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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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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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2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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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백(2)

DUMMY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김춘자라 하므니다. 일본 이름은 하루코! 여무명 씨는 중국인이기에 CIA 출신인 다니엘과 엮이다간 간첩죄로 공안에 송환될 수 있으므로 이점 명심해주시기 바라요.


대신 지금 하고 있는 암살 전문 야체이카(세포조직)에 대한 도장깨기인가 뭔가를 멈춘다면 그간 과오는 눈감아 주겠다는 조선노동당의 지시사항을 하달합니다. 글구 당신을 인신매매해 남조선에서 어릴 적부터 고혈을 짜낸 백사를 잡는 데 앞장선다는 조건도 함께요. 사회주의에 대한 배신자 염소도 사로잡아서 우리에게 넘기면 충분히 보상을 하겠스므니다.”


나 여무명이 그간 북조선 세포조직원들과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데 공산당의 전형적인 기만전술의 한 가지인 ‘평화공존전술’을 모를쏘냐? 그리한즉 이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인 백사와 염소를 먼저 친 후 나중에 나 여무명을 제거하려는 수작을 말이다. 일본에 맞서기 위해 취해진 중국의 국공합작(國共合作)처럼. 어떻게 장개석의 국민당이 지금 대만 땅으로 쪼그라들었는지를.


난 이왕 만난 김에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들을 로켓 우먼에게 농지거리 삼아 질문했다. 자신을 거둬준 백미(白眉)를 배신한 데 대해 미안한 감정이 없느냐, 부터 로켓우먼이 아버지뻘 되는 백미와 사귄다는 소문에 이르기까지···.


로켓 우먼이 위풍도 당당하게 말하길.

“백미 보스는 뭐랄까? 제가 모시면서 지켜봤는데 ‘다케미쓰(竹光)’랄까요. 그 칼은 검신(劍身)을 쇠가 아닌 대나무로 만든 것이지요. 일본에서는 둔한 칼이나 무딘 칼을 조롱하는 단어랍니다.

나이가 들어 과거 맹수 같은 기질이 줄면서 좋은 말로 관대해졌고 새로운 시대 변화에도 부합하지 못했죠. 백미가 계속 조직을 경영했을지언정 중국 본토 흑사회의 조정을 받는 조선족 조폭에게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스므니다.

또한, 외국인 밀집 지역에 세를 확산 중인 중앙아시아 세력에 대한 대비책도 없다시피 한 실정이었고요. 특히 대만정부가 지원하는 화교학교에서 배운 반공의식이 몸에 배서 남조선의 새로운 나라님들과도 맞지 않더군요.

글구 여무명 씨는 저를 카레선(일본에서 중년남성에 끌리는 젊은 여성을 지칭하는 말) 정도로 보시나 본데 맹세코 틀렸수다. 저도 연하 좋아하므니다. 백미와 저의 관계는 다 혁명사업 완수를 위한 전술적 측면이었음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우린 일본 망가(漫畫) 은하철도 999에 나오는 메텔과 차장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스므니다. 제 새로운 애인 백악을 소개합니다. 두 분은 서로 잘 아시죠?”


백악이 의기양양하게 화답하더라. “아, 그럼요. 누님! 제가 헤매던 백사회사의 신입사원 시절 따듯하게 감싸주었던 여무명 선배님을 내 어찌 잊으리!”


하나님 맙소사! 둘이 사귀는 사이였다니.


난 일단 이들의 평화협정 제의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줄 것을 요청한 후 긴급히 자리를 빠져나왔다. 북조선에서 염소와 백사를 동시에 잡아드리려는 의지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으니까. 그들로부터의 위험부담은 일단 감소한데 대해 안도했다.


난 로켓 우먼이 말한 일본단어 ‘다케미쓰(竹光)’에 잠시 꽂힌다. 남한 보수진영과 중도파 상당수가 이에 해당하더라. 날 선 공격 없이 이미 방어성을 확보하고 있는 적을 절대로 칠 수 없거니와···. 피를 보는 건 체질상 맞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면서 목검으로 대충 자기 역할을 다하려 하는 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을까?


