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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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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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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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4)

DUMMY

“예전에 내가 여무명 자네와 청와대 행정관을 미행했던 것 기억하지요? 그때 청와대 앞에서 돌개바람이 청기와들을 모조리 뽑아가는 환상을 보고서 나도 모르게 뇌까리던 걸 말이요. 얼떨결에 한자로 적었던 ‘彌尼, 彌尼, 提客勒, 烏法珥新(미니, 미니, 제객늑, 오법이신)’도 생각나지요? 【이백(李白) 下편 참조】


당시 한자로 풀이한 결과, ‘두루(彌) 다니는 중(尼), 손님(客)을 재갈(勒)에 물려 끌고 가다(提), 까마귀(烏) 법(法)에다 귀걸이(珥)가 새롭다(新)’여서 얼토당토않은 문장이었지요.

헌데, 요즘 배운 중국어로 해석하니 미니 미니 티크어르어 우화얼신(彌尼, 彌尼, 提客勒, 烏法珥新), 즉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었단 말입니다.


메네는 ‘하나님께서 이미 왕의 나라의 시대를 세어서 그것을 끝나게 하셨다.’요. 데겔은 ‘왕을 저울로 달아 보니 부족함이 보였다.’ 가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이 이러한 이유로 아예 그 나라를 조각내버린다는 뜻이었답니다. 결국 성경 다니엘서 5장 25절에 나오는 말씀이었지요.


바벨론 제국의 베사살 왕 앞에 나타난 손가락이 쓴 글이었다오. 그 후 바로 바벨론 도성은 무너지고 메대와 바사 사람들로 이루어진 페르시아 연합군에 멸망당했지 뭐요. 나에게 알 수 없는 뭔가가 임해 그때까지만 해도 막강했던 청와대를 비롯한 좌파정권의 미래를 예견한 것이었다오.”


그랬다. 나 여무명이 비록 중국 광동성 출신이지만 어릴 적 대한민국으로 끌려와 제대로 된 중국어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당시 청와대 앞에서 쌍장군이 발설한 말을 이해하지 못하였구나.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음을 몰랐다니!

이제 곧 공중을 나는 새들 및 산과 들의 짐승들이 예비한 큰 잔치에 모여 살을 먹고 피를 마실 테지.


이어지는 쌍장군의 설교 말씀을 들어나 보자. “또! 우리가 이태원 나이트클럽에서 푸시킨 조직과 전투를 벌였을 때가 기억나시오? 내가 초크 공격을 당해 죽기 일보 직전에 환상 속에서 보고 뭔가를 입돌림한 후 종이에 적었던 글자가 ‘瑪黑珥沙拉勒哈施罷斯’였지요. 【공백(空白) 中편 참조】


훗날 공부해 보니 중국어론 ‘마 헤이 얼 사 라 르어 하 스 바 스’, 즉 마헬살랄하스바스(Maher-빠르다, Shalal-노략물, Hash-서두르다, Baz-약탈물)가 아니겠어요?

노략이 속히 임하고 강탈이 빠르게 올 것이란 의미외다.

성경 이사야 8장 1절에 나온 말씀이지요.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제국인 앗수르가 다메섹(수리아)과 사마리아(북이스라엘)를 침공하여 멸망시킬 것이라는 예언이었지요. 앞으로 이 땅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나로서는 해석하기 어려울 뿐이거늘.”


나 여무명은 쌍장군에 임한 예언과 징조를 전해 듣고 이내 생각에 잠긴다. 5년간 쌓아둔 부귀영화를 한순간에 빼앗길 족속들이 통렬히 반성을 할까? 아님 다시 폐족입네, 중상모략의 희생양입네 생쇼를 벌여 동정심을 유발시킨 후 권토중래를 노릴까? 왜 자꾸 울어쌓아? 그건 아마도 대한민국 유권자들의 몫일 것이다. 하긴 다 뽀록나지 않았나? 또 속을성싶으냐?


하지만 그들은 이내 깨닫게 되리라. 과거 민주화 열사라는 훈장이 미래 세금 도둑이라는 전과를 씻지 못하리란 것을! 공모자들 역시 ‘시켜서 그랬어요.’ 가 이젠 안 통하는 세상이란 걸 어찌하랴? 암튼 그들은 좋은 세상과 몌별(袂別)하려니 가슴이 얼마나 쓰리겠는가!


