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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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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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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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우린 클럽에 설치된 CCTV 위치를 확인한 후 푸시킨이 있을 만한 곳을 빠르게 스캔했어요.

VIP 룸으로 보이는 곳이 보이네요. 앞에는 한국인 덩치 둘이 지키고 있군요.


쌍장군과 청백이 쉽게 제압하고 룸 안으로 들어섰답니다.

잠시 후 저 다니엘과 담백이 방안에 도착했을 땐 벌써 격투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에요. 방 안에서는 정체불명의 서양인들이 푸시킨을 경호하고 있었던 것이죠.


어라! 아니네요. 서양도 아니고 중앙아시아도 아닌 묘한 종족이네요.

듣자니, 푸시킨이 염소와 전투 과정에서 붙잡은 용병들을 자기 휘하로 흡수했다고 했는데, 이들이 바로 그 용병들인가요?


어지간한 서양인들보다 큰 청백이 그들 중 한 명으로부터 로우킥 공격을 숱하게 받아 무너지기 직전이었죠. 긴 하체가 약점으로 작용했던 것이에요.


“아니, 저 꼴이 뭐야? 쌍장군 역시 다른 자로부터 초크를 당하고 있잖아! 새우처럼 얼굴이 빨개져 있다니, 이를 어찌할까.”


진즉 실신한 것으로 보여 우리가 조금 늦었으면 질식사가 불가피했던 상황이었어요.

저들 경호원들은 한눈에 봐도 격투기 고수여서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 예상된답니다. 얼핏 보기에도 그자들은 UFC 최강자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너무 닮았네요.

따라서 이들의 정체는 러시아 남부에 위치한 ‘캅카스’ 지역민으로 추정된답니다.

분쟁과 테러가 빈번한 곳이에요. 영어로 코카서스라 불리는데, 참고로 코카서스 3국은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입니다.

이 중에서 기독교가 근간인 아르메니아와 무슬림이 대다수인 아제르바이잔은 수시로 전쟁상태에 돌입하는 관계지요.


다만, 지금 혈투 중인 이들은 북쪽 코카서스 산악지대인 다게스탄 사람들로 보였죠. 내가 이런 생각을 잠시 하는 순간에도 청백은 계속되는 무릎 밑 공격에 결국 쓰러져 상대방에게 파운딩을 허용하고 있네요.


이내 담백이 공중으로 뛰어올랐고 ‘플라잉 니킥’을 날렸지요.

경호원들은 갑작스러운 여자의 고난도 공격에 당황한데다 부상당한 청백이 일어나 삼지창을 휘두르자 놀란 기색이에요.


파티장에 입장할 때에 그 녀석의 삼지창을 모조품으로 봤던 클럽 기도들의 실수였지요.


푸시킨은 이틈을 노려 방 밖으로 달아나고 있네요.

이제 클럽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답니다. 업소 곳곳에서 난투극이 벌이지고 있는 가운데, 플로어를 연장으로 벌집처럼 쑤셔놨음에도 손님들은 핼로원 특별 이벤트라 여기면서 신나서 죽겠대요.


여무명은 지금 푸시킨 부하들이 추가로 도착할 것에 대비해 밖을 지키고 있어요.

무명으로부터 급하게 연락이 왔네요. 블랙슈트 차림의 수상한 자들이 클럽으로 진입했는데, 푸시킨 부하들은 아닌 것 같대요.


돌연 클럽에 있던 여자 손님들이 비명을 질러댔지요. “피는 이제 그만!” 이어지는 장면은 총에 맞은 채 쓰러져 있는 푸시킨!

그를 소음총으로 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클럽을 서둘러 나가면서 액션 신은 이렇게 막을 내리는군요.

그 모습은 노란 밀밭 속에서 튀어나오는 까마귀 떼를 연상시켰죠. 판이 끝났음에도 아직까지도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있는 클럽! 잠시 펼쳐지는 환상!

해가 흑암으로, 달이 핏빛으로 변하는군요. 곧 닥칠 크고 두려운 날···. 우린 자칫 살인누명을 쓸 수 있으므로 재빠르게 클럽을 빠져나왔답니다.


얼쑤! 쌍장군의 표정이 또 심상치 않아요. 전투 과정에서 초크 공격을 당해 거의 저승 문턱까지 다녀왔기 때문이겠죠.

결국, 내 예상대로 정체불명의 방언을 뿜어낸답니다.

