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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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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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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1)

DUMMY

-공백(空白, Vacuum)-


【요모조모 살피기】


역사서를 볼라치면 공백과 간극이 존재한답니다.

오래전 인류가 살아낸 희미한 흔적을 정확히 읽어내는 것 자체가 무리겠죠.

‘헤로도투스(Herodotus)’의 ‘역사(Histories)’에서부터‘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의 ‘로마제국 쇠망사(The History of the decline and fall of the Roman Empire)’에 이르기까지···.


그러므로 후손들은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추정만 할 뿐이거늘.

이래서 뇌피셜(腦offical)이 난무하는 것이고요.

가끔은 이런 공백을 유물과 유적이 새롭게 진실을 밝혀내기도 하죠.


심지어 성경에도 구약 마지막 책인 말라기와 신약까지는 400년에 달하는 공백이 있지요. 학자에 따라서는 더 짧았다는 주장도 있고요.


구약의 예언을 끝으로 공백기 동안에 이스라엘 민족은 선지자들의 말씀이 없는 암흑시기를 보냅니다. 혹자는 이때를 침묵의 시간, 또는 준비의 시간이라고 부른대요.

어찌 그뿐이겠어요? 역사서의 공백기를 완전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다음 시대 역사가 혼돈을 야기할 소지가 있고요. 그러므로 구약성경 이후 공백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신약성경이 왜곡될 가능성이 있대요.


또 중요한 것이 있지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 사이 3일간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탈리아의 사실주의 화가 카라바조(Caravaggio)의 그림을 보면 당시 상황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예수의 체포(Cattura di Cristo)’에서 ‘의심하는 도마(Incredulita di San Tommaso)’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일반인들이 공백으로 여기는 그 기간 중에 믿음이 좋다던 제자들은 패닉상태였습니다.

다 도망가거나 예수님을 부인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일부 여성들은 끝까지 그분 곁을 지킨답니다.

원래 남자보다 여자가 더 의리가 있거든요. 사실입니다.

살다 보면 터득하게 되는 불편한 진실이랍니다.


이처럼 공백기에 인간의 본심이 들어나잖아요. ‘가롯 유다’가 어떻게 배반을 하고, 평소 무용(武勇)을 자랑하던 ‘바요나 시몬(시몬 베드로)’이 처절하게 부인하는가하면 ‘도마’가 예수님 부활을 의심하는 것까지도 그림에 고스란히 묘사되어 있잖아요.


그러하온즉 개인적으로 갑자가 찾아온 공백기엔 당황해 하지 말고 침묵하며 준비해야 해요.

한편, 어떠한 이유로 나라와 조직에 순식간의 공백이 발생하면 이 틈을 파고드는 집요한 무리가 있어요.

역사적 교훈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 간에 치러야할 광란의 난타전이 끝나야만 최종 승자를 알 수 있지요.

마찬가지로 역사의 공백기에는 종종 반미치광이들이 열광했대요.

특히 혁명 전후가 그랬죠. 대신 그들의 종말은 비참했고요.

한국전쟁 중에서 소위 완장 찬 이들이 끗발을 날렸잖아요.


한때 자기의 상전이나 도움을 주었던 분들까지 죽창으로 마구 찔러댔어요. 심지어 동네 예배당에 몰아넣고 산 채로 태우기도 했대요.


이래서 공백기에 피의 보복이 자행되고 역사의 수레바퀴인 양 되풀이되는 걸까요?


근래에도 반미치광이는 여전히 존재해요. 이런 부류들을 바바리안(Barbarian)이라고 하지요. 이 단어에는‘도저히 참고 듣지 못 할 말을 하는 사람. 또는 개처럼 짖는 사람’이란 의미가 있거든요.


또 다른 공백의 형태로는 레임덕(Lame duck)이 있습니다. 대통령 임기 말에 나타나는 지도력의 공백이죠.

이밖에도 조금 다른 의미로 독일에서도 대공위시대(大空位時代-1254-1273년 황제 공백 시기)가 있었죠.

