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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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연재수 :
1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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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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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화. 순수함이란··· (시즌2-61)

DUMMY

"유진씨 미국에서 왔다면서요?"


"예? 어..어떻게 아셨어요?"


"어떻게 알긴요 회사에 소문이 자자하던데... 오리지날 미국사람이라면서요"


"참... 회사라는 곳 무섭네요"



그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자이다.

게다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비지니스 스쿨을 졸업한 엘리트 중에 엘리트이다.

그런 그녀가 한국의 지방 도시 대구의 한 중견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평범한 나로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녀는 우리 회사에서 학벌로는 가장 톱이다.

특이한 점은 유일하게 회장의 큰 아들인 사장이 그녀와 같은 학교 동문이다.

둘은 적지 않은 나이 차이로 학교에서 만났을 리는 만무하지만 사장은 그녀의 이력서를 보고 놀라움과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물론 사장뿐만 아니라 회장 이하 인사 관련 임원들과 인사팀 직원들도 자신의 눈을 의심했을 정도였다.

스펙으로만 친다면 역대급 지원자인 것이다.

오죽하면 그녀가 학벌 위조가 아닌가 확인하기 위해 스탠퍼드 대학에 직접 연락하여 그녀의 졸업 여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사장은 직접 유선으로 그녀에게 합격통보를 전달했고 회사에 유일한 동문 라인이라도 만들 기세였다.

다들 그녀가 별 생각 없이 넣어본 이력서 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최종 합격통보를 받고 입사일자에 나타났다.

사장은 처음에 그녀에게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대구 본사에서 근무하는 조건으로 입사를 받아들였다.

아무도 그녀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그녀는 본사 인사팀으로 발령이 났다.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나로서는..."


"뭐가요?"


"뭐긴요? 그 정도 학벌이면 뭐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름있는 기업에 들어가고도 남을 스펙인데 굳이 이곳 한국의 지방도시까지 와서 그것도 시골구석 떼기 기숙사에서 박봉을 받으며 지내는 이유가..."


"하하하 대리님 뭐가 그리 길어요, 한국 사람들은 왜 물어보는 게 다들 하나같이 똑같죠?"


"음... 그런가요?"


"제 친구들은 다들 멋있다. 역시 너 답다. 대단하다 그렇게 얘기하던데... 하하"


"예?! 뭐 미국에 있는 친구들이요?"


"예"


"전 사실 높은 급여, 좋은 환경 뭐 그런 걸 바라고 그 학교를 들어간 거 아녜요"


"그럼...?"


"대리님... 좀 춥지 않아요?"



하늘 저편에서 먹물을 머금은 듯한 솜 뭉치들이 몰려오고 있다.

바람도 점점 거세지기 시작한다.

그녀는 코트의 옷깃을 여민다.

반대편에는 해가 산의 윤곽선에 걸려 빛을 잃어가고 있다.

호수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휘리리릭!"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호수변의 오리배 선착장에서 관리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뭐라고 소리치며 우릴 향해 손짓한다.

빨리 호수를 나오라고 손짓하는 듯이 보인다.

주변을 둘러보니 호수 위에는 우리 둘만 남았다.

나는 급히 페달을 밟기 시작한다.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한다.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하필 바람도 역풍이다.



"후훗 후훗"


"대리님 힘들죠 괜히 제가 오리배는 타자고 해서... 어머! 이 이마에 땀 좀봐!"



그녀는 가방에서 손수건을 꺼내 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준다.

그녀의 손수건이 나의 이마에 닿는 순간 은은한 향이 콧속으로 스며든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그녀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노동의 가치가 값지다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의 다리는 고통 받고 있지만 나의 뇌는 행복을 느낀다.

고통과 행복은 완전히 다른 것이라 생각되지만 사실 둘은 같이 다닌다.

고통 뒤에는 행복이 따라온다.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이나 강도가 낮아지는 순간에는 안도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통이 강할수록 그것이 멎을 때의 행복감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만약 고통 속에서 예상치 못한 보상을 받게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소박할지라도 강력한 희열의 순간을 선사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고통도 행복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이다.



“솨아아악~~”



먹구름은 어느새 호수 위를 뒤덮었고 빛은 사라지고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빗줄기가 굵어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다.

비는 거센 바람을 만나 오리배 안으로 몰아쳐 들어온다.

나와 유진은 비에 흠뻑 젖어버렸다.



"풍덩!"


"앗! 대리님!"



거센 폭풍우에 잔잔하던 호수는 성난 바다가 되어버렸다.

거세게 출렁이던 파도 아니 물결에 순간 오리배가 심하게 기울어졌다.

패달은 젖던 나는 그만 균형을 잃고 물 속을 빠져버렸다.



“푸앗~ 허어억! 살.. 살려 우읍”



숨을 쉬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보려 발버둥을 쳐 보지만 거세게 몰아치는 물결에 입 속으로 공기가 아닌 물이 차 들어온다.

정신이 조금씩 혼미해지고 팔다리는 뇌의 지령을 무시하고 부동의 상태로 전환한다.

몸이 천천히 가라앉는다.

눈도 천천히 감긴다.

그 때 였다.



“풍덩!”



희미해진 눈 앞에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가 물 속에서 나의 뺨을 때린다.

물 속이라 그런지 아프지가 않다.

아프지 않으니 눈은 계속 감긴다.

그녀는 한 손으로 나의 몸을 휘감고 힘차게 수면으로 올라간다.

그녀는 나를 수면 위에 하늘로 향해 뉘인채로 헤엄을 치며 호수가로 나아간다.

한 팔로 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팔과 두 다리는 쉴새 없이 물살을 휘젓는다.

차가운 물 속에서 엄청난 칼로리를 태우며 열을 그녀의 체온이 나에게 전해진다.




