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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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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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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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백(4)

DUMMY

계속되는 백미의 거룩한 말씀을 들어나 보세요.

“그렇게 난 죽련방 실세들을 내 사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 뭔가. 아무리 같은 중국인이지만, 나같이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온 듣보잡 화교에게 실권을 준다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


여무명이 백미에게 거금을 써가면서까지 우리를 구해 준 진짜 이유를 묻자, 이에 백미는 로켓 우먼에게 또 하나의 가방을 가져오게 하더니 그 속에서 달러 뭉치를 집어 들고 한 마디 던지는 게 아니겠어요?


“지금 한국은 ‘돈 밭’이라네, 눈먼 돈들이 사방에 심겨져 있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겠지. 예전에 외국 조직들이 대한민국 돈 밭에서 힘들게 일일이 수작업으로 열매를 땄다면, 지금은 기계로 수확하고 있다고 봐야 해! 쉽게 말해서 금전출납기라네. 아예 24시간 사용 가능한 ATM(현금자동인출기)일수도 있고. 자네들은 내 돈 걱정하지 말고 화끈하게 도와주기만 하면 돼. 다니엘 군 정도면 지금 백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지 않을까? 내가 다니엘 씨가 어디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걸 모르시나? 저런, 내가 괜한 걸 말했나 봐.”


저는 순간 긴장했어요. 솔직히 백사의 위치를 이미 파악해놓은 상태여서죠.

하지만 백미는 잘못 짚었지요. 제가 백사 행방에 대해서 CIA를 통해 관련정보를 얻은 것이 아니거든요.


그곳을 밝혀낸 사람은 다름 아닌 쌍장군! 전국 무속인 회원들을 통해 깊은 산골 암자까지도 촘촘한 정보망을 가동하고 있었던 저 미친 존재감이라니!

그래도 저 다니엘은 사람 목숨을 가지고 거래하고 싶진 않았답니다. 백미(白眉)에게는 백사(白蛇)의 행방을 숨기려 해요. 끝까지요. 암, 그래야지요!


앞서 나열했던 예술이나 문학계 인물 중에서 몇 명만 소환해보겠어요.

저 다니엘이 보기엔 ‘마크 로스코’가 언급했다는 ‘엘 그레코’의 작품세계는 대부분 환상적인 데다, 심지어 보는 이로 하여금 공포심을 준답니다.


이 중에서도 대표작인 ‘다섯 번째 봉인의 개봉’을 보면 성경 중에서도 요한계시록이 그림처럼 펼쳐져요.

그동안 죽은 순교자들이 천사로부터 백의(白衣)를 받는 장면이라 했던가요?

여기서도 역시 흰옷은 정결함과 거룩함의 상징이니···.


그런데 이런 창조적이고 판타스틱 한 ‘엘 그레코’의 그림에 대해 소설 ‘달과 6펜스’에서는 그를 약간 저평가하는 대사가 나오잖아요. 인습적(因襲的)이라면서요.

‘인습’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옛 관습을 따르는 짓이나 노릇이거든요.

‘달과 6펜스’란 소설은 작가 ‘서머싯 모음’이 실존했던 화가 ‘폴 고갱’을 주인공으로 변신시킨 작품입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폴 고갱과 다투면서 자기 귀를 잘랐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어요. 대다수 사람들은 당시 환각 작용을 하는 술인 ‘압생트’에 중독된 고흐가 미쳐서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에도 또 다른 반전이 있지요. 고흐는 친구인 고갱을 위해 자기가 스스로 귀를 잘랐다고 인정했는데도 불구하고 아니래요.

실제로는 고갱이 펜싱 칼로 고흐 귀를 잘랐다는 설도 제기 중이죠.

주변 사람들 간에는 이러쿵저러쿵 뒷말이 많았지만, 고흐와 고갱 둘 사이에 벌어진 진실을 다른 사람들은 알 수는 없을 터···.


한 가지 더 주목할 사실은 소설가 서머싯 모음이 1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에 침투하여 첩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는 리얼 팩트!

최근 자료에는 그가 MI6 요원이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작품 ‘어셰든, 영국 정보부 요원’은 현재 스파이 소설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어요.

