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로소득 망나니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여름산夏山
작품등록일 :
2022.03.30 21:52
최근연재일 :
2022.04.30 13:21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30,503
추천수 :
425
글자수 :
165,575

작성
22.04.13 22:30
조회
954
추천
14
글자
12쪽

제14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DUMMY

"스시친이라고 초밥 맛있는 데 있어~ 가로수길 메인 쪽으로 일단 나가볼래?"

"네~ 사모님. 출발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는 엑셀레이터를 부아앙 밟으며 골목길을 빠져 나갔다.

행인과 오토바이 등이 기겁을 하며 내 차를 피했다.

진이경이 본능적으로 조수석의 손잡이를 꽉 붙잡더니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 급커브를 한 뒤 창문까지 내렸다.

바람이 쏟아져 들어오며 진이경의 머리칼을 휘날리게 했다.


"야 씨발! 차 안 멈춰?!"

"뭐라고?! 배고프니까 더 빨리 가라고?"

"미친놈아 차 멈추라고!!"


운좋게 내 앞에는 초록불만이 켜졌고, 목적지 상관없이 길이 보이는 곳으로 역주행까지 해가며 질주했다.

이러다가는 진이경 때문이 아니라 경찰이 출동해서 나를 가로 막을 듯 했다.

고속도로였다면 최고 시속을 찍어봤을 텐데, 못내 아쉬웠다.

내 안에 레이싱 본능이 있었구나.


"건희야~! 왜 이러는 건데? 얼른 차 멈춰줘! 나 무섭단 말이야!!"


이쯤에서 안 끝내면 영영 못 볼 사이가 될 것 같았다.

바로 보이는 주유소로 천천히 속도를 늦추며 기어들어갔다.


"기름 좀 넣고 가겠습니다~"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자, 진이경이 선글라스를 벗으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뭐하는 짓이야? 같이 죽고 싶어서 안달났어?"

"글쎄. 이 똥차가 곧 버림받을 걸 알고 황소처럼 날뛰는 걸 내가 막을 수가 있나."


나는 뻔뻔하게 농담을 건넸다.


"지금 그깟 차 때문에 자존심 상해서 이러는 거라고?"

"아무래도 다음 차는 스포츠카를 사야겠어. 내 적성에도 그게 맞을 듯 하네."

"허.. 참나..."


진이경은 어처구니없어 하면서도 가만히 조수석에 앉아 있었다.

이 정도면 사실, 지랄 쌍욕을 하면서 바로 차에 내려 가버려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오늘 모임에 꼭 나와 같이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가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번개로 데려가는 모임에 그만한 의미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이경은 내가 무슨 미친 짓을 해도 일단 받아줄 생각이 있다는 것으로 판단이 된다.'


"많이 화났어? 내가 가끔 이래.... 아무래도 내 생명을 위해서라도 운전수를 한 명 뽑아야 겠어."

"알고 있다면 천만 다행이네. 내일이라도 당장 사람 뽑는 게 니 수명에 도움이 되겠다."

"많이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초밥집으로 이번에는 얌전히 모시겠습니다."


다시 시동을 걸자, 진이경이 울찔하는 게 느껴졌다.

이번에는 스무스하게 핸들링도 신경써 가며, 안전 운전을 시전했다.


***


초밥집인데 프라이빗룸이 따로 있었다.

진이경은 단골인지 직원이 얼굴을 보자마자 인사를 하더니 방으로 안내했다.


조리장 추천코스로 오마카세 2인 메뉴가 나왔다.


"오마카세치고 가격이 20이면 많이 저렴한 편인데, 깔끔하고 조용해서 좋아."


진이경은 그새 마음이 가라앉았는지 친절한 말투였다.

나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16세기 이탈리아의 정치이론가 마키아 벨리가 한 말이 있다.

"사랑받는 것보다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갑자기 이 말이 왜 떠올랐을까.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얌전해진 진이경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초밥 하나 먹는 데 이렇게 따로 프라이빗 룸도 있고 좋네~"

"건희야~ 너는 내가 유부녀라는 사실을 가끔 잊는 거 같다?"

