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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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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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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하물며 지하철역 앞에는 놀라우리만치 고가의 외제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왕자님이 개최하는 파티에 참가하려는 신데렐라의 변신한 모양새라고 할까.

그렇다면 신데렐라에게 화려한 파티복을 입히고 유리구두를 신겨 호박 마차에 태운 요정의 정체는?

시민단체 요정이었구나.


믿을 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안나는 정부나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하는 것도 모자라 가지가지 이권사업에 뛰어든데 이어 개인적으로 모금까지 하고 있었던 것.


말이 모금이지 기업으로부터 삥을 뜯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터.

해서 그간 모은 돈으로 이태원 소재 자가 근처인 용산 한강변의 재건축을 노리고 집을 잔뜩 사들여 현재 세입자들로부터 임대료까지 챙기고 있다더라.

물론 지금 좌파정권에서 대유행 중인 '갭투자'겠지만.


이 또한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여당 소속 구의원인 친구로부터 배웠다나 뭐라나.

거기다가 남편이 시아파임에도 원수지간인 수니파 국가로 분류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UAE(아랍 에미리트) 등과 몰래 밀무역을 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란다.

요컨대 그녀가 조국의 통일을 앞당기고 '나라다운 나라'와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위해서 맘카페와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커뮤니티 운영 및 각종 시민단체의 간부로 활동했던 것이 아니란다.


결국에 가서는 특히 여성가족부 등 정부부처로부터 돈을 뜯기 위한 사기극이었을 따름!

동지들끼리 서로 회원으로 등록해주고 필요시 미등기 이사로도 상호 임명하는 짝짜꿍!

나아가 조작된 여론조사 응답에도 앞장서는 등 상부상조했단다.


이는 정말 혁명적인 돈벌이었으니 가공할 만한 사기극을 백주 대낮에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 자행한 것이다.


촘촘한 그물망을 통해 눈먼 돈을 싹쓸이하는 쌍끌이 저인망 어선과도 같이.

여기에 중국에서 온 불법 조업 어선도 끼어들었고. 이래서 좌파정부에선 바다이야기가 끊임없이 재연되는가 보다.


이로써 정체불명 가지가지 괴도(怪盜) 펀드를 비롯하여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사업과 스마트한 돈벌이인 전기버스, 소각장과 폐기물처리 시설물 등에도 앞다퉈 관여했단다.


환경단체가 좋아라하는 그린 랜드(Green Land)를 만들려 했던 것.

그린란드도 말이 그린이지 실제로는 빙하의 땅이 아니던가!

이토록 나라가 탐욕에 물든 자칭 NGO들에 의해 서서히 얼어가고 있었으니.

마치 동토(凍土)의 왕국인 양.


과거 혁명가가 현재 시민을 상대로 한 비즈니스 우먼이 되건 말건 내 알 바는 아니어서 계속 동태를 살피던 중···.

아니, 세상에나! 이 미친 여자가 일주일에 ‘삼일낮, 삼일밤(Trois jours et trois nuits)’은 나이트클럽과 속칭 호빠를 전전하면서 나이트 피버(Night Fever)와 섹슈얼 나이트(Sexual Night)를 즐기는 게 아닌가. 정녕코 그대는 밤의 신데렐라였구려.


내친 김에 더 조사를 진행한 결과로 밝혀진 충격적 사실은?

호빠에서 만난 연연불망(戀戀不忘) 내연남과 짜고 파키스탄 박사를 살해하려 했던 것이었으니. 이미 그에게 정체불명의 보험을 셀 수 없이 들어놓은 상태였다.

아이돌을 닮은 내연남 이름은 위철명!


안나는 젊은 시절 학원운동권 중에서도 과격하기로 소문났기에 투옥 전력도 상당했으며 이때 감방에서 만난 범죄자들과 깊은 인연을 쌀을 수 있어단다.

이러한 인연으로 인하여 각종 탈불법 사업에 눈이 뜨게 되었고 나이트클럽이나 호빠도 거기서 만난 언니들 덕분에 VIP 대접에다 할인까지 일거양득의 혜택을 받았을 테고. 언니들이 조폭의 부인이나 애인이었으니까.


이러한 배경에서 과거 독재에 항거하던 운동권이 각종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조폭들과 말도 안 되게 얽히는 게 이해가 되시려나?


