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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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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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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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2)

DUMMY

그거는 그거이고. 담소를 나누며 산책 중인데 뭔가 남성들의 잔혹한 근육 냄새가 바람에 풍겨 왔소. 죽음의 칼 내음과 함께. 타냐 역시 눈치를 챘는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아닌 러시아인들이 우릴 쫓고 있다며 긴장하더이다.


아뿔싸! 불곰처럼 생긴 무지막지한 인간들이 우릴 덮친 가운데 그들은 타냐의 모가지를 360도 꺾어 드레프르 강에 처박아 버렸다오. 그녀는 꽃다운 나이에 이렇게 가다니 진정 재앙이로다.


놈들 중 한 명이 한숨을 내뱉으면서 성호를 세 번 긋더이다. 그러면 천국에 간다고 하더냐? 그런 식이라면 나 백사는 삼백 번도 더 그었소. 듣자 하니 여기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상수도원이라는데 이렇게 시체를 함부로 버려도 되는 거냐?


한국 환경운동가들에게 걸리면 너희들 벌써 죽었어! 하기야 한국 환경운동가들도 요즘은 조용하지. 딴일 하나 봐?


저기 저치들 중에 전설의 이종격투기 파이터인 표도르 선수처럼 생긴 애 좀 볼지어다. 가만있어 보시오. 혹시 키예프가 과거 ‘인민의 의지파’ 소속 혁명가들이 교수형 당한 곳이 아닐는지? 맞소?


‘로진스키’라는 폴란드인과 ‘로조프스키’라는 유대인 등 말이외다. 당시 로조프스키는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오. ‘인민의 의지파(Narodnaya Volya)’란? 19세기 러시아 사회주의 테러리스트 조직이요. ‘알렉산드르 2세’ 황제를 암살한 가오있는 비밀조직이라오. 참고로 알렉산드르 2세는 알래스카 땅을 미국에 단돈 700만 달러에 파신 인정 많은 분이셨소. 결과적으로 이런 과격한 ‘인민의 의지파’는 대중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해서 볼셰비키에게 패권을 빼앗겼다더라.


그러거나 말거나 난 UFC 여자 파이터 세브첸코와 같은 폼을 잡고 그들을 응시했소. 명색이 북조선에서 특수훈련을 받은 간첩이 아닌가? 그러나 번개 같은 하이킥에 이은 니킥을 수차례 시도해 보았으나 허사였소. 덩치가 너무 컸거든.


역시나 나 백사는 나이도 있고 남성 동무들과는 체격 차이도 있으니 맨손대결은 무리로구나! 이럴 땐 연장을 쓸 수밖에 도리가 없도다. 허나 백사가 너무 안일했소.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는 안전하다고 여기고 무기 휴대를 깜빡했지 뭐요.


다행히도 나무에 살포시 비껴 세워진 삽이 보이더이다. 북한 특공 격술의 기본동작인 ‘삽조술’이란 것이외다. 쉽게 풀이하면 백병전에서 야전삽으로 적을 처치하는 전투기술이요.


1분도 안 걸려 다섯 놈의 살을 몸통에서 떠냈다오. 최종 마무리는 삽 타고 육신 찍기! 스카이콩콩을 연상하면 될 것이요.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을 소개하자면 한 놈의 발등을 삽으로 찍은 상태에서 그 반동으로 공중제비 돌아 다른 놈의 면상을 킥으로 날리는 기술이 아니겠소이까. 상상해 보시겠소?


하긴 남조선 여성동무들은 삽으로 병뚜껑을 딴다는 얘긴 들었소. 난년들일세. 나 백사는 일단 살육현장을 벗어나 키예프 도심으로 진입했다오. 이미 밤이 깊어 거리 곳곳에는 클럽이 젊은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소. 난 그중 한곳을 골라 무턱대고 입장했소. 빡빡이 수문장들이 입구를 지키고 있구나.


클럽 기도는 역시나 동안에다 얼짱인 날 알아보고 입장을 허락하지 뭐요. 슬라브족 까까머리의 여자를 보는 안목에 몸 둘 바를 모르겠소. 웬걸? 클럽 안에 있는 손님은 대부분 여성들이네. 그것도 금발 미녀들이라.


게임이나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엘프 요정이란 게 이년들인고? 황금빛 눈썹을 휘날리고 있는 숲의 요정! 이곳 역시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여초’ 국가였구나! 엘프 요정이면 뭐 하냐 불쌍한 년들···.


