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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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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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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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31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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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4화

DUMMY

34화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그 사태를 바꿀 수 있는 인물이 구경만 하고 있기에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절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아스라의 메인 오더 룸에 연락을!”


“린디. 그건 소용없어.”


린디가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아스라의 움직임은 메인 오더 룸이 적에게 장악되어 있다는 소리이니까.


“그럼 아스라 내부에 잠입한……”


“그것도 무리.”


가능은 하지만 연락하는 와중에 충돌한다. 평소의 관제능력이라면 회피기동을 하면서도 충분히 연락할 수 있지만 운영체제 등의 소프트웨어가 너무 안 좋은 상황이라 역량 부족이다.


“최대한 거리를 벌어!”


린디의 말에 수긍이 든다. 지금은 그거 말고는 방법이 없다. 최대한 빨리 손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데이터를 본다. 한 번 정도는 회피가 가능하다. 현재 자신이 거들 수 있는 건 하나. 회피 직후의 방침을 생각하는 거다.


“조타수와 항해사말고 다른 이들은 모이도록. 두 명은 회피 기동에 집중하고!”

어차피 프로그램 자체의 한계 능력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 여럿이 모여서 처리해봤자 혼란만 가중된다. 다들 긴급한 상황이라 달려들고 있고 모르는 바도 아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면한 것만 생각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 내릴 지시들은 모두 다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야만 의미가 있는 거다. 그래도 추측하고 예상해야만 한다. 그저 살아남고자 하는 당연하고 가장 원시적인 욕망을 위해 가장 날카로운 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잘 듣고 명심하도록. 실수에 대한 대가는 우리들의, 곧 자네들의 목숨이다.”


시선이 얼굴에 쏠린다. 태연히 받아준다. 위기감과 불안감이 뒤섞여 갈피를 못 잡을 것 같고 당장이라도 힘을 빼고 쉬고 싶어도 최고 책임자로서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굳건히 당당하게 서서 마주보아야 한다.


“각자에게 하나씩 지시를 내리겠어. 명령을 내릴 때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하지만 그 전에는 준비 후 대기하도록.”


지금 컴퓨터의 능력은 너무나 하락되었으니 여러 개의 명령을 동시에 수행하기에는 힘들다. 버전이 낮다고는 들었지만 너무 낮잖아. 아니, 저 정도면 구시대의 소프트웨어라고! 내심 생기는 불만을 억누른다. 한 명 한 명 지시를 내린다.


“레티, 나는?”


“그럼 모두들 건투를 빈다.”


답은 없다.


“난 뭘 하면 되는 거지?”


부디 앞으로의 일이 잘 되기를 가슴 졸이면서 바라는 수밖에.


“저, 저기 내 말 좀 듣지?”


“진로를 잡긴 잡았습니다만 계속 진행하면 공중에 떠 있는 대륙의 바로 위로 가게 됩니다.”


“지금 당장은 전력을 다해 회피하는 게 우선이다!”


어깨가 흔들리고 있다. 조타수의 말에 답한 다음 바라보자 린디가 뻔히 쳐다보고 있었다.


“린디제독!”


“무슨 일입니까?”


공적인 자리에서처럼 어느새 경어를 사용하는 린디를 본 뒤 목에 힘을 준다.


“현 책임자로서 지시합니다.”


린디가 표정을 굳히며 주시해온다.


“응원해주세요.”


“네, 아, 하아? 무슨 소리야?”


얼빠진 표정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 텐데. 우리는 지금의 저들을 도울 수 없어.”


우리는 그저 그들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할 뿐이다.


“기원해줘.”


지금도 많은 상처를 입은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 최악의 임무를 위해. 이 엉망진창인 상황에 희생되고 있는 자들은 많다. 지금 할 수 있는 게 지켜보는 것밖에 없다면 최대한의 것을 하자.


“지금까지 잡아뒀던 이미지를 확 깨는구나.”


“그럴지도.”


서로 웃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아스라의 진로가 바뀌었다. 드래곤과 발록 같은 것들이 아스라의 상부를 밟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복도의 바닥에 금이 가고 장갑의 폐기물들이 부서진다. 시그넘은 인상을 썼다.


“곤란해.”


이래서야 위험하다. 파손되어가는 것은 아직은 아스라의 상층부지만. 페이트와 크로노의 제압은 완료했다. 드래곤과 발록 같은 놈들이 없으니 쉽게 끝났다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저것들을 어떻게 해야 처리할 수 있을까.


방법은 생각나지 않지만 저래서야 수백 명의 인질과 아직 남아 있는 스텝들과 침투한 구조대들이 위험하다. 저것들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고려해봐서는 저출력의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고출력의 마법을 함부로 쓸 수도 없다.


