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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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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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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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30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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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2화

DUMMY

32화 살아났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다시 사라져버렸다.





마틸다는 허름해진 옷을 보며 주저앉았다. 아직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벽들과의 마찰과 함정의 회피 등등을 시도하다보니 이 모양이 되었다. 주변에 살아남은 몇 명의 용병들을 보았다.


“여기 대체 뭐야?”


누군가가 불평을 터뜨린다. 그런 말을 떠들 여유도 있나. 자신은 처음에 들어가자고 한 남자가 안 들어오는 것 보고 바로 나가려했는데. 사람들에 떠밀려서 조금 들어오긴 했어도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들어온 바로 그 길로 갔는데.


“우리가 정신병에 걸린 건가?”


차라리 그랬으면 좋을 것 같군. 마틸다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곳과 관련된 이야기와 스스로 진단한 몸 상태로 봐서는 결코 아니다. 솔직히 가는 길의 바닥이나 벽이나 천장이나 다른 어디나 자신의 마법이 통하지를 않는다. 게다가 문이나 일정한 구획을 지나치면 처음에 보던 곳과 다른 곳에 가 있는 경우가 다수다. 그리고 그냥 강력한 환상 주문 탓이라고 생각해서 돌아가도 처음 움직인 그 장소가 아니다.


그 외에도 길을 가다가 갑작스레 나타나는 괴물들. 어떤 거는 그냥 지나쳐가고 어떤 거는 공격해온다. 그리고 괴담에나 나오는 해골만 남은 살아있는 시체들과 천장을 떠도는 유령들. 살아 움직이는 칼날들과 불길한 눈빛을 한 채 달려오는 텅 빈 갑옷들. 크기는 보통이나 터무니없을 정도로 빠르고 날렵하며 마법이 안 먹히는 골렘들. 처음에는 얕보고 덤벼든 이들이 있었지만. 그저 학살당할 뿐이었다.


어떤 의미로는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길들과 문 탓에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얼마나 지났지? 들어온 지.”


누군가가 시간을 묻는다. 용병 중 하나가 소형 모래시계를 본다. 그리고 욕설을 퍼붓고 말한다.


“아직 20분이 안 지났어.”


“그, 그래.”


겨우 그거밖에 안 지난건가. 몇 시간 흐른 줄 알았는데. 마틸다는 가방에서 비상식량을 꺼냈다. 보통 때는 맛이 없어도 먹을 만은 했던 게 지금은 구역질이 날 것 같다. 그래도 계속 달리다시피 했으니까 소모된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이런 데서 죽을 수는 없다. 해야 할 것이 많다.


“어이.”


누군가가 몸을 흔든다. 소리치려고 하자 손이 입을 막았다. 뭐 하려는 거야! 앞에 있는 자가 머리를 좌우로 젓은 뒤 한 손으로 위를 가리킨다. 사람의 모습과 유사한 흐릿한 외견의 것이, 유령들이 있다.


-지금이라면 빠져나갈 수 있어.-


음울하고 낮은 소리다.


-‘괴물’은 예정 이상으로 늦게 돌아오고 있어. 그가 펼치던 마법이 약해진 지금이 기회야.-


-하지만 지금은 대낮인데?-


-햇빛으로는 소멸되지 않아. 괴롭고 두렵기는 하지만-


듣는 것만으로도 몸이 공포에 녹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비명만 질러버릴 것 같은 느낌의 소리들.


-그, 그래도.-


-나는 가겠어. 현재까지는 바깥에 있는 자들만을 증오하고 있지만 곧 스스로의 악의에 짓눌려버리고 말 것 같아. 기회가 더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밤이라는 보장도 없어.-


그리고 비명이 들렸다. 마틸다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모른다. 햇빛을 뚫고 할라스터의 던전에서 빠져나간 하나의 유령이, 그리고 그 빛의 고통에 마지막에 있던 인성을 버리고 만 하나의 스펙터가 알비온에 나타난 의미를.





압도적인 불길함과 공포가 전신을 지배하려든다. 본능이 소리치고 있다. 눈앞에 선 자의 이름을 들은 순간부터 생사의 기로에 서버리고 말았다고.


“미, 미안하지만 그,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비웃는 사람은 없다.


“뭐 상관없네. 그리고 약간의 생각할 시간 정도는 주지.”


냉정하게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직감이 경고한다. 그의 제안을 가장한 협박을 듣지 않는다면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거라고.


“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당신!”


스텝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이의를 제기했다. 노인이 말한다.


“이 자의 의견이 여기 있는 자 전원의 의견인가? 아니면 혼자만의 독단인가?”


그 스텝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어차피 경고의 의미로 희생양 하나 정도는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네.”


