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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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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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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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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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화. 소명, 존재의 이유 (시즌2-51)

DUMMY

"그 말이 정말이에요? 어떻게 그럴 수가... 흑흑"



늦은 오후 교회 예배당에서 그녀와 만났다.

안에스더는 내가 베이징에서 띠아오챤을 만났던 얘기를 듣고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린다.

나는 그녀를 부축해 일으킨다.

그녀의 눈가에는 또다시 눈물이 맺힌다.

그녀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어 보인다.

과거 친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를 시작으로 목자로 만난 약혼자의 죽음에 이어 친동생처럼 아끼던 목원의 사고까지, 재앙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를 놓아주질 않는다.



"전 하나님의 축복이 아닌 저주를 받은 사람인가 봐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런 말 말아요"


"희택 형제도 화를 입기 전에 떠나요, 저도 더 이상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싶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그런 소리 말아요”


“이제 목자도 없고 이제 그만 하려구요”


“목녀의 자리를 내려놓으시겠다는 거예요?"


"저도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드네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그녀가 그토록 간절히 기도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그녀는 자신이 믿고 있던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나님이 주신 시련에 대해 스스로도 수긍하지 못하는 듯 보인다.

그녀는 목녀의 자리를 내려놓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목사님께도 이미 얘기드렸어요, 희택 형제도 다른 목장으로 배정될 거예요"


"에스더! 이렇게 나약한 사람이었어요? 예수가 걸어갔던 길을 따라가고 싶다 하지 않았어요? 과거 요셉도 악마의 시험대에 올라 형제들에게 버림받고 온갖 고난을 겪으면서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다면서요? 그것이 하나님이 자신을 이용하시려고 주신 시련임을 알기에 믿음을 가지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에스더 목녀가 말하지 않았나요?"


"..."


"견디지 못할 시련이란 없어요. 하나님께서 에스더를 더 단단하게 만드시려고 그런 거예요”


“더 견뎌야 해요? 얼마나 더? 많이 견뎠잖아요”


“···”


“이제 절 놓아줬으면 해요”


“제가 옆에서 힘이 되어 드릴께요"


"흑흑흑"



그녀는 서있는 것조차 힘든 모양이다.

다시 자리에 주저 앉고 만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본다.

두 볼 위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그녀는 시선을 옮겨 나의 뒤에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형상을 바라본다.

나는 그녀에서 손을 내민다.

그녀는 내가 내민 손을 바라보고 다시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그녀에게 미소로 화답한다.

그제야 그녀는 살며시 자신의 손을 나에게 맡긴다.

나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그녀를 일으킨다.



"아! 다리가 미안해요!"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기 때문일까

그녀가 일어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나에게 쓰러진다.

그 때 나의 품 안에 들어온 그녀는 보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야윈 느낌이다.

연이어 생긴 일들에 마음 고생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스더! 금식 수행이라도 하는 겁니까? 이러다 미이라 되시긋어요"


"예?! 미이라요! 하하하 숙녀한테 너무한 거 아녜요?"


"이제 웃으시네 하하하 그러니 얼마나 보기 좋아요"


"참! 희택 형제는 못 말리겠네요 하하"


"근데 도대체 몸무게가 몇 키로예요?"


"여자한테 대놓고 몸무게를 물어보는 게 어딨어욧!"


"에스더 목녀님이 저한테 여자인가요?"


"예?!... 아니... 그게... 말장난하지 마요!"


"일단 뭐 좀 먹읍시다.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죠"



불판 위에 고기가 노릇노릇 익어간다.

불판 옆에는 부위별로 갖가지 소고기들이 여러 접시에 수북이 담겨 불판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잘 익은 갈빗살을 집게로 집어 그녀의 공깃밥 위에 얹혀 놓는다.



"자! 먹어봐요!"


"고.. 고마워요 희택 형제! 근데 고기를 너무 많이 가져온 거 아녜요?"


"오늘 이거 다 먹어야 집에 갑니다~! 가져온 거 다 못 먹으면 저한테 혼납니다. 알겠죠?"


“하하하 어떻게 혼낼 건데요?”


“음··· 그건 비밀입니다.”


“칫~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요?”


“또 무슨 비밀이 있나요?”


“희택 형제는 뭔지 모르게 그냥 비밀스러운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예요?”


“속도 잘 모르겠고 사람들로 하여금 종 잡을 수 없게 만드는 그런···”


“그건 험담 맞죠?”


“아..아뇨··· 좋게 얘기해서 신비롭다고 해야할까요?”


“신비롭다?!, 뭐 가끔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특히 요즘 들어서 더욱 그런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자~ 어서 고기 먹어요. 에스더 목녀 잘 좀 찌웁시다 어서!”


"살 찌워서 뭐하려구요”


“뭐하긴 뭘해요~ 열심히 복음을 전파하셔야죠 큭큭큭 자 어서~ 먹어요”


“아... 너무해요 배부른데···"


"자! 배 터지게 먹어봅시다. 소주도 한잔 할까요?"


"희택 형제! 이럴꺼예욧!?"



그녀의 표정이 돌변한다.

소주 없이 소고기를 먹는다는 건 팬티를 입지 않고 바지를 입는 것만큼 어색하다.

주변에 소주잔을 기울이는 테이블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기독교인과의 모임에서 가장 힘든 것이 바로 알코올과의 이별이다.

좋음 음식엔 술이 따라가는 것이 세속의 법칙이다.

그것을 따르지 않는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

유독 한국에서만 술을 금기하는 기독교 문화를 이해하기 힘들다.