물론 극소범위에 강력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공격을 사용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은 필연적으로 접근전이 된다. 자신들은 베르카의 기사 근접전에 탁월한 기량을 갖고 있지만……


저것들 전부 다 자신들보다 뛰어난 상황에서는 자살하러 가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유효한 전술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전투병기로 태어난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니. 시그넘은 레반틴에게 힘을 주었다. 이젠 어쩔까?


-시그넘!-


염화로 샤멀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황하고 있다. 동시에 괴물들이 아스라에서 떨어졌다.


-무슨 일이지?-


-저, 저기 아스라가!-


시그넘은 아스라를 보았다. 그리고 그 앞을 보았다. 어디로 가는지를 알 수 있었다.


-본함에 연락은?-


-되지 않아!-


설마 그 문어머리 외계인들은 본함에 역습을 한 건가? 그러면 왜 나타나지 않는지 이해가…… 아니다. 본함을 역으로 공격했다면 저런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 결론은 하나다. 놈들은 이미 탈출했다.


-구조대에게 연락해! 돌입한 무장국원에게 어서 통신을!-


저 멀리서 샤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아, 무슨 일이십니까?-


국원의 말이 머릿속에서 울린다.


-지금 상황이 어떤가?-


-아직 시간이 있어야 제압할 수 잇을 것 같습니다. 수가 수다보니.-


무슨 소리지? 분명히 작전지휘실에 많은 수의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강한 적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 그쪽도 지휘본부와 연락이 되지 않는 겁니까?-


뭔가 충고나 데이터 같은 게 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저런 것은 처음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이상하다. 최소한 격려하는 시늉을 하는 통신이라도 오긴 왔어야 하는데. 물론 한창 싸우는 도중에 연락하는 건 어지간해서는 안 하는 게 당연하다만 아스라에서 나온 직후부터는 공백기가 다소 있었지 않은가.


-이, 일단 메인 오더 룸을 제압해다오.-


당면한 위기를 처리하고 본함으로 연락해보자. 불길한 예감은 들지 않지만 제대로 된 상황이 아니다. 이 임무는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게 하나도 없었던 느낌이 들기도 하다만.


-메인 오더 룸이 공격당한 겁니까? 저희들의 실력으로는 짐만 늘 겁니다.-


-적은 없어. 단언하지.-


솔직히 방금 전까지는 확신했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그래도 사안은 긴급하다. 방법도 딱히 없다.


-알겠습니다.-


좋은 부하들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씁쓸하다.


시그넘은 계속해서 움직이는 아스라를 쳐다보았다. 무력함을 속으로 한탄하면서.





“아스라가 곧 위치에 도달합니다.”


처음에는 전력으로 회피를 명령했지만 오는 도중에 궤도를 수정하면 그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한 번에 궤도를 바꾸기 어려운 위치에서 고속이동을 하지 않는 이상 시간을 벌 수는 없다. 그래도 전혀 이동을 안 할 수는 없었기에 공중에 뜬 섬, 아니 섬이라기 치기에는 사이즈가 너무 큰 곳의 바로 위로 와버렸지만.


“프로그램 발동 준비는 되었나?”


메인 크루들이 자리에 착석한 것을 바라본다. 미리 준비한 몇 명이 손을 든다. 됐다는 소리다.


“실행하라!”


부스터에 시동이 걸리고 엔진이 풀가동된다. 평소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역시 우수한 인재들이다. 그 짧은 시간과 열악한 환경에 이걸 사용할 방법을 찾아내다니.


“아스라의 진로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본함에 충돌하기 위해 다시 궤도 수정을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상당한 거리에서 궤도를 바꿨다면 조금의 수정으로 충분했겠지만. 그래도 충돌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많이 들었는데 다행이야.


“그럼……”


아까 전까지 알칸쉘이 발사되기 전까지의 지시들을 생각하고 앞으로 해둬야 할 것들을 미리 준비했었다.


“구조대에게 연락을!”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스라의 메인 오더 룸을 제압하는 것이다. 구조대기는 하지만 무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지구 측 인질을 구조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편성할 때부터 무장국원이 있는 상태이다. 뭐 제 97관리세계인 지구 측 인질의 트러블-자세한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려다 지웠다-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현재 유효하게 움직일 수 있을 만한 무력은 그쪽밖에 없다.


인터페이스를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현재 프로그램의 문제 탓에 음성만을 연결시킨다. 화상까지 보내기에는 여유가 별로 없다.


“들리나?”


-레티 제독님이십니까?-


“그렇다.”


다행히 연결이 된다. 아스라의 메인 오더 룸을 제압한 다음 그것의 운영체제 및 기타 프로그램을 이쪽으로 보내서 사용하면-물론 다른 전함이기에 손볼 곳이 좀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은 완료된다.