“푸우우욱!”



다시 눈을 떴을 땐 그녀의 얼굴이 바로 내 눈앞에 있었다.

그리고 몸이 요동치며 입 밖으로 물이 솟구쳤고 그녀는 그 솟구치는 물을 얻어맞았다.



“대리님! 괜찮아요?”


“어! 유진씨 어떻게 된 거예요?”


“휴~ 하아~ 다행이네요”



유진는 내가 깨어난 걸 확인하고선 풀밭에 털썩 드러눕는다.



“총각~ 저 아가씨 아녔으면 물귀신 될 뻔 했어”



오리배 관리인은 유진은 나를 뭍으로 끌어올려 숨을 쉬지 않는 나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고 알려준다.

그녀는 차가운 물속에서 나를 끌어올리고 심폐소생술을 하느라 기진맥진해 버린 모양이다.

잠시 뒤 119 구급대원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나의 상태가 정상임을 확인하고는 다시 돌아갔다.

나와 유진은 오리배 관리인이 머무는 컨테이너 박스 안, 난로 앞에 담요를 두르고 몸을 녹였다.

비가 그치고 호수는 다시 평온함을 되찾았다.



"에취! 으흐흐흐"


"대리님 괜찮으세요?"


"전 괜찮아요, 유진씨는 괜찮아요?"


“괜..괜찮아요 이~취!”


"하하하 감기 걸리시는 거 아녜요”



봄이 찾아왔지만 호숫물은 아직 겨울을 냉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 모양이다.

머리털이 쭈뼛쭈뼛 일어설 정도로 차갑다.

봄날의 햇살은 대지를 데우지만 아직 호수를 데우기엔 부족하다.



"으흐흐흐 그러게요 어디 따뜻한데 가서 몸을 좀 녹여야 겠는걸요"


"아! 찜질방 가요!"


"예?! 찜질방?"


"예 저기 간판 보이네요!"



찜질방 카운터에 서 있는 여직원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들어오는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목욕만 하시는 거예요?"


"아뇨! 찜질이랑 같이 해주세요 여기!"


"아니 유진 씨! 이건 제가 계산할게요"


"대리님은 식혜랑 삶은 계란 쏘세요 하하"


"하하하"


"대리님 그럼 좀 있다 봐요!"



탕 속으로 몸을 넣자 몸 속에 남아있던 냉기가 탕 속으로 빠져나가고 더운 열기를 빨아들인다.

에너지의 평형이 이뤄지는 순간이다.



"아.... 하...."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탄성인지 신음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소리가 터져나온다.

눈을 감는다.

잠시 뒤 컴컴해진 눈 앞이 다시 밝아지고 좀 전에 오리배 위에서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나에게 손을 내밀어 땀을 닦아주던 그녀의 얼굴 곳곳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보드란 살결 위에 환한 이마, 짙지도 엷지도 않은 눈썹, 오똑한 코 그리고 그 아래 윤기 있는 연분홍 입술이 눈 안 가득히 차 들어온다.


순간, 탕 속 잠겨있는 다리 사이로 피가 몰리는 느낌이 온다.

탕 속의 열기에 이완된 혈관으로 엄청난 혈류가 지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순간 눈을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부끄러운 마음에 몸을 돌려 눕는다.



'아놔! 이런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는 저속한 생각들을 지워버리려 머리를 흔든다.

그럴수록 그 생각들은 사라지기는커녕 더 생생해지는 느낌이다.

스스로를 자책한다.

순수한 그녀에게서 느끼는 순수하지 않은 나의 감정에 죄책감을 느낀다.

또 그 감정에 반응하는 나의 몸이 부끄러워진다.

사실 매혹적인 이성을 향한 육체적인 반응은 자연스럽고 순수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모습에 때론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것이 더럽고 추악한 모습이라 생각한다.

생명을 가진 만물 중에 유일하게 인간만이 그런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고 보면 인간세상은 순수한 것을 추악하게 만들고 추악한 것들을 순수하게 포장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왜 신은 인간에게 그런 죄의식을 주신 걸까?'



그녀의 생각을 떨쳐버리고 혈관 속 혈류량을 줄이려 고귀한 신과 나와의 순수한 관계에 대해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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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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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53화. 로봇은 로봇을 만들 뿐이다 (시즌2-72) 22.09.04 32 0 9쪽
152 152화. 그녀가 사라지다 (시즌2-71) 22.09.03 37 0 9쪽
151 151화. 아가페 사랑 (시즌2-70) 22.09.02 36 1 8쪽
150 150화. 사람이 먼저다 (시즌2-69) 22.09.01 40 0 9쪽
149 149화. 매 맞는 코끼리 (시즌2-68) 22.08.31 43 1 8쪽
148 148화. 순수한 관심 (시즌2-67) 22.08.30 45 0 7쪽
147 147화. 신과 닿기 위해 (시즌2-66) 22.08.29 45 1 8쪽
146 146화. 불편함 속 편안함 (시즌2-65) 22.08.28 47 1 9쪽
145 145화. 나쁜 예감 (시즌 2-64) 22.08.27 44 1 11쪽
144 144화. 같은 노동 다른 계급 (시즌2-63) 22.08.23 54 1 7쪽
143 143화. 식혜와 삶은 계란 (시즌2-62) 22.08.23 48 2 10쪽
» 142화. 순수함이란··· (시즌2-61) 22.08.22 47 1 10쪽
141 141화. 믿음 위에 뿌리내린다 (시즌2-60) 22.08.21 52 1 7쪽
140 140화. 불혹(不惑)은 불변(不變)의 다른말 (시즌5-59) 22.08.20 52 1 12쪽
139 139화. 입을 거쳐갈수록 말을 더해간다 (시즌2-58) 22.08.19 4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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