노인의 말과 함께 스텝이 쓰러졌다. 반사적으로 달려가 만져봤다.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사람의 시체는 죽고 나서 바로 식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건. 보통이라면 당장 소생을 시도하려 의무실로 보내면 웬만해서는 살아나겠지만. 복잡해져가는 생각 속에서 하나의 결론이 도출되었다.


이제 이 스텝은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로는 절대로 살릴 수 없다고.


“너, 너!”


평소 그 스텝의 친우로 알고 있던 인물이 노인에게 소리쳤다. 그 기분을 이해하면서도 말리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직 죽고 싶지 않단 말이다. 단지 그걸 막는 행위조차 신경에 거슬릴 것 같기에 조용히 입을 닫은 채 바라보기만 하다. 스스로에게 던져지는 욕설과 세상에다 하고 싶은 불평이 쌓여가는 것을 참으며.


“호오. 용기가 있는 자로군. 그러니까 상을 주지.”


노인이 소리친 자에게 다가간다. 노인의 다가오자 흔들리는 눈으로 입을 닫아버렸다. 그럴 거면 왜 했냐고!


“고르게나. 지옥의 종류는 많으니까. 그래. 어디로 보내줄까?”


지옥이니 뭐니 헛소리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상하게도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소리기는 하지만 의심할 수가 없다. 도저히. 저 노인이 지금 산채로 지옥이란 곳에 던진다는 말이.


노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아, 귀찮군.”


이미 죽은 자신의 스텝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해골로 상부를 장식한 지팡이를 갖다 댄다. 스텝의 몸이 움찔거리다가 크게 요동을 친다. 거의 날뛰다시피 움직이며 몸이 커진다. 3미터에 가까울 정도의 체격으로 변했기에 옷이 찢어졌고 피부는 변색되었고 얼굴의 골격이 변했다. 노인은 잠시 바라보다 유쾌하게 웃는다. 스텝이었던 것은 어느새 일어서서 주변을 둘러본다.


귀가 뾰족하다. 코였던 부분은 썩은 것처럼 구멍만이 나있고 변색된 피부는 모래의 색 같다. 입은 크게 벌려져 날카로운 이들을 보이며 머리털은 죄다 사라졌다. 손과 발이었던 것은 육식동물의 그것처럼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슴 부분의 살점이 사라져 갈비뼈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갈비뼈 사이에…… 맙소사! 변하기 전의 스텝의 얼굴이 있다. 고통스러운 듯이 흰자위만 보이는 눈을 돌리고 있다. 왠지 썩어가는 것 같은 본래의 팔을 흔들고 있다.


“그래. 어차피 자네들을 살려두면 할 게 많아지지. 애초에 종족 자체에 특수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배의 조작법을 익히면서 사용할 바에는 아예 승무원들을 그대로 쓰는 게 좋지.”


메마른 웃음이 입 속에서 나온다. 하하하. 이제는 어째야 하는 거지.


“축하하지. 그대들은 영원히 그대들의 정신을 지속시킬 수 있을 거야. 일종의 불사라는 거지. 그 영혼의 움직임은 내 손 안에 잡혀있겠지만.”


웃기지마. 그 따위가 뭐가 축하할 일인데. 속으로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자, 그럼.”


노인이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피스. 여기서 작별인 것 같구나. 미안하다. 레티는 부들거리는 몸을 한 손으로 잡고 힘겹게 노인의 눈을 보았다. 결국 죽는다면 그나마 당당히 죽고 싶다. 죽고 나서도 계속 저 노인의 손아귀에 있을지라도. 노인이 웃었다.




금속으로 된 물체들이 서로 부딪칠 때 나는 소리 같은 게 자신의 앞에서 났다. 노인이 고개를 돌린다. 그 시선을 따라 눈을 움직였다. 구석의 좌석에 앉은 회색 외투 차림을 한 인상이 명확하지 않은 남자가 보였다. 남자가 일어섰다.


“미리 밝히지만 그 쪽과 싸울 용의 같은 건 없……”


말을 하던 와중에 노인이 손을 움직였다. 남자의 밑에서 거대한 손 같은게 나타나다 사라졌다.


“방해하는 건가!”


“그 전에 하고 싶은 말이……”


노인이 갑자기 여럿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사라졌다. 무수한 번쩍임들이 나타났고 이윽고 지워졌다. 왠지 조명도 꺼졌지만 그렇게 어둡지는 않다.


“이봐. 난 그쪽하고 적대할 생각이 없다고.”


곧 노인이 나타났다. 남자는 계속 말한다.


“처음부터 싸우려 들었다면 방금 전의 그걸 막기만 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 않나?”


노인이 차갑게 남자를 바라본다.


“미래의 자신들을 불러와서 집단으로 시간을 정지해서 마법난사라.”


