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로소득 망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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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夏山
작품등록일 :
2022.03.30 21:52
최근연재일 :
2022.04.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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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2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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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쓰리썸

DUMMY

아침부터 초인종이 울렸다.

진이경이 부지런히 왔는가 보다.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나.

문을 열어보니, 한현이였다.


"오빠, 어제는 푹 쉬었어? 잠들기 전에 톡 하나 안 보내더라?"

"그래서 집에 있나 확인하러 온 거야?"

"아니. 보고 싶어서 온 거지."

"들어와. 있다가 또 손님 한 명 올거야."


젊다, 젊어.


띵동.


그새를 못 참고 또 초인종이 울렸다.

이것들이 대기 타고 있다가 우르르 몰려올 심산이었던 건가.


이번엔 진이경이 맞았다.


"음. 여자 친구 분?"

"응. 맞아. 일단 들어와. 나 좀 씻고 가야지."

"안녕하세요, 한현이라고 합니다."

"네. 반가워요. 건희야 그럼 일단 씻고와. 기다릴게."


에라, 모르겠다.

오늘 일정은 여자 둘과 함께 한다.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눌지 조금 궁금하긴 했다.

아무래도 진이경이 한현이의 기를 누르고, 이것저것 호구 조사를 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갑자기 화장실로 한현이가 들어왔다.

말도 없이 옷을 벗어재끼더니 샤워실 부스로 들이닥쳤다.


"오빠, 하루 안 봤다고 너무 보고 싶은 거 있지!"


어찌나 신음 소리를 크게 내던지, 밖에서 진이경이 듣고 민망했을 게 뻔했다.

하여튼 여자들이란...


.

.

.


지하 주차장에서 진이경의 핑크색 포르쉐에 같이 올라탔다.


"우와, 이거 언니 차에요? 멋지다."

"건희야, 꼭 같이 가야 되는 거야?"


아까부터 진이경은 한현이랑 말도 섞기 싫은 눈치다.


"왜요, 언니? 저는 언니 마음에 드는데. 저 불편하세요?"

"에휴. 그럼 출발한다? 일단 페라리 먼저 갈게."

"넵. 출발하시죠!"


지하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경비실 앞에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경비 아저씨가 길 한 복판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그 앞에 또 그 입주자 대표라는 아줌마가 서 있었다.


"잠깐만. 차 세워봐."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이번에는 택배 승하차 문제였다.

왜 정해진 시간이 아닌데 택배차들을 들여보냈냐는 거였다.

이 아줌마 하는 꼬라지를 보니 아침부터 짜증이 확 솟았다.


"아줌마, 또 뭔데요? 택배차가 그렇게 싫으면 택배를 시키지 말던가."

"어머, 이 아저씨 또 나타났네. 경비 아들이야 뭐야?"


나는 핸드폰을 꺼내 아줌마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줌마가 질색을 하며 핸드폰을 뺏으려 달려 들었다.


"이 미친놈이 지금 왜 남을 얼굴을 찍고 지랄이야!!"

"지금 당장 안 꺼지면, 이 사진! 내가 아는 택배 노조 위원장한테 보냅니다. 요즘 뉴스에서도 난리인 거 아시죠? 아파트 갑질! 택배 회사 직원들 뿔났다!!!"


그때 옆에서 한현이가 언제부터인지 핸드폰으로 이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있었다.

동네 주민들도 모여들기 시작했고, 입주자 대표로서 쪽팔렸는지 그제야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나도, 한현이도 얼른 다시 포르쉐에 올라탔다.


부아아아아앙.


진이경이 이놈이나 저놈이나 상종하기 싫다는 듯이 엑셀레이터를 밟았다.


"입주자 대표라는 사람을 저런 미친년을 뽑아놔가지고, 경비 아저씨를 들들 볶고 말이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까 그 아줌마가 입주자 대표야? 와, 이 정도 대단지면 업체들한테 받는 뒷돈들도 꽤 될텐데."

"돈을 받아?"

"그럼, 오빠. 그러니까 입주자 대표도 막 투표해서 뽑잖아. 사람들이 귀찮아 하고 잘 몰라서 그렇지. 아파트 고치고, 수리하고 뭐 외주 관련된 업체 선정을 입주자 대표가 하니까 리베이트로 뒷돈을 1년에 몇 천, 몇 억씩 받는대. 오빠는 관리비가 어디 쓰이는지도 모르고 그냥 살았겠지만."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내가 알아보고, 업체들 싹 갈아 엎은 다음에. 입주자 대표를 경비원 아저씨로 바꿔야 겠다."

