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로소득 망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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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夏山
작품등록일 :
2022.03.30 21:52
최근연재일 :
2022.04.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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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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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인생은 성공한 사람에겐 놀이터

DUMMY

20년 경력의 조폭 답게, 김택호는 자신만만했다.


"반신불구 정도 생각하시나요? 그러면 한 명이 들어갈 생각으로 하긴 해야 합니다. 한 3개월 복역 정도. 회장님 부탁이시라면 제가 한 명이 아니라 두 세명도 넣어드릴 수 있습니다."


청부 살인과 폭력.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봤던 기억이 났다.


최근 5년 간에만 살인 교사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이 40~50건 이었고, 대부분이 금전 문제나 남녀 간의 갈등 때문에 발생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점점 뒤처리가 쉽지 않아져서, 해외 원정 살인 교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도 했다.


"장애인까지 만들 생각은 아니고, 참교육 정도? 그리고 식구들 감방 벌써부터 쉽게 보내려는 마음은 먹지 말아요. 앞으로 가게 오픈하면 일손 딸릴 텐데."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알려주신 차량 번호 있으니까, 아는 경찰 형님께 인적사항 받아서 산 채로 일단 잡아오겠습니다."

"그렇다고 여기로 데려오진 말고요."

"걱정마십쇼. 이런 일 하루이틀 하는 거 아닙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이 일도 일이지만, 가게 오픈이 더 중요하니까 화이팅하시구요."

"넵. 들어가십쇼, 회장님."

"아, 택호 씨 식구들. 서울 올라와서 얼굴도 제대로 못 봤는데, 이걸로 회식 한 번 제대로 하세요."


나는 지갑에서 백 만원 짜리 수표를 세 장 뽑아서 김택호에게 건넸다.

김택호가 고개숙여 받았다.


"감사합니다!"


투자는 투자고, 용돈은 용돈인 거다.

호의를 제때 베풀수록, 충성도는 높아지기 마련임을 잊지 말자.


***


택시 안에서 흘러나오는 라디오 사연을 듣고 있자니, 기분이 좀 멜랑꼴리해 졌다.

오늘은 혼자만의 시간을 좀 보내야 겠다.

인터넷으로 구매한 플스5가 집에 도착한지도 열 흘이 지났지만, 아직 박스도 뜯지 못할 정도로 바빴었다. 게임이나 밤새 해볼까나.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면서, 치킨을 배달시켰다.

그래, 예전엔 이런게 정말 인생 최고의 행복이었는데, 사소한 즐거움을 잊고 살았네.


아, 맞다.

경비 아저씨 기분도 꿀꿀하실텐데, 같이 먹을까?

플스야 내일 해도 되니까.

아침부터 말 같지도 않은 일로 무릎까지 꿇고... 얼마나 인생이 한탄스러우셨을까.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우연히도 순찰을 막 마치고 돌아오는 경비 아저씨와 마주쳤다.

나는 맥주가 든 비닐 봉지를 들어보였다.


"아이고, 아침에는 감사했습니다."

"저녁은 드셨어요? 맥주에 치킨 어떠세요?"

"업무 중에는 술을 마시면 안 되서요. 그리고 집에 가서 가족 분들과 같이 드시는 게."

"맥주 한 캔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리고 저 집에 가면 혼자에요."


경비실에 들어서자 아늑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혼자서는 지낼만 할지 모르지만, 두 명이 들어서면서부터 확 좁은 게 느껴졌다.

이런 곳에서 하루 종일 머무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일까.

경비 아저씨에게도 처자식들이 있겠지.


내가 기억하는 우리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은 40대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다.

왕년에는 실업팀에서 한 5년 정도 뛰다가 은퇴. 실패한 축구 선수 출신이었던 아버지.

코치도 되지 못하고, 공항에서 짐 나르는 일을 하시면서 박봉에 몸은 상하고, 매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드신 탓에 간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사람.

덕분에 우리 어머니는 평생을 밤낮으로 식당에서 일하며 홀로 자식을 키워야만 했다.


"아저씨는 젊었을 때 어떤 일 하셨었어요?"

"원래는 은행에서 일했어요. 38년 동안 한 직장에서, 지점장까지 했었죠."

"네? 대단하신 분이셨네요. 그런데 왜..."

"노후 준비를 어떻게 했길래, 여기서 일하고 있나 의아하시죠? 주식으로 몽땅 다 날렸어요."

"아... 주식."

"여태까지 날린 돈을 다 합쳐보니 16억 정도 되더라고요. 투자 목적으로 사놨던 아파트까지 팔아서 주식에 올인했더니 지금 남은 건 살고 있는 30년 된 빌라 하나 밖에 없네요."

"후회가 많이 되셨겠어요."

"작년에 딸이 시집 가는데, 혼수 하나 제대로 해주지 못해 제 자신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돈이 웬수다.

경비 아저씨도 어쨌든 돈에 눈이 멀어, 더 큰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낭패를 본 것이다.

자가당착.