"아니야~ 딸이 있는 것도 아는 데, 뭘."

"그걸 알면서, 내가 어딜가든 남자랑 단 둘이 밥 먹고, 술 먹고, 같이 차 타고 돌아다니면 참 좋은 소문이 나겠다~ 그치?"

"아... 쏘리..."

"대외적으로도 우린 동창이라는 말은 하지 말고, 사업 파트너인 걸로 하자."

"알겠어~ 갑자기 왜이리 심각해? 시키는 데로 다 할테니까 진정하고. 이러다 밥도 먹기 전에 체하겠다."


진이경이 정색을 하면 그새 나는 또 몸의 힘을 뺀다.


'남자는 세계를 지배하고 여자는 그 남자를 지배한다. 만약 내 운명도 여자에게 지배 당해야 할 때가 온다면, 그 여자는 진이경이었으면 좋겠다.'


식사가 나오기 시작하자, 진이경이 술을 시켰다.


"하이볼도 한 잔 주세요~ 속답답해서 좀 풀고 가야 겠다."

"저도 한 잔...."

"아이고~ 이젠 음주 운전까지 하시려고요?"

"먹고 싶지만, 참겠습니다...."


요리는 맛있었다.

사실 오마카세는 처음이었다.


몇 점씩 감질나게 나오는 사시미는 왠지 횟집에서 먹을 때보다 쫄깃한 식감이었고, 방금 만든 초밥은 배달 시켜 먹는 맛과는 격이 달랐다.

나오는 족족 숨도 안 쉬고 집어 먹는 내 모습을 보더니 진이경이 한마디를 던졌다.


"스시 좋아하면, 다음에 제대로 하는 오마카세 예약해 놓을게. 그런 데는 한 달 전에는 예약해야 하거든."

"그래, 요즘은 식욕이 좋아졌는지 맛있는 거 먹으면 그렇게 행복하더라. 인생이 뭐 별건가 싶어?"

"너는 참 좋겠다?"

"뭐가?"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서 행복해 하잖아. 순수한 건지, 단순한 건지."

"칭찬이 아니라 욕 같이 들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아니야~ 진짜 부러워서 하는 말이야."


나를 놀리려고 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진이경은 음식은 건성건성 먹고, 하이볼만 벌써 세 잔째 마시고 있었다.


"너 알코올 중독 아니지?"

"왜? 너무 술을 밥처럼 먹는 사람 같아 보여? 걱정마, 사람 만날 때나 마시는 거니까."

"안주도 좀 챙겨 먹고 그래~"

"너 때문에 입맛이 뚝 떨어져서 그래~"

"그럼 너 남긴 거 내가 먹는다? 맛있는 거 아깝게 시리."

"진짜.... 하...."


진이경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여자 친구와 데이트 하는 것처럼 편하게 자연스러웠다.

오늘 이후로는 내가 먼저 자주 연락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차하면 이혼시키고, 자식도 내가 키워준다고 하면 된다.

불륜인 건 안 들켜야 겠지만, 문제가 되서 위자료 줘야 되면 내가 그것도 내주지 뭐.

한 10억이면 되려나? 아님 50억?

어차피 일주일, 한 달이면 벌 돈이었다.


이런 생각까지 하고 있는 걸 보니 나도 참 병이었다.

첫사랑 병인가.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훨씬 더 젊고 예쁜 애들을 얼마든지 꼬실 수 있을텐데 말이다.


***


"무슨 형형색색 컬러별로 다 있네~ 외제차 전시장이냐 여기?"

"그러게 은색 할아버지 차는 우리 밖에 없나 보다~"


호텔 지하 주차장에는 이미 도착한 참석자들의 럭셔리카들이 즐비했다.

시동을 끄고 내리려 하자, 진이경이 내 팔을 붙잡았다.


