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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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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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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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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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화. 순덕의 귀환 (2)

DUMMY

“···모르지, 뭐. 총 맞은 것까지는 나가 맞았는디, 나도 깨나보니께 이 몸이였어. 저승이라도 들렸다 왔으면 어찌 된 거인지 알 건디, 이건 뭐 방법이 없구먼.”


순덕의 입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순덕은 흰둥이에게 정말 많이 미안했다.


남의 몸을 함부로 해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고 저만 깨어난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흰둥이 몸은 워디 있는 겨?”


“경찰들이 가져갔어요. 총알 빼고 돌려준다는데···, 며칠 지나야겠죠?”


착잡한 마음은 순덕만이 아니었다.


순덕이 인한에게 말했다.


“나 집으로 갈 거여. 수속 밟고 와.”


결국 순덕은 그날 저녁 식당을 들렀다.


흰둥이가 산책도 자주 하고, 잘 먹은 덕인지 몸이 축난 곳이 없었다.


양 주방장이 문을 들어서는 순덕을 보고, 눈이 휘둥그래져서 뛰어왔다.


“아니, 이렇게 나오셔도 되는 거예요? 아직 회복이 덜 되셨다면서요?”


양 주방장의 소리에 순덕의 주변으로 다른 직원들도 모여들어 있었다.


돌아가면서 회복되셔서 정말 다행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았다.


순덕이 양 주방장에게 제 몸을 두들기며 말했다.


“덜 되긴 뭐가 덜 돼? 내가? 봐, 멀쩡혀.”


“억! 이제 말씀 제대로 하시네요. 아이고-, 우리 순덕 여사님이 맞네, 맞어.”


양 주방장이 저도 모르게 순덕을 껴안았다.


키 차이가 워낙 커서 고목나무에 매미 꼴이긴 했다.


순덕이 양 주방장을 토닥이며 말했다.


“나 없는 새 잘해줘서 고마워. 고생 혔어. 내가 잊지 않을 거구먼.”


“허허허.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려? 그럼 입 싹 닫을까?”


“네? 아하하하하. 그건 아니죠?”


“하하하하하.”


인사를 마친 순덕이 검둥이를 찾았다.


검둥이는 식당 뒤 천막 안에 있었다.


엎드려있던 검둥이가 순덕이 들어서자 물끄러미 쳐다보다 코를 킁킁거렸다.


뒤따라 들어오는 인한과 인희를 보고 힘없이 꼬리를 몇 번 흔들고는 곧 다시 엎드렸다.


검둥이는 흰둥이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놓인 고기에도 입을 댄 흔적이 없이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순덕이 검둥이 옆에 앉았다.


“검둥아, 아저씨 생각 혀?”


순덕이 말하자 검둥이가 귀를 살짝 세우더니 고개를 들어 순덕을 쳐다보았다.


순덕이 살며시 검둥이를 쓰다듬었다.


- 누구세요? (월! 월!)


“잉? 검둥아, 내 말 알아듣겄어?”


- 어? 이상해요. 꼭 아저씨 같아요. (월, 워월, 월)


“옴마! 가만, 검둥이가 어째 내 말을 알아듣는겨? 아니다, 내가 어째 검둥이 말을 알아듣는겨?”


순덕의 말에 인한과 인희의 눈도 순덕을 따라 동그래졌다.


“검둥이가 할머니 말을 알아들어요?”


순덕이 다시 검둥이에게 물었다.


“인희 하는 말 알아듣겄어?”


- 아뇨. (월)


“그럼 내가 허는 말은 알아들어?”


- 네. (월)


“흐미, 이게 뭔 일이여?”


순덕이 손가락으로 제 턱을 긁으며 말했다.


“가만···. 인한아, 오늘이 지날려면 얼매나 남았어?”


“시간이요? 글쎄···요? 지금이 7시니까 5시간쯤 남았네요. 왜요?”


“아무래도 염라대왕이 주신 능력이 오늘은 지나가야 사라지는 모양인디?”


“그래요?”


“근디 희한허구먼. 전에는 주문을 외야 됐는디···.”


“아···.”


“일단 집으로 가자. 가서 오늘이 지나기 전에 검둥이에게 최대한 지대로 알려줘야겄어. 내일이면 이 능력이 사라질지도 모르잖어.”




집으로 간 순덕은 검둥이와 마주했다.


막상 설명하려니 처음부터 턱 막혔다.


검둥이에게 흰둥이가 좋은 곳으로 갔고, 이제부터 인희네는 검둥이가 지켜야한다고 알려주며 연신 쓰다듬었다.


검둥이는 순덕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흰둥이가 죽었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고 있었다.


순덕은 검둥이에게 고기도 먹고, 사료도 먹어야 죽은 아저씨가 슬퍼하지 않는다고 말해주었고, 이다음에 꼭 다시 만날 것이라고 위로해주었다.


옆에 앉은 인한과 인희 역시 흰둥이의 죽음을 마음에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


모두의 기분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어느새 켜놓은 TV에서는 제야의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검둥이, 너도 올해 건강하게 해달라고 빌어.”


“···.”


“검둥아.”


순덕에 안겨 멀뚱멀뚱 순덕을 바라보던 검둥이가 짖었다.


월, 월.


“잉? 뭐여? 능력이 없어진 겨? 검둥아, 내 말 알아듣냐?”


월, 월, 월.


순덕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허이구, 아주 지랄같이 없어졌구먼.”


옆에서 듣고 있던 인한이 물었다.


“왜요, 할머니? 이제 못 알아들으세요?”


“흐미, 모르겄어. 어쩜 칼같이 능력이 사라지는 겨? 이제 우리 검둥이허고 말도 못 허는 겨?”


