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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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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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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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1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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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2부]삽질 대마법사들 이야기 17화

DUMMY

17화





카서스는 적당히 만든 -그러나 다른 이에게는 빈틈이 없는- 신분증과 이름을 밝혔다. 자신을 조사하던 소년은 그제야 미혹이 없어진 듯 카서스의 앞에 서서 안내를 시작했다. 오히려 스스로의 행동에 자부심을 가지고 생기 있고 빠른 걸음으로 목적지로 향하는 모습에 카서스는 웃음을 지었다. 쓴웃음을.


좀 더 조사해봐야겠지만 저 소년은, 아니, 어른들조차 스크라이어 부족이란 이상한 집단에 대한 세계로 퍼진 속임수에 대해서는 이젠 알지 못하겠지. 200년 이상을 살아와 직접 당시의 세계를 봤다면 모를까.


소년은 잠깐 뒤를 보고 카서스 너머에서 다른 관심사에 몰두하기 시작한 아이를 보고 혀를 차곤 다시 움직였다. 어느새 여러 대의 우주선들이 착륙해 있는 공터가 보였다. 우주선들이 몰려 있는 곳 옆에는 다소 오래되고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천막들이 있고 천막들 중앙에도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우주선들이 있는 공터보다는 작은, 그러나 널찍한 공간이 있었다.


“여깁니다.”


소년은 천막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고는 있었지만 일반인의 고정관념과는 좀 다르군.”


“여러 차원을 돌아다니는데 우주선이 없어서야 되는 일이 없어요. 솔직히 저 천막들도 자긍심 있는 스크라이어 부족의 의무니 하면서 관습이니 하면서 지상에 있을 때는 꼭 천막생활을 한다니까요. 아!”


신나게 험담을 할 기세로 불만을 늘어놓으려다 스스로가 말하고 있는 바를 깨달은 소년은 입을 다물다 이번에는 스크라이어 부족의 장점을 말하려 하기 시작했다.


“일단 이 관습, 그러니 천막생활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인식하고 사람들을 인식하면서 묻혀있는 사실들에 대한 인식을 할 필요를 찾아내 앞으로 할 일을 인식……”


허나 소년은 자신이 하고 있는 말의 뜻을 잘 모르는 듯 혀가 꼬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대충 들은 말을 어떻게든 말해서 앞의 부정적인 말을 한 일을 무마하려고 애쓰는 듯했다.


“음. 자네가 계속 그런 말을 한다면 스크라이어 부족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들만의 언어적인 습관이 있다고 적어야 할 것 같군.”


소년은 잠깐 멍하니 있다가 자신의 혀가 꼬인 것을 지적하고 있음을 알았는지 머리를 긁으며 불만을 말하려다 다시 길을 안내했다.


천막들 사이의 공간 쪽으로 다가가려 하자 우주선에서 양복 차림의 남자가 내려왔다. 소년은 양복 차림의 남자에게 허리를 숙여 공경을 표했다. 양복 차림의 남자는 손을 들어 답례를 하고는 카서스가 있는 쪽으로 왔다. 카서스 역시 고개를 끄덕이는 정도의 예의를 표시했다.


“성함을 묻고 싶군요.”


남자의 말에 카서스는 말없이 신분증을 보였다. 남자는 품에서 하나의 디바이스를 꺼내 검사를 하고는 돌려줬다. 그 사이 소년은 다른 곳으로, 아마도 아이들이 있을 곳으로 가고 있었다.


“그럼 볼로 게담씨. 역사학자니 대충 용건은 뭔지 알겠습니다만 무한서고가 아니라 어째서 이곳으로 오셨는가요?”


카서스는 웃으며 남자가 내려온 우주선을 가리켰다. 남자는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것 같았다.


“확실히 요즘 시공관리국이 시끄럽긴 하지요. 그럼. 잠깐만 양해해주시겠습니까?”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년에게 다가가 몇 가지를 물었다. 카서스는 그동안 스크라이어 부족의 천막들을 살펴 천막에 새겨진 무늬들이나 크기나 배치 및 이곳의 풍향등을 고려해 모든 천막들의 용도는 추측했다.


