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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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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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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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화. 불편함 속 편안함 (시즌2-65)

DUMMY

"목장 사람들 다들 너무 좋아 보여요"


"그렇죠? 다들 좋은 분들이에요, 저도 여기 타지에 와서 힘들 때 많은 힘이 되어 주셨어요"


"그렇셨구나? 저도 목장 모임 계속 나와도 돼요?"


"물론이죠"


"너무 좋네요 식구가 생긴 것 같아서... 참! 근데 대리님 머리는 괜찮으세요?"



목장 모임이 끝이 나고 늦은 밤 시간 유진 씨를 회사 기숙사로 데려다 주려 나의 차에 태워 한적한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녀는 좀 전 나의 모습에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내가 운전을 하는 동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응시한다.



"예 괜찮아요. 머리를 다친 이후부터 이러네요"


“아~ 중국 출장 중에 괴한들한테 머리를 크게 다치셨다고 들었어요, 회사 사람들 사이에서 전대리님이 무슨 불사신인줄 알던데요 하하”


“하하하 뭐 의사들도 놀랐으니까요, 못이 뒤통수에 박혀 해마에 손상을 입혔데요, 다시 깨어난 건 기적이라고들 하더라구요”


“근데 해마가 뭐예요?”


“글쎄요 뭔진 나도 자세히 모르겠는데··· 뇌 가운데 깊숙한 곳에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부분이래요”


“그럼 기억에 문제가 생기는 거 아녜요?”


“음··· 의사들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장기 기억에 문제가 생겨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사실과는 다르게 기억될 수도 있다는··· 그것 때문에 과거를 회상할 때면 가끔 그렇게 통증이 생겨나는 거 같아요”


“정말 큰일이네요”


“그렇죠?! 통증 때문에 너무 힘드네요, 또 본적 없던 이상한 장면들도 떠오르고”


“것두 그렇구, 그것보다 더 큰일은···”


“뭔데요?”


“나중에 대리님이 저를 기억 못 할까봐 그게 큰일이예요 하하하”


“하하하 그렇네요”


“음··· 그럼 잊혀지지 못하게 자주 계속 보면 되겠네요 하하하”


“예?!”


“뭘 그리 놀라세요? 하하하”


“유진씨, 그런데 아까 남자친구 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 그랬죠, 왜요?”


“그런데 왜 그런 말을 저한테···?”


“음··· 사실 그 남자친구라는게 대리님을 두고 하는 말이었어요”


“뭐라구요?”


“음··· 뭐 대리님이 싫으면 어쩔 수 없구요 하하하”


“아니··· 그건 아니구··· 그게”


“대리님 어디 불편해요? 갑자기 표정이 안 좋아 보이는데요”



유진와 나 사이에는 이미 회사 동료 간의 관계가 아닌 다른 감정들이 섞여 들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나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이런 미묘한 감정이 생겨나면 나의 표정과 언행이 나도 모르게 부자연스러워짐을 느낀다.

무방비 상태에 들어온 그녀의 기습 공습에 뇌활동이 순간 마비된 느낌이다.



“아···아녜요 괜찮아요. 유진씨, 타지에서 혼자 지내는데 힘든 건 없어요?"


"하하하 대리님~ 갑자기 웬 생뚱맞은 딸 걱정하는 아빠 같은 발언이에요?"


"하하하 요... 요즘 세상이 흉흉하잖아요, 유진 씨는 더군다나 여기 혼자잖아요"


"든든한 대리님이 옆에 계시잖아요 하하하"


"예?!"



두 번째 공습이다.

이제 식은땀까지 흐른다.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코리안 스타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황스럽지만 그 기분은 나쁘지가 않다.

그녀의 이런 예상치 못한 공습은 나의 방어기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방어기제가 무너지면 내 안에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그녀는 그 모습을 끄집어내려 한다.



"대리님 머리나 걱정하세요, 근데 병원 한 번 가보셔야는 거 아녜요, 아까 보니까 통증이 심한 거 같던데..."


"잠깐 그러고 나면 괜찮아져요, 다행히도 견디지 못할 고통은 주지 않나봐요 "



우리 둘은 한적한 어둠 속 가로등이 드문드문 늘어선 도로를 달리고 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나는 도로를 응시한다.

내게로 고정된 그녀의 시선이 길어질 때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아~ 더워! 히터를 너무 강하게 튼 거 아녜요?"



그녀는 창문을 내리고 밖으로 손을 뻗는다.

고개를 창 밖으로 젖히고 바람을 맞는다.

머리 끈에 묶이지 못한 이마 위의 잔머리들이 바람에 흩날린다.

그녀는 눈을 감고 바람을 느낀다.



"안 추워요? 유진씨 아직은 바람이 차요"


"시원한데요 뭐 헤헤! 어!? 별똥별이다!"


"예 진짜요?"


"와! 처음 봐요 별똥별!"


"소원 빌었어요?"


"아~참! 지금 빌어야지"



그녀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무언가를 기도한다.

뭔지 알 수 없지만 사뭇 진지한 모습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어린아이처럼 귀여워 보인다.