그러고 보니 로켓 우먼도 ‘나르시시스트(Narcissist)’가 아닌가? 동시에 일찍이 백안도 ‘자뻑 대마왕’ 수준의 나르시시스트였음을 상기했다. 백악은 남조선 여자들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그를 접한 남조선 여인네들은 백악의 과도한 애정공세와 지나친 관심을 받으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즉 이전 대한민국 남자들과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여기고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연애의 길’로 가고 있음을 확신하더라. 마치 진보정권이 보여 준 얄팍한 구애로 인해 황홀경에 빠진 국민처럼.


백악, 이 새끼는 한마디로 말해 그 분야에선 선수였다. 심지어 삼각관계를 만들어 상대를 통제하는가 하면 어장관리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여성들을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정작 문제는 파트너인 여성들인데 이런 ‘나쁜 남자’ 스타일에 끌리는 상대방은 정신적으로 세뇌 당한 채 파괴적이고 소름 돋는 관계를 지속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단다. 유럽 후진국이나 중남미에서 쉽게 그 사례를 볼 수 있듯이 좌파 정부가 던져 주는 싸구려 사료에 맛들인 인민들과 같이.


여기서 느닷없이 영화 ‘나쁜 남자’가 떠오르니 왜일까? 그 영화감독이 2012년 ‘문재인의 국민으로 살고 싶다.’더니 뜬금없이 라트비아까지 가서 코로나에 걸려 사망했다거나 주연 배우가 흉악한 스캔들에 휘말려 잠적했단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특히 이분들의 정치성향이 어떤 것인지도 관심 없도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으로만 따진다면 둘 다 그냥 나쁜 남자라는 것이다.


유독 내 감정을 자극했던 이유는 그 감독 영화들에 비운의 화가라는 ‘에곤 쉴레’의 그림이 등장해서다. ‘파란 대문’에 나오는 ‘검은 머리 소녀의 누드’와 ‘나쁜 남자’에 떼로 등장하는 누드 화보집···. 에곤 쉴레는 男男(BL)과 女女(GL) 간 동성애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건 물론이고 자신이 자위하는 모습까지 신성한 화폭에 담아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에곤 쉴레 또한 화백(畫伯)이 아니시더냐?


내가 그런 그림에서 향수제조 암살자가 떠올랐다며 지나친 과장일까? 헌데 ‘에곤 쉴레’나 고인이 되어 버린 김 감독 작품을 접한 페미니스트들은 거품을 물고 부들부들 떨 터인데? 좌파와 좌파의 대립이라? 이 또한 서로 상충하는 모순이 아닐까?


다시 로켓 우먼과 백악의 관계로 돌아와서! 나르시시스트끼리 연애할 경우에는 사랑 없이도 자신들의 목적에만 부합하면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들이 시기나 질투심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인 만큼 둘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주목해야겠다.


해서 혹시 이런 특징을 지닌 세력들이 정치권에서 연합하거나 서로 등을 돌릴 땐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그렇담 나르시시스트가 그간의 죄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변할 가능성이 있느냐, 역시 궁금하도다. 답은 기필코 아니란다. 따라서 여러분께서는 뭘 모른 채 이런 부류와 사랑을 나누고 있다면 얼른 탈출하거나 아예 인생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비는 것이 최선의 비결이란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혹시 이런 종자들이 기본적으로 성경 디모데 후서 3장에 나오는 자들이 아닐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난 하루코라는 로켓 우먼과 백악, 다시 말해 나르시시스트 커플에 대한 첩보를 추가로 입수했다.

내용인즉슨 백악과 로켓 우먼은 원래 친척사이였단다. 조총련 간부였던 로켓 우먼 조부가 백악 부모와 그 가족들을 모조리 만경봉호를 통해 북송시켰던 것. 이것들이 근친상간까지도? 하기야 원래 일본은 이런 게 가능하다나 뭐라나?


나 여무명은 그간 향수제조사에 대한 미행 감시활동을 끝내고 거주지에 잠입키로 했다. 서울 인근 경기도임에도 전원주택 단지여서 적막강산이 따로 없구나.