소설가들의 삶은 이렇게 드라마틱하답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아무렇게나 소설이 나오는 게 아니지요.


여기 소설 제목 ‘달과 6펜스’에서 달은 이상을 포함한 고고한 가치를 상징하는 반면에 6펜스는 이름 그대로 돈과 연관된 저급한 삶을 표현한다고 하네요.


이 땅엔 언제부터인가 고고한 가치를 추구했다고 생각되는 자들이 사실은 저급한 삶을 동경했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죠? 마치 레드문들마냥.


그리고 달과 6펜스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이상적 목표인 달만 추구해요.

6펜스 세계에서는 처자식도 버리는가 하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부인도 빼앗는 쓰레기인데도 말이죠.

소설에서 남편을 버리고 찰스를 선택했던 그 부인은 자살로 생을 마감했어요.

여기에 나오는 찰스 스트릭랜드의 삶은 화가 고갱의 인생과 상당히 비슷하더군요.


특히나 서머싯 모음은 작품에 나오는 찰스 스트릭랜드나 실존인물인 고갱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답니다.

“개성이 특이하다면 나는 천 가지 결점도 기꺼이 다 용서해 주고 싶다.”

저 다니엘은 이래저래 이 작가의 명언이 가슴에 와 닿지 않는군요.

이런 부류의 개성을 가진 사람들을 높은 이상을 가졌다는 이유로 정말 다 용서해야 하나요?

이 땅에도 자신들은 격조 높은 사상을 지녔고 과거 정의를 위해 투쟁했으므로 너희들은 우리의 자잘한 결점이, 설사 있다손 치더라도 무조건 용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난발하고 있으니···. 오호라, 개소리였군요.




나 여무명은 다니엘을 포함한 우리 회사원들이 서울로 이동한 후에도 혼자 남아, 이 지역을 살피기로 했다.

어디엔가 있을 염소와 그 무리들의 흔적을 찾아야지 꼭! 그러다 미군부대가 위치하고 있는 평택시 쪽으로 내려갔다.


난 얼굴만 봐도 마약에 중독된 사람들을 감별해낼 수 있거든!

내 판단으로는, 이곳에서도 광범위하게 마약이 유통되고 있음이 확실해!

이윽고 마약 운반책으로 보이는 자의 뒤를 추적해 가자, 외국인들이 가득 찬 곳이 나타나더라.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라!


사방에서 중국말이 들리고, 간혹 다른 외국어도 그리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오늘 할 일의 분량은 이미 채운 것으로 판단된다.

이곳에서의 마약공급 루트를 정확하게 파악했기에 그렇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그럴싸하게 보이는 고급호텔을 골라, 바로 투숙한다.

이 정도 사치는 누릴 자격이 있잖은가? 백사 식구로부터 독립할 때, 내 몫으로 일정 금액을 가지고 나왔겠다. 까짓것 뭐!


일부러 바닷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방을 잡았는데, 이게 뭐람?

정작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는 손바닥 크기?

바다 풍경 대부분이 앞 건물에 가려있구나. 게다가 거대한 공단에서 내뿜는 희뿌연 연기가 압권이어서 우울한 감정만 더 자극한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실컷 자자꾸나! 아직 마음의 병이 완치되지 않은 관계로 약을 복용했더니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든다.


다시 어두운 꿈의 세계로 돌입하자마자 푸른 하늘이 회색빛깔의 구름과 섞이면서 어두운 빛깔로 변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천둥과 번개까지도 동반한···.


이에 반해서 땅은 외려 녹음이 찬란한 가운데, 곳곳에 회색 건물만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또다시 장면은 바뀌어 암갈색의 하늘 밑에서 벌거벗은 인간 형상들의 이해할 수 없는 동작이라니! 마치 신화 속 인물들인갑다. 이젠 하다하다 꿈에 그리스·로마 신화까지 등장하다니.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젯밤 꿈을 생각했다. 아마도 얼마 전인가 화집에서 본 그림 때문이었으리라.

‘엘 그레코’라는 그리스 태생의 에스파냐 화가가 그린 ‘톨레도 풍경’과 ‘라오콘’이라는 작품이었다.

