은 현재로서는 측정되지 않았다. 강적이라는 것은 확실하지만.


“샤멀!”


샤멀이 견제용 바인드를 치고 그 사이 뒤로 빠진다. 괴물은 그냥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 얼핏 보기에는 번개처럼 보이는 칼을 굳세게 잡았다. 공격하러 들어오는 건가. 동시에 시로쪽을 바라보았다. 당연히 바인드를 피해서 이쪽으로 올…… 그냥 잡혀 있다.


타카마치 시로가 샤멀이 그냥 견제용으로 사용한 바인드에 잡혔다. 타카마치 나노하도 잡혔다.


나노하의 앞에 어느 정도 회복시켜 80퍼센트 정도의 크기가 된 그라프아이젠을 든 비타가 멍하니 서 있다. 뭐지? 잠깐 그렇게 서 있으려는 순간 금빛의 낫이 시야에 잡혔다. 반사적으로 피했다.


아아. 그랬지. 타카마치 시로는 그걸 맞았지. 나노하의 스타라이트 브레이커 EX를. 어째 처음 공격이 너무 느리다 했더니. 나노하는 마력과 체력을 거의 다 소모했고. 마력은 카트리지로 충당해도 소모한 체력은 어쩔 수 없다.


뭔가 허탈하지만 약간의 승산이 생긴 것 같다. 저 괴물의 능력에 따라 승산이 갈리기는 하지만. 괴물을 바라보았다. 위를 바라보던 괴물이 빠른 속도로 머리 위로 칼을 휘둘렸다. 뭘 하려는 거지?


귀를 울리는 소음이 들리며 천장이 부서진다. 여러 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모의전을 치룬 페이트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고는 바라보았다. 현재 층의 위층이 보인다. 그리고 위층의 천장 중 보이는 곳 대부분이 박살나 있다. 누군가가 아스라를 부수고 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려는 것을 페이트가 막는다. 평상시의 페이트였다면 이미 정신을 다른 데에 쏟는 순간 패했겠지만 약해져 있는 상태다. 자신도 제법 지쳐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시하고 갈 수 있을 상대도 아니지만.


뒤로 날아서 전황을 확인. 크로노가 1:3으로 싸우고 있다. 당연한다면 당연한 결과로 밀리고 있는 건 크로노. 약해진 상황에서 3:1로 이길 수는 없겠지. 결국 가장 신경 써야하는 건 저 괴물인데. 이번에는 전기속성이 담긴 마력탄을 날리는 페이트. 배리어 재킷을 강화. 간단히 막는다.


괴물의 모습을 찾았다. 괴물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주변에 적측의 원군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상대하는 두 명을 최대한 제압하고 공중으로 가자. 레반틴으로 낫 형태의 바르딧슈를 막았다. 잠시 대치한 상태로 있다 일부러 칼에서 힘을 빼며 바르딧슈가 미는 힘으로 빠르게 자세를 낮추며 주먹으로 페이트의 복부를 가격했다. 페이트가 배를 만지며 뒤로 물러난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 조급함이 자꾸 가슴을 지배하려든다. 빠르게 처리하려 해선지 오히려 더 늦게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미묘하게 실수를 한다. 여기서 꾸물댈 수는 없는데. 전력이 아닌 페이트와의 겨룸은 의미가 없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스라가 무너질 수 있다. 현재 적인 괴물도 그것을 염려해 빠져나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런 것을 신용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시그넘-


염화가 왔다. 소리를 듣는 순간 페이트를 지나쳐 위로 올라갔다.


-먼저 가겠습니다.-


-알았어.-


위로 계속 상승한다. 그리고 곧 상황을 정리했을 자신의 동료들이 올라온다. 그들, 볼켄리터의 주군과 함께.





블랙드래곤은 아스라를 손톱으로 공격했다. 애초에 적당히 구멍 하나만 뚫고 브레스만 날려도 끝이지만 파괴를 즐기기 위해 다소 약한 공격만 사용했다. 중간에 강력한 마법력의 사용과 동시에 청백색 섬광이 날아가는 것에 주의를 기울였지만 별 일이 안 생겼기에 다시 공격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배의 껍데기를 발라내자 불꽃에 휩싸인 악마가 나타났다. 저거 발러로군.


