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룡신화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최근연재일 :
2024.09.01 23:20
연재수 :
219 회
조회수 :
11,406
추천수 :
32
글자수 :
1,131,441

작성
22.03.25 13:03
조회
27
추천
0
글자
11쪽

견백(1)

DUMMY

이들 흑사회는 중국 본토에 있는 가족을 일질로 삼아 선량한 조선족들이 한국에서 돈을 버는 족족 쪽쪽 빨고 있다오. 탈북여성들도 이들에게는 노예나 매한가지였소이다. 다시 말하건대 중국 남성에게 팔려 애를 낳은 상태에서 홀로 남조선에 왔기 때문에 중국에 있는 자식을 위해서 한국 정부가 주는 정착금은 물론 일해서 번 돈까지 빼앗긴다지 뭐요. 그래야 나중에 자식을 무사히 남조선에 데려올 수가 있으니까.


한 가지 더 놀랄 만한 사실을 그 누가 알쏘냐. 이들의 방계 조직에서 보이스피싱 사업은 당연지사(當然之事)고 댓글부대까지 운영 중이라는군. 이게 무슨 뜬금없는 팔로군(八路軍) 댓글부대래?


그래그래. 그러니까 설라무네 남조선 댓글에 뭔가 한국 애들이 잘 안 쓰는 중국식 표현이 있더라만···. 일예로 ‘청와대(靑瓦臺)’를 ‘청화(華)대’로 표현하는 식으로···. 설마?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모르면 입 닥치쇼!


이윽고 도마뱀을 통해 알아낸 곳에 도착하니 흑사회 금고지기가 혼밥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조용한 용정(龍井)시는 명색이 ‘별 헤는 밤’의 윤동주 시인 고향인데도 인민들이 남조선으로 모조리 빠져나가고 있어 더욱 한산하더이다.


여기서 잠깐! 참고로 도마뱀을 그래도 동포라고 살려주는 대신에 날름거리던 혀를 뽑아버리고 왔소이다. 다시는 북조선 에미나이에게 침 바르지 못하게.


헌데 흑사회 동북삼성 지파의 2인자인 빡빡머리 뚱땡이가 경호원도 없이 홀로 있다는 건, 중국 전통무술의 달인이자 괴력의 소유자여서일까? 혹시 의화단(義和團)이 익혔다는 매화장권(梅花樁拳)의 전수자?


외세배척을 내세워 서양 종교인 기독교인들을 살해하고 교회를 불태운 의인(義人)들 말이오. 의인이란 표현은 내 주장이 아니라오. 서태후가 처음엔 그리 칭했다니까 나중엔 불한당이라고 난리를 쳤지만.


그러고 보니 의화단의 디테일한 거사가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정권과 비슷하더구나. 남조선의 자칭 의화단이 누구인고? 틈만 나면 의(義)를 부르짖는 단원들!


역시 조직의 2인자가 아무나 되는 게 아니더군. 만만한 배불뚝이가 아니란 뜻이요. 이자의 단골 식당 이름이 놀랍게도 오악호선(惡惡好善)! 식당과 처먹고 있는 놈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 거 아니냐. 나 역시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난 놈의 부하들이 몸수색을 할 것에 대비해 일부러 연장을 챙기지 않았음을 후회했다오. 해서 ‘뭐 없나?’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갔소이다.


맙소사. 배불뚝이가 먹고 있는 건, 중국에선 특별보호종이라는 자이언트 팬더가 아니냐? 식당 주인이 ‘쿵푸팬더(Kung Fu Panda)’의 삶은 머리 옆에서 곰발바닥 요리를 추가로 만들고 있다니.


언젠가 중국산 코끼리를 죽여 상아를 취한 중국인 3명이 사형을 당했다는 소릴 들은 적이 있는데, 과연 이놈은 대단한 미식가로구나.


난 손쉽게 요리사를 제압한데 이어 중식도 한 자루와 끓는 기름 한 접시를 서빙카트에 싣고 주방을 나왔소.


‘또각또각’ 텅 빈 식당을 울리는 나의 하이힐 소리! 여종업원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상황파악이 안 된다는 표정이라오.


반면에 외로운 미식가는 날 힐끔 봤음에도 다시 먹던 일을 계속하다니 고수는 고수로다. 이자가 말로만 듣던 목계(木鷄)가 아니더냐. 싸움을 앞두고도 눈깔의 번들거림이나 이글거림도 없고 이마에 핏대도 세우지 않다니 그야말로 요지부동이렷다. 이 새끼, 샌 놈이구나, 야.


때는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 장자(莊子)의 달생편(達生篇)에 나오는 투계(鬪鷄)에 관한 우화요, 나무로 만든 닭처럼 상대가 아무리 도발해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최고의 싸움닭을 의미하잖소. 난 그동안 남조선 정치판에서 좌나 우나 진정한 목계를 아직 보지 못하였노라.


목계건 철계(鐵鷄)건 간에 난 중식도를 쳐들고 테이블을 연이어 밟으며 부두목을 향해 돌진했소. 놀라우리만치 거구인 그자는 옛날 K-1 이종격투기 대회에 출전하던 미국인 밥샵과 전직 스모선수 아케보노의 중간 사이즈였다오.