“다오 지우 드어···. 마 헤이 얼 사 라 르어 하 스 바 스” 에잉!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요? 난 쌍장군의 귀싸대기를 날려 정신이 돌아오게 할 수밖에 없었다니까요.


장군께서는 겨우 진정이 되었는지 얼이 빠진 모양새로 다시 지껄이더니 무언가를 종이에 적기 시작하군요. 자세히 보니 한자로 ‘瑪黑珥沙拉勒哈施罷斯’라고 적혀 있는걸요. 그러곤 지껄이는 말이···.



“무섭도다! 환상 속에서 어떤 자들이 몰려와 술병에서 술을 엎어 버리곤 그것을 깨고 있었지요!

그들을 ‘도주적(倒酒的)’이라고 한다더군요. 서양에서는 ‘잔을 기울이는 자’들이라고 하고요. 아마도 곧 몰려올 판일세.


면류관을 잠시 쓰고 있던 강퍅(剛愎)한 이들이 저들 ‘도주적’으로부터 노략과 강탈을 당할 것이라는데···.


새끼 잃은 사나운 곰들이 그간 권세를 자랑하던 얄팍한 이들의 염통 꺼풀을 찢을 것이라는데···.


瑪(마-보석 종류), 黑(흑-검다), 珥(이-귀고리), 沙(사-모래), 拉(랍-데려가다), 勒(늑-재갈), 哈(합-꾸짖는 소리), 施(시-행하다), 罷(파-그만두다), 斯(사-쪼개다)이니까,

검은 마노보석 귀고리를 한 지체 높은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려 사막으로 끌고 가서, 그가 하던 못된 짓을 그만두게 꾸짖고는 몸뚱어리를 쪼개버린단 뜻인가?


그 못된 짓은 바로 자식 같은 백성들을 불 사이로 지나게 하여 망령된 우상(偶像)에 바친 것이라오. 날이 이르리니···.

살 떨리는군요. 아이고, 무시라! 꿈속 전쟁터의 배경은 선글라스를 쓴 채로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장군이 지휘하던 상륙작전이었다오.

이제부턴 전선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새 사냥꾼들의 흉측한 시체가 보이네요.

그들의 손목마다 부적을 꿰어 매고 있는데, 적혀있는 글자를 보니 ‘평등’의 부적, ‘공정’의 부적, ‘정의’의 부적이라는군요.

그간 순진한 백성들의 영혼을 사냥한 대가를 치르나 봐요.

저것 좀 보시구려. 자기들이 휘두르던 ‘직권 남용’의 칼을 베개로 삼아 스올(Sheol)에 누웠잖아요.

이들이 다시는 큰 물가인 한강을 흐리지 못할 것이라네요. 영원히! 다만, 그간 속았던 양들, 즉 백성들은 무지했던 대가를 치르리니 못된 자들과 새 사냥꾼들이 발로 밟고 더럽힌 물을 한동안 마셔야 한다오. 안타깝소이다.”


현재 우린 서울 도심에서 조직폭력배 간의 패싸움을 벌인 강력 범죄 용의자가 되었지 뭐예요.

거기다 남한 당국은 우릴 푸시킨을 살해한 범인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랍니다.

푸시킨은 클럽에서 총을 맞은 후에도 피를 흘리면 걸어갔는데, 1.6㎞ 떨어진 돌팔이 의사 집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대요.

어떤 보이지 않는 분들이 사건을 그렇게 설계해 놓았겠지요? 그들은 음모의 설계자, 비극의 연출가! 이들의 극본에 따르는 음부에서 온 죽음의 집행자들은 또 누구일까요?

옴짝달싹 못하게 검은 독거미가 만든 거미줄에 옭혀든 처지라니, 이것 참!


이럴 땐 정신 바짝 차리고 단서를 찾아야 해요. 잔뜩 꼬인 실 뭉치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열쇠 같은 것 말이죠.

저와 담백은 연인으로 위장한 채 이태원 거리를 유유히 지나서 푸시킨이 숙식했던 나이트클럽에 무사히 잠입했어요.

이곳 역시 경찰에서 수색하고 간 흔적이 곳곳에 보이네요.

아직 출입통제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군요. 방안을 잠시 스캔하다 보니, 과거 푸시킨이 묵었던 호텔 방에서 본 러시아와 구 소련 국기는 그대로 있는데, 어라 안 보이던 물건이 보이네요. 유화그림이었어요.