“지시를 내리겠어.”


-자, 잠시만!-


뭔가 당황한 듯하다.


“긴급 상황이 발생했는가?”


지시를 따르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아도.


-그, 그것보다 정신이 지배되지 않았다는 증거를 대주십시오!-


“무슨 소리하는 거야!”


-방금 전까지 아무런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볼켄리터 측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상황이 안 좋았다.”


-그것을 설명해주십시오. 애초에 왜 음성만으로 연락하는 겁니까!-


확실히 현재까지 얻은 데이터 중 가장 알아보기 쉬운 정신 지배에 당한 피지배자를 알아보는 것은 눈을 보는 것이다. 멍해진 눈이 자신에 대한 제어력을 다른 것에게 빼앗겼음을 알려주니까.


“하아.”


어쩔 수 없나. 보통이라면 항명이니 뭐니 따지겠지만 상대가 그런 거다. 정말로 최악의 상대다. 그 문어머리 외계인들. 안 그래도 시간이 별로 없는 판인데 이런 데다 써먹어야 하는가? 하지만 당면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니.


“다른 계획을 잠시 멈추고 화상을 연결해줘.”


“에, 하, 하지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방법이 없잖아.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화상이 연결된다. 다소 지저분한 화면이 뜬다.


“이제 되겠나?”


-하, 하지만 아까는 염화도 안 되고.-


염화할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지휘관인 자신이 염화를 하기 위해 정신을 쏟는 건 이런 위급 상황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자꾸 그러면 자네에게 항명죄를 부가할 걸세. 잘 봐. 지금 우리들이 스스로의 자아를 잃고 멍하니 괴물들의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는지 뚜렷하게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그 눈이 제대로 박혀 있다면 알아볼 수 있을 것 아닌가!”


대원이 잠시 머뭇거린다. 그리고 말한다.


-아, 알겠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시간을 낭비해버렸지만 더 낭비할 수는 없다.


“메인 오더 룸을 제압하게! 당장.”


-저, 저기-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진짜로 항명죄를 적용시켜버릴까? 진짜 화가 나네.


-방금 전까지 그거 하려고 했습니다만.-


“그, 그래…… 빨리 가봐.”


-알겠습니다.-


이런. 결국 시간을 낭비하게 한 건 이쪽인가. 하아. 골치 아프군. 작전을 세운 건 분명히 방금 전과 같은 사태를 피하기 위해서였는데 역으로 적용되다니. 소모한 시간은 수십 초긴 하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럼 다음으로.”


갑자기 힘이 빠져나갔지만 그래도 계속 움직여야 한다. 실수에 연연해 시간을 소모해도 괜찮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까.





아스라의 작전지휘실에서 인터페이스들을 빠르게 두들기고 있는 선원들. 그들 중 하나인 자신도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플랜 3 일단 실패.”


플랜 3는 배의 경로 변환이었다.


“지시가 내려졌음. 일단 실패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완전 실패로 취급. 플랜 2 발동을 준비함.”


플랜 숫자는 계획이 세워진 순서대로였고 실천에 옮기는 순서와는 달랐다. 지시는 이미 밖에 나간 우리들의 지도자가 디바이스를 통해 내린다. 그래, 우리와는 다른 자가. 아니 우리는 우리와 다른 자를……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에 집중하려는 의사가 사라져간다. 뭔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느새 다시 작업에 열중하려는 마음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라기보다는 누군가들이라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적이라면 대항을 해야 한다. 문이 열린다. 친숙한 적들이 보인다. 친숙한 적들? 이상하지만 그래도 저건 적이다. 공격을 해야 한다. 몸을 움직였다. 바로 바인드에 묶였다. 얼굴 부분은 움직이지만 그 이상은 무리.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 complete라는 단어가 잠깐 나오고 사라졌다. 여기 있는 자들 중 누구도 완료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걸로 된 거다. 단지 10초만 더 일찍 공격이 들어왔어도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지만. 플랜 2는 이제 실행된다.





기쉬는 체스를 두고 있었다. 아직 몇 분도 안 되었는데 벌써부터 패배가 확실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하늘을 감상하는 것도 방인지 창고인지 구분이 안 가는 곳에 있는 것도 지겨웠기 때문에 선원에게 말을 걸었는데 선장이 사용한다는 체스판을 빌릴 수 있었다.


보통 집에 있는 것에 비해 아주 얇은 판이었다. 하긴 휴대용이기에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 말들도 제대로 조각이 되어 있지 않은 하급의 것이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고 그걸 겨룰 상대를 찾아보았다. 방에 틀어박혀 어두운 분위기로 무언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는 왈드에게는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뭔가 행복한 듯이 푹 자고 있는 사이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지간해서는 그런 얼굴이면 깨우지 않지만 원한이 남아있기에 깨웠지만 그 녀석은 체스를 둘 줄 몰랐다.


