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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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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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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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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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42화

DUMMY

42화 오늘도 제목 최후미에 ‘버렸다.’를 배치하기 위해 고민을 해 버렸다.





웨일즈는 팔에서 무언가를 쏘아내는 감각을 상기하고 짤막한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순간마다 을씨년스러운 어둠이 갈라지고 창백한 안개가 비명을 지르며 위협적인 빛에 녹아버린다. 눈을 가늘게 뜨고 봐도 다소 부담이 가는 광채. 근접한 곳에 사용한다면 그 순간부터 유명한 마법 연고를 얻을 때까지 빛을 인식할 수 없겠지.


“이봐. 그런 게 있다면 진작 써야 하는 거 아냐?”


누군가의 불평소리. 그런 게 있는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얼마 없는 메이지의 상당수를 최전선에 배치해 망령들을 유인하기 위해 죽게 놔두고 성의 외벽을 박살내는 작전 같은 걸 쓸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 성벽 위에 반역자 무리만 있었다면 그들을 처단하기 위해 써먹을 가능성도 있지만.


대체 누가 놓고 간 것인가? 이런 것의 주인이 당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히 일부러 놔둔 것이겠지. 자신의 앞에 몇몇의 메이지들이 호위를 위해 서 있다. 여전히 병력의 열세는 확연하다. 타개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 그걸 들고 있기에 중압감이 든다. 그래도 무시하자. 좀 더 빨리 사용할수록 적들은 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생존자는 늘 것이다.


적의 위치를 확인한다. 지팡이에 깃든 힘을 개방시킴과 동시에 눈을 감는다. 빛은 눈꺼풀의 방벽을 뚫고 들어온다. 완전히 감고 사용할 때는 무리가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처리 속도가 늦어지는 게 해악이다.


눈의 고통과 생존자의 수에 대한 갈등이 잠시 생겼지만 고통을 감수하기로 했다. 수분이 자꾸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눈을 깜빡이며 지팡이의 힘을 사용한다.


섬광이 연속적으로 번쩍인다. 그래, 힘들어도 움직이자. 그럴수록 비참하게 살해된 자들의, 삶에 대한 증오가 이 세상에 재현된 것들은 사라진다. 신속히 끝내고 푹 쉬자. 그리고 평온한 나날을 살아가자.


웨일즈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 적을 찾았다. 시력은 약해져 간다. 휴식을 취하려는 생각이 두뇌를 꽉 채우는 것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하면서 배제해야 할 것을 찾는다. 왠지 본 적이 없는 문어머리의 괴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문어머리 악마?”


상기된 것은 예전에 본 보고서의 내용. 유령에 대한 이야기 말고도 있었던 다른 것.


“아직 안 끝난 건가? 아니 더 있는 건가?”


또 다른 뭔가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감당할 방법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것들이 현실에 강림해버렸다. 외벽의 폐허를 넘은 뒤 내벽의 얇은 벽 위로 떠올라 다가온다. 미끈해 보이는 피부는 흡사 양서류의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


몸이 떨린다. 미지의 것이, 어둠을 유쾌하게 생각하는 것이 움직였다. 숨이 차오른다. 지긋지긋하고 위험한 상태를 벗어날 거라는 예상이 무너져 버렸다. 피로가 몸을 잠식하려 든다. 입술을 깨물었다. 비릿하게 혈액의 맛이 났다. 괜찮아. 아직은 거리가 있어.


웨일즈는 둘러보았다. 유령 중 일부가 문어머리의 악마 중 유난히 거구의 존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빛이 번쩍였다. 거구의 문어머리 악마만이 남아 있었다. 문어머리 악마가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사라졌다.


“저, 저거 뭐야?”


같은 탑이기는 하지만 수십 미터 이상 떨어진 데서 들린 비명을 따라 눈을 움직이자 아까 그 거구의 문어머리 악마가 있었다. 뭐, 뭐지? 뭘 한 거지? 순간이동?


문어머리 악마의 앞에는 왈드 자작을 위시한 3인방이 서 있었다. 미스 발리에르가 사역마를 앞으로 밀었다. 사역마가 당황하며 검을 뽑았다. 문어머리 악마가 사역마의 검을 쳐다보다 사역마에게 시선을 향했다. 가만히 놔두면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다. 지팡이를 문어머리 악마와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키게 한 후 힘을 사용했다.