다만 뭐라고, 뭐라고 하는 소리가 날 확 깨게 했다오. 지배인으로 보이는 놈이 날 보더니 막 화를 내는 게 아닌가? 눈치 9단 고정간첩인 내가 분석하기론, ‘네가 왜 홀에 있냐며 빨리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를 해야지.’ 라는 말투였단 말이오. 이것들이 그래서 날 입장시켰다 이거지. 다행히 주방에는 여차하면 휘두를 수 있는 쓸 만한 연장이 즐비했소.


금발의 여자 셰프(Chef)는 동양인인 나를 깔보며 영어로 요사 떨지(behave in a capricious) 말라지 않소. 그 말인즉슨 평양 옥류관 주방장이 남조선 대통령에게 해댔다는 ‘국수 처먹을 땐 요사를 떨더니’라더냐?


혹시 이런 클럽문화에 대해 좀 아시오? 러시아 문화권에서도 유럽과 같이 오랜 전부터 클럽 문화가 있었다는 건 문학작품에서 간간이 나오잖소. 물론 지금처럼 댄스보단 카드놀이나 술을 마시는 분위기였지만···.


곧이어 주방 밖 홀에선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으니 클럽으로 들이닥친 괴한들은 날 찾고 있는 듯.

덩치가 산만한 클럽 기도도 침입자들이 총을 들고 있는 걸 보고는 눈을 내리깐 채 꼬리를 내리다니. 이어지는 동작은 두 손을 중요 부위 위에 모은 채 머리를 숙이고 예의를 갖추더라.


무책임한 새끼들! 평소엔 이들 기도처럼 폼이나 잡고 돈 없거나 힘없는 손님에게 위압감을 주다가도 더 센 놈이 나타나면 나 몰라라 내빼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특히 남조선에!


괴한들은 주방에 난입하자마자 총을 쏘아 댔고 무고한 주방보조들만 죽어나가는구나. 난 싱크대 밑으로 기어 다니며 총알을 피하다가 틈나는 대로 주방용 칼로 침입자들의 다리를 시작으로 복부를 거쳐서 모가지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회를 떴다오.


내가 들고 있는 칼은 손잡이가 편안하게 만들어진 ‘Made in GERMANY’였소. 그 옛날 게르만 족속들이 로마군에 휘두르던 칼처럼 묵직하게 잘 듣더군. 멀리 있는 놈들에게는 포크나 나이프를 투척하니 상황 종료!


우린 젓가락 하나만으로도 두개골이나 심장을 관통시켜 절명시키는 북조선 전사가 아니겠소? 난 피로 질퍽거리는 주방 바닥을 밟으며 홀로 나왔소. 이왕 일이 이리된 걸 어쩌랴? 왜냐하면 댄스장에도 붉은 발자국을 통해 북조선 여전사의 족적을 남겨줘야 하니까.


예상대로 홀에는 이미 우크라이나 경찰들이 내게 총을 겨누고 있어다오. 야구캡과 같은 형태의 모자를 쓰고 짙은 남색 계통의 경찰복에 방탄조끼를 착용한 그들!


어둠과 조명 탓이어서 남색인지 검은색인지 헛갈리지만. 남녀 모두 하나같이 미색이 대단하오. 그래 기억하시겠오? 우크라이나 여경 간부의 미모가 화재가 되었던 걸.


나 백사는 그날 사건으로 인해 우크라이나 감방에 수감되었다오. 얼마 전 러시아에 있을 때 꾼 죄수 꿈이 바로 내 얘기였구나! 감방에서 들은 얘기요. 이 나라 대통령이 개그맨 출신이라던데 맞소? ‘블로디미르 젤렌스키’라는 대통령이외다. 그래서 혹시 좌파성향의 남조선 개그맨들도 대통령 꿈을 꾸면서 정치적으로 변신한 거였소? 마치 붉은 혁명투사인 양 말이오. 왜, 있잖소?


꿈꾸거나 말거나간에 이를 어쩐다? 남조선 공사말로는 내가 러시아인들을 죽인 관계로 곧 그곳으로 다시 이송될 거라는데? 어쩌겠어, 내 팔자가 이런 걸.