나도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봤던 별똥별이 떠오른다.

한 밤 중 자전거로 산을 오르느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심장이 터질 듯이 뛰던 그 때 였다.

아스팔트 바닥에 드러누워 바라본 하늘엔 수 많은 별들이 떠 있었고

그 중 커다란 하나가 머리 위로 떨어졌다.

그 때 소원을 빌었다.



"유진씨 무슨 소원 빌었어요?"


"비밀이에요 큭큭"



그녀는 뭐가 재밌는지 혼자 키득거리며 웃는다.

사실 나는 그녀가 친어머니를 찾아달라는 소원을 빌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장난끼 섞인 웃음으로 짐작 컨데 그건 아닌 것 같아 보인다.

그럼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더욱 궁금해진다.



"친어머니 소식은 들은 거 없어요?"


"음... 저 사실 친어머니 이미 봤어요"


"정말요? 어디서 어떻게요? 근데 왜 말 안 했어요?"


"하하하 대리님 물어본 적이 없잖아요?"


"아... 그랬나?"



그러고 보니 그녀의 아픈 곳을 떠올리게 하고 싶지 않아 속으로 궁금증을 억누르며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친어머니를 봤다는 얘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나와는 달리 태연한 그녀의 모습이 더 놀랍다.



"친어머니는 잘 살고 계시더라고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행복하게..."


"그... 그래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 행복을 제가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그냥 모른 체 돌아왔어요"


"그럼 어머니를 보고 그냥 왔다는 거예요?"


"예..."


"그래도 그건 아니죠. 인사를 드려야죠. 어머니도 유진 씨를 가슴속에 묻어두고 있을 거예요"


"가슴 깊이 묻어둔 아픔을 다시 꺼내는 게 맞는 걸까요? 저는 그게 아픔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에게는 그게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녀의 표정이 굳어진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아픔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그녀는 아마 어머니의 불행을 걱정하며 그녀를 찾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죄책감과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어머니를 그 아픔 속에서 구제해 주려고 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본 어머니의 삶은 그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기우(杞憂)였을 뿐이었다.

차는 양쪽으로 넓게 펼쳐진 논을 가로지르는 도로 위를 내달리며 불빛이 환한 도심에서 점점 멀어진다.

그녀의 회사 기숙사인 분지 아파트에 도착했다. 아파트 입구 앞 가로등 불빛 아래 차를 멈췄다.



"대리님 태워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유진씨, 여기 기숙사 사는 거 안 불편해요? 시내랑도 많이 떨어져 있고 주변은 다 논밭에다 교통편도 애매하고 난 너무 불편하던데..."


"하하하"


"왜 웃어요?"


"그런가요 전 좀 다른데···”


“뭐가요?”


“시내랑 떨어져 있어서 짙은 어둠과 고요함이 있고 주변이 논밭이라 탁 트인 경치와 밤이면 풀벌레 소리, 그리고 가끔씩 오는 마을 버스는 정류장에 앉아 기다림 속에 책도 보고 사색도 즐길 수

있게 해 주잖아요"


"..."



그녀는 환한 미소로 함께 내가 전혀 생각지 못한 답변을 한다.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같은 환경 속에서도 다른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듯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실의 시련과 고통에만 집중한다.

시련과 고통을 없애거나 줄여나가는 것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의 시련과 고통을 없애면 또 다른 고통과 시련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럼 또 다시 그것을 없애려 고군분투하며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 얘기한다.

사실 시련과 고통은 항상 행복과 기쁨을 동반한다.

우리는 다만 부정적인 것에 집중한 나머지 긍정적인 것을 보지 못하는 것뿐이다.

항상 존재하는 행복은 보지 못하고 금방 사라질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자신을 더욱더 고통 속으로 밀어 넣는다.

우리는 왜 삶이 힘들다고만 생각하게 되었을까?



“대리님~ 불편함 속에 편안함이 있어요, 다만 찾지 못하는 것 뿐이래요”


“···”


“오늘 즐거웠어요 아 참 그리고 제가 아까 한 얘기들이 좀 경솔했죠? 놀라셨다면 미안해요 그래도 중요한 건 진심이었다는 하하하 조심히 들어가세요”



그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가로등 불빛을 지나 짙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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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150화. 사람이 먼저다 (시즌2-69) 22.09.01 40 0 9쪽
149 149화. 매 맞는 코끼리 (시즌2-68) 22.08.31 43 1 8쪽
148 148화. 순수한 관심 (시즌2-67) 22.08.30 45 0 7쪽
147 147화. 신과 닿기 위해 (시즌2-66) 22.08.29 44 1 8쪽
» 146화. 불편함 속 편안함 (시즌2-65) 22.08.28 47 1 9쪽
145 145화. 나쁜 예감 (시즌 2-64) 22.08.27 44 1 11쪽
144 144화. 같은 노동 다른 계급 (시즌2-63) 22.08.23 53 1 7쪽
143 143화. 식혜와 삶은 계란 (시즌2-62) 22.08.23 48 2 10쪽
142 142화. 순수함이란··· (시즌2-61) 22.08.22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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