“볼로 게담씨.”


남자가 입을 여는 순간과 완벽하게 동시에 카서스는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는 놀라서 입을 약간 벌린 상태로 머뭇거리다 한 마디를 확신 없는 어투로 말했다.


“대, 대단한 반사 신경이시군요.”


카서스는 처음부터 남자가 다시 자신에게 말할 타이밍을 남자가 말해야겠다고 생각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부족장은 아니신 것 같군요.”


“어떻게 그걸?”


카서스는 남자의 옷차림과 남자가 나온 우주선을 가리켰다. 남자는 잠시 생각해보다 스스로 답을 말했다.


“그래요. 그래. 부족장님이나 다른 부족의 구성원들은 어지간해선 전통 의상을 입기 마련이고 우주선에서 연락을 하는 경우가 별로 없을 테니. 하긴 역사학자라 하셨지요. 그러고 보면 뛰어난 역사학자는 별로 남지도 않은 자료들로 수많은 정황을 추론하는데 능숙한 경향이 있다고 들었는데 명불허전이군요.”


“전 그다지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유명하지도 않습니다만.”


남자는 그 말에 반박해 카서스를 추켜세우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곧 유명해지실 겁니다. 볼로 게담이란 저자가 쓴 역사서가 나온다면 꼭 최소 한 권은 사두고 싶군요.”


반은 진심이고 반은 분위기를 좋게 만들기 위해서로군. 카서스는 판단했다.


“뭐 일단 부족장님께서는 이 근처에서 발굴할 게 있어서……”


뒷내용이 예상되는 이야기였다.


“위치나 뭐에 대한 건지는 비밀입니까?”


역사학자라 칭한 이상, 아니 보통의 경우도 호기심을 나타내는 척은 해줘야겠지.


“위치는 일단 생업이 발굴인지라 무리고 뭐에 대해선지도 발굴해봐야 알 것 같더군요.”


“그런데 부족장께서 직접 가셨다는 말은.”

“아 곧 은퇴하신다고 마지막 행사삼아 가보신다고 이야기하시더군요. 그다지 큰일은 아닙니다만.”


카서스는 일부러 멈춰서 생각하는 척 했다. 그러고 말했다.


“부족장님을 만나기는 어려울 거라는 이야기로 들리는군요. 허나, 눈앞에 있는 신사 분께서는 제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켜줄 능력이 있거나 최소한 제 지적 호기심 및 사명감을 채워줄 다른 분을 소개해 주실 것을 믿게 만들기에 충분한 분으로 보입니다.”


남자는 잠시 움찔했다. 그리고 잠깐 과거를 생각하는 듯 현실이 아닌 것을 향해 시선을 던지다 크게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다. 전신을 떨면서 웃는 남자에게서 느껴지는 후련함이 카서스에게는 부러운 것이었다.


“크, 하하하. 대단하군요. 정말 대단하시군요. 난 유노 외에 이 정도로 절 당혹스럽고 유쾌하게 만들 인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었습니다만.”


남자는 이윽고 웃음을 멈췄다. 그 다음 말에는 이미 감정이 한껏 고양된 흔적조차 없어져 있었다.


“어떻게 알아내셨는지 설명해주셨으면 하는군요. 이 궁금증을 풀지 못하면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카서스는 설명하지 않는 다해도 며칠 동안이나 머리를 굴릴 정도의 문제가 아닐 거라고 여겼지만 굳이 설명을 안 할 필요도 없었다.


“첫째는 일단 우주선에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옷차림 셋째는 당신을 보고 달려간 소년의 모습이며 그리고 넷째는 부족장께서 직접 이야기했다고 말씀하신 것이지요.”


남자는 좀 더 설명해주기를 원하는 것 같았다.


“우주선에 있다는 것 자체야 문제가 아니지만 일단 저를 인도해오던 활기 찬 소년이 당신을 보고 극진한 인사를 하더군요. 거기서 어느 정도의 직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복장과 그럭저럭 현재의 정황을 알고 계신 점, 현재 일어나는 사태에 밝다는 점에 관해서는 우주선에 있었다는 내용 안으로 되기야 하겠지만 직위를 가진 자가 전통의상을 입지 않고 양복 차림이라면 외부 인사를 접대하는 사람이라는 소리가 되지요. 그 소년이 이곳으로 이끌어 온 것도 마찬가지지요.”