그건 아마 술로 돋우는 흥보다 불상사가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절제하지 못할꺼면 애초에 금기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모든 신앙인들이 금주하진 않지만 공식적인 모임에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근데 에스더 목녀!"


"성경에 술 먹지 말라는 말이 있어요?"


"그런 건 아닌데... 술 취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못 먹게 하는 거예요?"


"술이란게 알다시피 마시면 마실수록 자신을 제어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안 취하면 되죠!"


"그런 말 하는 사람들 다 취하던데... 하하하"



인간은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금욕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가?

성경 속에는 이것을 하지 마라, 저것을 하지 마라며 인간이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가르친다. 하지만 인간은 줄곧 각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들이 대부분이다. 세상이 움직이고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인간이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그런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욕망이 없었다면 인간은 아직도 숲 속에 벌거벗고 뛰어다니며 그때그때 과일이나 따먹고 사냥하며 현재에 만족하며 자연인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참 어렵네요”


“뭐가요?”


“세상은 온갖 욕망으로 가득 차서 돌아가는데, 종교는 욕망을 버리라고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하하하 어렵죠. 우리가 사는 세상과 하나님의 세상은 반대로 돌아가요.”


“역행하는 삶이네요”



아이러니하게도 자본주의와 종교는 공존한다.

한쪽에서는 욕망을 부추기고 다른 한쪽은 욕망을 억제하라고 한다.

정말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 것인가?

그래서일까?

수많은 신앙인들은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평소에는 재물과 권력과 명예의 노예처럼 아등바등 살아가다가

주일만 되면 예배당에 앉아 평소의 삶을 회개하며 눈물을 훔친다.

죄를 지은 것 같아 회개하고 회개했으니 또 다시 죄를 짓는다.

마치 습관처럼 일상이 되어간다.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렇게 삶과 신앙은 분리된다.



“교회는 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많아요?”


“금욕하는 삶을 살아야 하나님 나라로 갈 수 있어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어쩌구요? 하나님 나라 말고 일단 내가 숨쉬고 발딛고 살아가는 이 나라에서 잘 살아야 하는거 아녜요?”


“잘 산다는 게 뭐예요?”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고 부족하지 않게 사는 거 아닐까요?”


“그게 다 예요?”


“그럼?”


“우리는 잘 살기 위해 이 땅에 온게 아녜요, 자신의 소명을 따르기 위해 온거예요?”


“소명이요? 그게 뭐예요?”


“하나님이 주신 사명 같은 거죠? 그게 바로 우리가 이 땅에 온 이유예요”


“그럼 제 소명은 뭐예요?”


“그건 희택 형제가 알아내야겠죠, 다만 희택 형제가 이 땅에 온 건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기 위해 온 건은 아니라는 거예요”


“···”


“대부분의 사람들은 희택 형제가 말하는 것처럼 눈에 보이는 무언가만 쫓다가 자신의 소명도 모른체 죽어가죠. 저도 제가 신앙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저의 소명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그게 뭔데요?”


“제가 성폭력 상담센터에서 일하게 된 거, 나의 힘든 과거를 이겨내고 나와 같은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것 그게 저의 소명이라고 믿어요”


“···”


“희택 형제도 언젠가 그 소명을 깨닫는 날이 올 꺼예요”



소명, 내가 이 땅에 온 이유, 나는 실재하지만 그 존재의 이유를 모른다.

사람들은 모두가 열심히 벌고 쓰고 모은다.

만약 이것이 소명이라면 모든 사람들의 소명이 같다는 얘기이다.

신이 있다면 세상이라는 게임을 이렇게 재미없게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신이라면 모든 인간에게 각자 그 나름의 특별한 소명이라는 미션을 심어놓았을 것이다.

그럼 정말로 다이내믹하고 흥미진진한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

내가 만든 캐릭터가 내가 심어놓은 소명을 찾고 스스로 그 소명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큼 흥미로운 것이 있겠는가?

소명을 찾지도 이루지도 못하는 캐릭터에겐 벌을 내리고 싶기도 할 것 같다.

괘씸하니까.



‘나의 소명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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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화. 떠나야 할 때 (시즌2-79) 22.09.12 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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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4화. 현재를 위해 과거를 덮다 (시즌2-73) 22.09.05 38 0 8쪽
153 153화. 로봇은 로봇을 만들 뿐이다 (시즌2-72) 22.09.04 32 0 9쪽
152 152화. 그녀가 사라지다 (시즌2-71) 22.09.03 37 0 9쪽
151 151화. 아가페 사랑 (시즌2-70) 22.09.02 36 1 8쪽
150 150화. 사람이 먼저다 (시즌2-69) 22.09.01 40 0 9쪽
149 149화. 매 맞는 코끼리 (시즌2-68) 22.08.31 43 1 8쪽
148 148화. 순수한 관심 (시즌2-67) 22.08.30 45 0 7쪽
147 147화. 신과 닿기 위해 (시즌2-66) 22.08.29 45 1 8쪽
146 146화. 불편함 속 편안함 (시즌2-65) 22.08.28 47 1 9쪽
145 145화. 나쁜 예감 (시즌 2-64) 22.08.27 44 1 11쪽
144 144화. 같은 노동 다른 계급 (시즌2-63) 22.08.23 54 1 7쪽
143 143화. 식혜와 삶은 계란 (시즌2-62) 22.08.23 48 2 10쪽
142 142화. 순수함이란··· (시즌2-61) 22.08.22 47 1 10쪽
141 141화. 믿음 위에 뿌리내린다 (시즌2-60) 22.08.21 5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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