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로소득 망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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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산夏山
작품등록일 :
2022.03.30 21:52
최근연재일 :
2022.04.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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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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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일등석에서 먹는 라면맛

DUMMY

꿈에서 일어난 끔찍한 상황들이 현실에서 재현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


누군가 로또 번호를 내 손으로 기입시킨 뒤, 당첨 번호를 확인한 후 용지를 강탈할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최악의 경우, 나는 감금 당한 채 죽지도 살지도 못한 폐인의 신세로 황금알을 낳는 닭의 똥구멍 역할만 하게 될 것이었다.


띵동! 띵동! 띵동!


연이어 초인종이 울렸고, 핸드폰 진동까지 울리기 시작했다.

한현이였다.


"오빠, 지금이 몇시인 줄 알아? 전화도 안 받고! 문도 안 열어주고 왜 그러는 건데?"

"미안하다. 악몽을 심하게 꿔가지고."

"어머. 오빠 얼굴이 왜 이래? 어디 아팠어?"

"일단 샤워 좀 하고 나올게."

"알았어! 내가 약국에 가서 약좀 사올게."


***


차가운 물을 정수리에 쏟아 부으며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는 끊임없는 불안과 의심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설혹 천연석이든, 김택호든 그 외 어떤 사람들이 평생 나를 배신할 마음을 먹지 않는다 해도, 이미 나는 마음의 병을 얻어 버렸다.'


샤워를 마치고 나와, 수트를 차려 입었다.

그리고 지갑과 여권과 금융 거래에 필요한 물품 등을 간단히 가방에 챙겨 넣었다.

거울을 보며 심호흡을 하고 있을 때, 한현이가 도착했다.


"오빠, 근데 지금 빈 속이지? 내가 금방 죽 끓여 줄 테니까 그 다음에 이 약 먹자."

"샤워하고 나니까 좀 괜찮아 졌어. 그리고 오빠가 오늘 공항에 가봐야 돼."

"공항? 갑자기?"

"해외 미팅이 있는 걸 깜빡하고 늦잠을 자버렸네."

"아니, 오빠. 오늘 나랑 영화 감독 만나기로 한 날이잖아."


아, 맞다. 그게 오늘이었구나.

이병수 감독에게 한현이를 소개시켜주기로 했었지.


"그렇지. 오늘 이병수 감독 만나는 날이잖아. 내가 이병수 감독한테는 잘 말해놨어. 연락처 줄 테니까 오늘 잘 만나봐. 감독도 그러더라고. 배우랑은 둘이서 만나야 더 깊이 대화를 나누고, 캐스팅 요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둘이...서 봐도 괜찮겠지?"

"현이야, 너 앞으로 카메라 앞이든 대중들 앞이든 당당히 서고, 매력을 뽐내려면 자신감을 가져야 돼."

"알겠어, 오빠. 그럼 연락처 꼭 넘겨주고."

"택시 왔나 보다. 나중에 연락할게!"


***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여객 출발 시간표를 훓어 보았다.

지금 시각 오후 2시 20분. 오후 5시 이후 비행기들의 목록은 다양한 국가를 포함하고 있었다.


- 17:25 댈러스/댈러스포트워스 : 아메리칸항공

- 17:50 아부다비 : 에티하드 항공

- 18:00 괌 : 티웨이 항공

- 18:00 밴쿠버 : 캐나다 항공

- 18:40 싱가포르 : 델타항공

- 18:40 호찌민 : 베트남항공

- 19:40 로스앤젤레스 : 아에로멕시코

- 19:45 홍콩 : 델타항공


일단은 당일 티켓이 있는 항공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할 터였다.

바로 핸드폰으로 어플을 깔고, 가능한 항공권을 검색했다. 가격은 상관 없었다.


확인 결과, 바로 탑승 가능한 행선지는 아랍에미리트의 아부다비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그리고 홍콩이었다.


고민할 것 없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티켓을 예약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부다비와 홍콩 같은 경우는 별로 끌림이 없었다.

미국은 언젠가 한 번쯤은 가봐야 할 나라였고, 영어는 잘 못하지만 혼자 가서도 큰 위화감이 없는 국가일 듯 했다. 그리고 LA는 한인 타운도 유명하지 않은가.


언제 돌아올지 예정이 없기 때문에, 편도로 끊은 티켓.

11시간 10분이 소요되는 직항.

1등석.

558만원.


정말 계획에도 없던 미국행이었다.

맥도날드에 들어가 햄버거 세트와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허기가 좀 채워지자, 바로 천연석에게 전화를 걸어 인천 공항으로 불러냈다.

러프하게라도 앞으로의 방향은 잡아 놓아야 했다.


1시간 뒤쯤 천연석이 공항에 도착했다.


"갑자기 해외 출장이라니, 얼마나 갔다 오는 거야?"


천연석의 놀란 표정을 보는데, 자꾸만 어젯밤 꿈 속 일이 생각났다.

천연석의 목소리가 꿈 속의 폭력을 연상시키면서 듣기 힘들었다.