여기 구약시대 공포의 대상이었던 바빌론의 느부갓넷살 왕이 완전 미치광이로 7년의 공백을 보낸답니다. 소처럼 풀을 뜯어먹으면서요.

그런데 어떤 공백기가 7년에 그칠지 아님 장장 70년간이나 포로로 끌려가 타국에서 지낼지는 알 수가 없거늘.




나 염소는 푸시킨을 블라디보스토크 거점으로 초대했다네.

도심 외곽에 있는 한적한 레스토랑을 푸시킨과의 마지막 만찬을 위해 통으로 전세를 냈거들랑.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선 개중에 예술적 감각이 넘치는 장소인데 한번 보시게나.

검푸른 밤하늘은 파랑과 보라. 그리고 초록만으로 표현했다는 저 그림을.

벽에 보란 듯이 걸려 있는 것은 바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당연히 모조품일걸세. 그림 속에 있는 달과 별 주변이 기분 나쁘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모습이라니!

고독이 느껴지는 밤하늘 색깔이 ‘코발트블루’인가?

실제로 코발트가 독일어로 도깨비란 의미가 있는 코볼트(kobold)에서 유래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맞는가? 확인해 보시게.


더욱이 죽음을 상징하는 거대한 사이프러스 나무가 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고? 아무튼 기분이 별로라니깐!


난 평소 이곳 블라디보스토크 거점을 통해 극동아시아 지역을 관장해 왔다네.

북조선은 물론 중국과 남조선, 이어서 일본까지도 인접해 있어서 사업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는 이만한 곳이 없을걸.

더욱 매력적인 장소인 이유는, 여기가 한국인들도 자주 찾는 여행지로 뜨고 있어서라네. 자주 왕래해도, 한국은 물론 러시아 관계당국으로부터 감시를 받을 가능성이 적거든.

쉿! 그리고 과거 없이 살던 시절에 이곳 여성들을 한국에 송출하기도 했지. 여기서 속초까지 가깝잖아? 장사가 꽤 쏠쏠했다니까.

남조선 인민들이 처음 접한 백러시아 미녀들에게 환장했다네. 농담이야. 그렇더란 얘길세.


자! 그럼 슬슬 본론으로 들어갈까?

난 푸시킨이 도착하기 전에 건물 안팎으로 30여 명을 배치했다네.

각별히, 러시아 연방 중에서도 싸움꾼으로 명성이 자자한 ‘다게스탄’과 ‘체첸’ 출신들로 골랐지.

이들을 특별 채용한 까닭은,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도 존재하는 푸시킨 직계 부하들과 구별하기 위한 포석이거든.


그렇다면 이들의 고향은?

아시다시피 체첸은 러시아 군대에 끝까지 항전했던 것으로 유명하고, 요즘도 이슬람 테러사건 등으로 뜨고 있는 민족이 아니겠나.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다게스탄도 산악지대 종족답게 호전적이고, UFC 최강자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등 격투기 선수들이 거리 곳곳에 늘비하다네.


UFC는 봤나들? 이런 거에 열광하는 놈들은 모조리 무식하다거나 폭력적이라고 함부로 비하하지 말게.


게임의 법칙을 알 수 있거든.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와 문화, 이 세상 모든 게 게임이잖아?

누가 누구에겐 쥐약이고, 또 다른 누구에겐 일방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는 게지. 다크호스(dark horse)가 어떻게 탄생하고 또 몰락하는지···.


범접불가라고 여겼던 백전백승 챔피언 역시 시간이 흐르면 수가 읽혀 결국에는 패하고 말잖아? 공격과 수비 패턴이 보이니까.


애초에 영원한 승자는 없는 법일세. 그리고 모두가 다 끝났다고 여겼던 퇴물이 마지막 불꽃을 태우며 기사회생하기도 하거든.

반면에 ‘괴물 신인’ 나타났다고 기대를 잔뜩 모았던 유망주가 꽃도 못 피우고 시들곤 해. 이거이 다 인간사가 아니겠나?


어디 이것뿐이랴? 역사를 피로 물들게 했던 제국 간 싸움판도 매한가지라네.

역사 자체가 옥타곤 경기장인 게지.