그래서 나와서 이번에는 체스판을 마련했다는 선장에게 가려했다가 지금 항해하는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다른 사람을 찾아보았다. 역시 항해 중이고 체스를 둘 줄 아는 사람도 별로 없을 선원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다른 방인지 창고인지의 여자들 쪽에 가보려고 했다만. 케티와 몽모랑시한테 당한 기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생사의 기로에서 서서 어둠 속으로 빠져들던 감각이, 재생해서는 안 되는 영역의 기억들이 심연 속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 하려는 것은 단순한 체스이지만 아직 트라우마가 사라지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젠가 극복해야 할 것이라 해도 심심함을 풀기 위해 그런 걸 할 만큼의 위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남은 인물은 결국 실피드와 그 인간이다. 하지만 실피드는 말을 움직이려다 실수해서 자신이 압사되는 위기에 놓일 확률이 제법 많은 것 같다. 타바사한테 물어보면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고 실제로도 그런 위험은 없을 수도 있지만 꺼려지는 것을 할 생각은 없다.


결국 하늘을 쳐다보던 카서스에게 말을 걸었다. 뭐 되든 말든 상관은 없고 실패해도 시간을 사용하는 데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카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몇 수 안 두었는데도 패배로 돌격하고 있는 느낌이 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길게 생각하며 말을 옮기지만 앞에 앉은 카서스는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자마자 바로 말을 움직였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동안 다시 하늘을 쳐다보기도 했다. 몰래 조작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드시 걸릴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메리트도 없었기에 계속 두고는 있지만 심심함 대신 패배의 뼈아픔과 자신의 부족함을 보게 되어 더 나빠지는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닌지 염려가 된다.


우선 나이트를 이쪽으로 옮기면 당장의 체크메이트는 회피할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다음 수에서 저 폰을 옮기면 나이트가 먹히고 저 앞의 비숍을 견제할 수단이 없어진다. 다른 말을 옮겨도 한 수를 손에 넘겨주는 셈이 된다. 기쉬는 이마를 잡았다. 과연 고수라는 건가.


“흐음.”


또다시 카서스가 하늘을 쳐다본다. 자신이 생각하는 시간동안 다른 걸 보고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수준 차가 심하게 난다고 해야 하는 건가.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하긴 나이차도 제법 나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볼 때마다 자신보다는 나이가 많을 것이라는 판단이 드니까. 그래도 앞의 상대에게 집중해주는 게 예의가 아닐까. 설마 너무 못해서 예의를 차릴 필요도 없다고 판단되고 있는 건가.


“뭐. 알아서 하겠지.”


자신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은 알겠다만. 대체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지 알 수 없다. 하긴 알 수 없는 게 조금인 것도 아니긴 하지만 저 하늘에 무언가 있다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인다. 하지만 카서스의 시선을 따라서 봐도 자신의 눈에는 그냥 하늘밖에 보이지 않기에 다음 수를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를 생각하는데 정신을 쓰는 게 나을 거라는 결론이 나오는 현실이 조금 슬프지만. 기쉬는 잠시 체스판의 빈 공간을 바라보다 말을 옮겼다.





“지금 아스라의 메인 오더 룸을 제압했다고 합니다.”


그런가.


“그럼 저희는 다음 계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스텝 중 몇 명이 일어섰다. 보통 때는 전부 이 방에 있어야 하지만 프로그램의 제약 상 있어봐야 의미가 없게 된 인물들이다.


“괜찮겠나?”


레티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물었다.


“아스라의 통제권을 되찾아야 하고 또 거기의 프로그램이 있어야 본함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지요.”


그래. 그것은 자신이 지적한 것이다. 게다가 직전에 일어난 적의 작전을 봐서는 그 문어머리 외계인들은 분명히 아스라에서 빠져나왔다. 본함으로 침입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돌입한 인물 중 기술반은 지금 세뇌 상태이다. 본함에 남은 보조 인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부족하기에 여기서 차출하는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리고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아스라의 밖에서 아스라를 부수려는 것도 있으니.


“구조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타카마치 시로 및 아스라의 메인 스텝들을 넘기는 것에 허가를 받으러……”


“기술반은?”


“반항이 아직 있어서 조금 걸릴 거라는군요.”


“허가해줘.”


말을 마친 뒤 다시 밖으로 나가는 승무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잘 부탁한다.”


“맡겨만 주시길.”


그래. 일단 저 드래곤과 발록 비슷한 괴물은 아스라의 제어권을 완전히 가지고 있다면 떼어낼 방법이 있다. 이제 승리한 것은 우리 쪽이다.


레티는 곧 그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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