“요즘 한국 좌파 내 분위기가 이상해요.”

난데없이 담백이 끼어들더라.

“최근에 여당 의원 12명이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홍익인간(弘益人間)’을 삭제하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거든요.

심지어 여권이나 좌파 시민단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죠.

이자들이 단순히 대한민국 교육이념인 ‘홍익인간’ 대신에 전교조가 지향하는 ‘깨우치는 민중혁명교육’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 것일까요?

이미 교권은 ‘참교육’을 내세우는 그들이 장악하고 있는데요? 굳이 또요?

아무튼 삭제이유에 대해 홍익인간이 친일파가 주도한 문구라는 황당무계한 논리를 내세웠지 뭐예요?

일개 듣보잡 인터넷 경제지가 2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곤 절반 이상이 홍익인간 삭제에 찬성한다며 이를 국민의 뜻이라고 호도(糊塗)했어요.”


쌍장군께서 다시 발언대에 올랐다.

“나 원 참! 그런 걸 ‘참교육’이라니. 그런 사건을 좌파 내부에서 벌어진 단순한 스캔들이나 해프닝으로 보면 세상을 보는데 있어서 하수(下手)라고 할 수 있지요.

좌파 내 친중파와 친북파의 일촉즉발(一觸卽發) 갈등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중국이 동북공정을 가열차게 진행함에 있어서 고조선의 역사, 더 나아가 고대에 요서지역까지 장악했던 동이족의 역사는 큰 걸림돌이거든요.

고조선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이 눈에 거슬렸을 것이고···.


하지만 민족감성 팔이 장사를 하는 남로당 계열이나 종북좌파 측 입장에선 같은 좌파의 주장이라도 홍익인간은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지요.

따라서 양 세력 간에 갈등이 봉합된 건 아니고 미완이 아닐까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일 테죠. 다음 정권 창출을 위해 잠시 휴지기를 갖는 것이고요.


글구 담백아! 인터넷 찌라시라고 폄훼한 건 사과해야겠구나. 앞으로 그 언론사 출신 중에서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인물이 나올게야. 얼마나 대단한 신문이라고. 그럼!”


나 여무명은 중국인이기에 여기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었으므로 침묵을 지킨다. 대신 상백이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점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하더라.


“생각혀봉께로 말이시! 보수우파 내에서는 홍익인간 삭제를 찬성하는 세력이 1도 없을까나. 저 같은 전라도 따불빽 말고 경상도 보리문둥이 중에서도 친중파가 많아 보이던디 어찌야쓰끄라우.

솔찬히 박근혜 대통령을 천안문 광장에 떡하니 세운 분들은 뭘 생각혔는가 몰라? 긍께 말이여 국익을? 안보를?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골 때리는 얘기를 또 하시려고?”


나 여무명 생각엔 여기에 대한 진실이 담긴 중국 정보기관의 엑스파일이 머잖은 장래에 열리지 않을까? 우린 더 이상 달갑지 않은 정치나 시사문제와 같은 골치 아픈 얘기는 관두기로 하고 일상적인 소소함에 대해 대화를 지속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난 이날 고된 하루를 보내서일까?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내 조국 중국인 듯, 시대는 청나라쯤이고. 서구열강이 곧 북경에 들이닥칠 태세임에도 남녀노소(男女老少)나 빈부존비(貧富尊卑)나 할 것 없이 아편굴에서 환락에 빠졌도다.

청나라 변발을 한 청년이 눈이 충혈된 채 목소리를 높인다.


“이젠 환각에서 벗어날 시간이요.

우리 모두는 그동안 술보다 독한 마약에 취한 채 살아왔다오.

환상 속에서 사랑에 빠진 절대미모 프리마돈나는 실은 싸구려 매춘부였을 뿐만 아니라 추녀에다 음치로구나.

죽음의 침대로 유혹하는 못생긴 매춘부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한 지 어언 5년이라니. 마약이 다 우릴 그렇게 착각하게 했지 뭔가.

가공(假空)의 나날들은 망나니 칼에 볏짚마냥 베어지고 이젠 그 약 값을 치러야할 시간이라니. 돈 없으면 피라도 팔아 갚으란다. 파산이 임박했구나!

더 무서운 건 숙취와는 비교할 수 없는 금단현상에 시달려야 한다는 사실!

