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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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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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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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백(3)

DUMMY

이처럼 속세에 들이닥친 코로나 확산 여파로 인해 한반도 식물계 터줏대감 소나무가 방역 소홀로 씨가 마를 위기인데도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더라!


느닷없음에도 불구하고 재선충에 관한 썰을 푸는 사연은 이러하다. 조선 땅에는 없었던 재선충이 국내에 유입된 경로가 불문명하지만 1988년경 부산 금정산 동물원에서 사육할 원숭이를 가져오면서 따라들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원숭이를 옮기는 목재 우리에 잠복해 있었을 테지.

그리고 재선충은 ‘솔수염 하늘소’ 몸에 기생하면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다.

80년대 중반부터 이 땅에 퍼진 위험한 사상과 그것을 자기도 모르게 퍼뜨리는 솔수염 하늘소는 누구일까? 결국 또 원숭이가 문제였구나!

2016년 경신(庚申年) 붉은 원숭이의 해에 벌어졌던 사건이···.


참고로 그래서 내 조국 중국의 경우 우수한 소나무 군락을 보호하기 위해 주변 5킬로미터 내에 있는 소나무를 모조리 베어 버린다고 하더라. 이게 바로 중국의 화끈함이지 암!


최근 내가 몸담았던 회사 식구들이 완전히 재편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CEO였던 어머니 백사에 이어 삼촌 장백마저도 저리된 데다, 나와 상백, 그리고 장백에게 살해당한 태백을 비롯한 식구 등등, 절반 이상의 자리가 공백상태였던 것이다.


결국 ‘적은 혼노지에 있다’라는 말이 맞았다. 어머니 백사에게 늘 무시당하고 구박받던 장백 삼촌이 거사를 치른 것이리라.

글구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 북에서 새로 내려온 CEO가 바로 월백(月白) 이모란다. 내게 특별히 잘해주시던···.

그래서 더욱 사무치게 놀랍더라. 어머니 백사에게 쫓겨난 큰 이모가 지도자로 등극하다니, 이럴 수가!

월백 이모는 모름지기 그동안 공화국 내에서 벌어진 각종 숙청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출신성분이었다.

한 번 더 ‘깜 놀’할 만한 사실은? 마약 유통 범죄로 수감된 백악(白嶽)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여 합류했다고 한다.

항소심에서 마약복용 부분만 인정되고 유통혐의는 무죄로 처리되었다더라.

원래 그 정도면 7-8년은 기본일 텐데도 나왔다더라.


어벤져스 급 초호화 변호인단이 동원되었다는 소문이다.


장안에서 내로라하는 로펌이란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에다 이번 정권 대법원장 각하께서 몸담았다는 ‘우리법연구회’는 당연하고 전임 대통령을 구속시킨 특검 출신 변호사까지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포진 중이라던데?


당에서 급히 손을 썼다나 뭐라나? 그렇담 백악이 북한 고위직과 연결이 되어 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군.


기왕 말이 나왔으니, 월백 이모가 대표로 있고, 백악이 차석이 된 회사는 역량 부족으로 살(殺) 처분 사업이 어려울 터인데···.

그렇다면 결국 외화벌이에 진력할 것이 아니겠는가!


말 나오기가 무섭게 남한에 와 있는 탈북자들을 압박해 대북 송금액을 착복하고 있다는 첩보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모가 새로 맡은 조직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북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란다.

그래 지금은 북에서도 이런 탈북자들의 송금액을 북한당국이 남한에서 빼내 주는 배급이라고 부를 지경인데도 남한 당국은 뭘 하는 건지! 심히 답답할세.


이어지는 속보로는, 이모는 남한 내 거물급 인사들이 과거 북한에 약점 잡힌 것들을 들이대며 협조토록 유도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

이모가 새로 영입되자마자, 미래 신사업영역을 개척 중인 것이었다. 홀연히 전화벨이 울린다.


난 요즘 의심 가는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다. 두 차례 울린 후에 끊어졌고, 내가 그 번호로 걸어보았다.

스마트폰 컬러링 소리가 예전에 누군가 흥얼거리던 노래다.