남자의 말에 노인이 손으로 턱을 감싸다 질문한다.


“용건이 뭐지?”


“이 배에 관한 건데……”


노인의 손에서 빛이 났다.


“결국 서로가 싸워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넌 나의 시간을 빼앗았으며 나를 모욕했다!”


그 말과 함께 노인은 사라졌다. 남자가 한숨을 쉰다.


“아직 딱히 말도 안 했는데. 말이 안 통하는군. 정말로.”


남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이쪽을 본다. 뭔가 확 타오르는 소리가 난다. 돌아보자 스텝이었던 이형의 괴물이 사라지는 게 보였다. 다시 남자 쪽을 보았다. 이미 거기에는 빈 공간만이 있었다.





카서스는 다시 갑판에 서 있었다. 약간 일그러진 얼굴을 폈다.


“저 사람 그 사이 어디 간 거지?”


“모르겠네요.”


뒤에서 수군거리는 일꾼들을 무시하고는 천천히 현 상황을 생각했다. 그는 저 전함을 보았을 때 그 전함 중 하나가 그들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이 본 것이라면 그것이 어디에 있든 방해수단이 없는 한 어느 차원에 어디에 있든 위치를 알아낼 수 있으니까. 새로운 지식의 원천을 쫓아가기 위해서.


순수한 기계문명이 아니기에 다소 실망이 들었지만 이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었다. 그렇기에 관찰했고 그들의 일이 끝나는 것을 기다렸다. 알비온에도 관심이 가기는 했지만 현재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은 이문명의 지식을 익히는 것. 위저드로서의, 그 이전의 학자로서의 수백 년간 만들어진 새로운 본능을 쫓는 것이었다.


구름이 떠간다. 바람에 그 끝자락을 휘날린다. 애초에 여기에 온 같은 네서릴의 마법사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하긴 그 배에서 아까 자신이 지워버린 알칸쉘이라고 하는 마도포에 그 위저드도 눈치 챘겠지만.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질감이 있고 다른 목적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위저드로서의 동류의식에 의해 구경만 하기로 했다. 결국 저 배에 있는 자는 자신이 모르는 자다. 자신은 위저드임과 동시에 왕이었다. 그리고 수백 년을 살았다.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전투라면 인간을 돕겠지만 이 경우는 아니다. 익숙해서는 좋지 않다고 판단되는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기에. 다수를 위해 소수를 없앤다거나 강력한 하나를 위해 무수한 자를 죽이는 결정 같은 것에.


구경만 할 생각이었다. 그 위저드가 영원히 그들을 종속시키려 하지 않았다면. 종속된 상태라면 어떤 식으로도 거래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그 배의 최고책임자가 종속되면 새로운 곳으로 향하려는 자신의 계획은 방해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자신은 거래를 하기 위한 수단이 없다. 그가 그들을 언데드로 만들기 전에 미리 자신이 있다는 것을, 그 위저드가 알고 있다고 해도 다시 강조시킬 필요가 있었다. 즉 여기에 끼어들지 않는 조건으로 지식욕을 추구할 길을 찾기로 했다만.


“말이 전혀 안 통하는군.”


카서스는 쓴웃음을 지었다. 거기다 그는 자신을 이제 적대시할 것이다. 현재 자신은 쓸 만한 마법의 가호가 담긴 물품이 하나도 없고 이곳은 그 위저드의 영역이다. 게다가 그 위저드의 연구실인지 던전인지 알 수 없는 곳은 최소 백 년 이상의 시간에 의해 만들어진 제대로 된 하나의 요새다.


아마도 그 위저드는 절대로 모욕을 참지 못하며 아주 세밀한 적의나 방해를 눈치 채는 데 능숙한 자겠지. 하긴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뛰어난 지성이 요구된다. 역시 조우 시에 죽였어야 했을까? 이미 늦은 일이다. 게다가 그 정도의 요새라면 안에는 최소 십에서 이십 정도 되는 클론들이 있을 것이다. 영혼 자체를 잡는 방법은 어렵지 않지만 그걸 없애도 동일한 기억을 가진 것들이 한꺼번에 덤벼올 뿐. 오히려 하나씩 잡는 게 편하다. 그래도.


분명히 자신의 힘은 그 위저드를 충분히 압도한다. 하지만 그 위저드 역시 살아가다보면 필연적으로 만들어질 틈에 공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지는 된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지팡이 하나만으로 웬만한 전사들을 가볍게 쓰러뜨릴 수는 있지만 그런 건 일정 이상의 영역에 도달한 위저드끼리의 싸움에서 전혀 의미가 없다. 결국 귀찮게 된 건 확실하다.