한동안 무시무시한 환청과 환각에 떨 건 불을 보듯 훤할 터. 더 겁이 나는 사실은 시간이 흘러 망각의 민족은 또다시 잘못된 길을 가려 한다는 것이거늘.

감성 팔이 사기꾼에 사기 당하기 딱 좋은 민족일지어다.


그러고 보니 당시 민족과 국민을 위한답시고 연단에서 목 놓아 울던 놈, 또 바로 밑 청중석에서 목청 터지도록 함성 지르고 타인들에게 집회 참여를 유도하던 약 팔이 모리배들, 이들은 다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알고 보니 당신들은 장안에서 내로라하는 고관대작이 되었거나 등 따숩고 배부른 양반님 족보를 샀구려.

이 환멸의 종자들아! 너희가 뿌린 씨들이 네가 흘린 피 웅덩이에서 뒹굴리라.”


나 여무명은 꿈속에서 외친다. 아니! 여보시오. 근데. 당신은 중국인이 아니잖소? 일제 강점기 단발령으로 상투가 잘린 조선인이었구려. 마치 상투 잘린 모습이 영락없이 변발이로구나. 이는 정말 해몽할 엄두도 낼 수 없는 악몽이로다.




나 백사는 우크라이나 구치소에서 러시아로 이송 중이라오. 어차피 잘됐소. 뭔가 우크라이나가 불안했거든. 아직 확신은 서지 않지만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었단 말이오.


이미 국경을 넘은 지 오래인데 도대체 여기가 어딜까? 끝없는 숲! 혹시 유라시아 삼림지대를 뜻하는 ‘타이가 숲’일까?

도로 표지판에는 ‘스몰렌스크’라고 적혀 있었소.

중간에 식사라고 주는 것이 ‘츄라’라 부르더이다. 부스러뜨린 빵과 양파를 소금물에 타서 만든 수프인데, 이놈들아 이런 건 북한에서도 안 막는다!


이 자들이 왜 이쪽으로 왔을까, 라며 추론에 들어갔는데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자꾸 들어가는 게 아닌가?

이윽고 수인(囚人) 호송차가 멈추었고 앞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가 있구나. 그 중에서도 이상야릇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넌, 아니 꾸꾸시까가 아니더냐?


지난번 얼음 언 강에서 날 물고문했던 괴악(怪惡)하게 생긴 야만인! 갑자기 그날의 추위와 고통을 소환하니 전신에 소름이 돋는구나.

난 이러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때마나 속으로 되새김질하는 말이 있다오. ‘난 하느님을 믿지 않지만 두렵기는 해!’


마침내 러시아 교도관들은 마피아로부터 돈을 챙긴 후 날 가축인 양 도살자들에게 통째로 넘기는 게 아니겠소? 여봐란 듯이 대번에 그랬소.


이건 또 뭐람? 여기가 바로 폴란드 장교 2만 2.000명이 러시아군에 의해 매장당한 ‘카틴 숲’? 이놈들아! 나 백사는 폴란드인이 아니라 조선인이란다.

어라! 러시아 마피아들이 꾸꾸시까에게 회장이라고 부르는데? 이 와중에도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치게 만드는 기억이라니. 과연 내 예상대로 이놈이 국제 마피아 조직에서 등극을 했지 뭐요?

난 관상을 볼 수 있다고 했잖소? 김 비탈리는 권좌를 오래 지킬 상이 아니었다니까. 일반인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저승사자가 항상 비탈리 목에 무동을 타고 있었다오.


하지만 꾸꾸시까는 달랐소이다. 남 꼬붕이나 할 치는 아니더군.

그자의 관상과 몸짓은 삼국지 최후의 승리자 사마중달을 닮았더이다.

김 비탈리 지시를 받고 나가면서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던 모습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소이다.

몸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고개만 자라와 같이 돌리는 자세가 아니었던가! 이런 자세를 취하는 자들은 상사가 부르면 고개를 돌려 응하는 척하지만 몸은 자기가 원래 계획한 방향으로 고집스럽게 가려는 역도(逆徒)의 화신이라던데···.

그래서일까? 조선말로 배신의 무리인 역도(逆徒)와 앞일을 내다본다는 역도(逆睹)가 이렇게 음이 같을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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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망백(3) 22.03.16 31 0 11쪽
115 망백(2) 22.03.14 32 0 11쪽
114 망백(1) 22.03.11 3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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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화백(5) 22.03.07 20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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