그래서 안나는 나 여무명을 만난 날 관심도 없는 혁명과업을 빨리 끝내고 박사를 살해하려는 꿈에 부풀어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니라. 그러다 탈날라.


이윽고 난 이때다 싶어 그녀를 집 밖으로 불러내 호통을 쳤다. 인도코끼리 브로치의 귀가 떨어져 나갈 것같이.


“이 돼먹지 못한 여자야! 명색이 혁명가라면서 통일과 인민을 위해 헌신하진 못할망정 어마어마한 쾌락이나 일삼다니. 너희들이 뭐 혁명귀족인 줄 알아!”


난 안나가 움찔 놀래서 뭐라 뭐라 변명하는 것이 사뭇 ‘악마의 변(devil’s advocate)’으로 들리기에 바로 ‘2차 가해’에 나섰다.


“닥쳐라, 이 세금 도둑년! 당신 같은 자들을 중국어로 ‘가모위선적인(假冒僞善的人-외식하는 자)’이라고 해. 영어론 깔끔하게 ‘hypocrite’!


너희는 공부 좀 했다는 것들이 ‘존 스튜어트 밀’이 쓴 〈자유론〉도 안 읽었느냐.

계몽적 좌파 지식인의 저서에 떡하니 등장하는 필독서라고!

‘어떤 한 계급이 떠오르는 곳에서는 어디든 그 계급의 이익과 계급적 우월의식이 그 사회의 도덕률을 크게 좌우한다.’

그래서 지금 나라의 도덕이 바닥을 치고 지하로 추락한 것이야.

작전세력이 장난치는 개쓰레기 잡주의 주가 그래프처럼.”


내 생각에도 안나를 상대로 한 말들은 좀 심한 비판이었지만 요즘 전략전술 측면에서의 ‘2차 가해’가 유행이니까.


훗날 생각해 보니 그녀가 진정성 없는 헤설픈 미소를 지으며 씨부리던 변명은 이랬더랬다.


“소리 지르지 마세욧! 아니, 무슨 일이래? 애걔걔, 요깟 것 갖고 요란을 떨어? 우리 운동권 출신들 좋은 세상 만나서 즐기며 살아. 다들 그래! 오빠들은 골프도 싱글인 거 몰라요? 용케도 내 영업 비밀을 알아냈구만. 요즈막에야 겨우 먹고살만한데 파쇼•보수•꼴통들에 비하면 어림없을걸. 우리가 검소하다고 뭐가 달라져? 으씨! 이렇게라도 능력껏 먹고 즐기는 세상이야. 북조선도 그렇잖아. 뻔하지, 뭘. 몰랐어?”


하오면 내가 안나의 허랑방탕한 사생활을 세상에 밝히고 북조선에도 보고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썩은 부르주아 문화에 물들어 사치와 낭비를 일삼고 사상마저 해이해져 무력통일 운동에는 뒷전이라는 걸.


그러자 안나는 내 말을 듣고도 애결복걸은커녕 너 좋을 대로 하란다.

거기에다가 아무리 한갓진 카페지만 겁도 없이 차도르 안에 있던 다이너마이트 한 개와 라이터를 꺼내더니 같이 죽자는 게 아닌가.


“제발. 스토커처럼 굴지 말라고! 나도 곤조통 있는 년이야. 운동권 시절 내 별명이 이문동 휘발유인 걸 몰랐어? 씨팔···”


맙소사! 펼쳐진 차도르 안에는 다이너마이트가 수도 없이 달려 있다니.

마치 중동의 자살폭탄 대원인 양.

난 먼저 말로 점잖게 경고했다.

“당장 내려놓으시오! 그래 봤자 어림없소이다. 정녕코 불귀신 될 참인가?”


그러자 못돼먹은 여전사 왈(曰).

“이∽새꺄! 듣자듣자 하니까. 아휴 정말! 이걸 포기하라고? 가당키나 해? 잘 들어, 이 라이터는 젊은 시절 화염병에 이어 몇 해 전 촛불에 불붙이던 손 때 뭍은 물건이야. 내가 우스워?”


난 점점 횡설수설하는 수준이 높아만 가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면서 더 이상 말이 안 통하는 족속임을 실감했다.


그래서 커피를 다이너마이트에 투척해 기능을 상실하게 만든 후 다시 소화기를 뿌려 초동진압에 성공하자.