거친 붓 터치로 그려진 해바라기였죠. 고흐가 그토록 그리기를 좋아했다는 해바라기 그림인가요? 아니었지요. 무지의 소치였어요.

이 해바라기는 고흐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고갱이 고흐를 냉소하면서 그렸던 시들어빠진 해바라기였답니다.

빛을 쫓아가는 본성을 망각했다거나, 강제로 빛 볼 기회를 차단당한 말라비틀어진 해바라기여! 이런 해바라기들이 이 나라에 널려있구나!

자기들이 그토록 열광하던 것이 진짜 태양이 아니라 인공(人共) 조명이었음에도 불구···. 혹시 푸시킨이 아니라 시니컬한 염소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닐까요?

딱 수준이 그래요. 난 준비한 특수장비를 통해 그림을 감상했어요. 장비는 입자가속기와 전자현미경입니다.

역시 내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군요. 해바라기 그림 속에는 또 다른 그림이 있었다니까요. 그것은 마치 중세 보물지도를 그려놓은 그림같이 보였어요.

중요한 물건이나 서류가 숨겨진 장소로 안내하는 지도 말이죠. 우린 사무실로 해바라기 그림을 가져다 분석에 돌입했지요.

특수약품을 사용해 겉을 벗겨보니 예상했던 대로 등장하는 지도!

바다와 땅이 보이고 히브리어로 적혀있는 지명까지도. 지중해와 염해(사해), 그리고 갈릴리 바다가 그려져 있는 것으로 미루어 이스라엘 땅이네요.


세부 지명도 ‘Jericho(여리고)’, ‘Bethel(벧엘)’, ‘Ai(아이)’ 등이 명시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성경 여호수아 편에 나오는 상황이겠죠.


“음, 이스라엘 민족이 가나안 땅을 정복하던 당시를 그린 지도로군.”


지도 위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 휘갈겨져 있어요. 안타깝게도 푸시킨이 죽어서 이러한 난해구절과 도표를 해석할 방법이 없다니!

앞으로도 풀기 어려운 숙제로 남을 터인데···.


전 모세가 죽은 후 여호수아가 활약하던 시대의 지도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지요. 당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사람들을 모두 멸망시키라고 하셨음에도 결과는 그러지 못했잖아요.


이스라엘 12지파 간의 이해다툼과 함께, 가나안 족속을 살려서 종으로 삼으려는 탐욕 등으로 인해 하나님 명령을 어긴 것이리라.


최종 결론은 하나님께서 경고하신 대로 훗날 이스라엘의 눈엣가시가 되고 옆구리의 바늘이 되죠. 어찌하리오.

마찬가지로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국제관계를 고려하고, 세계대전으로 확산 등을 염려함으로써 전쟁을 제대로 끝내지 못했잖아요.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복잡한 셈법을 하다 보니, 풀어헤쳐진 실들이 잔뜩 꼬이고만 형국이 아니겠어요?


그때 미국의 실권자들은 훗날 불가사의한 나라인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눈엣가시와 옆구리의 바늘이 될 것을 예측이나 했겠어요?

“자, 인제부터가 시작이야. 모든 일은 다 잘 될 거야.” 앞으로 우리들에게 닥쳐 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좁은 남한 땅에 머물면 안 되는 상황이에요.

‘죽으면 죽으리라’라는 정신력으로 동포를 도와야 하겠지요. 앞으로 미사엘과 하나냐, 그리고 아사랴와의 긴밀한 협업이 더 중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을 줄이야!






나 여무명은 김포시 인근 야산에서 은둔생활을 하고 있는 백미(白眉)를 찾았다.

이는 추적한 것이 아니고 찾아뵙고 인사를 드렸다고 해야 맞겠다.

그래도 그가 날 같은 한족(漢族)이라고 잘 대해준 데 대한 보답이랄까. 왜 하필 김포일까? 그의 본래 근거지이자 고향이 인천 ‘차이나타운’이기에 도망쳐도 멀리 못 벗어난 것이리라.

결론적으로 말해서 내가 그를 만나는 이유는 두 팔이 모두 잘려나간 것은 물론이거니와 조직을 모조리 부하에게 빼앗긴 데 대한 배신감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함이다.

이젠 더 이상 한 손으로 금문채도(金門菜刀)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던 그의 기상을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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