"ㅋㅋㅋ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얘 봐라. 내 말을 못 믿네."

"오빠가 무슨 정의의 사도야?"

"왜 악당처럼 보여?"


우리 둘의 대화가 너무나 유치해 보였는지, 진이경이 참다 못해 코웃음을 쳤다.

그 순간, 옆 차선에 있던 아우디 한 대가 깜빡이도 켜지 않고 칼치기를 하며 들어왔다.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을 수 밖에 없었고, 관성에 의해 우리 세 사람은 몸이 휘청거렸다.


"이런 씨발놈이."


진이경이 욱하더니 차선을 갈아타며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당한 것 그대로의 각도로 칼치기에 성공한 뒤, 급정거까지 시전했다.

앞길이 막힌 아우디에서 멸치 같이 생긴 안경잽이가 내렸다.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운전석의 창문을 양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진이경이 창문을 스르륵 내리자, 안경잽이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려. 얼른 내려! 어디서 꼴 같지도 않은 년이 운전을 그딴 식으로 하고 있어?"

"뭘 내려? 니가 하는 건 괜찮고, 니가 당하면 빡쳐서 지랄이냐?"


그 순간, 안경잽이가 운전석의 문을 열면서 진이경의 머리 끄댕이를 잡아 당겼다.

오늘 무슨 날인가. 다들 분노조절장애인지, 왜 선량한 시민들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네.

나는 바로 조수석에서 내리자마자 달려가서 안경잽이의 복숭아뼈를 걷어찼다.

그 자리에 자빠진 녀석의 머리 끄덩이를 단숨에 움켜쥐었다.


"아아악! 내 머리."

"새끼야, 니 머리만 소중하냐. 여자들도 요즘엔 탈모 한 번 생기면 골치 아퍼."

"놔라! 너 씨발 내가 누군지 알아?"

"왜? 너도 아파트 입주자 대표냐?"

"뭔 개소리야! 머리부터 놓고 얘기하자."


계속 싸움을 이어나가기엔, 정체된 도로 상황으로 혼란이 심해지고 있었다.

뒤에서 계속 빵빵대는 클락션이 울렸고, 싸움을 말리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이미 남자 두 명이 나한테 붙어서 안경잽이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있었다.


그 사이 진이경이 안경잽이 한테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다.


"또 보자.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그냥은 못 넘어가지."


진이경은 아우디의 번호판이 보이게 사진을 찍더니 포르쉐로 돌아왔다.

우리가 먼저 출발했고, 뒤이어 아우디도 마지 못해 뒤차들의 소란을 피하듯 차를 움직였다.

멀리서 경찰차들이 오는지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아우디는 더이상 우리 차를 쫓아오지 않았다.


***


이 기분으로는 페라리든 뭐든 쇼핑할 모양새가 안 나왔다.

낮술을 때리러 고깃집으로 들어갔다.


한현이가 화가 난 언니, 오빠들을 위해 열심히 소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아줌마! 여기 제일 시원한 걸로 맥주랑 소주 한 병씩 갖다주세요."


소맥을 한 잔씩 말아서 원샷을 때린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더니 좀 살 것 같았다.


"이경아 아까 너 사진 찍은 거 나한테 문자로 보내."

"왜. 내가 처리할거야. 개새끼가 한 번 당해봐야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뭐. 법적으로 제재라도 가할려고? 그래서 속이 다 풀리겠어?"

"합의 절대로 안 해줘. 몇 개월이라도 내가 감방 살게 한다."

"에이~ 재미없네. 나한테 맡겨줘. 조폭들 데려다가 밧줄로 꽁꽁 묶어서 뒤지게 팬 다음에, 무릎 꿇고 너한테 사과하게 만들어 줄게."


두 여자가 토끼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나는 빈 잔을 거두어 들여 소맥을 말아 주면서 실없이 웃었다.


"농담입니다. 예. 농담이에요."

"소고기 더 익으면 맛없어요. 얼른들 드세요."

"그래,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 가라지 않던가. 일단 먹고 기분 풉시다."

"근데 아까 너 좀 멋있더라? 운동 좀 해본 솜씨던데?"


갑자기 진이경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칭찬을 했다.