남자는 이제는 모두 다 파악한 듯 카서스의 말이 잠깐 멈췄을 때 끼어들어 보충 설명을 했다.


“볼로씨. 그럼 거기다 제가 부족장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 말로 제가 일종의 연락책임과 동시에 스크라이어 부족에 대해 잘 알 거라고 판단하신 거군요. 하긴 부족장과 대화를 나눈다면 그 주변에 대해서도 알 거라고 판단하는 건 당연한 일인 것도 같습니다만.”


남자는 약간의 공포가 섞인 눈으로 카서스를 바라봤다.


“볼로씨. 선생이 역사학자라서 다행인 것 같군요. 만약 정치가나 강력한 레어스킬을 소유한 마법사라면 전 무슨 수단을 써서도 막아야 했을 테니까요.”


카서스는 쓴웃음이 지어지려는 걸 참았다. 동시에 네서릴에서 인정받기 위해 세우던 많은 계략들과 전설이 될 거라는 수많은 결투에 대해서 떠오른 것들도. 그리고 그 모두가 네서릴을 지키기 위한 스스로의 의지의 표명이었다는 것도. 카서스는 가슴 속 깊숙한 곳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시간이 갈수록 더 무거워지는 이 무거운 슬픔의 추들을 떨쳐낼 때는 올 수나 있을까 생각했다.


“볼로씨. 이쪽으로 오십시오.”


남자의 말에 카서스는 조금 힘없이 걸어갔다.


“장로분 중 한 분을 소개해드리고 싶은데 어떤 내용에 대해 알고 싶으신 건가요?”


카서스는 천막을 가리켰다.


“천막의 유래는 이쪽이 아니라……”


“스크라이어 부족 그 자체입니다.”


남자는 잠깐 이리저리 고개를 움직이며 천막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말했다.


“저희 부족을요?”


놀람을 지우지 못한 어조. 역시 이 남자도 알지 못하는군.


“하긴 로스트 로기아를 발굴하는 자들에 대해 기록하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다지 새로울 게 없을 것 같은데요.”


“뭐 정 없으면 다른 거라도 알아보지요.”


“그럼……”


남자는 여러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남자는 한 천막으로 향하면서 따라오라며 손짓을 했고 천막 바로 앞에서 잠깐 멈췄다.


“실례기는 하나 볼로씨에 대해 장로님께 이야기를 먼저 해드려야겠습니다. 뭐 이렇게 예방책을 한다고 해도 장로님이 하실 말의 허와 실을 파악하는 건 왠지 모르게 당신에게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여흥거리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말하고는 남자는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을 때우기 위한 여흥거리라…… 남자의 마지막 말에 카서스는 이제는 정말로 쓴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 망연히 서 있었다.





경비용 우주선이 미드칠더로 향하는 우주선을 향해 다가갔다. 미드칠더로 가는 우주선들에 대해 시공관리국 내부의 문제 때문에 현실적으로 마지막 방어선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검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긴장감을 높이며 접근하자 미드칠더로 향하는 우주선 주변에는 세 척의 소형 우주선이 같이 날아다니고 있는 게 레이더에 잡혔는데 왠지 조종이 어설픈 느낌이었다.


경비용 우주선에 탄 남자는 의례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통신을 이었다. 그러면서도 저 어설픈 조종에 강도짓이라도 해서 얻은 우주선에 타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염려가 생겼지만 만약의 사태가 일어나도 지원 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도망칠 준비는 이미 해두고 있으니.


“거기 신원을 밝혀라!”


그러자 화면이 하나 켜지며 시공관리국의 인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명서가 표시되었지만 아직은 의심을 거둘 수가 없었다.


