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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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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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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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백(5)

DUMMY

하지만 그녀는 우리민족을 끔찍이 사랑하는 운동권 출신에다 무슬림으로 개종했음에도 ‘안나(Anna)’라는 유럽식 이름을 사용하고 있었다.


난 먼저 안나 여사를 공략하기로 하고 마의술(摩意術)이란 걸 사용했다.

이는 상대의 심리를 자극해 속셈을 털어놓도록 유도하는 중국 고대 심리전술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온 간첩으로 위장한 것이었으니. 일생 중 대부분을 북에서 온 간첩들과 함께 생활한 관계로 위장하는 데 딱히 어려운 점은 별로 없더라.


하여서 난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바래다주는 안나를 미행한 후 다짜고짜 북에서 내려온 사람임을 밝혔다.


과거에도 북에서 온 공작원들이 당시 운동권 학생을 직접 찾아가 신분을 당당하게 밝힌 사례들이 수두룩했으니까.

이중 일부 학생은 안기부의 공작으로 여기고 여 보란 듯이 경찰에 신고하는가 하면 대부분은 아예 신고조차 안 하든가 심지어 어떤 이들은 돈을 받은 사례도 더러 있었다고 들었다.


안나께선 처음엔 잠시 놀라더니 이내 수상쩍은 눈초리를 거두어드리곤 눈물을 글썽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을 잡더라.


왜냐하면 북에서 당신의 희생정신과 충성심을 잘 알고 있으니 남조선 수뇌부에 얘기해 금뱃지를 달아주겠다고 뻥을 치면서 출세 욕구를 자극했으니까.

당시만 해도 시민단체 출신들이 마구 금뱃지 달던 호시절이었거든.


“평생 조국과 수령이 나를 직접 부르는 이런 날을 오매불망(寤寐不忘) 기다렸습니다. 대학교 1학년 때 ‘구국의 소리 방송’을 처음 접한 지 어언 30여 년!

이제야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불패의 애국대오’에 앞장서게 되었군요. 감개무량입니다.

제가 뭘 하면 좋겠습니까. 드디어 제 남편을 사용하시나요?

‘A Slap in the face of Liberal Democracy!’(자유민주주의 상판대기를 갈겨라!)

우리에게는 수박이 있네. 무화과도 있네. 칼에 꽂을 보수꼴통들도 있네.”


이건 뭐 빨리 임무를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식이었다.

역시 안나 여사께서는 세계적으로 맹렬했던 이념 논쟁이 종지부를 찍은 소련 붕괴이후에 나타난 운동권 세대이기에 오히려 북한에 대한 충성은 맹목적이었다.


단호하고 가차 없이 앞만 바라보고 돌진하는 행동가(Activist)!

이러한 이유에서 안나는 일찍이 사상적인 이념공부보다는 아스팔트 투쟁에 이어 소외계층에 침투해 단체를 조직하는 등 행동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단다.


파키스탄 노동자와의 위장 결혼 역시 그런 행동가로서 희생정신의 발로라고 평가하고 싶다.

그녀는 정말 명실상부한 혁명 전위대였노라.


그동안 맘카페와 다문화가정 등 소외계층 커뮤니티 운영은 물론이거니와 각종 시민단체의 간부로 활동하는 등 무척 바빴단다.


이 모든 것이 조국의 통일을 앞당기고 나라다운 나라와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위해서 그랬다면서.

이는 북한 헌법 서문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사람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라는 것에서 유래했음을 누가 알랴마는···


난 즉시 부부가 살고 있는 이태원 소재 가정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내가 요 며칠간 파악한 바로는 안나와 파키스탄 박사 내외 간에는 밤낮없이 으르렁거리며 가끔 연장까지 사용하면서 난타전을 전개하다니.

한국의 운동권 여전사는 결코 육탄전에서 밀리는 법이 없더라. 화나면 수시로 병도 깨서 위협하더라니까. 추측컨대 젊은 시절 시위할 때 화염병을 능수능란하게 다루어왔기 때문이려니···.


주로 구타당하는 쪽은 파키스탄 남편이었다. 안나는 점프한 상태에서 상체를 뒤로 젖힌 후에 솥뚜껑만한 손바닥으로 박사의 따귀를 날리는 게 일품이었다. 마치 김연경 선수가 잘하는 백어택(Back Attack)마냥.