자기 인생은 결국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은행에서 일하셔서 돈 관리나 셈은 빠르시겠네요?"

"그런 건 다 젊은 직원들이나 컴퓨터가 해주는 거죠. 흐흐. 저는 IMF 구조조정 때 살아 남으면서 젊은 나이에 지점장이 되버렸다 보니, 근 20년은 VIP들 상대하는 영업만 했었죠."


경비 아저씨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나 같았으면, 매일 잠자리에서 잃어버린 16억이 눈 앞에서 사라지는 악몽을 꿨을 것이다.


"아이고. 저는 이제 또 순찰 나갈 시간이라. 잘 먹었습니다. 고마워요."

"아. 예. 쓰레기는 제가 챙겨서 나갈게요."

"아니에요. 그냥 두고 가세요."


늙어서 돈이 없으면 사람이 초라해진다.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노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최소한'의 기준이 점점 높아진다.

대한민국, 특히 서울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비교하며 불행에 빠뜨린다.

아무리 그래도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살아야지.

입주민 대표라는 그 싸가지 아줌마는 내 눈앞에 더이상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연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연석아. 우리 혹시 변호사 쪽 말고 검사 쪽은 라인 좀 잡혔나?"

"응. 생각보다 검사라는 직업이 영화처럼 그럴듯하지 않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흔히 평검사라고 하지. 다들 가난해~ 하는 일은 많고, 바쁘고."

"뭐, 그렇다면 잘 됐네. 스폰 원하는 검사 한 명 바로 픽해서, 우리 아파트부터 뒤지라고 해주라."

"일전에 말했던 그 입주자 대표 관련 업체 선정 내용 말하는 거지?"

"응, 리베이트 내용은 거의 뭐 확실할 테니. 다른 아파트 단지랑 한꺼번에 묶던지, 그건 검사들 노하우로 알아서 하라고 하고. 여기 입주자 대표 아줌마 있잖아. 그 년 범죄만 입증해서 대문짝만하게 플랜카드 걸어주라."

"오케이ㅎㅎ"


***


집에 들어와 불꺼진 공간에 덩그러니 혼자 놓여지니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왔다.

요 며칠 너무 많은 인간들을 만났나 보다.

거기다 그간 못했던 연애를 아주 다각도로 일주일 동안 몰빵해서 해버렸다.

성욕보다는 안락한 가정에 대한 그리움 같은 것이 밀려왔다.


어머니는 잘 지내고 계실까. 남편 없이 산 세월이 벌써 몇 년째인가.

지금이라도 재혼 자리를 알아봐 드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했다.


연애도 막상 하기 시작하면 피곤한 부분이 더 많긴 하다.

물론 좋긴 좋았다.

한현이와 진이경과의 쓰리썸은 아주 쾌락적으로 재밌는 경험이었지만 그로 인해 두 사람과는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1%도 생기지 않는다.

결혼은 역시 현모양처랑 해야지. 자식들 낳아서 잘 키워줄 수 있는 좋은 엄마 같은 여자.

남편을 존경할 줄 알고, 내조를 눈치 있게 빠릿하게 할 줄 아는 여자.

그런 여자를 어디서 찾으면 될까? 결혼 정보 회사라도 가입을 해야 하려나.


마음 먹은 김에, 진이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웬일로 전화를 다? 문자로 안 하고."

"유부녀 아닌 것도 알았는데, 뭐 신경 쓸 필요가 있나."

"너 갑자기 나 함부로 대하거나 그러면 나 기분 확 상한다?"

"그게 아니라 의논하고 싶은 게 있어서."

"뭔데? 차 문제라면, 그냥 딜러 연락처를 넘길게."

"결혼이 하고 싶어지네. 갑자기."

"푸하하핫."

"웃지마. 너랑 결혼하자는 거 아니니까."

"나도 그럴 생각 없지만. 막상 나를 제외시키니까 좀 섭섭하긴 하네? 근데 설마 지금 만나는 애랑 결혼하겠다는 건 아니지?"

"그래, 완전 결혼을 위한 새로운 사람을 찾고 싶은데 어디서 만나야 할 지 모르겠어."

"너 같이 돈 많은 남자들이 어떻게 여자를 만나는지 알아?"


진이경은 재밌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돈도 많고, 능력도, 사회적 지위도 있고, 놀 만큼 놀아봐서 룸살롱 가서 술집 여자들과는 놀기 싫고, 이제는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해보지만 제대로 된 여자를 어디서 만나야 할까 고민하는 남자들.

혹은 그러면서 또 다양한 여자를 경험해 보고 싶은 본질적인 욕망을 채우고 싶은 남자들.


"내가 가끔 가는 청담동 불가마에 언니들이 많이 모이거든. 그중에 한 언니가 약간 그런 마담뚜야."

"중매쟁이?"

"그런데 옛날 같은 토속적인 방식으로 지위랑 집안 맞춰서 알선해 주는 게 아니라, 젊고 예쁜 일반인 여자애들을 알아서 구해다가 붙여줘."