그 순간 놈은 의자에 이어 식탁마저 내게 던지더이다. 내가 들고 있던 중식도는 퉁겨졌으므로 맨손대결이 불가피하구나. 아무리 손과 발은 물론 무르팍과 엘보우를 사용해 난타해도 놈은 요지부동이지 않은가! 심지어 하이힐로 찍어차기도 시도했소만 물컹하며 내 자세만 흔들렸을 뿐, 큰 타격을 입히진 못했다오.


나만 기진맥진했고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다간 곧 체력이 방전될 참이라 걱정이구나. 두 팔로 얼굴과 급소를 가리는 완벽에 가까운 커버링으로 인해 공격 포인트를 찾을 수 없도다.


심지어 이놈 양쪽 알통에 그려진 노란 우체통과 노란 잠수함이 실룩거리며 내 타격을 비웃고 있더라니. 여기다 두꺼운 비계가 상대방의 타격을 흡수하는 작용까지 하는지라. 하체가 약간 부실해 보이지만 웅크린 자세로 방어하고 있는 관계로 나의 타격거리에서 한참 벗어나 있지 뭔가.


치사하지만 할 수 없다, 야. 종국에는 준비한 히든카드를 뿌려 눈알과 비계를 함께 기름에 튀겨 버린 후에야 약점을 공략할 수 있었다오.


“앗! 뜨거, 앗, 뜨거워!” 아니 오두방정을 떠는 이자는 조선인이 아니더냐! 내 섣부른 예측이 완전 빗나갔소이다. 이래서 인간을 함부로 판단하면 안 되느니라. 내가 예전에도 언급했다시피 관상과 신상으로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칠 수 있지만 너무 살쪄 변형된 인종은 성형수술 한 환골탈태(換骨奪胎)보다도 읽기 어려운 법!


이어서 슬라이딩 자세를 통해 놈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한 후에야 등짝에 올라탈 수 있었소. 마치 아프리카 늪지대에서 거대한 하마 등에 올라탄 암사자처럼 말이오.


시청자들은 이런 광경을 볼 때 이게 무슨 백수의 왕 사자가 모양 빠지게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냐며 탄식하겠지만 모르는 소리!

사자 이빨로도 하마의 두터운 피부를 뚫기 어렵기에 그나마 등에 노출된 척추 뼈를 공략하는 고도의 전술이거늘. 척추가 뚫리면 바로 몸에 마비가 오거든.


아니, 그런데 위에서 보아하니 민머리 뒤통수 바로 밑 목에도 ‘노란색 댕기’ 문신이 있더라니. 이놈 정체가 도대체 뭘까? 남조선에서 발흥했다는 ‘Yellow Ribbon’ 소속원일까?


훗날 알고 보니 놈은 조선족도 아니고 그냥 남조선 출신 건달이었소. 흑사회가 양국 간의 사업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영입한 케이스라고나 할까? 얘들은 남조선 지자체들이 건달과 공생관계임을 알아챈 것이요. 대단해요. 대단해.


난 놈의 척추를 정권치기와 함께 ‘수직 엘보우’ 공격으로 짓이겼다오. 역시나 예상대로 놈은 사자에게 척추 뼈를 씹힌 하마인 양 푹하고 주저앉더이다.


이는 마치 엘리베이터에서 총격을 받은 자가 영혼은 위층에 남겨둔 채 시체는 끝없는 아래층 무저갱(無低坑)으로 급격히 내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렷다.

드높은 사상과 조악한 행실이 따로 놀고 자빠진 놈들이 이와 같지 않을까?


난 척추부상으로 반신불수가 된 놈에게 물었소. 당신은 도대체 뭘 믿고 혼밥을 했냐고?

그러자 이놈은 중국에 온 대한민국 대통령께서 중국 측의 초청 또는 배석도 없이 당당하게 혼밥을 하기에 자기도 우국충정(憂國衷情)에서 그래야 된다고 다짐했다나 뭐라나. 나라의 품격이 이렇게까지 추락하다니. 이를 어찌할꼬.


우국(愚國)에 충성(忠誠)을 하건 말건 난 놈이 끼고 있는 큼지막한 은백색의 해골반지가 필요했다오. 허나 살찐 손가락으로부터 반지를 빼는 건 쉽지 않은걸! 그렇담. 썰어 버리는 수밖에 없잖은가. 살려주는 대신 너의 손가락 한 개만 가져가 주마!


어디서 많이 듣던 가락이 들리더라. 하지만 중국어라 그 뜻을 알 수 없어라. 조금 전에 날아간 중식도가 기둥에 박혀 있고 바로 그 밑에선 여종업원이 넋이 나가 떨면서 노랠 부르고 있었소.


‘任何的環境都不要懼怕, 全能的上帝, 他必保護你, 你不要驚惶, 更不要懼怕, 全能的上帝保護你, 從然有疲乏軟弱, 無助的時候, 全能的上帝 他必看顧你, 人生的驚滔駭浪 臨到的時候, 全能上帝, 他必保護你. 主 你是我的磐石! 主 你是我的山寨! 主 你是我的盼望! 我的力量 我的耶和華!’