역사상 가장 잔인했다는 아시리아가 바벨론제국에 몰락당하고 바벨론은 페르시아에 꺾이고 말지. 이를 말발굽으로 짓밟은 인물이 알렉산더 대왕이었잖아.

뒤이어 나타난 로마는 말할 필요가 없겠군. 그럼 지금, 이 시대 원탑은 누구일까? 그런 이유로 줄 잘못 서면 같이 빠따 맞는 겨.


오랜만에 죽마고우인 푸시킨과의 만찬을 시작해봄세! 최후의 만찬, 말일세.

이윽고 푸시킨은 귀에 붕대를 두르고 나타나더군.


서로가 데면데면한 분위기 속에서, 난 식탁에 고급 보드카 ‘BELUGA’를 앞에 놓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네. 옛정은 정이고 일은 일이라 했지?

이것이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제1 원칙이 아니겠나!

그날따라 벨루가 보드카 병에 그려진 철갑상어가 유독 징그럽게 느껴졌다네. 왠지 이 불길한 기분은 뭐지?

“멋들어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각 딜라?(어떻게 지내?)”

먼저 영혼이 1도 없게 안부부터 묻는다네. 이어지는 본격적인 대화는 그리 다정다감할 수 없는 노릇이니 어찌하오리까.

“왜, 나 몰래 그깟 백사를 도왔나? 너와 백사가 예전에 좋은 사이였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비즈니스가 중요하잖아? 아무래도 자넨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부족해. 그래, 본업이 화가여서 디테일에 강한 점은 인정하겠네. 그러니 자네 혼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건 좀 자제하시게. 결국 우리끼리 제 살 깎기 식으로 경쟁하고 있지 않은가?”


푸시킨은 나의 추궁에도 전혀 당황한 내색을 보이지 않는 게 어찌 된 도리뇨!

예전에 순진했던 미술학도 푸시킨이 아닌걸?

붓 대신 죽음의 지휘봉을 잡은 지, 20여 년이 흘렀으니 사람이 변했다고 봐야 하나?

그가 묘한 웃음을 보이면 당당하게 대꾸하다니!

“라즈비?(과연 그럴까?) 회장님! 아니지. 사석에서는 말을 놓아도 된다고 하셨죠? 그렇게 함부로 지껄여대지 말게. 그래 친구, 자네가 이렇게 사업을 이룬 데 있어서 내가 일등 공신이 아니었나? 내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백사 역시 자네 사업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들었네. 그런 백사를 토사구팽 시키는 건 옳지 않아. 자네 혹시 알고 있나? 러시아 정보기관도 그렇고. 공화국에서도 자네를 의심하고 있다는 걸. 중국은 아예 자네에 대해 손을 보려 한다는 소문도 있다지, 아마! 이유인즉슨, 너, 염소가 철따구니 없이 서구 제국주의 세력과 은밀히 결탁하고 있어서이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세계주의자들’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이 정도면 나 염소가 더 이상 이 친구와 대화를 진행할 필요가 없겠는걸.

그냥 멋쩍은 표정으로 응답할 수밖에.

내 존심을 짓뭉개는 몹쓸 친구와 마지막 건배나 하지 뭐.


‘다 드나(원 샷)’ 허겁지겁 화를 참을 요량으로 보드카를 들이켰다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동안 내가 푸시킨을 너무 많이 키워왔던 것이 후회되는군. 뭐 솔직히 고백하자면, 함께 커 온 것이 맞는 말이겠지만.


난 지체 없이 테이블에서 음식 시중을 들던 8등신 미녀에게 눈짓했다네. 푸시킨을 치라는 신호였거든.

바야흐로 제대로 된 서양하녀 복장을 한 그녀는 치마 속 가터벨트에 숨겨 놓은 단검을 사용할 계획이니 잘 보세나.

그럴 찰나 주방에서 어떤 중년 여성이 새로운 요리를 들고 다가오는데, 댁은 뉘기네?

난 왜 주방에서 일하는 여자가 직접 테이블까지 왔나를 생각하는 순간에 그녀는 이미 내 턱수염을 잡아당기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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