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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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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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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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백(1)

DUMMY

-망백(望白, Sincerely hope)-


【바라옵나니.】


2003년 4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 서쪽에는 미군에 의해 사살된 500여명에 달하는 페다인(fedayeen, 순교자)들의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답니다.

‘페다인’이란, 사담 후세인의 친위대로 반체제 인사들을 감시하던 특수보안부대였죠.


이들은 후세인이 사망한 후에도 반정부 게릴라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는데 앞에선 위장항복한 후 뒤에서 공격하는 악랄한 조직이래요.


앞으로 대한민국에서 니므롯(Nimrod)과 같은 달빛 사냥꾼이 나타난다 해도 페다인과 같은 무리가 환생하면 어떡해! 지나친 망상일까요?


모름지기 납작 엎드려 때를 기다리다가 틈만 나면 들고일어날 코모도(komodo) 왕도마뱀을 조심해야 해요.


코모도의 전략과 전술을 소개하자면, 먼저 먹잇감에 상처를 입혀 치명적인 독을 주입한 후 끝까지 추격해 내장부터 파먹거든요.


고로 사냥감은 산 채로 눈을 멀뚱멀뚱 뜨고는 자신의 육체가 하나하나 뜯겨나가는 걸 지켜봐야 하죠. 너무 잔인한가요? 그래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려는 것입니다.


암튼 현직 대통령께서 무척 존경한다던 분께서 하신 말씀이니 들어나 보시지요.

‘높이 나는 새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많은 것을 버립니다. 심지어 뼛속까지 비워야(骨空)합니다. 무심히 하늘을 나는 새 한 마리가 가르치는 이야기입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 ‘대인춘풍(待人春風) 지기추상(持己秋霜)’을 강조하셨지요.

이는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 남을 대할 땐 봄바람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기를 대할 땐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뜻이랍니다.


허면 그분을 흠모하는 현 집권세력은요? 상대방을 적폐로 몰아 난도질하는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말(馬)로 보고 재갈을 물렸으며 그들이 낸 세금이 금일런가 소금일런가 틈만 나면 빼내려 했고요. ‘뭐 드실 게 없나?’라며 하이에나 떼인 양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다녔지요.


좋은 시절 서로 어울려 다니며 술추렴깨나 하고 이들이들한 육체의 향연을 벌였을 그대들!

이젠 뼛속까지 기름이 채워져(骨脂) 날 수 없는 타조가 되었답니다.

해서 아메리카노를 들고 너무들 좋아라 하는 함박웃음에 국민들이 미안할 지경이었잖아요. “더 일찍 정권을 드릴걸!”하면서요.


결국 이들 타조들은 ‘낮은 은을 입힌 토기(coating of glaze over earthenware)’라는 게 확연히 밝혀졌지 뭐예요.

그게 뭐냐고요? 굳이 알고 싶은가요?

간악한 마음을 가진 열화와 같은 입술!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낳지 않은 알을 품고 있는 자고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자고새는 사해 근처에 서식하는 조류로 다른 새의 알을 훔쳐다 품는 습성이 있대요. 허나 알에서 깬 다른 새는 훨훨 날아 가 버리므로 그간 품은 노력은 헛됨을 비유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자고로 혁명은 배고픈 자들이 일으키는 겁니다. 굶어 죽을지언정 그런 돈엔 손대지 말았어야지요.


헌데 앞서 말한 훌륭한 어록을 남기신 그분이 누구냐고요?

추사 김정희도 울고 갈 글씨체를 만든 분이세요.

국정원 본부 건물 앞에 놓여 있는 원훈석(院訓石)을 보시면 알아요.

간첩 잡는 대공수사관들을 능멸한 혁명적인 글씨체랍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기요! 혁명가임을 자칭하는 분들께 한 마디만 할게요. 국가나 사회를 개혁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바꾸려고 노력하셨어야죠.

대한민국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잘 돌아가고 있었어요.

적어도 여러분이 아작을 내기 전까진 그랬답니다.

행여나 앞으로 기회가 있다면 남에게 보이는 혁명보단 내면의 혁명에 힘써 주세요.


암튼요. 미리 축문(祝文)을 올리려 해요. “유-우∼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월(某月) 모일(某日) 미망족(未亡族) 좌(左) 씨는··· ”




나 염소는 가까스로 백사(白蛇)의 사정거리에서 탈출했다네. 장백 동무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망자(亡者)가 되어 시베리아 벌판을 헤매는 유령이 되었을 걸세.