저 다니엘과 몽학선생이 이번에 스몰렌스크를 방문한 목적은 백사가 염소와 장백으로부터 탈취한 의뭉스러운 핵물질에 관해 탐문하려는 것입니다. 그 물질의 정확한 실체를 알 수가 없어서 핵 전문가를 소개받기 위해서랍니다.


대략 무게 30킬로그램 정도의 핵배낭이 아닐까 추정하지만. 우린 비전문가라서 그 물질의 주성분이 플루토늄인지 농축우라늄(HEU)인지 도대체 알 수 없잖아요? 기폭장치 존재여부도 당연하고요.


일각에서는 북한은 아직 핵배낭을 만들 기술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죠. 사실 여부는 글쎄요? 혹시 리튬을 사용한 수소탄일수도 있겠네요. 수소탄은 원자탄과 달리 소형화가 쉽다지요. 전문가가 아니기에 미루어 짐작할 뿐이에요.


하여간 소련연방 붕괴 후 실업자로 전락한 핵과학자들이 북한에 핵기술을 넘겼다는 설과 함께 북한 핵과학자들 대부분이 소련 유학생 출신들이었기에 여기서 단서를 확보하려고요.


덧붙이자면 파키스탄의 어떤 핵과학자는 북한에 핵기술을 전수한 게 자신들이 아니라고 강력 부인하고 있잖아요. 이러한 이유에서 백사도 러시아 영토인 블라디보스토크에 와서 염소를 추적했던 것이고요.


저희들이 판단하기로도 백사가 탈취한 핵물질은 완벽한 장물이 아니라 핵심 물질이 2% 정도 부족한 것이죠. 그러므로 우리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대미를 장식할 용의 눈알을 그리는 환쟁이를 파악하려 합니다.


헌데 스몰렌스크에도 원전이 있었네요. 다만, 그 유명한 체르노빌 원전에 사용한 것과 같은 유형의 낡은 원자로여서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대요. 러시아엔 아직 이런 노후화된 원전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사실!


몽학선생이 소개한 인물은 스몰렌스크에 거주하는 핀란드 출신이었죠. 우린 일단 그의 집을 방문했어요. 그는 자신을 현재 러시아 국적이지만 체리미스의 후예라고 하네요. 체리미스는 핀란드 동부지역에 살던 종족이래요. 저는 이분을 기억하기 쉽게 체리미스님이라고 부를게요.


체리미스님께서는 소싯적에 ‘드브나 합동원자력연구소(JINR)’에서 근무했다는군요. 참고로 북한은 1956년부터 JINR 프로젝트에 참여해왔거든요. 또 다른 참고사항으론 핀란드는 대표적인 북유럽의 원자력발전소 강국이랍니다. 에너지 빈국으로 평가받는 이 나라가 숲을 살리기 위해 원전을 선택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아시나요?


그리고 핀란드의 로비사 원전의 경우에는 소련제 원자로를 가지고 원전을 만들었다는 것도요? 한국이 좌파정부 출범이후 원전 전방문을 싸그리 닫는 데 반해서 이곳에선 전방을 또 연다는군요. 허나 원전공사에 있어서만큼은 일가견이 있던 대한민국이 공사를 수주할 기회를 영원히 놓친 것이죠. 한국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보라며 온갖 이유를 들먹였잖아요? 원전을 포기한 국가에 누가 공사를 맡기겠어요?


참! 이참에 핀란드 국기나 감상하지 않으시렵니까? 제 취미가 국기를 분석하는 것이잖아요. 핀란드 국기의 첫인상이 깔끔해요. 흰색 바탕에 파란색 십자가가 박혀있는데 가로 줄이 가장자리까지 뻗어 있군요. 그래서 청십자기(靑十字旗)라는 명칭으로 불린대요.


하양은 눈을, 파랑은 호수를 나타낸다니 국토의 특징을 잘 묘사한 국기네요. 십자가 문양은 스칸디나비아의 일원임을 표시하는 것이고요. 1917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독립한 지 6개월 만에 만들었다니까 러시아와의 관계가 궁급해지죠?


역시나 한반도와 같은 비운의 운명이 있었네요. 1918년 러시아혁명의 여파로 인해 좌·우 진영으로 양분되어 내전을 치렀답니다. 그래서 국민들의 반공 의식이 강하다 보니 2차 대전에서 강대국 소련과 숱하게 전쟁을 한 관계로 걸레같이 생긴 현재의 영토로 축소되었대요. 어쩌죠? 불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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