“아아, 이런 거였나?”


들어본 목소리. 정확하게는 뇌리에 새겨지던 목소리와 유사한 것과 같은 느낌의 것. 전에는 이해할 수 없는 수단이었지만 이번에는 분명히 육성. 유령들에게 추격당할 때의 구원자의 것과 같다.


“착각을 했군. 그쪽에 강력한 힘의 소유자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들의 조사는 틀린 게 아니었나보군.”


뒤에서, 인접한 곳에서 들린다. 그 거구의 악마가 조용히 말하고 있다.


“당신은 누구지?”


지팡이를 겨눴다. 전에 도움을 줬다고 해도 방심할 수는 없다.


“그 지팡이를 내놔라.”


“무슨 이유로?”


건네줄 생각은 없다. 게다가 아까 전의 질문도 앞에 있는 것은 무시했다.


“그걸 내놓는다면 직접 죽이지는 않겠다. 잠깐 정도는 생명을 연장할 수 있겠지.”


이 자는 적이군. 웨일즈는 눈을 감음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지팡이의 마법을 사용했다. 문어머리의 악마는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은 듯 서 있었다. 그것이 손을 움직였다.


찰나의 순간 어떤 직감이 떠올랐다.


죽어버리고 만다고.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문어머리의 악마가 입가의 촉수들을 흔들고 있었다. 저런 종류의 생명체의 인상 같은 것은 알 리가 없지만 한 가지 확신이 들었다. 그것은 당황하고 있다. 잠시 후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를 찾던 그것이 다시 사라졌다.


주저앉았다. 힘이 빠졌다. 가쁜 숨을 내쉰 뒤 가만히 있으면 기다리는 것이 죽음이라는 것을 강제로 떠올리고는 기력이 생기지 않는 육신을 억지로 일으켰다.


왈드 자작이 있는 쪽을 보았다. 순간 평민 사역마가 칼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이토는 전신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자꾸만 미지의 일에 휩쓸리고 있다. 두근두근하는 종류기는 하나 동경이나 기대감과는 완벽하게 이질적인 종류의 것에.


처음에는 이계에 떨어졌고 말이 안 통하는 곳에서 주변을 둘러보다 루이즈라는 소녀에게 폭발마법을 맞았다. 그것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자신은 만화에나 나오는 개그 캐릭터가 아니다. 통증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증오는 자라간다. 돌아갈 수단은 아직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악의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나 정신에 뭔가의 강제가 걸려 있는 듯 적의를 실행하지 못하게 한다. 오히려 일부러 생길 리 없는 호의를 만들어내려 한다. 그러기에 더더욱 경멸스럽다. 아마 조금만 더 대우가 좋았다면 자신은 세뇌되어버렸겠지.


완벽할 정도로 동료가 없는 상황에서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낀 상황이 있었다. 스스로의 실수에 의해 생긴 일이라도 트라우마가 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은 일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자신이 있다. 거대 바퀴벌레들에게 습격을 당했고 목숨 걸고 지켜준 학원장 영감은 탑의 붕괴에 의해 생긴 일에 휩싸여 자신을 잊은 것 같다. 취향이 맞아 의지할 데라고 여겼던 모트 백작은 바퀴벌레의 시체들에 깔려 불타 죽을 뻔하고 나서 인사불성인 상태라고 들었다.


이제 믿을 곳은 없다. 그래도 죽고 싶지는 않았다. 마법의 영향인지 조금씩 생성되려는 호감을 지웠다. 역겨웠다. 게다가 저 증오스러운 ‘주인’은 탑의 붕괴 이후 더더욱 사나워졌으며 걸핏하면 폭발의 마법을 걸었다. 이곳의 상식이 있을 리 없다는 걸 밝혔을 때도 무시 수준이 아니라 헛소리라 취급하며 공격했다. 의식을 잃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전신에 타격이 쌓이고 쌓였다. 그녀와 같은 방을 쓰는 새로운 룸메이트들도 루이즈의 행동을 어느새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비슷하게 대우했다. 생과 사의 기로에 놓여있던 그 결투 이후 그나마 충분하리라 생각했던 식사도 본탑의 붕괴로 다시 빈약해졌다.