-우리는 매우 급하다네.-


화면에 거의 다 죽어가는 사람이-다르게 보면 시체라고 봐도 무방한 이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가 시공관리국에서도 상당한 위치임이 확인되었다. 외견은 차이가 매우 심했지만 요 근래 일어난 사건으로 수척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배들을 통과시켰다.


“반죽음 상태라고 해야 하나? 아니 그것보다 너무 많이 죽어있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실제로 죽은 자가 움직일 리는 없기에. 그리고 저런 비참한 상태에서도 살아있는 경우도 있다는 잡지식이 떠올랐다. 수많은 관리차원에는 수많은 상황이 터지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납득했다. 그리고 재앙의 씨앗을 그대로 방류하고는 다음 우주선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미드칠더 중앙 공항에서 언데드가 나타났었다는 소문도 당연히 무시한 채.





울리사리드의 소서러는 목표인 파라곤 일리시드와 조력자가 있는 빌딩 옆에 있는 곳의 집에 무단침입 집주인의 정신을 지배한 채 계속해서 목표의 움직임을 관측하고 있었다. 단순히 살해하고 도망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가능한 뇌가 손상되지 않게 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은 섬세한 작업이 요구되는 일이었다. 또한 아직까지 엘더브레인과 약해빠진 하급의 일리시드 역시 무사하기는 해도 방치해 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저 인간을 가장한 소서러와 파라곤 일리시드의 협력이라는 것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정신조작 능력은 파라곤 일리시드에 비해 떨어진다. 저곳에 있는 조력자의 마법력은 같은 소서러기는 하겠지만 자신과 거의 동등하다. 주변의 인간들을 이용한 소규모적인 혼란으로는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없다. 그렇다고 대규모로 인간들을 움직인다면 자신의 정체가 노출될 것이다. 하나도 상대하기 어려운 판에 둘이서 동시에 공격해온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다.


울리사리드 소서러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하늘을 봤다. 어느새 햇빛에도 익숙해져버린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게 스스로의 종족상의 특징이라 해도 마력 에너지를 동력으로 삼는 이 미드칠더의 푸른 하늘은 감회가 남다르다. 네서릴과 일루판이 있는 토릴의 하늘도 저렇게 파란 색이었겠지만 그 당시에는 햇빛 속으로 향할 이유가 없었고. 그랬기에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잠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소서러는 몇 개의 작은 점들이 커져오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점들이 대충 어디로 갈지도 파악했다. 소서러는 웃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보호의 주문을 외우고는 곧 나타날 허기를 채우기 위해 정신 제압을 한 인간의 머리를 촉수로 잡아 촉수에 실린 강대한 힘으로 두개골을 부순 다음 뇌를 칠성장어의 입과 같은 입으로 먹은 뒤 약간 기다리기로 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기회가 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기에.





할라스터는 천천히 유리관들을 바라봤다. 얼마 전에 스스로를 은폐한 다음 변경의 차원들을 뒤지다 너무나 사람이 적은 곳에서 사람을 납치하면 더 눈에 띌 것이라고 판단해 도심가로 가 어둑하고 좁은 길가에 있는 소위 불량배라 불리는 가출한 이들이나 국가단체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숙자들을 눈에 띄지 않도록 한 곳에서 조금씩 납치해 실험을 시작했다.


유리관들 속에 있는 인물들을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변질되어가는 자신의 몸과 부서져가는 정신에 비명을 질러댔지만 할라스터는 그런 질서가 부서지고 인간이 고통을 겪으며 가장 깊은 절망이 포함된 소리에 기분이 유쾌해졌다.


그리고 단순히 그런 순순한 파괴욕구의 충족 말고도 다른 열망까지 충족되고 있음에 할라스터는 허리를 숙인 채 웃었다. 유리관 안에 들어간 이들의 모습은 모두 다 똑같은 형상으로 변화되고 있었다. 그들의 정신은 변질되고 변질되어 같은 형태의 것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아.”