블랙드래곤은 스스로의 힘을 사용했다. 손톱에서 빛이 발생한다. 자신의 손톱에 강한 예기가 생겼다. 발러가 소리를 지르며 주변을 불길한 영기로 물들인다. 블랙드래곤은 웃고는 몸에 강력한 보호의 힘을 펼친다. 뒤쪽에서 인간과 비슷한 것과 인간 하나가 올라오는 것을 무시하고는 몸을 움직였다. 아스라의 장갑이 우그러진다.


발러가 달려온다. 뒤에서 휴머노이드들이 공격해온다. 블랙드래곤은 뒤에서 쏟아지는 마력탄들을 비웃고는 모든 것을 파괴하고자 하는 자신의 충동에 따라 움직였다.





“알칸쉘, 사라졌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마력 반응 자체가 일소되었습니다.”


“기, 기적이라는 건가?”


린디가 한 기적이라는 단어는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현재로서는 그 외의 수단으로 설명할 수가 없다. 우연의 일치라고 우겨보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뭐가 일치해서 된 건지 알 수 없다. 우주의 이치는 현재의 인간의 지성으로 닿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고.


“그럴 지도 모르겠네.”


조금 꺼림칙해도 수긍해두자. 갑작스레 생긴 일이라 멍하기는 하지만 기뻐할 일을 초치기에는 사회경험이 많다. 뭐 그래도 결국은 초치기는 해야 할 테지만.


“현재 상황보고를.”


“배에는 이상 없습니다.”


확실히 맞지도 않았으니 이상이 생길 리야 없지.


“아스라의 상황은?”


“블랙드래곤이 아스라의 상부 장갑을 거의 다 박살내고 있습니다.”


“그거 터무니없네.”


“아아, 진짜 여기 왜 이래. 상식이 통하지가 않잖아.”


누군가가 볼멘소리로 중얼거린다. 확실히 이 임무 시작부터 엉망진창이었다. 관리국에서 전함이 통째로 인질이 되는 것부터가. 군기가 조금 엉망인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좀 참자.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나왔으니.


“흐음.”


누군가가 헛기침을 한다. 왠지 들어본 적이 없다. 뭐 그런 것 기억하는 게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자네가 이 배의 함장이군.”


“당연히 내가 이 배의 최고 책임자……”


말을 하고 나서 목소리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린디야 그렇다 쳐도 다른 아스라의 승무원이 들어온 건가? 아니 아스라의 승무원 중에 반말을 할 수 잇는 위치는 없는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막 몸을 깨끗하게 한 듯 잡티 하나 없이 새하얀 백발과 그에 맞는 새하얀 수염. 딱 보아도 고급 소재의 중세식과 다소 유사한 복식의 검은 로브.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있다. 그 지팡이의 최상부에 인간의 해골이 달려 있다. 그냥 모형이라기에는 알 수 없는 악의 같은 것이 풍겨 나오기에 그것이 진짜 해골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다소 큰 체격에 왠지 위엄이 가득하고 매서운 눈동자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한 명의 노인이 있었다. 분명히 저런 사람이 탄 적은 없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도에서.


“간단하게 말하도록 하지.”


등골이 오싹하다.


“이 배를 나에게 넘기게.”


무슨 말이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가.


“저, 저기 무슨.”


“그래, 상황이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자네들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야. 죽어서 그 시체 째로 나에게 복종하든지 아니면 한동안 살아있는 상태로 내 말을 듣고 이 배를 남겨놓고 자유롭게 되든지.”


“결국 배를 넘기라는 거지 않은가.”


“뭐 그런 셈이지. 하지만 선택지는 두 가지네. 자 내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선택하게나.”


오퍼레이터 중 한 명이 질문한다.


“다, 당신은 누구요?”


“아, 그렇군. 자기소개를 하지 않았군. 요새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는 일이 별로 없어서 말이지.”


노인은 태연히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할라스터 블랙클록이라고 사람들은 부른다네.”


그 말과 함께 마음속에서 무수한 경고가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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