어느 수준을 넘어선 위저드의 영역. 하지만 도망칠 생각 같은 것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가보자. 우선 상대는 마법물품을 만들 여유를 주지 않을 것이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방해할 것이다. 자신 역시 위험한 마법이 사용되게 놔둘 생각은 없다. 시간 정지정도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곤란한 것은 제법 있다. 여기는 일정 이상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주문을 사용하면 신들이 개입한다거나 하는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자신이 현재 최대한 경계해야 할 것은 결국 하나.


시간이동의 비전이다.


카서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서릴의 위저드들 중 어느 정도 이상이면 누구나 다 쓸 수는 있지만 신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마무리된 그 주문. 시간술사 제리아의 죽음 이후 딱히 연구가 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이 개입이 없는 곳에서 사용되면 정말로 위험해진다.


못 쓸 거는 없지만, 아니 오히려 자신에게는 간단한 거지만 그걸 써서 과거로 돌아가 그 일을 만류하려 한들 바로 신들에게 살해되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문제가 좀 심각하다. 카서스는 기지개를 폈다. 아무리 실력 차가 나도 위험 요소가 많다.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생각해보도록 하자.


카서스는 다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잠시 여기 온 후에 생긴 일을 생각해보았다. 기쉬의 일은 간단히 그의 언변에 의해 끝났다. 모트 백작의 일은 다 성공한 시점에서 타인의 개입으로 엉망이 되었다. 후케의 일은 거의 다 끝난 시점에서 그녀 본인이 직접 다른 방향으로 사건을 틀었다. 물론 카서스 자신의 의도가 조금 있기는 했어도. 그리고 방금 전은 본론이 나오기도 전에 일이 생겼다. 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잠시 눈을 감았다 바로 떴다. 일반인에게는 보이지 않을 두 척의 배를 보았다. 자신은 블랙드래곤을 보냈지만 한 척의 배가 소멸할 마법을 지웠다. 그리고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위저드에 의한 곤경에서 구출해주었고. 게다가 인간의 뇌를 먹는 자들은 이미 배에서 빠져 나갔다. 일단 약해보이는 게 많기는 해도 우주여행이 가능한 문명이다.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곤경을 주는 건 거의 없다. 하나의 적을 제공한 대신 두 개의 불가항력적인 위험에서 구해주었다. 나름대로 빠져나올 수단 정도는 있겠지. 카서스는 곧 자신이 지나친 과대평가를 했음을 알게 되었다.





레티는 멍하니 서 있다가 불현듯이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책임자다. 사태는 긴급을 요하기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현황 보고를!”


조명이 꺼지기는 했지만 어둡지는 않은 방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스텝들이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한 명이 말한다.


“저, 저기.”


“무슨 일이지?”


“제 디바이스가 지금 작동이 안 됩니다.”


그런가. 레티는 들은 김에 자신의 디바이스도 만져 보았다.


“어, 어라?”


소리를 내고 말았다. 주변이 술렁거리더니 확인을 시작했다. 다시 보니 노인이 오기 전에 켜진 채로 눈앞에 있던 디스플레이들도 꺼져 있다.


“호, 혹시 지금 디바이스가 가동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메인컴퓨터는 작동하는가?”


오퍼레이터가 빠른 속도로 인터페이스를 만지작거린다. 디스플레이들이 다시 뜬다.


“휴.”


긴장감과 한숨을 내뱉으려고 했다. 마력을 생성해내는 엔진 같은 것에 이상이 생기지는…… 레티는 생각을 잠시 멈췄다.


“이, 이거 혹시 버그?”


“죄송하지만 제가 보는 디스플레이도.”


디스플레이에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저, 이, 이건.”


구석에 있던 스텝이 놀라면서 말한다.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졌어요! 기억장치에 남은 게 없어요!”


“어이, 그, 그거 말이 되는 거야?”


아, 아니.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절대로!


“저, 저기. 우리들. 지금 공중에 있지?”


린디가 말하고 있다.


“그, 그리고 공중에 있는 함선을 제어하도록 명령을 내리는 게 메인cpu고?”


고개를 끄덕이는 스텝들. 빨리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 지금 그 프로그램이 죄다 날아갔지? 게다가 만약을 대비해 프로그램을 닿아두는 디바이스도 전부 고장이고?”


“그, 그래.”


린디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 그러니까 배를 공중에 뜬 상태를 유지하던 마법에 마력을 부여하는 기능이 사라졌을 거라는 소리네.”


“하하하.”


생기 없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 그래. 시간이 얼마 없어.”


이미 다 알게 되었나. 패닉을 일으키지 말아야 할 텐데.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린디가 신음하며 계속 말을 잇는다.


“추락해버린다는 소리지?”


정확한 결론이야. 린디. 레티는 힘없이 땅바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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