"미리 얘기하지만, 그냥 작은 호텔 개업 파티 하는 자리야. 지 잘난 맛에 사는 놈들 모인 거니까, 이런 저런 말들에 혹시라도 자존심 상할 필요 없어."

"내가? 여기서 자존심 내세울 일이 뭐가 있어?"

"그래 맞아. 그것만 기억하고 가면 돼. 결이 맞는 애들도 있으니까 그때는 친목도 좀 쌓으면 되고."

"알았어~ 그냥 나는 니 옆에만 붙어 있을게. 말도 아끼고."


그제야 진이경이 팔을 놓아주었고, 우리는 차에가 내려 이동했다.

엘레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데, 노란색 SUV 차량이 위아래로 들썩이는 게 보였다.

썬팅이 쎄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파티 시작도 전에 흥을 내고 있는 커플이려니 했다.


입구에는 정장을 입은 여자 두 명이 서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진이경이 클러치에서 초대장을 꺼내 보여주자 입장이 가능했다.

확실히 아무나 오는 데는 아닌 모양이었다.


.

.

.


"어~ 이게 누구야? 오랜만이네."


진이경을 향해 다가온 남자가 반갑게 인사를 했다.


"열심히 준비한 거 아는데, 당연히 축하해주러 와야지~"

"너무 고맙네~ 저쪽에 자리 있으니까 편하게 놀다가 가. 필요한 거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고."


클럽처럼 음악이 적당히 시끄럽게 나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한 손에 칵테일 잔을 든 채 서서 얘기를 하거나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아는 사람도 없고, 춤에도 소질이 없으니 진이경과 함께 소파에 앉았다.


"이 중에 반은 그냥 분위기 메꿀려고 초대한 인플루언서들이고, 중간에 B급 연예인들 종종 껴있고, 나머지는 거의 다 재벌 쪽 애들이거나 자기 사업하는 애들이야."


소개하기 무섭게,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우리 테이블 쪽으로 다가왔다.


"오랜만이네? 잠깐 앉아도 될까요?"


귀티 나게 생긴 남자가 진이경에게 인사를 한 뒤, 합석해도 되는지 나에게 물어봤다.


"네? 네. 앉으세요~"

"언니~ 너무 오랜만이에요!"


어디서 봤더라?

예능 프로그램에서 요가하는 모습으로 자주 나왔던 여자였다.


"어~ 예슬아 잘 지냈어?"


맞다.

조예슬.

얼마 전 배우 김창신과 열애설이 났던, 조단역급 여배우.


"건희야~ 이쪽은 애진 그룹 쪽 계열사 애진플라텍의 김진석 전무. 그리고 요즘 방송에서 자주 봤지? 조예슬 배우랑... 그리고 옆에 분은 나도 잘 모르겠네?"

"아 언니! 얘는 제 친구, 희수에요. 희수야, 이쪽은 이경이 언니야. 내가 예전에 얘기했었지 엔젤 투자로 유명한 오빠있잖아. 그 오빠 와이프."


희수라는 여자가 진이경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김진석 전무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건희 씨. 그럼 지금 하시는 일이?"

"아~ 네. 작은 사업 하나 하고 있어요."

"오 사업이요~ 구체적으로 무슨 사업?"

"요즘은 부동산 쪽도 하고~ 새로운 투자처 개발 중에 있어요."

"아~ 투자 쪽 일하시는 구나. 그래서 이경이랑도 연이 닿으신 모양이네요."

"뭐, 네. 그렇죠. 하하."

"부모님은 뭐하시구요?"

"부모님이요?"

"아~ 자수성가 시구나..."

"네...네."


김진석이 쌩하고 시선을 진이경 쪽으로 돌렸다.

호구 조사 잠깐 하더니 나한테는 관심이 없어졌나 보다.

재벌가 출신 아니면 대화 상대로도 안 보는 건가?


"아니~ 그래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 거야? 모임도 요즘엔 통 잘 안 나오고."

"김진석 전무님이 이렇게 내 안부를 궁금해 하시고 있는 줄은 몰랐네요?"