그리고 알비온에 왔다. 폐허를 보았다. 유령을 보았다. 유령에 죽어 절규하며 그 영혼조차 저주받아 인간을 해치려 드는 것을 보았다. 처음에는 그나마 양심적인 면모가 있던 루이즈는 자신을 버리는 패로 여겼다. 유령이 소멸하는 것을 보았다. 그건 유령이 되는 것보다 더더욱 충격적이었다. 성에 돌아왔다. 수많은 병사들이 하나의 작전을 위해 죽었다. 인식하지도 못하고 폭발에 휘말려 갈가리 찢겨 죽었다. 자신을 또 다시 버리고- 루이즈 그녀는 그 잘난 귀족의 의무는 이제 이행하려 들지 않고 권리만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가려는 것을 힘겹게 따라잡았기에 살았다. 그렇기에 허무하게 수백이 넘는 병사가 죽는 것을 목도해버렸다.


유령들의 무리가 성에 공격하려 들 때 잠시 헛짓한 일에 의해 나중에 추궁이 일어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웨일즈라고 한 그 황태자는 대항할 수단이 있음에도 태연히 부하들을 자폭시켰다. 아니, 그 이전에 마을에서 부하들을 희생시켰다. 정치적 목적이 있었겠지. 하하하. 이 딴 게 고귀하단 말인가? 대체 어딜 봐서?


그리고 기괴한 외견의-흡사한 만화에 나오던 문어머리 화성인이나 크툴루 같은- 괴물이 앞에 나타났을 때 자신을 밀어서 대치하게 했다.


그 괴물이 노려봤을 때 정신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누군가 그 괴물을 순간적으로 쫓았기에 사라지려던 정신을 되찾을 수 있었다. 동시에 강제적으로 호감을 갖게 하던 무언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상 이상으로 자신이 그 저주에 강력하게 영향을 받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래. 그것 때문에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었다. 살아가기 위해 굴욕을 참을 수 있었다. 해방감이 들었고 주변을 바라봤다.


그 괴물은 웨일즈의 앞에 갔다. 괴물이 사라지고 웨일즈가 주저앉았다. 지금껏 본 중에 가장 위험한 마법을 사용하던 이가 이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개를 조금 더 돌려보았다. 그 괴물보다 다소 작은 유사 개체들이 수백의 단위로 오고 있었다.


왈드의 탈출 수단인 그리폰은 죽었다. 루이즈는 그 녀 스스로의 목숨을 위해 버리는 패로 사용할 것이다. 웨일즈는 더더욱 심하다. 유령들을 대항할 수단이 있음에도 병사들을 소모시켰고 그 중에는 고귀하다는 메이지들까지 있었으니까!


“큭.”


웃음이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막았다. 그래. 이제 살아날 희망은 정말로 없다.


“이봐. 파트너. 괜찮나?”


델프링거가 말을 걸었다. 이 놈 역시 수천 년간 살았다면서 별로 도움도 되지 않고 잘난 체에다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다. 아아, 이 엉망진창에 망해버려야 할 판타지 세계 같으니라고.


“이 바보 개. 어서 앞에 나가서 싸우라고!”


귀족의 명예라고 했던가. 역시 버렸군. 어느 정도의 취급은 기쉬 사건 때문에 참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며칠 전에도 방금 전에도 희생양으로 만들려하다 또 이러는 건가? 그 사역마의 낙인의 제어 효과라도 믿는 건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억누르고 본성을 짓밟고 고귀하니 어쩌니 하며 힘 말고는 있는 것도 없고 그것도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이 빌어먹을 마법사들 같으니라고.


그래. 그러고 보면 이 경멸할 만하며 자유의사는 존중되지 않으며 그럴 생각도 일어나지 않으며 특별한 힘의 소유자들의 특권의식에 발전은 하지도 않고 썩어만 가는 세계에 끌고 온 것은 누구였더라?