뭔지 모르지만 너무나 간절하게 들리는구나! 떨리는 갈구(渴求)의 목소리와 함께 으리으리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엉엉 우는 놈을 뒤로하곤 ‘오악호선(惡惡好善)’ 식당을 나오니 이미 먹구름이 달빛을 가리누나. 달도 차면 기우나니 계수(繫囚)나무 옥(獄)토끼들은 이를 어찌 할꼬? 월하(月下)의 공동묘지가 조만간 막을 올리려나 보오. 어떤 이들에게는 매가 예비되었나니.


나 백사는 남조선 건달 출신 빡빡이로부터 강탈한 반지를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해골 모양의 뚜껑을 열자 USB가 나타났으니 이제 곧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니라.



-견백(堅白, Sophistry)-




저 다니엘은 이스라엘을 목표로 그리스의 고린도 항구를 벗어나자 문뜩 고대 이곳에서 활약하던 ’소피스트(Sophist)‘들이 떠오르네요.


이는 지혜로운 자를 뜻하며 논리학이나 수사학 발전에 이바지하는 등 나름 긍정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궤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랍니다.

물론 민주정(시민에 의한 통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진보적인 사유체계 등으로 인해 이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논리가 부상하고 있지요.


하지만 너무 쟁론만을 즐기고 현란하게 지혜를 뽐낼 때 결국 지식 자판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테죠. 대철학자인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지적했으니까요.


골치 아픈 철학자들 얘기를 하는 이유는 내 고국 대한민국에서 이런 자들이 사회 곳곳을 활보하고 있어서겠죠. 자기 뇌마저도 속여 버릴 만한 기막힌 논리를 만들어 국민을 녹이고 있지만 한 번 속지 두 번은 속지 않을 텐데요? 국민을 바보로 보나요? 거리의 진흙 같이 밟힐 자들이여!


아는 척 버섯동자께서 얘기했죠. ‘판사의 망치와 목수의 망치가 같아야 한다.’ 얼핏 들으면 그럴싸해요. 하마터면 넘어갈 수도 있지요. 허나 좀 더 생각하면 머리에 망치 맞은 자의 주장일 뿐인걸요.


이밖에도 추행피해자를 ‘피해호소인’으로, ‘증거인멸’을 ‘증거보전’으로 바꿔 부르는 건,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심각한 언어테러가 아닐까요? 주둥이로 총 쏘고 좌표 찍어 댓글이나 문자 폭탄을 날리는 행위가 IS조직이나 탈레반,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과 무엇이 다를까요?


피정복민을 고깃덩이로 간주해 적패청산을 외쳤던 식인 세력! 그들의 가장 선한 자라도 질려(蒺藜-brier)에 지나지 않고 가장 정직한 자라도 형극(荊棘-thorn) 울타리보다 더하대요.


이건 마치 위쪽 동네에서 백성들이 굶주림으로 떼죽음을 당하자 ‘고난의 행군’이라는 거룩한 글귀로 포장하고 그 바로 옆 동네에선 장개석의 국민당에 밀려 도망가고는 ‘대장정(大長征)’이라고 통 크게 표현하는 허세와 뭐가 다른가요? 출발 당시 8만 6,000명에 달하던 홍군(紅軍)이 대장정을 마칠 무렵 6,000명으로 줄어 있었음에도 말이에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룡신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0 표백(4) 22.04.18 30 0 11쪽
129 표백(3) 22.04.15 31 0 12쪽
128 표백(2) 22.04.13 28 0 12쪽
127 표백(1) 22.04.11 28 0 11쪽
126 견백(7) 22.04.08 30 0 11쪽
125 견백(6) 22.04.06 27 0 11쪽
124 견백(5) 22.04.04 22 0 11쪽
123 견백(4) 22.04.01 53 0 11쪽
122 견백(3) 22.03.30 24 0 11쪽
121 견백(2) 22.03.28 25 0 11쪽
» 견백(1) 22.03.25 28 0 11쪽
119 망백(6) 22.03.23 27 0 11쪽
118 망백(5) 22.03.21 25 0 11쪽
117 망백(4) 22.03.18 27 0 11쪽
116 망백(3) 22.03.16 31 0 11쪽
115 망백(2) 22.03.14 32 0 11쪽
114 망백(1) 22.03.11 31 0 11쪽
113 화백(6) 22.03.09 25 0 11쪽
112 화백(5) 22.03.07 20 0 11쪽
111 화백(4) 22.03.04 27 0 11쪽
110 화백(3) 22.03.02 23 0 11쪽
109 화백(2) 22.02.28 26 0 11쪽
108 화백(1) 22.02.25 28 0 11쪽
107 변백(6) 22.02.23 31 0 12쪽
106 변백(5) 22.02.21 29 0 11쪽
105 변백(4) 22.02.18 29 0 11쪽
104 변백(3) 22.02.16 30 0 11쪽
103 변백(2) 22.02.14 36 0 11쪽
102 변백(1) 22.02.11 41 0 11쪽
101 설백(6) 22.02.09 3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