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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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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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
글자수 :
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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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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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92화. 오빠, 현수 봤어!

DUMMY

발그레진 볼을 하고 말을 꺼낸 수영이었다.


인한을 말똥말똥한 눈을 하고 쳐다보는 수영의 말을 듣고, 인한이 어벙한 표정으로 잠시 수영을 보다가 갑자기 환하게 웃었다.


“그래···? 우와! 정말 고마워. 그런 고백 처음이야. 그런데 어쩌냐. 나 좋아하는 여자 있는데···. 아니, 여친 있어.”


그 말을 들은 수영의 표정이 비 맞은 강아지마냥 시무룩하게 변했다.


인희는 좋아하는 여자도 아니고, 여친이 있다는 말에 토끼눈을 하고 인한을 쳐다봤다.


인희가 제 오빠에게 여친 생겼다는 말에 정말이냐, 누구냐를 물으려던 순간, 한 차례 침을 삼킨 수영의 대꾸에 그 생각이 훅 날아갔다.


수영의 말은 표정보다 더 가관이었다.


“아, 그렇구나. 뭐··· 조금 섭섭하고, 슬퍼지긴 해도···, 차라리 직접 거절의사를 들었으니까···, 시간이 가면 마음 정리가 되겠죠? 사실 저도 제 감정이 오래 갈지 자신이 없었거든요.”


수영의 대답을 들은 인한이 제 머리를 긁적거렸다.


수영의 대답이 애늙은이 같은 것도 그렇고, 좋아는 하지만 오래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된다는 말을 하는 것도 인한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지 못한 까닭이었다.


한순간 인한은 민정도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래? 고맙고 미안해.”


“솔직히 말하면, 사건 전에는 오빠가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사건 뒤에 멋있어 보이는 건 아마도 후광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거든요. 그래도 내 사랑이 거절당하니까 왕 슬프다. 힝-.”


인한이 수영의 말에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해 제 볼을 긁적거렸다.


꼬맹이가 제가 모르는 어려운 단어를 쉽게 구사하는 것도 난감했다.


“수영아, 그런데 후광효과가 뭐야?”


“아, 그게요. 저도 책에서 봤는데,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저 사람은 잘 생겼으니까 머리도 좋을 거야.’ 식으로 평가하는 거래요.”


“그럼 너는 내가 너를 구해줬으니까 내가 멋있게 보이는 거다, 뭐 이런 의미로 말하는 거야?”


“네.”


둘의 이야기를 듣던 인희는 수영의 말이 기가 막혔다.


“야, 실연당했다고 대놓고 디스냐?”


“디스까지는 아니다. 이건 객관적 분석이라고.”


정신 사납다는 듯 제 머리를 두들기던 인희가 말을 내뱉었다.


“아우, 두 사람 말 듣다보면 내가 이상해지는 거 같아. 난 밥이나 먹으련다. 에이, 다 식었네. 뼈해장국은 뜨거워야 제 맛인데···.”


인희가 미지근해진 뼈해장국을 먹기 시작했다.


인한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영에게 말했다.


“수영아, 너도 먹어. 그리고 빨리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랄게.”


“고마워요, 오빠. 그런데 실연당한 나한테 더 해줄 수 있는 서비스 없어요?”


“···어, 써비스?”


눈에 아직 떨어지지 않은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그 와중에도 서비스를 챙기다니···.


인한이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인한은 사춘기 때 이런 사랑을 못해봐서인지 사실 수영의 말과 행동이 이해는 안 되었다.


‘이런 애를 4차원이라고 하지 않나? 쩝.’


인한이 속내를 숨기고 수영에게 물었다.


“만두 있는데 줄까, 싸줄까? 먹고 갈래?”


“싸주세요, 많이.”


수영은 그 작은 덩치 어디로 뼈해장국이 다 들어간 건지 깨끗하게 먹고, 만두까지 받아 집으로 갔다.


가기 전 수영은 인한에게 보고 싶으면 와도 되냐고 물었다.


인한은 손님이 아닌 수영을 만나려면 여친의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했다.


결국 수영이 시무룩한 얼굴로 만두를 꼭 안고, 식당을 나섰다.


수영을 버스정거장까지 바래다 준 인희가 순덕에게 말했다.


“할머니, 수영이 대단하지 않아요?”


- 응? 뭐가? 아까 식당에서 있던 일 말여?


“할머니도 들으셨죠?”


- 그럼 들리는데 어떻게 안 들어?


“수영이가 오빠 좋아한 거 맞을까요?”


- 그건 수영이 마음이지, 니가 알겄냐, 내가 알겄냐? 난 너도 이해 안 될 때가 있구먼.


사실 아까 수영과 인한이 이야기할 때 식당 뒤쪽으로 가던 순덕은 민정의 표정부터 살폈다.


테이블마다 숟가락과 젓가락 등을 정리하던 민정의 귀도 수영과 인한의 대화에 가 있던 것이 분명했다.


인한이 좋아하는 여자 있다는 말과 여친을 언급 했을 때 민정의 입에 슬그머니 미소가 걸리는 것을 순덕은 분명히 보았다.


옆에서 인희가 계속 뭔가 떠들어댔지만 순덕의 머릿속에는 인한과 민정의 연애를 아는 체 해야 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할머니!”


갑자기 인희가 순덕을 불렀다.


- 잉? 왜?


인희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인희의 표정을 본 순덕이 인희의 시선을 따라갔다.


도로에 신호에 걸려 멈춰선 붉은 색 스포츠카에 탄 젊은 남자가 보였다.


순덕의 눈이 커졌다.


‘현수?’


“할머니, 맞죠? 맞죠?”


- 현수? 현수여?


신호를 받은 붉은 색 스포츠카가 쏜살같이 출발했다.