종교적인 측면에서 살펴봐도 아빠와 얘들은 하루에 다섯 번 같은 시간에 메카를 향해서 기도하고 ‘알라 외엔 다른 신은 존재할 수 없는데다 무함마드는 알라가 보낸 예언자다.’라는 신앙고백을 하는 데 반해, 엄마는 이러한 종교적 연대의식이 없는 듯했다.


유일하게 고집하는 이슬람 문화적 요소인 차도르(chador) 의상 역시 믿음보다는 신분을 숨기거나 무기를 은닉하는 데 활용하고 있는 듯했고.


마침내 안나는 나의 마의술(摩意術)이 통했는지 그간의 애로사항을 토로하더라.


“우리조직에서 저놈이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별 고민 없이 아랍어 전공자인 저를 배우자 역할로 차출했소만 처음엔 서로 말도 안 통했어요.

남편은 아랍어를 한 마디도 하지 못하는 파키스탄의 펀잡(punjab) 출신이거든요.

하긴 펀잡 글자는 아랍어와 조금 유사하긴 합디다.

어떤 걸그룹이 부른 노래에서 펀잡지방 언어가 튀어나와요. ‘쥬띠 메리(내 신발)’라고요.

연식이 좀 된 분들은 개그맨 만사마가 부르던 노래 ‘후루뜨르뚜∽’를 떠올리면 되고요.


그리고 남편은 이슬람교도 중에서도 ‘시아파’랍니다. 때만 되면 스스로 가슴을 때리는 ‘마탐’이라는 행위를 해요. 680년 수니파에게 당해 순교한 지도자 후세인을 기리는 종교의식이죠. 이슬람 역사가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답니다.

그리하여 몸에 난 상처도 모두 제가 때린 건 아니랍니다. 믿어 주세요.


다행히도 파키스탄이 공용어로 영어를 사용해서 신혼 초에 겨우 간단한 의사소통만 할 정도였으니까요.

시간이 많이 흘러 남편의 한국어 실력이 향상된 이후에는 오히려 갈등이 더욱 심해졌지요.

이슬람교도는 주권이 신에게 있다고 생각하기에 우리 같은 사회주의 전사들의 ‘인민 주권’ 내지는 ‘수령론(首領論)’과는 상충돼요.


전 솔직히 빨리 임무를 끝내고 저놈을 죽이든지 이혼하든지 가부간에 결단을 내리고 싶군요. 죽이는 방법도 다 생각해둔 게 있지요. 놈을 쇠꼬챙이에 케밥(Kebap)처럼 꽂아 불에 구울 겁니다. 이란 사파비 왕조의 창시자 이스마일 1세가 반역자들에게 한 것처럼. 이스마일은 부하들에게 그 케밥을 정말로 먹게 했다니까요.


이슬람교도는 돼지고기도 못 먹게 해요. 정말 미치겠어요. 남편 나라와 원수인 국가 인도는 힌두교라고 쇠고기를 못 먹게 하고요. 한국처럼 개고기까지 먹는 살기 좋은 나라는 별로 없지요.


그리고 쉿! 명심하세요. 우리 같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자들만 기만전술을 애용하는 게 아니랍니다. 이슬람 지하드의 경우 타끼야 전략(거짓말)이란 게 있어요. 타끼야란? 원래 신념이나 생각 그리고 감정들을 숨긴다는 사전적 의미로 수니파에 의해 종교적 박해를 받던 시아파가 생존을 위해 정체성을 감추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어릴 적부터 타끼야 놀이란 걸 하면서 크죠.”


나 여무명은 그녀의 주장을 통해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현재 대한민국의 좌파 중에도 이런 시아파나 수니파와 같은 세력 분포나 갈등구조가 상존하는 건 아닐까, 하는···. 개인적 분석이니 참고만 하자.


그리고 남편인 미너렛(minaret) 박사의 얘기를 들어보니 완전 반대였다.


“한국 여자 나빠요! 저 여자는 천하에 둘도 없는 악처랍니다.

가부장제도가 심한 이슬람교도와 코리아 꼴통 페미니스트 간의 결혼생활은 애초부터 도자흐(페르시아어로 지옥)를 예고한 거였죠.