마침내 격분해 뚜껑이 열린 안나는 홀연 점프를 하더니 나의 후두엽에 강 스파이크를 날리더라.

난 자칫 뇌진탕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으니.


알고 보니 안나는 고교 여자배구 선수출신이었단다. 여대에서 잠시 배구선수로 활약하다 적성에 안 맞아 다시 시험을 봐, 경희대 옆 외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하게 됐다는구나.

솔직히 미모와 몸매도 괜찮은 편이어서 TV 앵커도 충분히 소화할 인물이었다.


다음 장면은 분말가루를 뒤집어 쓴 채 도망치는 안나를 추적하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 안나는 타조처럼 내달렸고 난 치타처럼 쫓았었다.


허나 어쩐 셈이냐? 내가 안나의 강 스파이크를 정통으로 맞아 회복이 안 된 이유도 있겠으나 이 여자가 너무 빨라 따라잡을 수가 없도다. 나중에 알고 보니 중학교에선 육상선수 출신이었던 것. 가지가지 했더라만.


종국에는 안나가 용산역으로 진입하더니 이내 플랫폼에서 체념한 듯 나를 보고는 비꼬듯이 미소를 지으며 성호를 긋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녀는 무슬림이 아니라 가톨릭 신자가 아닌가.

그러더니 아니나 다를까 선로에 그대로 뛰어들었고 이어서 지나가는 화물차에 의해 몸이 두 동강이 났도다.


죽음조차도 초개(草芥)처럼 여기는 저 위대한 혁명정신!

표표히 이승을 떠나고 있는 그녀의 붉디붉은 혼령과 함께 때맞춰 흑색 비둘기들이 수런수런 날개 쳐 오른다.

죽은 자들이 그들의 죽은 자들을 매장할 것이니라. 잘 가시구려.


이튿날 신문엔 훌륭한 옷차림을 한 신원불명의 여성이 자살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마치 1872년 1월 4일 러시아에서 발생한 작은 자살사건인 양.

두 죽음이 잇닿아 있는 것처럼.

난 철길 옆으로 분단된 그녀의 몸을 향해 조의를 표했노라.

그래 너희들은 필시(必是) 총알차를 탄(RIDDING THE BULLET) 자들이야.

과거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던 총알택시!

죽음을 담보로 혁명의 시간을 재촉하던 자들!

넋이라도 잘 간수하길 바라.


오늘따라 왠지 모를 먹먹함이 몰려오는구나.


나 여무명은 불순한 무리들이 미네렛(minaret)박사를 또다시 악용하지 못하도록 안전한 곳에 꽁꽁 숨겼다. 이제 다시 사라진 싸이렌 4호와 5호를 찾아야할 시간이다.


후일담이다.

고인이 된 안나는 더 큰 야망이 있었단다.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회, 93년 창설) 출신 동기들이 내년 대선 이후에는 이미 꼰대가 되어 버린 586 운동권 세력을 몰아내고 더 큰 이익을 차지할 것이라는.


그간 원탁에 앉아 젊은 자신들을 원격 조정하던 운동권 할배들도 곧 수명이 다할 것이라는 둥 벌써 치매에 걸렸다는 둥···

그래서 나름 내년 대선 여당 후보에도 줄을 제대로 섰단다.


허나 안나가 한 가지 착각한 것이 있었으니. 배부른 돼지는 다시 혁명에 앞장설 수는 있으나 성사시키긴 어려운 법!

그들이 배 곯아가며 투쟁하던 시절 그렇게 욕하던 ‘야바위게임’에 맛을 들였기 때문일진대.

불평등과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주린 배를 움켜쥐고 투쟁하던 그들이 어디 있느냐?


더 이상 고색창연(古色蒼然)한 가방을 든 채 지하철을 타지 않고 헤진 신발도 신지 않는구나.

퇴근 후 고래 등 같은 집으로 입장하실 땐 내동댕이쳤다는 가방과 신발!

지금 어디 있는뇨?

그렇담 당신은 왕자와 거지(The Prince and The Pauper) 중 누구인가?

‘에드워드 튜어’ 왕자인 양 남 보란 듯이 빈민체험을 한 거였나?

아님 구걸하던 ‘톰 캔티’가 왕자의 삶을 체험하자 삶의 가치관이 바뀐 것이더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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