물리적 세계와 영적인 세계의 공존을 도모한 작가라는데, 너무 신비롭고 엄숙해서 감히 평가할 수 없구나!

특히나 두 번째 그림의 제목인 라오콘의 경우는 그리스인이 두고 간 목마를 성안으로 들이지 말라’라고 경고했던 트로이의 사제다.

잘 모르겠다면 미남 배우 브레드 피트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트로이’를 떠올리면 된다.

참! 아킬레스 역할이었고 헥토르와 싸우던 결투장면이 압권이다.

어쨌거나 라오콘은 미네르바가 보낸 뱀에 죽임을 당한다. 그것도 두 아들과 함께···.

모름지기 수상한 물건을 내 집에 들이면 사달이 난다. 그리고 적을 돕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 미네르바를 조심하라는 것이 진리일진대···.


난 홀로 산책이나 하겠다는 심정으로 바닷가 공단지대로 내려갔다.

헌데 수상한 냉동 창고가 보인다. 겉보기에 수상하다는 뜻이 아니다, 후각으로 느끼는 냄새가 수상쩍더라.

난 이래 봬도 명실공히 한의학 전공자다. 향이 강한 다른 식자재 냄새로 가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분명 마약류 식물이 있지 않으리오.

몰래 창고건물에 잠입해 관련 증거물을 수집하고 있는 찰나에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받는다. 숫자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많아 역부족임을 직감한다.


그들이 사방에서 휘두르는 칼과 쇠몽둥이를 피하기 바쁘다.

이것이 바로 내 조국 중국이 구사하던 인해전술(人海戰術)이 아니던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몸은 자상(刺傷)과 멍으로 이미 만신창이(滿身瘡痍) 상태!

느닷없이 그들 중 한 명이 튀어나와 단검으로 내 복부를 찌른다. 그러곤 넌지시 내 얼굴을 살핀다. 이자의 표정이 묘하다. 묘해.


잠시 흐르는 침묵의 시간. 그로부터 더 이상 추가적인 공격은 없었다.


나를 찌른 그자가 다른 이들에게 중국말로 뭐라고 하더니 날 밀폐된 공간에 가두어놓는다. 그가 날 죽일 수도 있었는데, 왜 더 이상 찌르지 않았을까?

동포임을 직감했을까? 근데,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

신랄한 통증은 어린 시절 고향 땅으로 나를 몰고 가고 있다.


그랬다. 나를 찌른 자는 바로 형이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나를 데리고 놀아주던 형을 30년이 지나서야 칼을 사이에 둔 채, 마주 보게 되다니!

그것도 하필 과거 중화제국의 하찮은 속국에서···. 요즘 중국 지도자들이 대한민국을 그런 시각으로 보고 있어 표현했을 뿐이다. 노여워 말라.


기껏 초청해놓고 누굴 감히 혼밥 먹게 하다니!

아무튼 통렬한 슬픔으로 인해 눈물과 땀이 상처에 흘러내리자 고통이 배가(倍加) 된다.

나를 이 땅에 보낸 돈으로 잘 살고 있을 것으로만 생각했던 나의 가족이···, 무엇보다도 형은 학교 잘 다니며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는데···. 돈도 많이 벌어 알리바바그룹의 마윈(馬雲)회장처럼.


아⁓아⁓그런 형이 어떻게 지금 3류 조폭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날 수가 있는가!

하기야 요즘 중국에서는 마 회장님도 막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고 그런다대. 왜일까?


그들은 날 창고 지하방으로 옮겼다. 밖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깐뻬이(건배)!” 술들을 마시고 있군그래.

조금 후에 낯익은 얼굴이 방 안으로 들어온다. 얼씨구! 장백 삼촌이었네.


“무명 조카야, 내 널 보무느 맴이 너무 아프다. 답답하다야. 내 어째 닌데만은(너에게만은) 원한이 없다는 건 알지? 아이다. 그냥 물어봤다. 이제 근심이라메누 아니해두 된다. 우리가 니 서해바다에 데지면(던지면) 죽어서 고향에 갈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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