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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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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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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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4)

DUMMY

한쪽 팔이 없어도 언제나 누구보다 호쾌했던 그였는데···. 예상대로 그의 몰골은 너무 처참했다. 발가락을 사용해 담배를 피우고 있다니!


우린 서로 멋쩍게 인사부터 나눈다. “헌지우메이찌엔(오랜만이야.)”

백미는 내가 그간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며 얼마나 상심이 크시겠냐는 지극히 뻔한 위로의 말을 전하자, ‘메이관시(괜찮아)’란다.


역시나 호방한 성격의 쾌걸남아(快傑男兒)였노라. 그러더니 한숨을 내쉬며 하는 말이···.

“내 예전에 백사(白蛇)를 치기 위해 아지트에 직접 자객 두 놈을 보낸 적이 있다네. 하나는 죽련방 출신 중국인이고 다른 하나는 이나가와카이 소속 일본인이었지. 결론은 백사에 의해 아킬레스건이 뜯겨나간 채 돌아오더군. 내가 너무 백사를 우습게 본 게지. 그때 암살에 성공했으면 내 팔 한쪽은 남아있겠지만···. 생각해 보니 아니군. 그때 실패가 나를 더욱 자극시켰고 결국 복수심이 날 이렇게 망치게 한 셈이군그래. 하하!"


조직의 리더가 어떠한 이유에서 힘을 못 쓰게 될 경우, 가장 위협적인 건 예상이 가능한 외부의 적이 아니라 그렇게 믿었던 내부의 적이니라.

그리고 리더의 공백을 틈타 벌어지는 내부 분열과 혼란은 조직의 근간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요소를 작용한다.

국가 역시 이런 공백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서는 세력이 괴뢰정부를 잠시 설립하기도 한다.

독일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 비시정부, 청나라 마지막 황제 푸이가 황제로 있던 만주국 등을 비롯하여 세계사에 숱하게 등장한다.


그러므로 반도인들은 대한민국 역사에는 괴뢰도당이 없는지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겠다.

한국 정치사 곳곳에서 출몰하는 괴뢰정당도 마찬가지로.


참고로 괴뢰(傀儡)는 허수아비(傀)와 꼭두각시(儡) 인형을 뜻하니 다들 무슨 말인지 잘 알 것이다.


들리는 암흑계 항설에 따르면 대만 죽련방 지휘부는 백미가 맡았던 한국 지사의 두목을 갈아치웠다더라.

새롭게 등극한 자가 바로 재일 한국인 3세인 ‘리쿠’다. 내가 별명삼아 부르던 ‘로켓 우먼(rocket woman)’이자 ‘견녀(犬女)’를 지칭하는 것이니라.


백미에 따르면 그녀는 평소 ‘와카가시라(부두목)’에 만족하지 않았다고 한다. 항상 오야붕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단다.

일찌감치 야망이 큰 여자 야쿠자란 평가가 이 바닥에 파다했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까오리방쯔(高麗棒子)들은 원래 의리가 없다니까. 역사적으로도 우리 중국에 그랬다네.”


이는 분명 리쿠가 조선 출신 교포라서 하는 말일 것이다. 계속되는 그의 주장은 다음과 같아.


“우린 한국인들이 1992년에 대만을 배신하고 중국과 수교할 때 절망감을 느꼈지. 한국 거주 화교들은 한중 수교 전까지는 대만 교육체계의 영향을 받아 반공교육을 받았거든.

현재 우린 중국과 대만 어디에도 편중되지 않는 중립적인 위치를 고수하고 있지.

조선족이 돈은 남한에서 벌면서 속마음은 중국 본토에 있는 것과는 딴판으로 봐야겠지?

난 어린 시절 서울 명동 소재 화교초등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북에서 내려온 직파간첩의 포섭으로 인해 남조선 혁명 사업을 꿈꾼 적이 있지. 그땐 사회주의가 정말로 멋있어 보였거든.

그리고 화교로서 한국 정부에 차별당한 울분도 작용했다네.

그렇게 열심히 남의 나라 해방을 위해 뛰었건만 결과는 빠바(아빠)와 한쪽 팔만 사라져버렸어. 백사(白蛇)의 밀고 때문에···.