그리고 그 누구는 명칭부터 개라고 부르며 인간으로 취급하지도 않아주며 능력도 없으면서 허영심과 공명심에 빠졌는데 그에 마땅한 대담한 행동은 이제 하지도 않고 실수나 해서 탑에 구멍이나 내고 말이지. 그리고 이어진 사건에 자기 잘못은 하나도 없는 양 고개나 쳐들고 거짓을 말하고 있지. 주제에 반드시 따라야 할 충고조차 무시하고 그걸 따르려는 자신까지 기절시켜 마지막 기회까지 없애 버리지 않았나? 안 그래?


“이봐.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거야? 파트너.”


진짜 넌 시끄러워. 실제로는 잘난 지도 모르지만 상관할 생각도 없어. 어차피 유령은 아직도 잔뜩 있고 대항책은 하나도 없고 탈출 수단이라 생각한 그리폰도 이제 없고 대우 자체가 이래서야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정신 속에서 강압적으로 밀어 넣는 것도 없고 말이지.


그래. 이제 끝내자. 어차피 살아날 방법도 뭣도 이젠 없다. 살아가봤자 악몽 같은 생활뿐이다.


“잠깐. 그만둬!”


이 떠들기만 잔뜩 하는 검이! 뭐 좋다. 그렇다면 베어버리는 데 사용하자. 사고하고 감정을 느낀다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의 수단이 되게 만들자. 자. 우선 저 모든 것의 원흉을 베자. 고통을 줄대로 주고 그 육체는 유령들한테 던져주자. 영원히 절망하게 해주자.


사이토는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루이즈를 향해 달려갔다. 검에 힘을 주고 팔을 움직였다.





울리사리드의 소서러는 주변을 살폈다. 처음에 섬광을 일으키는 마법을 사용하는 자의 위치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이동했다. 어이없게도 그것을 사용하는 것은 스펙터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에 목격한 달아나던 어린 ‘먹이’ 중 하나였다.


옆에서 달려오는 스펙터 수십 마리를 간단히 지워버린다. ‘먹이’가 그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곧 납득이 갔다. 처음 봤을 때도 ‘먹이’의 사회 중에서 높은 신분을 가졌을 거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지팡이를 본 순간 알아차렸고 그 ‘먹이’의 집안의 가보정도라고 생각했다. 간단히 정신 지배를 해서 지팡이를 빼앗으려 했으나 막혔다. 가보나 그에 준하는 물품을 꺼낼 때 그 외의 물품을 사용해 막을 수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탐지계의 마법을 사용해도 잡히는 것이 없다. 가시광선은 물론 적외선도 자외선도, 심지어 빛 자체가 없는 공간에서조차 볼 수 있는 시야를 회피할 수 있는 주문을 걸었음에도 위기감은 고조되기만 한다.


정신 지배가 안 통하는 것을 알았을 때 만약을 대비해 적의 근접 공격자를 지배하려 했었다. 그 때 본 ‘먹이’ 중 하나였다. 얄팍한 마법적인 무언가의 방어가 있었지만 순수하게 정신파만으로도 뚫릴 정도의 것이었다. 지팡이를 든 ‘먹이’는 의외로 감이 좋은지 굴복시키려는 순간 공격이 들어왔고 가볍게 피했다. 그 주문은 기본적으로 망령이나 해골 병정 같은 언데드에 대해 큰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먹이’가 직격하면 통구이가 되겠지. 방어할 수단도 있지만 굳이 맞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그 후 ‘먹이’와의 교섭은 결렬되었고 죽이고 탈취하기로 했다. 지팡이가 있으면 덜 피곤하게 스펙터를 무찌를 수 있으니까. 예상했던 강력한 마법사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분명히 있었다. 세 번의 주문이 모두 다 실패했다. 그 나약한 ‘먹이’를 죽이기 위한 힘이 무산되었다.


확실히 뭔가가 있다. 감지조차 불가능한 존재가 비웃으면서 바라보고 있다. 소서러는 숨소리를 죽이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지도자가 위험해!-


머릿속에 들어오는 어린 일리시드들의 정신파. 아, 그래. 위험하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소서러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발을 옮기는 것도 신중히. 조금 이동하다 하나의 정교한 환상이 있었다. 피를 흘리는 자의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환상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의 수준이지만 저건 자신을 모사한 게 확실하니까.


