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최근연재일 :
2024.09.01 23:20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11,384
추천수 :
32
글자수 :
1,131,441

작성
22.03.16 13:55
조회
30
추천
0
글자
11쪽

망백(3)

DUMMY

계속되는 의문 속에서 추측컨대···. 뭐라더라?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 프로세스’와 같은 개 풀 뜯어먹는 소린가 보다. 원래 중재자란 것은 당사자들 간의 분쟁을 판정해 그 해결책까지 내놓아야 할 터인데 지금까지 뭔 해결책?

그렇담 혹시 대한민국 나라님들이 중재자를 중간상과 헛갈리신 것 아닐까? 그렇군. 중간도매상 또는 거간꾼! 수수료나 중간 마진만을 챙기겠다는 속셈 아냐?


결국 손 안 대고 코 풀겠다는 심보였잖아. 잘되면 내 노력과 성과 탓이고 잘못되면 난 소개만 했을 뿐이므로 책임 없다는 좌파적 발상이겠거니 해야겠다. ‘사기꾼 최면술사’같은 이라고!


한참을 약속 장소에 나가는 문제를 나랏일과 함께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이랬다. 직접 염소를 면전에서 마주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므로 일단 요청을 수용하는 한편, 이참에 로켓우먼을 복수를 벼르는 백미(白眉) 형님에게 넘기기로 결정한다 이거지.


해서 백미에게 긴급하게 연락을 취해서 약속 시간과 장소를 통보했다. 드디어 당일 벌어진 충격적 빅 매치!

양팔이 모두 부재한 백미 형님이 양발로만 국제조폭 조직원들을 어떤 식으로 감당할지 궁금했거든. 결과는 예상 밖!

소새김칼이 발가락에 걸려 있을 틈도 없이 양발 사이에서 튕겨지면서 식당 안을 빙글빙글 누비더군. 믿기 어렵다면 한국 비보이가 물구나무 선 채로 발차기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되겠다. 전문용어로는 헤드 스핀(head spin)이 가미된 기술이겠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급 투입된 청백(淸白) 역시 일당백의 기개를 선사한 결투였다. 청백이 연장으로 삼은 편곤(鞭棍)은 원래 북방 기마민족에서 유래했으나 오히려 중국 남방에서 개량 발전된 무기였다. 농경문화에 적합한 무기였으니까.


조선 본명이 춘자인 로켓 우먼은 초반엔 과거 보스였던 백미를 보고 전의를 상실했으나 역시 일본 출신 여검객답게 자세를 고쳐 잡더라만.


식탁 너머로부터 핵잠수함에서 쏘아 올린 크루즈 미사일처럼 날아오른 백미의 공중 박치기 한 방에 즉사해 버렸다. 그래서 이런 핵잠수함을 별칭으로 ‘코퍼스 크리스트(그리스도의 몸)’라고 하나? 하지만 이런 단어는 신성모독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사용할 때 조심해야겠다.


이번 결투를 철저하게 복기해보자. 일본 야쿠자 ‘이나카와카이(稻川會)’와 대만 죽련방(竹聯幇)은 칼 외에도 총을 휴대하고 있었으나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물론 청백이 휘두른 편곤이 쏜살같이 날아와 총을 잡은 손모가지를 부러트린 점도 있겠으나···. 이들로서는 좁은 공간에서 자칫 자기 보스가 다칠 수도 있음을 감안해 함부로 총을 쏠 수 없었던 것이다. 유탄에도 즉사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런 고로 항상 유탄을 조심해야 한다. 자기편이 쏜 유탄에 많이들 죽거든. 요즘 남조선 여권에서도 비일비재하더라.


까놓고 말해서 어느 보살님의 드루킹 고발로 인해 엉뚱한 분이 유탄을 맞고 사망하셨잖은가. 일찍이 대각견성(大覺見性)한 보살께서는 미래 꿈나무의 싹을 아예 잘라버렸던 것이거늘. 혹시 미필적 고의는 아니었을까?


이른바 삼보일배(三步一拜) 보살께서는 환자에게 수술칼 여러 번 찌르는 건 명의가 아니라며 상대방을 돌팔이 의사 취급하던데.

결과는 자기는 어떤 조직을 수술이 아니라 아예 개구리처럼 해부를 해 놓고 말이다.


게다가 보살님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돌팔이 의사라고 부르던 분에게 혈청을 투입하고 감마선을 쬐게 했으니. 조만간 녹색 헐크가 탄생해 인크레더블(incredible)한 일이 발생할 모양이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그건 그거고. 난 이 싸움 과정에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나 말고 염소회장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인지 중립을 지키더라만.


그래서 백미 형님과 청백만이 나서서 해외 조폭들을 처치했을 뿐이다.


남조선 정치판을 보아하니 2021년 여름 현재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는 중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한때는 시쳇말로 완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잖은가?