게다가 또다시 리쿠에게도 이렇게 당했단 말이지. 리쿠 본명이 뭔지 아나?

영자(에이코)도 아니고 미자(요시코)도 아닌 바로 하루코(春子)라네.

내 이년 춘자를 그냥···!”


나 여무명이 같은 동포라서 백미를 옹호하는 게 절대 아니다. 그가 그동안 한국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으며 이로 인해 본의 아니게 굴곡진 인생을 살아왔음에 공감할 뿐이다. 왜냐하면 나 역시 북조선 암살조직에 의해 납치되다시피 이곳에 끌려왔기에 유사한 사례가 아니겠는가?


백미는 본격적으로 한민족을 비하하는 주장을 제기했다.

“자네 왜 우리 중국인은 한국인을 까오리빵즈(高麗棒子)라고 부르는지 알고 있나? 여러 가지 설이 있다네.

띠이(第一)로는 일본이 대륙을 침략할 때 빵쯔(몽둥이)를 든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내쫓으면서 앞잡이 역할을 했다는 것이요.

이러한 이유로 지금 일부 한국인들이 주장하는 바에 따라 자기의 조상이 만주에 있었다고 무조건 모두 독립투사였을까?

띠얼(第二)은 노예 신분인 방자(幫子)를 의미한다는 것이라네. 왜 춘향전에도 나오지 않나. 방자와 향단이라고. 이 주장의 배경은 더욱 모멸적이지.

조선의 경우 간음한 여인을 종으로 만들었으니 그 아들은 상간녀의 자식이란 저주적인 의미일 테지.

띠싼(第三)은 조선남자들이 예로부터 빨래방망이로 여자들을 개 패 듯했다는데서 유래했다는 설일세.

이밖에도 각종 흉악한 사례들이 난무하고 있지.

일부에서는 한국인들이 ‘빵즈’처럼 생긴 옥수수를 좋아해서 그랬다는 말도 안 되는 해명까지도···.

무엇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워 예 뿌쯔따오(나도 몰라)’. 아무튼 요즘 혐한(嫌韓) 감정과 맞물려서 까오리빵즈라는 단어가 중국에서 유행하고 있잖아. 중국 드라마 작가들도 거리낌 없이 마구 사용해요. 한국은 또 그 작가의 원작을 수입하고 말이지. 재밌지?

내가 얘기하고 싶은 본론은 이것이라네. 한국인들이 이렇게 의리가 없으니 자네와 내가 새로운 조직을 만들면 어떨까?

내 지금 몸이 이래서 직접 나설 형편은 아니지만 그동안 한국에서 마약장사를 하면서 모아 둔 자금이 있으니 걱정 말게. 죽련방이 아니래도 아직 비선으로 가지고 있던 유통조직이 건재하다네. 특별히 이곳 인천지역이 그렇다고 봐야겠지?”


“부스드어, 부스드어.(不是的, 不是的.-아니에요, 아니에요.)”

나 여무명이 아무리 평생을 본의 아니게 킬러로 살아야 했지만 마약까지 팔아가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난 백미로부터 몇 차례 더 간곡한 요청을 받았음에도 극구 사양하면서 집을 나서려는데···.

헌데 이자는 내 등에 대고 갑자기 장백삼촌의 거처를 알려주는 게 아닌가.


”내가 아직 이 바닥은 꽉 잡고 있다네. 자네가 찾고 있는 장백은 지금 이 나라에 없을걸? 아무리 찾아봤자 헛수고일 텐데?

이 지역 안테나에 따르면 벌써 중국으로 튀었고 심지어 중국 공안당국의 보호 하에 있다고 하는군.

특히, 현지에서 직접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미 북조선으로부터도 오해를 풀었다던데? 난 아직 장백이 북조선과 무슨 오해가 있었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최근에는 장백이 무슨 비밀사업을 수행한다더군.

요사이 북조선이 비트코인에 재미를 붙였잖아? 과거처럼 무슨 거래소나 해킹하고 그런 정도가 아닐세.

아예 중국 농촌지역에서 직접 채굴에 나섰다는 소문이야. 북한은 전력사정이 최악이잖아?

쉿! 장백은 내키는 김에 카자흐스탄까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단 소문이라네.”


나 여무명은 오늘 백미로부터 귀중한 첩보를 입수했다.

