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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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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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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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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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57화. 사랑받고 사랑해야 한다. (시즌2-76)

DUMMY

"저기! 저기! 밖에 봤어요?"


"무슨 일인데 그래?"


"좀 전에 경찰들이 사장실에 들이닥쳐서는 사장님 데리고 나가던데요"


"헐! 정말?”


"대박! 뭔 일 이래?"


"거기 있잖아 인사팀 신입 방유진 사원, 그 여자 실종 사건 때문인 거 같던데요"


"어이! 전대리! 너 뭐 아는 거 좀 없어? 뭐 있을 거 같은데... 같이 좀 알자."


"아뇨, 없는데요"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 안이 술렁거린다.

해외영업팀 막내인 고봉래 사원이 그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한다.

수많은 직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장은 형사들에 둘러싸여 경찰차로 연행되어 간다.

구과장은 이미 회사 안에 공공연하게 퍼진 나와 유진씨와의 관계를 의식해서 나에게 물어온다.

구과장의 짓굳은 질문에 다른 팀원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나는 어제 있었던 일을 관할 경찰서 형사들에게 모두 알렸다.

일기장의 내용부터 옆집 아저씨의 증언까지 그리고 논두렁 밑에서 주운 유진씨의 운동화까지 증거로 제시했다.

형사들이 추가로 조사한 CCTV 영상에서 기숙사 아파트 뒤쪽 논두렁 길과 도로가 만나는 지점에서 마세라티 차량으로 추정되는 차량의 화면을 확보했다고 한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상황이라 화면상에서 차량 번호판이 명확하진 않다.

하지만 워낙 보기 드문 차량이라 차량 전문가들의 소견이 배불뚝이 팬티 아저씨의 증언과 동일했다.

그리고 그 시간대 유진씨의 통화내역을 확보했고 사장과 통화기록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에이~ 둘이 뭐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 소문 다 났던데... 말 좀 해봐"


"모른다니까~! 씨 X! 좀 그만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구과장은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친다.

이런 나의 모습을 처음 보는 그는 적잖이 놀란 기색이다.

순간 돌변한 나의 모습에 그도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눈이 동그래져 쳐다만 보고 섰다.

주팀장과 팀원들의 눈빛은 마치 길거리에 한가운데 앉아있는 거렁뱅이를 바라보는 듯 하다.

그들은 나와의 일정한 거리를 벌리며 멀어진다.

그들은 나를 보며 뭐라고 수군거리며 이맛살을 찌푸린다.

나도 이런 모습에 스스로도 놀란다.

왜 그랬지?

수많은 시간 참고 인내했던 시간들이 한 순간에 물거품으로 변해버린다.

나는 한 순간에 평범한 회사원에서 사회 부적응자 혹은 정신 이상자로 바뀌어 버렸다.

도저히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자리를 박차고 사무실을 나간다.

유난히도 화창한 바깥 날씨가 야속하게 느껴진다.

태양을 피하고 싶다.

일단 뛰쳐나오긴 했지만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차를 몰고 한참을 돌아다니다 해질녁이 되어 돌아온 곳은 결국 집이다.

갈 곳이 없다.

결국 현실의 삶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그날 밤 뉴스에는 지방 모 중견 기업 총수가 여직원 실종과 관련한 유력한 용의자라는 뉴스가 뜨며 직권과 권력을 남용한 여직원 성추행이라는 주제와 연관시켜 이슈화 시킨다.

확실한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용의자인 사장은 실종된 여성의 행방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보도가 흘러나온다.

게스트로 출연한 법의학자라고 밝히는 자는 용의자가 살해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견을 내비친다.



"왜 사랑하는 사람들이 제 곁을 떠나가게 하시는 겁니까?"



나는 TV 앞에 멍하니 앉아 술잔을 연거푸 들이켠다.

가슴속에 응어리를 도저히 풀어낼 방법이 없다.

방바닥에는 이미 마신 빈 소주병이 즐비하다.

이상하게도 술을 마시면 마실수록 과거의 기억들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과거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두 떠났다.

자의든 타의든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음은 무언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그렇게 된 것일 거라고 의심하게 된다.



"왜 사랑하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 왜 자꾸 뺏어가냐고! 씨X!"


"퍽!"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들고 있던 소주병을 벽으로 집어 던진다.

소주병은 벽에 부딪쳐 산산조각 나며 방바닥 곳곳으로 흩뿌려진다.

나는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가 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간다.

깨진 병 유리 조각들이 발바닥에 박히는 느낌이 난다.

알코올의 위력 때문인지 그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발바닥에서 선홍빛 액체가 흘러나온다.

나는 창문을 열어 봉긋하게 솟아오른 고분(古墳)을 향해 고함친다.



"돌려놔! X발! 다시 그대로 돌려놔란 말이야! 어서!"



어둠 속 고분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던 모양이다.

한 명이 아니다.

나의 고함소리를 듣더니 허겁지겁 뭔가 하던 일을 멈추고 고분 밖으로 도망치듯 뛰어가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아놔! 잠 좀 잡시다!"


"어떤 미친놈이야?!"


"조용히 좀 합시다!"