인희가 살짝 떨리는 손으로 인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 왜?


“오빠, 현수, 현수 봤어, 지금."


- 뭐? 어디서?




인희가 식당에 들어서자 굳어진 인한의 표정이 보였다.


누군가와 통화중인 것이 분명했다.


잠시 후 통화를 마친 인한이 식당 뒤편으로 인희와 순덕을 따라 나왔다.


“인희야, 할머니, 지금 이경수라는 애한테 전화해봤는데, 그 애 말로는 현수 안 들어왔대요. 제가 현수를 본 것 같다고 말하고, 좀 알아봐달라고 부탁해 놨어요.”


“오빠, 분명히 현수 맞아.”


- 내가 보기에도 현수가 맞더만.


“일단 기다려 보자고요.”


갑작스러운 현수의 등장으로 순덕은 민정에 대한 생각을 마치 바람에 낙엽이 쓸리듯 잊었다.


곧이어 시작된 저녁장사로 일손이 바빠지자 인한도 역시 잠시 현수에 대한 생각을 접어둘 수밖에 없었다.


저녁장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인한이 계속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었다.


사방에 전화해서 현수가 입국했는지 알아보는 중이었다.


그런데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인한의 표정에 실망이 내려앉았다.


그때 인한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액정에 떠오른 이름은 이경수였다.


“어, 좀 알아봤어?”


- 야야, 현수 들어왔으면 자기가 잘 가는 클럽부터 왔을 거야. 내가 주변을 다 알아봤는데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너 잘못 본거야. 사실 현수는 너보다 내가 더 궁금하다. 그런데 나한테도 연락이 없다는 건 안 왔다는 거지.


“그래, 알았어. 고마워.”


- 오면 연락 줄게. 잘 지내라.


경수와의 통화가 끝났다.


- 안 왔댜?


“예. 왔으면 자기가 먼저 알았을 거래요.”


“오빠, 분명 현수 맞았어. 나만 봤으면 잘못 봤다고 하지, 할머니도 보셨어.”


“아까 현수 전화로도 걸어봤는데 여전히 전화기 꺼져 있었어.”


“아, 미치겠네, 정말.”


해프닝은 이렇게 끝나는 듯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47 야근의신
    작성일
    21.06.30 06:57
    No. 1

    아.. 고백하자마자 까여버리는 수영이 ㅠㅠ
    수영이를 위해 가수 뱅크가 목놓아 부릅니다.
    '만남도 없는 이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6.30 21:11
    No. 2

    ㅎㅎㅎㅎㅎㅎ 노래 듣고 왔습니다. 수영이 심정에 딱 이네요. '아직 나는 네게 아무것도 아니지
    너는 내게 전부였는데'... 야근의신 작가님은 늘 저를 웃게 해주십니다. 일소-일소(一笑一少)랬는데 아무래도 제가 야근의신 작가님 덕분에 젊어지지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리드완
    작성일
    21.06.30 23:35
    No. 3

    전환이군요. 잘읽고갑니다. ^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7.02 22:15
    No. 4

    리드완 작가님^^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비아가 그런 결혼을 할 줄은 몰랐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모아두상
    작성일
    21.07.07 17:16
    No. 5

    최대 악의 축인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7.07 20:20
    No. 6

    글쎄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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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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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마지막 회 +16 21.08.06 251 10 12쪽
119 119화. 순덕의 귀환 (2) +4 21.08.06 186 5 8쪽
118 118화. 순덕의 귀환 (1) +7 21.08.05 188 6 7쪽
117 117화. 진범의 등장 (2) +3 21.08.04 176 5 8쪽
116 116화. 진범의 등장 (1) +7 21.08.03 176 6 7쪽
115 115화. 현수 돌아오다. (3) +3 21.08.02 172 5 7쪽
114 114화. 현수 돌아오다. (2) +3 21.07.30 173 5 7쪽
113 113화. 현수 돌아오다. (1) +3 21.07.29 168 5 7쪽
112 112화. 저, 민정이랑 결혼할래요. +6 21.07.28 173 4 7쪽
111 111화. 너희 둘만 몰라. +6 21.07.27 171 4 7쪽
110 110화. 아이들의 고민 +4 21.07.26 181 4 7쪽
109 109화 키스는 했어? (2) +6 21.07.23 170 6 7쪽
108 108화 키스는 했어? (1) +6 21.07.22 177 5 7쪽
107 107화 방장석의 경고 +4 21.07.21 186 6 7쪽
106 106화. 진상 손님(4) +4 21.07.20 175 5 7쪽
105 105화. 진상 손님(3) +6 21.07.19 170 6 7쪽
104 104화. 진상 손님(2) +4 21.07.16 173 7 7쪽
103 103화. 진상 손님(1) +6 21.07.15 185 6 7쪽
102 102화. 간식 사건 +4 21.07.14 181 8 7쪽
101 101화. 귀신이 보인다고? (2) +4 21.07.13 179 7 7쪽
100 100화. 귀신이 보인다고? (1) +6 21.07.12 188 6 7쪽
99 99화. 노래방 화재 사건(3) +2 21.07.09 174 4 7쪽
98 98화. 노래방 화재 사건(2) +4 21.07.08 181 5 7쪽
97 97화. 노래방 화재 사건(1) +5 21.07.07 178 7 7쪽
96 96화. 인한의 데이트(4) +3 21.07.06 183 7 7쪽
95 95화. 인한의 데이트(3) +5 21.07.05 182 7 7쪽
94 94화. 인한의 데이트(2) +6 21.07.02 191 8 7쪽
93 93화. 인한의 데이트(1) +2 21.07.01 188 7 7쪽
» 92화. 오빠, 현수 봤어! +6 21.06.30 201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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