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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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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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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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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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94화. 인한의 데이트(2)

DUMMY

인한은 학익동에 있는 민정의 집 근처로 갔다.


민정이 차를 몰고 온 인한을 알아보고, 환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민정을 차에 태운 인한이 민정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쑥쓰러움이 한가득 묻어난 인한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 같았다.


얼떨결에 손에 받아든 작은 상자를 손에 든 민정이 인한을 쳐다보았다.


“뭐야?”


“뭐긴 뭐야, 선물이잖아.”


“그러니까 무슨 의미냐고.”


“···그냥 일 한 지 한 달 된 거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 열어봐.”


민정이 조심조심 포장을 뜯었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장미 모양의 18K 목걸이였다.


민정이 부담스러운 눈으로 인한을 쳐다보았다.


“나, 이거 받아야 돼?”


홍시가 당황까지 하니 볼만했다.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아니, 아니, 네가 원하면···.”


인한이 어쩔 줄 몰라 하자 민정이 피식 웃었다.


“넌 참 일관성 있어. 소심하긴, 쯧. 자, 걸어줘.”


“어? 어···.”


생전 목걸이를 누구에게 걸어준 일이 없었던 인한이 한참 버벅거린 뒤 민정의 목에 목걸이가 걸렸다.


민정이 보조석 앞의 햇빛가리개를 내려 거울을 보았다.


“어때, 어울려?”


“으응. 넌 뭘 해도 어울려.”


피시시 웃은 민정이 중얼거렸다.


“보는 눈은 있어서··· 푸흣.”


민정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다음에 나, 돼지 꼬리나 토끼 발 같은 거 하고 나올까?”


“야! 그건 아니거든.”


민정이 갑자기 목소리를 깔았다.


“인한아.”


“응? 왜? 왜 갑자기 목소리는 깔고 그래? 공포스럽게···.”


인한이 정말로 놀란 눈으로 되묻자 민정의 웃음보가 터졌다.


“푸흐하하하하하하. 너 나한테 죄지은 거 있어?”


“내가 뭐? 나, 나 그런 거 없다.”


“그런데 왜 내가 말도 하기 전에 쫄아? 너 웃긴다.”


“네가 목소리를 깔면 무서워···.”


“얼레? 어이없어.”


잠시 간격을 둔 민정이 말을 이었다.


“넌 참 분위기 꽝이다. 어떻게 목걸이를 주는데, 사람이 차 안에 들어서자마자 선물을 들이미니? 분위기도 좀 잡고, 앞에 커피라도 좀 놓고, 그런 상태에서 우아한 음악이 흐를 때, 응? 그런 거 있잖아. 나도 그런 분위기 좋아해.”


인한이 그제야 민정의 말을 알아들었다.


아, 여자들이 분위기 찾는다는 말을 어디서 듣긴 들었다.


“아, 분위기···. 잊었어. 미안.”


“뭐 괜찮아. 처음이니까 봐줄게.”


“응, 고마워.”


인한은 고맙다고 말은 했지만 뭔가 제 돈으로 해주면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이 맞는지 헷갈렸다.


하지만 그 위화감을 제대로 떠올리기도 전에 민정과의 대화가 계속되었고, 둘은 별 것도 아닌 일로 웃으면서도 행복했다.


‘그래, 우리 둘이 행복하면 된 거지.’


기가 살아난 인한이 주안역으로 차를 몰았다.


민정이 물었다.


“킹스맨 볼 거지?”


“응, 영화관 지하에 주차시키고 올라가자.”



팝콘과 콜라까지 챙긴 둘은 시간 맞춰 영화관으로 들어갔다.


인한에게 지금의 달콤한 시간이 꿈 같이 느껴졌다.


두 시간을 넘긴 영화가 30분도 되지 않는 것처럼 훅 지나갔다.


영화에 대한 둘의 취향이 맞으니 더욱 좋았다.