"몰랐어? 너가 빠지면 모임이 너무 지루해요~"

"바빴어. 한 번 빠지기 시작하니까 스케줄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


진이경이 조금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재벌가 남자라도 진이경 앞에서는 슬슬 기는 모습이 꼴 보기 좋았다.


"진석 오빠! 무슨 모임인데? 나도 그런 거 있으면 좀 껴주라."

"예슬아~ 희수 친구랑 잠깐 저~기 가서 춤 좀 추고 있어. 오빠 금방 갈게."


김진석이 살짝 짜증섞인 어투로 얘기하자, 조예슬이 실망한 표정으로 일어나더니 친구를 데리고 자리에서 빠졌다.


"아직도 연예인들 데리고 다니냐?"

"이경이 너가 예전에 그랬지~ 심심할 땐 놀잇감을 찾아야 한다고."


연예인들은 춤추라고 쫓아내고, 나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을 하면서 둘만의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그래서 애진 플라텍은 플라스틱 만드는 회사에요?"


나는 대화에 끼고 싶다기 보다는 시비를 걸고 싶었던 모양이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김진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나를 쳐다보았다.

진이경이 걱정했던 나의 자존심이 너무 빨리 발동한 것일까.


'이상하게 오늘은 계속 엑셀레이터를 밟고 싶어지네.'


나는 김진석을 보며, 괜히 한 번 웃어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역대급 불로소득 망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모전 참가를 위해 연재를 잠정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2 22.05.02 166 0 -
공지 웹소설 첫 연재작입니다. +2 22.04.18 584 0 -
29 제30화 일등석에서 먹는 라면맛 +1 22.04.30 354 8 12쪽
28 제29화 어쩔 수 없는 인간사 +4 22.04.29 423 6 12쪽
27 제28화 우리가! 남이가! +2 22.04.28 411 6 11쪽
26 제27화 혼쭐이 나야 정신을 차리지 +4 22.04.27 526 7 12쪽
25 제26화 자유이용권 22.04.26 608 7 12쪽
24 제25화 적성에 맞는 일 +2 22.04.25 746 7 13쪽
23 제24화 인생은 성공한 사람에겐 놀이터 22.04.23 1,212 10 13쪽
22 제23화 쓰리썸 +3 22.04.22 970 11 12쪽
21 제22화 욕망에 눈 뜬 자들 22.04.21 750 10 11쪽
20 제21화 뜨거운 밤 +2 22.04.21 805 13 12쪽
19 제20화 연애 사업 22.04.20 776 11 12쪽
18 제19화 음지의 세계 22.04.19 765 11 12쪽
17 제18화 스폰 놀이 22.04.18 834 12 11쪽
16 제17화 노는 물이 달라짐 22.04.16 831 11 13쪽
15 제16화 얀커르 벤처스 +1 22.04.15 888 17 14쪽
14 제15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인간 22.04.14 926 15 12쪽
» 제14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22.04.13 955 14 12쪽
12 제13화 캐릭터 설정 +3 22.04.12 1,039 17 13쪽
11 제12화 나는 죽어도 이 기회 못 놓친다 +1 22.04.11 1,075 15 13쪽
10 제11화 우정 콘서트 +1 22.04.09 1,152 17 12쪽
9 제10화 너 돈 많아? +1 22.04.08 1,228 19 13쪽
8 제9화 건강검진과 아파트 쇼핑 +1 22.04.07 1,281 18 12쪽
7 제8화 대한민국 30대 평균 +1 22.04.06 1,354 18 13쪽
6 제7화 로또 당첨 번호에는 주인이 없다 +1 22.04.05 1,458 18 12쪽
5 제6화 같은 꿈을 두 번 꿀 수는 없는 법 +2 22.04.04 1,522 23 13쪽
4 제5화 인생 공부, 사람 공부 +3 22.04.02 1,623 22 13쪽
3 제4화 자격지심 +2 22.04.01 1,751 24 13쪽
2 제3화 오늘부로 이 회사 그만둡니다 +4 22.03.31 1,904 2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