주변 원룸에서 불이 하나둘씩 켜지고 원성 섞인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정신이 조금씩 혼미해진다.

발 아래를 내려다본다.

방바닥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고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시간이 좀 지나니 앉아 있는 것도 힘겨워진다.

옆으로 쓰러진다.

피로 흥건한 바닥에 얼굴을 묻고 남은 힘을 다해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죄송합니다. 하나님! 뭐든지 하겠습니다. 유진 씨가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이렇게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아아악!!!"



또 이전처럼 귓속으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들려온다.

귀를 막아보지만 마치 날카로운 바늘 같은 것이 귀속을 뚫고 지나가는 듯한 통증이 계속된다.

눈 앞에 유진씨가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나에게 손을 뻗고 있다.

그녀의 눈에선 눈물과 빗물이 핏물과 섞여 흘러내린다.



"아....악~~~ 안돼!"



나는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비명을 내지른다.

조금씩 정신이 혼미해지며 천천히 눈이 감긴다.

그녀의 모습이 희미해져 간다.



"띠링띠링"



그때 였다.

핸드폰의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린다.

힘겹게 손을 뻗어 핸드폰 화면을 바라본다.


[만일 사람을 죽일 만한 돌을 손에 들고 사람을 쳐 죽이면 이는 살인한 자니 그 살인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요] - 민 35:17 -



태초(창세기)의 살인은 시기 질투에서 비롯되었다.

사람이 죽임을 당하는데는 그 사람이 죽어야 할 합당한 이유보다는 마음속에 스스로가 만들어낸 감정으로 인해 죽는 것이 대부분이다.

아담과 이브의 아들 카인이 동생 아벨을 돌로 쳐 죽인 것 또한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이 동생에 대한 미움을 키웠기 때문이었다.

사랑이 사라지면 그 자리는 미움으로 채워지고 결국 서로의 영혼을 죽이게 된다.

사랑을 받아야만 사랑을 줄 수 있고 사랑을 받고 자라야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에···스더···”



천천히 눈꺼풀이 닫히며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내린다.


사랑 받지 못한 존재는 악이 된다.

사랑 받고 자란 존재는 선이 된다.

악이 된 자는 또 다시 악을 만들고

선이 된 자는 또 다시 선을 만든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통해 선과 악을 선택할 기회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인간에게 선(善)과 악(惡)을 선택할 기회는 없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인간은 선 혹은 악으로부터 길들여진다.

그리고 악은 그것이 최선(最先)인 줄 알고 선은 그것이 최선(最善)이라 안다.

악의 손에 혹은 선의 손에 의해 악과 선으로 자라날 뿐이다.

선에서 악으로 바뀌는 것 그리고 악에서 선으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

인간은 익숙한 환경에 적응하고 순응하려 한다.

극복하고 변화하는 삶을 거부한다.

스스로 극복하고 변화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다만 자신이 원하는 상황 속에서 극복하고 변화할 뿐이다.

원치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세상과 신을 원망한다.



그렇기에 인간은 사랑 받고 사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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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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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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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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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화. 떠나야 할 때 (시즌2-79) 22.09.12 42 3 11쪽
159 159화. 죄와 벌 (시즌2-78) 22.09.11 35 1 8쪽
158 158화. 빛과 어둠 (시즌2-77) 22.09.10 32 1 9쪽
» 157화. 사랑받고 사랑해야 한다. (시즌2-76) 22.09.09 38 1 8쪽
156 156화. 선과 악을 오고 가다. (시즌2-75) 22.09.07 34 0 8쪽
155 155화. 어린 왕자와 같은 마음으로 (시즌 2-74) 22.09.06 36 0 9쪽
154 154화. 현재를 위해 과거를 덮다 (시즌2-73) 22.09.05 38 0 8쪽
153 153화. 로봇은 로봇을 만들 뿐이다 (시즌2-72) 22.09.04 32 0 9쪽
152 152화. 그녀가 사라지다 (시즌2-71) 22.09.03 36 0 9쪽
151 151화. 아가페 사랑 (시즌2-70) 22.09.02 36 1 8쪽
150 150화. 사람이 먼저다 (시즌2-69) 22.09.01 40 0 9쪽
149 149화. 매 맞는 코끼리 (시즌2-68) 22.08.31 43 1 8쪽
148 148화. 순수한 관심 (시즌2-67) 22.08.30 45 0 7쪽
147 147화. 신과 닿기 위해 (시즌2-66) 22.08.29 44 1 8쪽
146 146화. 불편함 속 편안함 (시즌2-65) 22.08.28 47 1 9쪽
145 145화. 나쁜 예감 (시즌 2-64) 22.08.27 44 1 11쪽
144 144화. 같은 노동 다른 계급 (시즌2-63) 22.08.23 54 1 7쪽
143 143화. 식혜와 삶은 계란 (시즌2-62) 22.08.23 48 2 10쪽
142 142화. 순수함이란··· (시즌2-61) 22.08.22 46 1 10쪽
141 141화. 믿음 위에 뿌리내린다 (시즌2-60) 22.08.21 52 1 7쪽
140 140화. 불혹(不惑)은 불변(不變)의 다른말 (시즌5-59) 22.08.20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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