헌데 장백이 죽었다니 이를 어쩐담? 사람에게 당한 게 아니래나 봐. 곰에 물려죽었다던데? 어케 기럴 수가 있어!

날 전복된 호송차에서 구해 낸 장백 부하들로부터 여차여차한 얘기들을 들었다네.

내 뒤치다꺼리 다 하는 그런대로 쓸 만한 아랫것이었건만 먹먹함이 밀려오누나.

내가 아직 중국에 있었더라면 직접 염습사라도 했을 터인데. 시신을 씻긴 뒤 수의로 갈아입히고 염포로 묶는 일을 하는 사람 말일세. 장백아 언젠가 지옥에서 또 봄세!


러시아 땅에 이미 들어섰지만 여기도 안전하단 보장이 없지 않은가! 허긴! 꾸꾸쉬카란 놈이 날 아직 노리고 있고 푸시킨 잔당들도 곱지 않은 시선일 텐데 말일세.


그나마 다행이랄까? 협상카드가 여러 방면에서 날아오고 있다네.

꾸꾸쉬카 쪽에서는 마약이나 무기류 밀매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 한국에서의 러시아산 수산물 사업권을 보장하겠대. 건방진 놈! 나더러 비린내 나는 푼돈이나 만지라 이거지?


내 모를 줄 알고! 백사가 내게 겨눈 저격용 총이 어디서 왔겠나? 뻔한 걸 말일세. 조만간 내 비서 코스챠를 시켜 꾸꾸쉬카도 황천길로 보내줄 거라네.


꾸꾸쉬카(Kykywka)라? 내가 좋아하는 가수 ‘빅토르 최’가 부른 유명곡 ‘꾸꾸쉬카’를 흥얼거리게 하는군. 그는 소련의 전설적인 록밴드 ‘키노’의 리드보컬이었지. “삐신 이쑈 녜 나삐싼니, 스꼴까? 스까쥐 꾸꾸쉬카, 쁘라뽀이 브 고라졔 므니 짓 알리 나 비실까? 깜님 리좟일리 가롓 즈비즈또이? 즈비즈또이?∽봇 딱!”


하지만 고려인이었던 그는 어느 날 뜬금없이 라트비아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말았지 뭔가. 평소 반전(反戰)과 평화사상을 주장했으니 소련 당국의 눈 밖에 날 수밖에. ‘그럴 리가?’ 라는 분들은 음모론 중 하나이니 참고만 하시게. 아직도 소련의 후예인 러시아를 잘 모르시나 봐?


뻐꾸기가 뱁새 둥지에 알을 가져다 두는 영특하면서도 못된 새란 걸 다들 알지.

그렇다고 뱁새가 마냥 멍청하게 당하는 건 아닐세.

일부러 자신의 둥지에 무정란(無精卵)을 낳으면 뻐꾸기가 똑같이 생긴 자신의 알을 옆에 두거든.

그때 뱁새는 자기의 무정란이고 뻐꾸기 알이고 다 조져 버린다는 거야.

무정란이라?


그러던 차에 과거 백사(白蛇)가 거느리던 조직에서도 연락이 왔지 뭔가.

젊은 재일교포 놈인데 백악(白嶽)이라고 하더군.

평소 날 존경했다며 함께 일해 보자고.

믿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해서 고민하다 남조선 행을 택하게 되었다네.

그래도 이전에 푸시킨을 시켜 작업을 많이 해 둔 남조선이 안전하지 않을까?

거긴 잡것들을 통해 대법원까지 작업이 가능하다던데? 놀라워라!


내 계산에도 그게 정답인지라···.

듣자 하니 남조선의 경우 지배계층은 물론이거니와 숫자상으로도 좌익이 꽉 잡고 있대.


예전에 박헌영 동지가 주장한 남로당원 25만 명의 후손들은 몇 세대를 지나면서 지금쯤 200만 명은 되었을 터인데···.

글구 6.25 전쟁 이후 남조선 군경의 토벌작전으로 사살된 ‘보도연맹원’들의 숫자가 20-3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그 후예들이 얼마나 될까?

다들 어디서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가요?