검둥이를 바라보는 순덕의 눈두덩이 붉어졌다.


새끼 때 죽을 것을 구해와서 여지껏 제가 먹인 건 아니지만 붙잡고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쳤다.


아예 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검둥이가 하는 말을 알아듣다가 못 알아듣게 되니 부아가 치밀었다.


“염병, 줬다가 뺐는 게 젤루 치사한 거여. 내가 다른 능력을 탐을 냈어, 달라고를 했어? 다른 능력은 다 상관없다 이 말이여. 아니, 의사소통은 허게 해야 할 거 아녀! 에이, 염···, 나쁜 ···님아!”


순덕이 하늘을 노려보며 고함을 질러댔다.


***


어느새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 순덕아, 순덕아.


“잉? 누구여?”


순덕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 밖을 내다보았다.


차사 옷을 입은 남자의 실루엣이 보였다.


“누구셔유?”


“아니, 어째 너는 매번 니 아버지 목소리도 못 알아듣냐?”


“잉? 아부지가 웬일이셔유? 근디··· 복장은 전보다 좋은디유.”


“어뗘? 모냥 나?”


“어디 한 바퀴 돌아봐유. 잉, 좋아유, 우리 아부지, 새 옷 입으니 근사하시네.”


“차사옷이여. 너헌티 헐 말이 있어 왔구먼.”


“지 데려가실려구유? 아직 1년 남았슈.”


순덕의 아버지 방장석이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녀. 너그 집안에 곧 있으면 새 인연이 들거구먼.”


순덕이 방장석의 말에 손을 저으며 웃었다.


“뭔 말이래유? 인한이 결혼하려면 봄이나 되야 혀유. 아직 상견례도 못했구먼.”


그 모습에 방장석이 너털웃음을 웃었다.


“허허허. 그건 니가 알아보면 될 일이고, 나야 알려주려고 온 거여. 그 인연이 너허고 아주 깊은 인연인께 평생 잘 보살펴 줘야 할 거여. 그리고 또 하나.”


“또 하나유?”


“너 그 성질머리 좀 고쳐! 너가 하늘을 노려보고 살기를 쏘는 바람에 염라대왕께서 진노하실 뻔 했어. 흠흠.”


방장석의 말에 순덕의 눈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아니, 없는 데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디 겨우 그거 했다고 지금 아버지 보내 시위허는 거유?”


방장석은 순덕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이거 놔유! 그럼 내 속은! 우리 검둥이는! 다 좋다 이거예유, 애허고 말은 허게 해야쥬, 아예 처음부터 주질 말던가, 내가 언제 그런 능력 달라 했슈? 했슈?”


결국 방장석이 순덕을 쥐어박았다.


“아유, 요 방정맞은 주둥이 봐라, 봐! 항상 말 뱉기 전에 생각 좀 허고 살어, 이것아!”


방장석에게 머리를 쥐어박힌 순덕은 더럽게 아프다는 생각을 하며 언젠가 이렇게 아팠던 적이 있는데 하고 생각했다.


방장석이 말을 이었다.


“항상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혔어, 안 혔어! 저승에서는 니 허는 말이 더 잘들려. 아주 확성기에 대고 뿌리더만. 나참, 챙피해서···.”


혀를 차며 순덕을 노려보던 방장석이 한숨을 크게 쉬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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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120화. 마지막 회 +16 21.08.06 251 10 12쪽
» 119화. 순덕의 귀환 (2) +4 21.08.06 187 5 8쪽
118 118화. 순덕의 귀환 (1) +7 21.08.05 188 6 7쪽
117 117화. 진범의 등장 (2) +3 21.08.04 176 5 8쪽
116 116화. 진범의 등장 (1) +7 21.08.03 176 6 7쪽
115 115화. 현수 돌아오다. (3) +3 21.08.02 172 5 7쪽
114 114화. 현수 돌아오다. (2) +3 21.07.30 173 5 7쪽
113 113화. 현수 돌아오다. (1) +3 21.07.29 168 5 7쪽
112 112화. 저, 민정이랑 결혼할래요. +6 21.07.28 173 4 7쪽
111 111화. 너희 둘만 몰라. +6 21.07.27 171 4 7쪽
110 110화. 아이들의 고민 +4 21.07.26 181 4 7쪽
109 109화 키스는 했어? (2) +6 21.07.23 170 6 7쪽
108 108화 키스는 했어? (1) +6 21.07.22 177 5 7쪽
107 107화 방장석의 경고 +4 21.07.21 186 6 7쪽
106 106화. 진상 손님(4) +4 21.07.20 176 5 7쪽
105 105화. 진상 손님(3) +6 21.07.19 170 6 7쪽
104 104화. 진상 손님(2) +4 21.07.16 173 7 7쪽
103 103화. 진상 손님(1) +6 21.07.15 185 6 7쪽
102 102화. 간식 사건 +4 21.07.14 181 8 7쪽
101 101화. 귀신이 보인다고? (2) +4 21.07.13 179 7 7쪽
100 100화. 귀신이 보인다고? (1) +6 21.07.12 188 6 7쪽
99 99화. 노래방 화재 사건(3) +2 21.07.09 174 4 7쪽
98 98화. 노래방 화재 사건(2) +4 21.07.08 181 5 7쪽
97 97화. 노래방 화재 사건(1) +5 21.07.07 178 7 7쪽
96 96화. 인한의 데이트(4) +3 21.07.06 183 7 7쪽
95 95화. 인한의 데이트(3) +5 21.07.05 182 7 7쪽
94 94화. 인한의 데이트(2) +6 21.07.02 191 8 7쪽
93 93화. 인한의 데이트(1) +2 21.07.01 188 7 7쪽
92 92화. 오빠, 현수 봤어! +6 21.06.30 201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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