심지어 무턱대고 믿는 관중의 일방적 응원은 물론 뒷거래쟁이 심판도 한쪽 편이었다.


여기서 관중은 국민, 그리고 심판은 헌법재판소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 등을 의미하겠다.


이렇듯 뜻모를 기울어짐이라! 순진한 백성들은 모르는 것이 당연하리라만.


그렇담 관망하는 중도세력을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으로 여겨야 할까? 아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어느 쪽도 맘에 들지 않는다는 순수한 아나키스트, 혹은 이슬람 세력? 역시 남조선 정치지형은 복잡타!


대한민국에서 살려면 정치적 머리가 잘 돌아야 한다. 아니면 장사도 못 해먹는다.


어떤 반찬가게 아줌마가 대통령 앞에서 ‘경기가 거지같아요.’라고 솔직하게 얘기했다가 집단 다구리를 당하는 것 보지 않았나?


내 앞에 있는 놈이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 잘 파악해 대처해야 하는 나라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예상컨대 이 추세라면 꼬마들에게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 라고 살갑게 묻는 게 아니라 좌파가 좋니, 아님 우파가 좋니? 라는 살벌한 질문을 해야 하는 곤란한 곳이 될 것이다.


암튼 그렇게 난 백악을 북조선 직계 암살조직에 대한 자체 해단을 조건으로 훈방 조치함으로써 사실상 어머니 백사가 반세기를 꾸려온 암살조직은 완전하게 와해되었다.


한편 염소는 경상남도 외딴섬에 격리 조치하기로 결정했다. 비록 그가 ‘악을 밭 갈고 독을 뿌리는 자’이나 그로부터 빼내야 할 일급비밀 사항이 많은데다 언젠가 역사적인 증언대에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 그대로 거두게 하리라. 물론 지금 정권에서는 아니지만.


현재 난 염소를 무인도로 이송하는 과정이다.

러시아 마피아 일부가 미행을 붙었으나 손쉽게 따돌렸고. 이런 걸 전문용어로 ‘탈미(脫尾)’라고 한다.


염소를 식당 바닥에 깔려 있던 카페트로 둘둘 말아 들쳐 업었다.

원단이 붉은색이므로 피가 흥건히 묻어 있음에도 별로 티가 나지 않더라.

일단 내가 몰고 온 소형트럭에 적재한 후 부산 시내를 빠져나가 한적한 남해 어촌마을에 도착해 배로 바꿔 탔다.

배 운항과 염소를 당분간 관리하는 일은 얼마 전 알게 된 훌륭한 분께서 흔쾌히 맡아주셨다.


이젠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염소의 눈만을 계속 가린 채 입에 붙인 청색 테이프는 제거해야겠다.


“여무명님! 절 어쩔 셈인가요? 맹세하노니 풀어 주신다면 백사도 모르는 숨겨진 전문 암살 야체이카를 알려주겠습니다. 이밖에도 우리가 북조선에서 가져온 핵물질에 대해 마지막 키를 쥔 자도 낱낱이 밝혀주겠다니까요. 제발 풀어 줘요!”


그의 애원하는 목소리에서는 불과 얼마 전 식당 안에서 나에게 호통 치던 기운은 온데간데없더라. 난 슬슬 장난기가 발동했다. 식당에서 다 나누지 못한 대화를 이어 나가려 한다.


“염소 회장님, 식당에서 제가 주장을 펼치면서 인용한 소설가들을 기억하나요? 그중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가 쥐새끼들에 대해 얘기한 것이 있는데 들어나 보세요.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에서 ‘라투스 노르베기쿠스(Rattas norvegicus)’라는 학명을 가진 시궁쥐는 서열 싸움에서 승리한 쥐를 왕으로 추대한 후 먹잇감만 가져다 바치는 데 그치지 않고 암컷마저 진상한답니다.

그야말로 몸과 마음을 다해 지극정성으로 왕을 모시는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쥐들은 암컷 쥐들과 쾌락에 빠져 잠든 왕을 죽여 내장과 머릿골까지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는군요. 이게 바로 믿었던 아랫것들과 상것들의 반란이죠.

보스였던 어머니 백사나 염소 회장님이 부하들에게 당했던 것과 마찬가지로요.

국가라고 이와 다를까요?


또한 제가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얘기를 들어 반박했을 때 비웃으셨겠죠? 동화 따위나 읽는 놈이라고요. 모르시는 말씀! 걸리버 여행기는 단순화 동화가 아니거든요!


작가인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는 소설의 형식을 빌려와 당시 사회현실을 꼬집는데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랍니다. 따라서 소설 속 소인국은 글자 그대로 소인배만 드글드글한 세상을 의미해요.