영화가 끝나자 인한은 민정에게 입맞춤 한번 못해보고 나온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안고 나왔다.


‘차라리 로맨스 영화를 봤어야 했나? 쩝.’


“영종도 가자! 영종도. 흐흐흐흐흐.”


마냥 신이 난 민정의 활짝 핀 미소를 보니 아쉬움이 사그라졌다.


‘까짓 거 또 기회가 있겠지.’하는 생각에 인한도 따라 웃었다.


이제 영종도로 가서 근사한 곳을 찾아 점심을 먹을 시간이었다.


주차장을 나와 영종도로 출발하면서 민정이 미소를 띤 얼굴로 인한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느낀 인한이 물었다.


“왜?”

“너, 그때 기억 나?”


“언제?”


“우리 초등학교 시절 6학년 때 같은 반 돼서 축구할 때 내가 찬 공 맞고, 기절한 일.”


“야! 기절까지는 아니다. 그냥 잠시 좀 멍했지.”


둘은 동창이었다.


“하하하하하. 너 그때 정말 순했는데···.”


“그래, 너 악바리다. 됐냐?”


창밖을 바라보던 민정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그때만 해도 우리 집 살만했거든. 그런데 고등학교 올라가자마자 아빠가 직장에서 잘리니까 순식간에 사는 게 어려워지더라.”


인한이 물끄러미 민정을 쳐다보자 민정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지금은 좀 나아졌어. 내가 대학을 가겠다는 생각을 버리니까 경제적 문제가 많이 해결되더라고. 사실 난 대학을 가는 게 그다지 절실하지 않았어. 어차피 하루하루 등록금 문제에 생활비로 시달릴 게 뻔하잖아. 그건 정말 싫다.”


“지금 식당일 하는 거 후회 안 해?”


“안 해. 다행히 너를 만나서 마음도 편했어. 사실 동창이 하는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게 좋기는 어렵지? 내가 운이 좋은 거지. 물론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네가 날 편하게 해줘서 나 정말 너한테 많이 고맙다.”


“그럼 집 생활비를 네가 버는 거야?”


“그 정도는 아니야. 아버지가 버스 운전을 하셔. 아직 50대 초반이라 거뜬히 10년은 하실 수 있다고 좋아하셨어. 예전에 대기업에 다녔던 일은 입 밖으로 꺼내지도 않으셔, 마치 없었던 일처럼.”


인한이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우리 집은 그때 부모님 두 분 다 한 순간에 뺑소니 사고로 돌아가시고, 내가 반쯤 혼이 나갔어. 동생 데리고 이제 어떻게 살아야하나 싶더라. 할머니 아니셨으면 고아원으로 갔겠지.”


“친척도 없었어?”


“있기는 있어도 평생 연락도 안 하고 산 사람들인데 나와 인희가 나타나면 과연 반갑다 했을까? 부모님 돌아가시니까 완전 개털 되더라. 집에 돈이라도 있었으면 누군가 우리를 맡아줬을 지도 모르지. 그런데 집도 경매 들어가고, 정말 입은 옷 그대로 집에서 쫓겨난 셈이었거든.”


인한을 바라보는 민정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민정이 손을 들어 인한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지금은 어엿한 식당 사장님 아냐? 우리 나이에 그 정도면 성공이야.”

“사장은 할머니고, 나는 대리인 정도?”


“그래도 난 네가 부럽다. 차라리 중학교시절에 어려워졌으면 바로 진로를 직업계로 정했을 텐데 고등학교 때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암담해지더라. 인문계는 대학가자는 게 인문계잖아. 그렇다고 우리 형편에 대학 등록금에, 책값에, 기숙사비까지 합해 4년이면 거의 1억인데, 도저히 대학가겠다는 말이 안 나오더라고. 정말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하나 싶으니까 난감했어.”