"일정은 미팅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 같고. 간만에 나도 좀 휴가라고 생각하고 쉬고 올테니까. 한국 일은 알아서 잘 부탁할게."

"이참에 라스베가스 가서 한 번 땡기고 와도 되겠네."

"그래, 다음에는 같이 가서 땡기자."

"일단 룸살롱 개업이라든지, 로펌 사무실 운영 등은 문제 없이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 말고. 곧 25일인 데, 월 고정 수입들 중에 혹시 입금 빵구 나는 것들 있으면 바로바로 알려주고."

"그래, 너 덕분에 일이 참 수월하게 돌아가는 듯 하다."

"아이고, 회장님 갑자기 칭찬은. 몸 건강히 잘 다녀오십쇼."

"그래. 나는 담배나 한 대 피우고 들어갈 테니까 얼른 가서 일 봐. 오늘 일정도 있었을 텐데."

"오케이. 연락합시다."


***


연석이를 돌려 보내고, 퍼스트클래스 라운지로 이동하여 LA에 도착해서 묵을 호텔 예약과 관련 정보들을 서칭했다.

역시 1등석 승객들을 위한 라운지라 그런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브런치 수준의 음식들과 와인, 샴페인, 위스키 등이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었다.

잭다니엘 수준의 위스키였지만, 샷 한 잔을 따라 원샷하였다. 목구멍이 뜨끈해 지면서 피가 좀 도는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꽤 오랜 시간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최악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 인생이라는 게 크게 얻는 게 있으면, 당연히 잃는 것도 생기는 법이겠지.'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는 게, 금새 탑승시간이 되어 움직였다.

줄 설 필요도 없이 따로 마련된 통로로 탑승 절차를 마쳤고, 비행기 안 20명 정도 들어올 수 있는 공간으로 안내를 받았다.


담당 스튜어디스가 와서 인사를 하더니 물과 땅콩을 가져다 주었다.

땅콩을 보니... 이상하게 땅콩 회항 사건이 생각났다.

갑의 횡포와 재벌 3세의 월권 행위로 논란이 되었던 땅콩 회항 사건.

그런 큰 논란이 단순히 땅콩 하나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우습지 않은가.

가진 자들은 어떤 사소한 일 하나로도 큰 것을 잃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뒤이어 기장까지 와서 인사를 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을 와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 물어봐서 그게 더 불편했다.


잠옷을 주길래 편해 보여서 갈아입고, 저녁 식사 메뉴를 골랐다.


<한식 정찬>

- 해물 가지초회

- 작은 삼계탕

- 매운맛 전복 사태찜

- 농어 전유어찜

- 호박잎 우렁 된장국

- 단호박 양갱


무슨 한식당에라도 온 줄 알았다.

당연히 패키지로 미리 조리된 음식이겠지만, 그래도 메뉴가 꽤 성의있어 보였다.

하긴 11시간 비행기 타고 가는데, 600만원 정도를 냈으니 이 정도는 나와야지.


샐러드며, 와인이며 종류별로 가져와서 직접 선택을 하게 했다.

섬세한 준비와 서비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귀찮고 번거로웠다.

그래서 그냥 알아서 달라고 한 뒤,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이제 그만 먹어도 되겠다고 요청했다.


그리고 위스키를 요청했다.

냅다 들이키고 일단 골아떨어져야 겠다.

아무리 의자가 넓직하니 편하다지만, 여기서 11시간을 버텨내기란 지겹긴 매한가지였다.


샷을 다섯 번 연속 때려놓고, 술이 확 올라와서 자려고 채비를 하자 승무원이 다가와 좌석을 펴더니 침대로 만들어 줬다. 이불까지 덥어주고 이건 뭐 거의 양로원 수준.


예전에 그런 말이 있었지. 국회의원만 하다보면 바보가 된다고. 지하철 타는 법도 모르고, 필요한 것을 어디서 사고, 인터넷이나 핸드폰 요금은 어떻게 내는지 등등 사소한 일 하나도 혼자서 처리할 줄 모르는 바보가 되버린다고.

돈과 권력이 있으면 저절로 주변에 나를 모시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러다 보면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시키게 되고, 점점 몸은 편해지지만 그만큼 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돈이 있고 없고에 따라서 삶의 형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성격과 태도까지도 달라지는 걸 보면 돈이야말로 현 시대의 가장 확실한 치트키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나는 골아떨어져 잠이 들었다.


***


자고 일어나니 또 아침 식사 메뉴를 건넨다.

제동 토종닭에 신선한 계절과일에 각종 빵에 어쩌고 설명을 해주길래,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


"죄송한데, 그냥 라면 없나요?"

"아, 네. 신라면 원하시는 거면 준비해서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네, 고맙습니다."


해장에는 라면이 최고지. 무슨 제동 토종닭이야.

주변 다른 1등석 승객들이 나를 특이한 듯이 힐끗거리며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함부로 대놓고 쳐다보거나 말을 걸지는 못한다.

가진 게 많은 자들은 미친 놈을 제일 두려워 한다. 예측불가능한 상황들이 최악인 것이다.