난 아직 나에게 충성심을 보이는 러시아 마피아가 꽉 잡고 있는 부산지역 호텔에서 백악을 만나기로 했다네. 어라, 백악 외에도 어떤 여자가 함께 와 있네. 그 옆에는 홍콩이나 대만인으로 보이는 자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앉아 있는걸. “이놈은 도대체 뭘 하는 놈일까? 왠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라고 속으로만 생각했걸랑.


“염소 동지, 말씀 많이 들었스므니다. 김춘자라 합니다. 일본 이름은 하루코! 염소 회장께선 조상 대대로 혁명가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면서요? 세상에나! 사회주의 혁명의 모국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일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므니다.”


척척박사인 나 염소가 보기엔 받침 있는 단어에 대해 발음이 어색하고 리액션이 과한 게 일본 처자(處子)가 분명할걸! 일본어는 원래 북방계통의 언어로서 배에서부터 발성되기 때문에 받침을 뒤로 밀어버리는 경향이 짙다네. 북경 표준말도 비슷한 원리인걸!

반면에 태국이나 베트남, 홍콩과 같은 남방 계통언어는 목에서 옹알거려서 쉴 새 없이 받침을 내뱉지. 한번 들어나 볼 텐가?


왜, 7080 꼰대들의 가슴을 뛰게 하던 주윤발(周潤發)의 영웅본색(英雄本色) 주제가인 당년정(當年情)이라고 있잖나? 성냥개비를 물고 총을 마구 쏘아대는 윤발이 형이 내 로망이었걸랑. 노랜 돌아가신 장국영 형님이 불렀다네.

요즘 들어 한국인들이 마구 따라 부르더군. 광동어로도 말일세.


“헹 헹 씨우 썽 쪼이 와이 워 쏭 완 귄 네이 와이 워 쮜 얍 파이 록 컹 띤(輕輕笑聲 在爲我送溫暖 你爲我 注入快樂强電, 가벼운 웃음소리 따사함으로 날 감싸고 넌 네게 인생의 행복을 알게 해주었지.) 헹 헹 쒸잇 씽 만 청 로우 파이 이 우 짜우 꿔 쫑 위 짜우 또우 밍 메이 칭 틴(輕輕說聲 漫長路快要走過 終於走到明媚晴天, 가벼운 위로의 말, 길고 긴 길을 지나 결국엔 맑고 아름다운 곳에 도착했네.)∽”


따라서 좁은 한반도 땅에서 북방어와 남방어가 뒤섞인 한국어는 덕분에 양쪽 언어를 쉽게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단 걸, 조선인들은 잘 모르지.


나 염소는 혁명가 집안의 후예답게 거룩한 말씀을 날렸다네.

“우리 아바이들 시대 나타난 마르크시즘은 악의 뿌리가 어디 있는지 치유책이 어디 있는지를 간파했죠.

그리하여 세기의 강력한 힘이 된 거요.

혁명을 일으키는 자는 활동적인가하면 단선적인 열광자들이며 자제에 있어서도 천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들은 단 몇 시간이나 며칠 만에 구질서를 뒤엎어 버리거든.

하여서 혁명의 선배들께서는 중국에선 지주를 총살했고 러시아에서도 농노들을 앞세워 귀족들을 도끼로 죽였답니다. 한반도 역시도 죽창으로 신나게 찔러댔고요.”


하루코와 백악은 내 주옥 같은 말씀에 격한 공감을 표시하는 표정인데 비해 옆에 있던 보릿자루는 영 아닌걸.

놈이 한 마디 하더군.

“제가 책에서 읽기론 개혁가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대요. 좋은 개혁가와 나쁜 개혁가. 나쁜 개혁가는 옛것보다는 새로운 것이 더 낫다는 이유로 현재의 관행을 바꾸지만 좋은 개혁가는 옛것의 좋은 점에 호소해 현재의 관행을 바꾼다던데···.

헌데 혁명의 후배들이 현대판 지주가 되었잖아요. 중국이나 러시아에선 상상할 수 없는 거부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건물주가 되던 걸요? 편법대출을 받아서 말이죠.

심지어 정부가 일부러 집값을 올려 대다수 인민들을 영원한 임차인으로 만들었으니 이는 소작농과 비교해서 뭐가 틀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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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망백(2) 22.03.14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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