간간이 들려오는 개짓는 소리. 이놈이 돈은 꽤 모았나보다. 꽤 넓은 평수의 으리으리한 저택에선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애가 있나?


일단 2층을 통해 입장해 놈의 동태를 살피겠다. 쌍장군과 담백은 밖에서 비상대기 중이다. 아쉽게도 다니엘의 친구들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쪽 상황이 심상치 않아 출장을 가셨단다. 대신 상백이 지난번 양복장이 요괴를 비롯한 가위손들에게 당한 부상에서 회복됨에 따라, 요양 중이던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오고 있단다.


세상에나! 잔디마당은 물론 실내 곳곳에 크로아티아산 순종 달마시안, 에티오피아산 아비니시안 고양이, 맹그로브 앵무새, 길들인 작은 악어와 거북이에다 뱀까지 온갖 육해공군 동물들이 자유롭게 방사되어있다니! 혹시 동물애호가일까? 아니다.


내가 본 중남미 작가의 소설에서 우르비노 박사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동물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은 인간을 가장 잔혹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다.’ 꼭 참고하자.


2층에서 1층을 내려다 보니 놈은 최고가의 그랜드피아노를 치고 있긴 한데, 체르니도 아니고 바이엘이라! 나도 그 정도는 알지. 어머니 백사가 남조선에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문화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며 피아노 학원에 보냈거든.


일단 전투를 벌이기 전에 좀 더 알아볼 겸 놈이 있는 1층 거실을 피해 지하로 내려갔다. 벌써 익숙한 피 냄새가 코를 자극하는구나. 놈이 사람을 고문하거나 해체시킬 때 사용하는 방문 위에는 대형 액자 글씨가 걸려 있었다. ‘Lasciate ogni speranza voi ch’entrate.(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아무튼 영어도 아니고 러시아 말도 아니어서 해석이 어렵다.


지옥의 문을 열자 몇 명 남성이 쇠사슬에 묶인 채 피를 채혈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통스러워하기보단 약에 취해서인지 너무 행복해 보이는 게 아닌가? 이 염전(鹽田)노예, 아니 혈전(血田)노예들은 향수제조사의 유혹에 넘어가 이곳에 왔고 피를 다 빨리면 모두 도살당할 운명이었으리라! 하물며 선전선동에 미혹당한 국민들도 이러할 터인데. 내가 알게 뭐람.


더 이상 지체해선 잡혀 온 자들의 생명이 위독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바로 전투 모드에 들어갔다. 먼저 전기를 차단시켜 집안을 암흑세계로 만든 후 1층 홀로 진입했더니 피아노 선율이 멈추더라.


“오빠가 여무명인가 봐? 당으로부터 조심하라는 긴급 연락을 받았지 뭐요. 그 후 어떤 놈이 날 계속 미행하더라고. 오빠였더군요. 늦었지만 인사를 드리리라. 본명은 강쇠인데 ‘프랑수아즈 사강’이라고 불러 주세요. 호 호.”라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어두운 건 너무너무 무섭다며 피아노 위에 촛불을 밝히더라.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인간들이 그랜드피아노 주변을 둘러싼다. 그것도 촛불을 하나씩 들고. 한 놈은 온몸이 근육질인 ‘헬창(헬스 마니아)보이’인데 자신을 TS(트렌스 젠더)라고 자랑한다.

다음으론 시골 할머니 파마를 한 중년의 아저씨는 “헤헤, 안녕합쇼.”라면서 전설의 자전거 체인을 돌리면 위협하고 있구나.

이밖에도 흑인혼혈로 보이는 거구는 유방까지 달려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말세임을 실감하게 함으로써 삶의 의지를 꺾게 한다. GL 취향의 여성도 몇 명 보인다.


이들은 급기야 강쇠가 치는 피아노 반주와 촛불의 흐느낌에 맞춰 허밍까지 하는 게 아닌가? 마치 시베리아의 외로운 늑대들의 하울링 같아 집안에 오통 귀기(鬼氣)가 가득 차 있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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