"왜 발차기가 너무 완벽했어? 아니면 복수로 똑같이 머리채 잡아준 게 통괘했어?"

"둘 다."


한현이가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만해. 현이 질투한다."

"질투는 무슨. 니 여자 친구가 무슨 초딩이니?"

"그래. 오빠. 나 질투 안 했어."

"아, 맞다. 현이 씨. 나 궁금한 거 있는데."

"네. 언니. 뭔데요?"

"쓰리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순간 마시던 소맥을 뿜을 뻔 했다.

뭔 소리야 갑자기.


"쓰리썸이요?"

"아니, 오늘 아침에 건희 집에서. 둘이 샤워실에서 섹스했잖아. 나 밖에 놔두고. 그래서 잠깐이지만 나도 합류해 버려? 이런 생각을 해봤었거든."

"언니, 그건 좀 변태적인 생각 아니신가요? 기분이 좀 나빠지려고 하네요."

"아~. 아직 애구나...너."


진이경이 무슨 목적인지 한현이를 도발하고 있었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 가서 눈 흘기는 것도 아니고, 왜 이러는 걸까.


"제 말은! 서로 합의 하에 하는 건 괜찮지만, 이런 식으로 혼자 망상하신 걸 얘기하면 기분이 나쁘다는 말이죠."

"그래? 그럼 너도 해본 적 있어? 쓰리썸."


한현이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내가 한현이와 잠자리를 해본 경험상, 아직은 순진한 아이였다.


"자자. 그만해. 오늘 이러다가 우리끼리도 싸우고 파투나겠어."

"건희 오빠. 오빠는 쓰리썸 해본 적 있어?"

"없어, 없어. 현이야 그 얘기 그만해. 이경이가 이상한 거야."

"그럼 오빠만 안 해 본 거네."

"응?"


갑작스런 한현이의 태세 전환에 진이경이 웃음을 떠뜨렸다.


"아하하하. 아이고 배야. 얘 진짜 재밌는 애네."

"언니 뭐가 웃겨요? 나는 하나도 안 웃긴데. 오빠, 해보고 싶으면 말해. 나랑 언니랑 하면 되잖아."


음.?

이건 꽤 쏠쏠한 제안인데.

한 번쯤은 해보고 싶긴 했다.

이 대화의 분위기를 잘 이용해 봐야 겠다.


"언니! 언니도 괜찮죠? 아까 아침에 그런 생각 하셨다고 했잖아요."

"너 점점 귀엽다. 마음에 들어."


나야 말로.

너희 둘 다 너무 귀엽다.


'지금 당장이라도 바로 하러 가고 싶다.'


나는 한현이의 목덜미를 붙잡고 끌어당긴 뒤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당황했던 한현이도 똑같이 내 목덜미를 잡더니 더 깊숙이 혀를 집어 넣었다.

겨우 한현이를 떼어 놓은 뒤, 자리를 옮겨 진이경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여기서 해? 아니면 자리 옮길까?"

"자리 옮겨서 양치부터 하시지."

"오케이. 거기까지."


아침부터 더러운 일을 두 번이나 당한 우리 세 사람은, 함께 깨끗이 몸을 씻고 내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호텔로 이동했다.


그날 밤, 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 그리고 잠든 두 사람을 뒤로 한 채 먼저 자리를 빠져나왔다.

택시를 잡아타고, 막바지 인테리어 작업 중인 화영이네 가게로 향했다.

가게엔 김택호만 있었다. 아예 여기서 침낭 깔고 자는 듯 했다.

화영이는 아침부터 하루종일 이곳저곳 디테일하게 관여하느랴 피곤해서 자러 들어갔다고 했다.


김택호와 룸으로 들어가 양주 한 병을 깠다.

아직 도배가 되지 않은 룸이었지만, 테이블과 소파는 설치가 완료된 상태였다.


"택호 씨. 내가 오늘 빡치는 일이 하나 있었어요."

"회장님. 누구 하나 족칠 필요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쇼."

"네. 족칠 놈이 하나 생겼어요."


내 첫사랑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 놈을 적당히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는 법이었다.

아니다. 사실 진이경은 핑계 거리일지도 모른다.


진짜 본질은, 평생을 참아왔던 내 안의 폭력성이 드디어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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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1화 뜨거운 밤 +2 22.04.21 80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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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제18화 스폰 놀이 22.04.18 834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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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7화 로또 당첨 번호에는 주인이 없다 +1 22.04.05 1,458 1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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