요즘 세상엔 토착왜구라고 성토당할 수 있는, 옛 일본 노래 ‘고이비또요 사요나라’? ‘가레하치루 유구래와(枯葉散ゐ夕暮れは-낙엽이 지는 해질 녘은), 구루히노 사무사오 모노 가타리(來る日の 寒さを ものがたり-내일의 추위를 말해 주고)···’


일본말을 전혀 모름에도 예전에 하도 많이 들어서 대번에 알 수 있었지 뭔가!

혹시 했는데, 역시였다. 나에게 참으로 잘해주셨던, 그래서 더욱 보고 싶었던 큰 이모 목소리였다.

“날래 받으라우. 조카님! 니 요즘 뭐 하고 노네. 오죽하면 니가 배신자라는 소문이 있갓서? 아니디? 식구란 것이 뭐이가? 내래 널 책임지갓어. 걱정 말라. 내 밑으로 드러 오라. 다시 예전처럼 잘해보자. 기카구(그렇게 하고) 백사언니 소식 알면 연락 주라. 알간? 기억하디? 어서 가자 마대야! 장군님께 가는 시간이 늦어진다···”


여전히 이모는 실력에 비해 자신감이 넘쳤다. 공화국에서는 어머니 백사를 배신자로 낙인찍은 이상 백사의 피해자인 나에 대해서는 다른 각도로 보거나, 주요 관심 대상에서 벗어난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모가 옛정을 생각해서 윗선에 잘 보고를 했을 수도 있겠다.





나 백사는 평소처럼 ‘주역(周易)’을 읽다가 그걸 괴고 얼핏 잠이 들었지 뭔가. 어린 시절 조부로부터 배운 주역을 여태껏 아끼고 있거늘.

내가 혹여 꾸는 꿈이 구운몽(九雲夢)인가?

내 앞에서 설법하는 저 호승(胡僧-서역의 승려)은 누구인가?

옆에 있는 소사미(小沙彌-어린 중)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구나?

내게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부하인 상백(霜白)을 많이 닮았군.

그렇담 난 팔선녀(八仙女) 중 하나인가? 깨어나니 머리가 아파 온다. 마치 자각몽(自覺夢)처럼···.


주역 외에도 애서(愛書)하는 목록 중에 단연 으뜸을 꼽을라치면 ‘The Catcher in the Rye(호밀밭의 파수꾼)’이요.

난 꼭 영어원서를 고집했소이다. 한국 번역판이 아닌 붉은색 표지가 노란색 글씨로 인해 더욱 자극적인 원서를···.

마치 공산주의 국가들의 국기와 같더이다. 보통사람들은 모를 것이외다.

이 책이 나 같은 암살자들과 연관된 사연을···.

그랬소. 비틀즈의 전 멤버 ‘존 레논(John Lennon)’을 죽인 ‘마크 채프먼’이란 청년이 살해 직전까지 들고 있던 책이 바로 이것이 아니던가?

존을 부둥켜안고 오열하던 ‘오노 요코(小野洋子)’ 옆에서 태연하게 이 책을 읽고 있었다는구나. 저 암살자의 담대함이라니.


또 있소이다. 케네디 대통령을 쏜 ‘책 리하비 오스월드’도 이 책을 갖고 있었소. 이뿐인 줄 아시오?

레이건 대통령에게 총격을 가한 ‘존 힝클리’도 마찬가지였소.

미 제국주의 대통령들에게 감히 총을 겨눌 수 있도록 한 이 미친 자신감은 어느 구절에서 나오는 것일까? 아직 나조차도 모른다오.


물론 저자인 ‘J.D Salinger’가 그런 의도로 책을 집필하진 않았을 테지만···.

쉿! 여기 CIA와 연관된 음모론이 있소이다.

CIA가 암살자를 훈련시킬 때 반항심과 적개심을 부축이기 위해 이 책을 활용한다는 게요. ‘오스월드’ 역시 범행동기를 자백하기 전에 피살당하지 않았는가?

존 레논이 총 맞은 이유도 반전(反戰)운동에 앞장서서 그렇다는데···.

그러니 남조선에서 종전(終戰) 얘기했다간 총 맞을 수 있어, 야. 믿거나 말거나.


허나, 난 정작 이 소중한 책을 잊어 버렸지 뭔가.

이때부터 뭔가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니까. 아마도 여무명이를 정신병원에서 데려오는 과정에서 분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니까. 확실해! 그때 병원 보호자대기실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존 레논(John Lennon)’의 이매진(Imagine)이 아니더냐?