한 마리의 어린 일리시드가 환상에 달려간다. 그 순간 성채의 외벽의 파편이 환상과 일리시드를 깔아뭉갰다. 몸이 박살나 파편이 흩뿌려진다. 그 위에 이번에는 직경이 10미터 이상 되는 대형 파편이 살점이 떨어진 부분마저 덮어버린다.


-말도 안 돼!-


-지도자께서 돌아가셨다!-


-대체 무슨 거짓말을 하는 거야?-


-농담이 아니라고!-


혼란이 확장해간다. ‘먹이’를 먹으러 움직이던 일리시드들이 한 군데에 모이고 있다. 소란에 사냥하러 움직이다 다른 곳을 쳐다보던 몇몇 일리시드가 스펙터들의 공격에 죽고 스펙터화해버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당장 수습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강력한 마법사가 어딘가에 있을 텐데. 성벽 파편을 치워 환상임을 깨닫게 할까? 아니다. 통하지 않는다. 저 성벽 파편을 치운다고 해도 몸이 으깨진 일리시드가 있으니 수습을 위한 증거가 되기는 어렵다.


소서러는 보호의 주문을 외웠다. 뭔가가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는 느껴지지 않은 거였지만 무시하기로 했다. 그리고 투명화를 풀기로 했다. 기습이 들어와도 한 번 정도는 어떻게든 할 수 있을 정도는 했으니까.


뭐지? 소서러는 곤혹스러웠다. 투명화가 풀리지 않았다. 사라져야 할 것인데도.


생각은 나중에 하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지지만 정신파를 보내서 어떻게든 수습을.


거기 조용히 해라. 침착해.


소서러는 머리를 싸맸다. 보내려 했던 정신파는 그냥 생각만으로 그쳤다. 뭔가 닿았던 감각. 그것이 이런 사태를 부른 것 같다.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이 마법사는 뭘 하려는 거냐?


분노의 감정을 추슬렀다. 당황한 일리시드들이 스펙터들에게 밀리고 있는 게 확인이 되었기에.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일부러 죽게 만들기 위해 데려왔다고 해도 스펙터에게 죽게 해서는 안 된다. 다른 목표인 마법사의 처단은 현재로서는 무리다. 퍼지기 시작한 혼란을 당장 수습할 수 있는가? 육성은 소용이 없다. 육성을 주로 사용하는 종족이라면 정신파와 육성을 비교해 같은 존재라고 알아차릴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종족은 입을 사용해 말하는 일이 극단적으로 적다. 육성으로 말해봐야 의심만 살 뿐이다. 물론 들어주는 쪽은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규모의 무리에서 어정쩡한 분리가 일어나 따지기 시작하면 혼란은 극단적으로 심화되어가는 경향이 많다. 현재까지 공격당하고 있는 그들에게 그런 것을 요구할 수는 없다.


스펙터들은 계속 그의 나약하고 어린 동포들을 공격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우선 스펙터를 무찌르는 데에 전념하자. 소서러는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그와 동시에 쌓여가는 의문에 고뇌하면서. 그 마법사는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다. 어째서 그랬는가? 포착된 상황이었다면 살해를 위해 공격하는 게 당연지사일 텐데. 또 하나의 적은 대체 무엇을 꾸미고 있는 건가?










1부는 47화까지입니다.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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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1 키리샤
    작성일
    08.06.02 21:19
    No. 1

    에...저.....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Artist
    작성일
    08.06.02 22:10
    No. 2

    웰즈가 든 지팡이.. 그거 카서스가 아까 만든 지팡이 2개중 하나맞죠?
    역시 D&D최강답게 아티펙트도 강력한걸 만드네요.
    그건 그렇고 사이토가 타락의 길로 점점 빠지네요...큭큭
    다음화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궁금합니다. 흐흐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6.03 00:02
    No. 3

    키리샤님 매번 리플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Artist님 제작기간과 비용의 부족으로 카서스가 제작한 것치고는 강력한 아이템은 아닙니다. 그럼 다음화를 즐겨주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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