중국에 있다는 장백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다니엘 양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하고 장백 밑에서 일하는 친형의 근황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백미의 이어지는 뜻밖의 제보!


“더욱 놀라운 사실을 한 가지 더 알려 주겠네. 중국 조선족 자치구에 있는 내 친구가 귀띔을 해주더군.

염소란 놈이 지금 중국에 있다고. 러시아가 아니라는군. 이 정도면 자네가 오늘 날 찾아준 데 대한 예의는 갖춘 셈이로군. 잘해 보게나.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 어려워 말게. 네가 항상 자네에게 하는 얘기하지만 ‘우먼또스중궈런(우리 모두 중국인이다)’이 아닌가?

우리 중국인들은 의리가 중요하지. ‘지앙이치(講義氣-의리 있다)’ 말일세. 그치?”


백치(白癡) 스님으로부터 긴급하게 연락이 왔다. 상백(霜白)이 납치된 게 아니냐고 난리도 아니시다. 며칠 전에 백사(白蛇) 심부름으로 명동지역으로 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단다.

백치 스님으로부터 상백과 통신이 끊긴 마지막 위치를 접수했다. 일대를 이 잡듯 뒤져야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유명 호텔에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동상이 있다.

푸시킨 동상이 한 손에 책을 든 채 먼 곳을 응시하고 있구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이곳에?

다소 뜬금없다고 생각하면서 문득 얼마 전에 죽은 푸시킨이 떠오른다. 염소의 친구이자 어머니 백사의 ‘남사친’이었다는 푸시킨!

그의 시신은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로 화장되었단다. 당국은 코로나를 핑계로 신속하게 처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에서 언론 보도마저 철저하게 통제하여 기사 한 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푸시킨에게 가족이 있었던 모양이다. 예술의 전당 인근에서 악기판매점을 꾸리고 있단다. 주로 다루는 품목은 러시아제 중고 악기라던데···


이러저러한 생각 끝에 들어선 곳이 명동 인근 소공동이다.

다니엘 친구인 아사랴를 통해 인근 CCTV 자료를 확보했다. 당연히 해킹했겠지. 피 냄새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살아나면서 뭔가 의심이 가는 가게에 들어선다.


겨울임에도 머리숱이 거의 없는 노인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옷 재단작업에 열중이셨다. “양복점이라?”

그래! 언젠가 식구들로부터 이자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전설적인 스파이면서 암살자! 현재는 다른 세포조직의 수장이란다.

남한 고위직들을 대상으로 한 고급양복점을 운영하면서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들었다. 그간 북조선 수령으로부터도 수많은 훈장이 내려왔다더라.


쉿! 노인의 비결을 소개하자면 자기가 만든 양복에 소형 도청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다. 그것도 단추에···. 극소형 태양열 충전패드까지 장착되어 있어 반영구적이란다. 믿겨지는가? 나도 믿기 어렵구나.


심지어 단추 한 개에는 초소형 카메라까지 있었다는데···. 암살 역시 주로 재단용 가위를 사용한단다. 주로 상류층 고객을 직접 가정방문해 치수를 재는 관계로 별 의심을 받지 않는다더라.

꼭 가위만 사용하는 건 아니다. 급하거나 흔적을 남지지 않기 위해 줄자도 많이 애용했단다. 사이즈를 재는 과정에서 무방비상태에 불과한 대상자의 혈을 누르면 작업이 더욱 용이했을 테지.


노인은 날 힐끔 쳐다보더니 하던 일을 계속한다. 가늘게 뜬 눈은 검푸른 창귀(倀鬼)의 눈빛이로구나! 곧 호랑이에게 잡혀 먹힐 팔자라는 게지.


“자네 얘긴 많이 들었지 용케 찾아냈네 그려.” 날 쳐다보지도 않고 말을 하고 있으나 미싱용 가위를 잡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예서 할 텐가? 아님 장소를 이동해서 결말을 낼 텐가? 서울 한복판에서 암살자들 간에 벌어진 살육극이라! 피차 피곤해지지 않겠나?”

난 양복점 곳곳을 스캔하면서 상백부터 찾았다. 물론 혹기 모를 기습공격에도 대비하면서··· 노인은 그런 나의 의도를 간파했는지 자신감 넘치게 대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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