Imagine there’s no heaven(상상해 봐. 천국이 없다고.) It’s easy if you try(그건 쉬어 네가 시도한다면) No hell below us(지옥도 없어. 우리 아래엔) ∽Imagine there’s no countries(상상해 봐. 나라도 없다고.)∽And no religion, too(종교도 없고) 이자가 진정 무신론자에다 아나키스트가 아닌가?

그렇구나 가사와 같이 평화만 찾는 몽상가였구나. ‘Nothing to kill or die for(아무것도 죽이거나 죽일 일도 없어)’, 라면서?


나 백사는 요즘 상판대기를 가지고 인간의 길흉화복을 점치기가 너무 어려워졌음을 토로하려하오.

그러니까 그놈의 코로나 땜시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간들의 감정을 읽어내어 앞으로의 행보를 살피기가 힘들어졌거든.

지금 내 앞에 앉아 아양을 떨고 있는 월백(月白)이 눈깔만 내놓은 채 주둥아리조차 마스크 속에서 놀리고 있는 통에 도무지 감이 안 온다 이거지.


그녀의 표정을 여원여모(如怨如慕)라 해야 할까?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뜻이라오.

월백이 대가리가 별로니까 일단 돌직구 유도신문이라도 날리는 수밖에.

“어이 왔음 둥. 서울엔 왜 또 어이 왔음둥? 월백아 내 그간 죽자 살자 키운 조직을 날로 먹고자프니? 꺼렁배같이 어째 이러니.”


월백은 잠시 당황하는 눈빛을 보이더니 응답하더이다.


“언니 동무 잘 있어시오. 누가 할라꼬이(함경도 사람) 아니랄까 봐 보자마자 쎄게 나옵네까 그러디 말라요 내래 불가피하게 언니 조직을 맡게 되었디요. 고래 어쩌다 니 장백에게 뒤통수 맞았네? 언닌 요즘 머 하고 이시오?”


이년 봐라. 왕년에 내게 기던 월백이 아니구나. 자기도 대가리 컸다 아니겠소이까? 나로선 북조선 금수저인 월백을 통해 김정은 정권 지도부에 내 처지를 해명할 요량이었소.


“염소 회장도 잘 있나? 아니 그 따우 새끼 내 알 바 아니지. 북조선 지도부가 로시아(러시아) 새끼에게 속고 있단 말이다. 그 싸쓰개(미친놈)가 자기 잇속만 챙기고 대남혁명전략을 마시지게(고장나게) 하고 있어. 내가 남조선 스파이가 아니라 그놈이 미제 스파이 알반동이란 걸 모르나? 월스트리트 큰손들하고 거래하는 백당간나야. 내 월백 동무에게, 아니지 이젠 아니지. 월백 대장동지께 당비(당부)하겠어. 당에는 제대로 보고하라요.”


내가 솔직히 밸이 꼬이지만 월백을 높여줘야 했소.


“아니야요. 언니 동무 그러지 마시라요. 내가 어카문 되갓습니까? 두 발 벗구 돕게스리 말씀하시라요. 에루와(어려워) 하디 말라요. 내래 기까짓거 국가보위부 부부장으로 있는 사촌오빠에게 부탁하갓시오. 오빠 동무가 최근에 1처(중국 담당)를 담당하다 승진했시오.”


나 백사는 그래도 옛 애인 월백이 돕겠다니 안심이 되누나. 그래도 한 때 연인사이였는데 내가 너무 의심한 것이 미한하기도 했소.


우린 저녁식사 후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겨 그간 못다 한 이야기꽃을 피웠다오.

여기서 노래가 빠질 수 없지 않은가. 우리 둘 다 남조선 노래방을 세게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하고많은 데이트 장소 중 왜 하필 노래방이었을까? 뭔가 덴덕지근하오.


내가 좋아하는 추억의 올드 팝송 ‘Green Green Grass of Home(고향의 푸른 잔디)’를 선곡해 마이크를 잡았소.

‘The old hometown looks the same(고향은 예전과 그대로이네). As I step down from the train(기차에서 내려 보니)∼.’ 북녘 내 고향 함경도 풍경을 생각하며 열창하고 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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