"상대 집안이나 여자 능력에는 관심없고, 여자 자체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남자들을 위한 큐레이션인가?"

"논현동에 가면 쇼트트랙 금메달 출신 선수가 운영하는 소갈빗집이 있거든. 다 룸으로만 되어 있는. 거기서 저녁을 같이 먹고, 2차는 두 사람이 분위기 봐서 알아서 가는 방식."

"꼭 거기서 봐야 돼?"

"뭐, 일종의 본인 관리 하에 두기 위한 코스 같은 건가봐."

"중매라기 보다는 소개팅 비슷해 보이네."

"그치. 근데 용돈을 줘야 돼. 여자애 한테."

"얼마를?"

"기본 300~400만원 정도? 만나서 밥 먹기 전에 미리 봉투에 넣어서 주면 돼."

"뭐야, 그게. 성매매도 아니고."

"여자 애들이 용돈 받으면 거기서 반은 수수료로 마담뚜 언니한테 줘야 돼. 그냥 일종의 수수료를 위한 통로라고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런데 너 이게 생각보다 괜찮은 애들이 나온다? 화목한 집안에서 자란 고학력 대학생들이거나 예쁘고 생각 제대로 박힌 직장인들이야. 용돈은 그냥 남자의 능력치를 보여주는 형식적인 거고. 실제로 두 사람이 잘 맞으면 결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애초에 그런 돈 바라고 나온 여자라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 절대 안 들거 같은데..."

"그래~ 너는 그냥 길거리 걸어가다가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결혼 생각 있는지 물어보는 게 낫겠다. 가끔 보면 참 순수한 척은 혼자 다해요."

"알겠어. 알겠어. 일단 재미로 한 번 나가보긴 하자. 흥미롭긴 하네."

"그래, 그러면 내가 언니한테 얘기 넣어 놓을게."


진이경만 있으면 인생이 심심하지는 않을 거 같았다.

참 세상엔 별의별 인간들이 다 있구나.


문득, 3억이 없어서 헤어진 여친이 다시 떠올랐다.

이참에 다시 연락해서 결혼이나 하고, 장모님한테 갑질이나 해볼까.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일단은 좀 더 다양한 여자를 만나보기로 하자.

아직 서른 다섯인데, 앞으로 5년은 더 놀아도 마음만 먹으면 결혼을 할 수 있을 테니까.

혹시 모르니까 냉동 정자나 두둑이 얼려 놓아야 겠다.


***


아침 일찍 개운하게 눈이 떠졌다.

이렇다할 일정은 없었고, 침대에서 뒹굴거리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가 내가 한 달에 얼마를 벌고 있는지조차 계산을 안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습관처럼 통장 잔고부터 확인하는 사람이었는데, 변해도 한참 변했다.

돈은 얼마인지도 모르게 계속 불어나고 있었고, 더이상 돈이 돈 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돈을 열심히 써서, 나의 패밀리를 구축했다고 치자.

그 다음에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단순한 권력 놀음? 대장 놀이를 하고 싶은 것일까. 그것도 뭐 나쁘지는 않다.

동물의 왕국에서 우두머리로 살다가 가는 것. 그 자체로 존재 의미가 있을 테니까.


인생은 기본적으로 게임과 같다.

성공한 사람들에겐 놀이터, 실패한 사람들에겐 지옥이 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게임.


'성공은 했으니 이제 무슨 놀이를 하면, 정말 재밌게 놀았다고 웃으면서 관뚜껑을 닫을 수 있을까?'


그 순간, 쌩뚱 맞게도 손차장이 떠올랐다.

회사 다닐 때 유일하게 나를 존중해주고, 위로해 주었던 착한 인간.

나에게 술을 따라주며, 어떻게 세상은 20년 전이랑 바뀐 게 하나도 없냐고 같이 씨바랄이라고 욕을 해주었던 고마운 사람.


손차장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다.


:> 차장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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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4화 인생은 성공한 사람에겐 놀이터 22.04.23 1,212 10 13쪽
22 제23화 쓰리썸 +3 22.04.22 970 11 12쪽
21 제22화 욕망에 눈 뜬 자들 22.04.21 750 10 11쪽
20 제21화 뜨거운 밤 +2 22.04.21 80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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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제19화 음지의 세계 22.04.19 765 11 12쪽
17 제18화 스폰 놀이 22.04.18 834 12 11쪽
16 제17화 노는 물이 달라짐 22.04.16 831 11 13쪽
15 제16화 얀커르 벤처스 +1 22.04.15 888 17 14쪽
14 제15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인간 22.04.14 925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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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제13화 캐릭터 설정 +3 22.04.12 1,039 17 13쪽
11 제12화 나는 죽어도 이 기회 못 놓친다 +1 22.04.11 1,073 1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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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7화 로또 당첨 번호에는 주인이 없다 +1 22.04.05 1,458 18 12쪽
5 제6화 같은 꿈을 두 번 꿀 수는 없는 법 +2 22.04.04 1,521 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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