그나마 대철학자 소크라테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 흑인노예를 해방시킨 링컨 대통령이 악처와 살면서 내공을 키웠다는 얘기를 위안으로 삼고 있지요.


소크라테스 부인 크산티페 얘기는 다 아실 테고.

톨스토이도 말년에 급성 폐렴으로 죽어 가면서 ‘나 있는 곳을 아내에게 알리지 말라.’라고 했다면서요? 무슨 이순신장군이 내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것도 아니고.


링컨도 매한가지였죠. 선거를 앞두고 참모들과 회의를 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뿌린 뜨거운 커피에 얼굴 테러를 당할 정도였으니까요.


성경에 나온다는 욥의 부인도 악처의 전형이잖아요. 그녀는 남편 욥이 사탄이 던진 환난 때문에 극심한 고통을 당할 때 ‘하나님을 욕하고 죽으라.’라고 외치거든요. 저희 무슬림도 구약성경은 빠삭하답니다. 모르셨죠?


그리고 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얘긴 데요. 무슬림들이 즐겨 읽은 ‘천일야화’에서도 구두수선공 마아루프가 아내로부터 던져진 국수로 얼굴이 엉망이 되고 따귀를 맞는 장면이 나오거든요.


제 형편이 저들 사례보다 더 심하다니까요.


게다가 안나는 땅거미가 내리면 사라져요. 마치 신데렐라처럼.”


나 여무명이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파키스탄 남편은 부인 안나가 속한 조직으로부터 사육당하는 희생양이라고나 할까. 다만 대한민국에서의 이슬람교 포교를 소명으로 삼고 묵묵히 살아갈 뿐이었거늘.


이러한 그와 부인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조직은 남조선에서 자생한 비밀 결사체로서 ‘도시 빨치산’이라고 해야겠다.

과거 이들의 선배 격인 지리산 빨치산들이 험준한 산을 거점으로 보급투쟁과 동시에 군경과 전투를 벌이면서 북조선 인민군이 다시 내려오길 기다렸다면···.


이들은 남한 사회 곳곳에 진지(陣地)를 구축한 후 자생력을 키우면서 때가 되면 내란을 획책하고 선동하는 ‘Political Assassin(정치적 암살자)’이라면 이해하기 쉽겠고.


난 그 후에도 남편인 미너렛(minaret)박사와 많은 얘길 나누었다.


자기는 진즉에 악처와 그녀가 속한 조직으로부터 도망칠 생각이었으나 한국에서 태어난 자식들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랬다. 북조선이 하는 수법과 너무나 똑같았던 것이다. 북조선은 간첩은 물론 외교관들의 자식도 북한 땅에 남겨두어 배신할 생각을 못하게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속했던 백사 휘하 암살단도 대부분 가족이 북에 인질로 잡혀있었으니까.


여기서 떠오른 것이 바로 인질정치나 인질외교도 모자라 남조선 파견대에서 자행하는 인질극이라니! 남조선의 어떤 세력들도 그간 위안부 할머니들을 인질로 삼아 돈벌이를 하지 않았던가.


앞으로도 세가 불리해지면 분명히 장애인들마저도 인질로 삼는 야비한 책동을 벌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미래일 터인데. 국민들은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도다.


하여튼 박사는 나중에 자신의 신념에 대해서도 솔직히 고백하더라. 자기는 젊었을 때 고인이 된 ‘압둘 카디르 칸’이 세운 ‘A. Q 칸 연구소’에서 근무한 건 사실이지만 핵물리학 지식을 폭탄 제조가 아닌 평화를 위해 사용하고 싶다고···.


그래서 자기의 지식을 대한민국 원전 발전에 응용할 수 있었는데 지금, 이 땅에 뭔 일이 벌어지고 있냐고 되묻는 게 아닌가!


어느 날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에 부인을 미행하던 중인데 세상에나!

그녀는 지하철 화장실에서 차도르를 벗어 버린 채 사물함에서 꺼낸 옷으로 갈아입다니!

그건 패션쇼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화려하고 값비싼 옷이었다. 이와 함께 정체 모를 인도코끼리 모양의 브로치까지 훈장인 양 달고 있으니 어쩌면 좋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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