할라스터는 손을 흔들어 유리관을 깨뜨렸다. 실험체들이 밖으로 나왔다. 할라스터가 다시 손을 흔들자 깨졌던 유리관은 실금 하나 가지 않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실험체 중 하나가 검은 밧줄에 묶인 채 옥좌에 앉혀져 있는 소녀에게 중얼거리자 금속의 로봇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병기들이 나타났다. 실험체 중 하나가 소녀에게 몇 가지를 더 중얼거리자 병기가 직접 실험체에게 다가갔고 실험체가 몇 가지 말을 로봇에게 하자 로봇은 다른 로봇과 금속들을 움직여 관형태로 만들기 시작했다.


“실험은 성공이군.”


할라스터는 그렇게 자신의 의사대로 금속관에다 뭔가의 마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실험체들의 완성도에 흐뭇하게 웃다 스칼리에티였던 석상을 바라봤다. 그리고 약간의 위험성이 있었던 것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약점을 보강할 방법은 이 ‘요람’에 오기 전부터 준비해 놨다. 그 전투 때 쓸 만한 실험체를 챙기는 와중에.


“프로젝트 F는 매우 도움이 되고 있군.”


그렇게 중얼거리곤 할라스터는 이제 수호룡을 부를 수 있다는 소녀의 뇌수가 담긴 유리관을 봤다. 아직은 적의 눈에 걸려서는 안 된다. 그래도 혼란을 일으키는 건 필수. 이 세계의 드래곤이 얼마나 강한지는 모르겠지만 볼테르라 불리는 것을 이 뇌수를 이용해 끌어낸다면 분명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자, 자.”


할라스터는 말을 하면서 박수를 쳤다. 실험체들은 마법을 사용해 금속으로 된 관모양의 물체를 자신들이 담겨있던 보존액이 상당히 들어있던 유리관과 같은 걸로 바꾸는 작업을 중지했다.


“내가 할 말은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실험체들 중 일부는 고개를 끄덕였고 일부는 바닥에 드러누운 채 손만 움직였고 다른 실험체는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산만한 광경에도 할라스터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유쾌하게 웃었다.


“자. 우리가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지?”


할라스터의 질문에 각각의 답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복수를.”


“날 무시한 자에 대한 복수를.”


“날 한 번 죽게 만든 네서릴의 마법사의 파멸을.”


“기억의 공백의 해결을.”


할라스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해. 정확하지.”


당연한 걸 연달아 확인하며 할라스터는 웃었다.


“그럼 그 전 작업을 시작하자.”


그러자 실험체 중 하나가 할라스터의 허가를 받지도 않은 채 수호룡 볼테르를 불러낼 수 있다는 소녀의 뇌수가 있는 유리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할라스터는 그저 조용히 웃음 지으며 실험체가 행동하는 것을 바라만 봤다.


실험체 전원은 할라스터에게 아무런 공경도 존경도 두려움도 나타내지 않았지만 할라스터는 어느새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구경을 하다 뇌수를 잡고 있는 실험체가 마법을 거는 것을 보고는 박수를 쳐서 실험체들이 자신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실제로는 박수나 뭔가의 행동을 할 필요도 없었지만.


“자, 준비는 됐나?”


준비는 되었다. 할라스터 자신이 준비된 것처럼.


“물론.”


“아아. 그냥 납치 안 하고 죽이면 안 되려나?”


“시끌벅적하게 놀아보자고.”


“얼마나 잡아올까?”


실험체 중 하나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벽에다 주먹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치 할라스터 자신이 광기에 빠져있는 순간처럼. 언제는 광기가 없었는가 말하고 싶기는 하지만.


“자, 그럼……”


할라스터는 눈앞에 있는 벽 너머의 도심가를 바라기 위해 시선을 돌렸다. 벽에 주먹질을 하던 실험체도 돌아보았다. 다른 실험체들도. 그렇게 본 순간 어디선가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호오. 뭔지 모르겠지만. 잘 됐군. 출격시켜.”


그 말과 함께 도심가에 한 마리의 드래곤이, 루시에 부족의 수호룡 볼테르가 도심 위에서 소환되어 빌딩을 깔아뭉개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 그럼.”


할라스터가 말했다. 그와 동시에 모든 실험체들이 말했다.


““““““““시작하지.””””””””””


완벽하게 같은 목소리와 같은 어조로.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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