“민정아, 솔직히 너는 걱정이 안 돼. 어떤 상황이든 결국 해결방법을 찾아내잖아.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찾을 수밖에 없으니 찾은 거지. 그래도 너네 식당에서 일하게 된 뒤로 불안하던 마음이 많이 안정을 찾았어. 내 직장이 있다는 게 이렇게 힘이 될 줄 몰랐거든.”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인천대교를 넘었다.


맛집이라는 쌈밥집을 찾아 들어선 둘은 거하게 차려진 상에 마주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커다란 쌈에 반찬과 고기를 듬뿍 얹어 입이 찢어져라 벌리고 먹는 민정을 보며 인한이 키득거리고 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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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47 야근의신
    작성일
    21.07.02 07:30
    No. 1

    영종도.. 인한이는 자연스럽게 서해의 낙조를 보며 회와 조개구이를 먹고 '일부러' 술을 한잔 걸쳤다. 술먹고 운전을 할수없기 때문에 쉬었다 가자는 수작을 부리려했지만...
    "대리 불러."
    민정이는 단호했다. 아오 18k 장미 목걸이만 아깝다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7.02 21:59
    No. 2

    푸흐흐흐흐 야근의신 작가님^^ 저도 고민했지만 순덕이 눈에 불을 켜고 있어서^^:; 점잖고 순하게 풀었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리드완
    작성일
    21.07.02 14:28
    No. 3

    둘이 순수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7.02 22:01
    No. 4

    리드완 작가님~ ^-------^ 15세 이하 관람가라서요...T-T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다오랑
    작성일
    21.07.04 14:30
    No. 5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Lv.16 명안
    작성일
    21.07.04 20:28
    No. 6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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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화. 순덕의 귀환 (2) +4 21.08.06 187 5 8쪽
118 118화. 순덕의 귀환 (1) +7 21.08.05 188 6 7쪽
117 117화. 진범의 등장 (2) +3 21.08.04 177 5 8쪽
116 116화. 진범의 등장 (1) +7 21.08.03 176 6 7쪽
115 115화. 현수 돌아오다. (3) +3 21.08.02 172 5 7쪽
114 114화. 현수 돌아오다. (2) +3 21.07.30 173 5 7쪽
113 113화. 현수 돌아오다. (1) +3 21.07.29 168 5 7쪽
112 112화. 저, 민정이랑 결혼할래요. +6 21.07.28 173 4 7쪽
111 111화. 너희 둘만 몰라. +6 21.07.27 172 4 7쪽
110 110화. 아이들의 고민 +4 21.07.26 181 4 7쪽
109 109화 키스는 했어? (2) +6 21.07.23 171 6 7쪽
108 108화 키스는 했어? (1) +6 21.07.22 177 5 7쪽
107 107화 방장석의 경고 +4 21.07.21 186 6 7쪽
106 106화. 진상 손님(4) +4 21.07.20 176 5 7쪽
105 105화. 진상 손님(3) +6 21.07.19 170 6 7쪽
104 104화. 진상 손님(2) +4 21.07.16 173 7 7쪽
103 103화. 진상 손님(1) +6 21.07.15 185 6 7쪽
102 102화. 간식 사건 +4 21.07.14 181 8 7쪽
101 101화. 귀신이 보인다고? (2) +4 21.07.13 180 7 7쪽
100 100화. 귀신이 보인다고? (1) +6 21.07.12 188 6 7쪽
99 99화. 노래방 화재 사건(3) +2 21.07.09 174 4 7쪽
98 98화. 노래방 화재 사건(2) +4 21.07.08 181 5 7쪽
97 97화. 노래방 화재 사건(1) +5 21.07.07 178 7 7쪽
96 96화. 인한의 데이트(4) +3 21.07.06 183 7 7쪽
95 95화. 인한의 데이트(3) +5 21.07.05 182 7 7쪽
» 94화. 인한의 데이트(2) +6 21.07.02 192 8 7쪽
93 93화. 인한의 데이트(1) +2 21.07.01 188 7 7쪽
92 92화. 오빠, 현수 봤어! +6 21.06.30 201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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