"어유~ 얼큰하다. 역시 하늘 위에서 먹는 라면 맛이 최고네."


내가 일부러 맛있게 라면을 소리내어 먹자,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할아버지가 스튜어디스를 부르더니 자신도 라면이 먹고 싶다며 주문을 했다.


'처음에는 별종 보듯이 쳐다보더니만, 결국 인간이 다 똑같지 뭐.'


그렇게 나는 미국에 도착했다.


***


LA의 날씨는 서울보다 좀 더 더웠다.

그래도 캘리포니아의 하늘은 환상이라더니, 정말로 화창한 날씨가 나를 열렬히 반기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택시에 올라 탄 뒤, 곧바로 목적지를 말했다.


"월도프 아스토리아 베버리힐스 호텔.'


택시 기사가 뭐라고 대꾸를 했지만, 더이상 대화할 능력이 되지 않았기에 패스.

창밖으로 펼쳐진 도시의 풍경에 집중했다.


호텔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렸다.

베버리힐스에 위치한 5성급 호텔. 여기 역시 하루 숙박료만 100만원이 넘었다.


호텔에 도착하자 벨보이, 도어맨, 그리고 전담 컨시어지가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특이한 건 입구에 롤스로이스가 색깔별로 주차가 되어 있었다.

뭐지? 하고 물어보니, 호텔의 시그니처 차량이라고 했다.

원할 때마다 차량 서비스를 받아 이동도 가능하다고 하니, 시작부터 남다른 미국의 자본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역시 자본주의의 나라 답구만!!


로비는 꽃 장식과 향기로 가득했다. 밝고 현대적인 모던함이 돋보이는 인테리어였다.

흠. 고급지긴 하군.


브라운과 골드로 포인트를 준 객실에는 스마트 홈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고, 가구들 하나하나가 값비싼 명품처럼 보였다. 테라스로 나가니 바깥으로 펼쳐진 뷰도 기가 막혔다.

한현이를 데려왔으면 좋다고 난리를 쳤을 특별한 숙소였다.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잠시 쉴까 하다가, 기분을 내기 위해 바로 루프탑으로 올라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시켰다.

360도로 펼쳐진 황홀한 비버리힐즈의 전망을 바라보니 그동안 내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을 벗어나니 더 큰 세상이 보이는 구나.

작은 고민들에 휩싸이지 말고, 일단 내일 바로 라스베가스로 가보자.


'이러다 또 잭팟 터지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혹시 또 모르지 않나.

미국 버전의 새로운 행운이 내 운명을 향해서 두 팔 벌려 환영의 포즈를 취하고 있을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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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30화 일등석에서 먹는 라면맛 +1 22.04.30 354 8 12쪽
28 제29화 어쩔 수 없는 인간사 +4 22.04.29 423 6 12쪽
27 제28화 우리가! 남이가! +2 22.04.28 411 6 11쪽
26 제27화 혼쭐이 나야 정신을 차리지 +4 22.04.27 526 7 12쪽
25 제26화 자유이용권 22.04.26 608 7 12쪽
24 제25화 적성에 맞는 일 +2 22.04.25 746 7 13쪽
23 제24화 인생은 성공한 사람에겐 놀이터 22.04.23 1,212 10 13쪽
22 제23화 쓰리썸 +3 22.04.22 970 11 12쪽
21 제22화 욕망에 눈 뜬 자들 22.04.21 750 10 11쪽
20 제21화 뜨거운 밤 +2 22.04.21 805 13 12쪽
19 제20화 연애 사업 22.04.20 776 11 12쪽
18 제19화 음지의 세계 22.04.19 765 11 12쪽
17 제18화 스폰 놀이 22.04.18 834 12 11쪽
16 제17화 노는 물이 달라짐 22.04.16 831 11 13쪽
15 제16화 얀커르 벤처스 +1 22.04.15 888 17 14쪽
14 제15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인간 22.04.14 926 15 12쪽
13 제14화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22.04.13 954 14 12쪽
12 제13화 캐릭터 설정 +3 22.04.12 1,039 17 13쪽
11 제12화 나는 죽어도 이 기회 못 놓친다 +1 22.04.11 1,075 15 13쪽
10 제11화 우정 콘서트 +1 22.04.09 1,152 17 12쪽
9 제10화 너 돈 많아? +1 22.04.08 1,228 19 13쪽
8 제9화 건강검진과 아파트 쇼핑 +1 22.04.07 1,281 18 12쪽
7 제8화 대한민국 30대 평균 +1 22.04.06 1,354 18 13쪽
6 제7화 로또 당첨 번호에는 주인이 없다 +1 22.04.05 1,458 18 12쪽
5 제6화 같은 꿈을 두 번 꿀 수는 없는 법 +2 22.04.04 1,522 23 13쪽
4 제5화 인생 공부, 사람 공부 +3 22.04.02 1,623 22 13쪽
3 제4화 자격지심 +2 22.04.01 1,751 24 13쪽
2 제3화 오늘부로 이 회사 그만둡니다 +4 22.03.31 1,904 2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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