거기 있는 자들은 외줄을 타면서 춤을 춰 높은 관직을 얻거나 비굴하게 막대기 밑으로 기어 다니며 황제의 총애를 얻는 데만 골몰하죠. 굳이 이들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인가는 설명하지 않겠어요.


이런 소인배들은 국가나 자기가 속했던 세력이 위기에 처하면 줄행랑쳐서 아예 보이지도 않다가 상황이 호전되면 목소리를 높이는 자들일 겁니다. 보세요. 깊은 곳에 숨었던 자들이나 숨도 안 쉬면서 자는 척 또는 죽은 척하던 이들이 곧 돌아올 터이니.


조만간 남들이 다 이겨 놓은 싸움에 돌멩이 한번 던지곤 자기가 골리앗을 물매질로 무찌른 다윗인 양 무용담만을 늘어놓을 테니 기대하세요.


그런 고로 남조선 우파는 보수(保守)를 넘어 성수(聖守) 단계로 도약하지 않으면 기약 없는 영원한 싸움에서 승산이 없다고 봐요.”


“오호라. 지당한 말씀입니다. 혹시 이러한 질문과 답변이 산모가 아기를 낳는 것에 비유한다는 산파법(産婆法)? 여무명님께서 저에게 전해주신 주옥 같은 말씀들은 앞으로 살아가는 데 밑거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리지널 혁명가 집안에서 태어난 제가 보기에도 이 땅의 자칭 혁명가들은 엉터리 강신술사(降神術師)와 같더라니까요. 암요, 죽은 유물론을 소환시키고 철지난 사회주의를 부활시켰죠. 전 세계가 정주행하는 와중에 남조선에서만 역주행이 펼쳐진 것이죠.


그간 지켜본 바로는 이자들이 내뿜는 레토릭(rhetoric)은 냉장고나 세탁기를 팔기 위한 상업광고 수준이었어요. 썩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능력은 물론 의지조차 없었다니까요. 즉 표를 매매하기 위한 전단지만 돌려댔지요.


초반에 개념 있어 보이는 단어를 모조리 밭떼기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어요. ‘펄 벅(Pearl Buck)’ 여사의 소설 ‘대지(The Good Earth)’에 나오는 메뚜기 떼처럼 그럴싸한 단어는 싹 쓸어간 겁니다.


남조선 인민들은 개념 있어 보이는 데 열광하잖아요. 평소엔 집에서 책 한 글자 안 볼지라도. 결국 상투적인 수법에 놀아날 수밖에요.


하지만 개념 사냥꾼들은 노련한 ‘어부바’였지요. 이게 뭐냐면? 아라비안나이트 신드바드 편에 나오는 ‘바다 노인’을 떠올리면 돼요. 이 늙은이는 신드바드 어깨에 올라타서 좌지우지 조정을 했고 심지어 등에다 똥오줌을 갈겨대곤 했지요. 바다노인은 사람을 속여 자신을 업도록 한 다음에 절대로 놔주지 않고 노예처럼 부려먹는 세력을 의미합니다. 이제 좀 이해가 되나요? 그래서 ‘바다 이야기’일까요? 보수 세력 역시도 적의 방진(方陣)을 향해 돌격하는 용사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룡신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0 표백(4) 22.04.18 30 0 11쪽
129 표백(3) 22.04.15 31 0 12쪽
128 표백(2) 22.04.13 28 0 12쪽
127 표백(1) 22.04.11 28 0 11쪽
126 견백(7) 22.04.08 30 0 11쪽
125 견백(6) 22.04.06 27 0 11쪽
124 견백(5) 22.04.04 21 0 11쪽
123 견백(4) 22.04.01 53 0 11쪽
122 견백(3) 22.03.30 24 0 11쪽
121 견백(2) 22.03.28 25 0 11쪽
120 견백(1) 22.03.25 27 0 11쪽
119 망백(6) 22.03.23 27 0 11쪽
118 망백(5) 22.03.21 25 0 11쪽
117 망백(4) 22.03.18 27 0 11쪽
» 망백(3) 22.03.16 31 0 11쪽
115 망백(2) 22.03.14 32 0 11쪽
114 망백(1) 22.03.11 30 0 11쪽
113 화백(6) 22.03.09 25 0 11쪽
112 화백(5) 22.03.07 20 0 11쪽
111 화백(4) 22.03.04 26 0 11쪽
110 화백(3) 22.03.02 23 0 11쪽
109 화백(2) 22.02.28 26 0 11쪽
108 화백(1) 22.02.25 28 0 11쪽
107 변백(6) 22.02.23 31 0 12쪽
106 변백(5) 22.02.21 29 0 11쪽
105 변백(4) 22.02.18 28 0 11쪽
104 변백(3) 22.02.16 30 0 11쪽
103 변백(2) 22.02.14 35 0 11쪽
102 변백(1) 22.02.11 41 0 11쪽
101 설백(6) 22.02.09 3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