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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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짓는목수
작품등록일 :
2022.05.12 08:11
최근연재일 :
2022.09.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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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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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화. 성공(成功)과 성인(聖人)의 길 (시즌2-56)

DUMMY

"어! 안 에스더?"


"이제 오는 거예요? 희택 형제 퇴근이 많이 늦네요"


"네 요즘 일이 많아서 계속 야근이네요, 근데 무슨일로 이 시간에?"


"자! 이거 주려고요"


"이게 뭐예요?"


"밑반찬들 좀 만들어서 가져왔어요"


"아! 뭐 이런 거까지 연락을 주시지 제가 가지러 가도 되는데..."


"문자 넣었는데 답이 없길래..."


"아! 일할 때 집중 좀 해야 돼서 무음으로 해놓았네요 죄송해요, 어쨌든 고마워요!"



안에스더가 나의 원룸 건물 앞 가로등 아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의 손에는 종이 가방이 들려 있고 그 안에는 여러 개의 플라스틱 반찬 용기가 들어있다.



"그럼 가볼게요"


"잠깐 들어갔다 가세요 오래 기다리셨는데... 반찬까지 해주시고 그냥 가시면 제가 너무 미안하잖아요"


"괜찮아요 늦었는데"


"에~이 들어와요, 제가 커피라도 한잔 대접해야죠. 오늘은 목원 집에서 목장 모임 한다 생각하시고 하하"



나는 목녀의 손목을 잡고 나의 원룸으로 올라간다.

그녀는 마지못해 끌려가듯 나를 따라 계단을 오른다.

과거 교회에서 나의 손목을 잡고 식당으로 안내했듯이 나도 그녀를 그냥 보낼 수 없다.

그녀는 나의 원룸 방을 들어오더니 방안을 두리번거리며 살펴본다.

나는 커피물을 끓이고 냉장고를 뒤져 다과를 준비한다.



"희택 형제는 남자 혼자 사는데도 집이 정말 깔끔하네요"


"그런가요?"


"옛날 오빠 방은 정말 쓰레기장 수준이었는데... 하하 매번 제가 갈 때마다 청소해주곤 했거든요"


"에~이 설마!? 요한 목자님이 그럴리가?"


"믿거나 말거나 하하"



생전 교회에서 보였던 요한의 준수한 외모와 행동으로 미루어봐서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이다.

타인을 판단하는 기준 중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할 수 없다.

겉으로는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외모가 비호감이면 상대와의 관계 조차 가지려 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TV 속 드라마와 각종 광고에 드러난 연예인들의 모습을 추종하고 그것이 표준이 되어간다.

나는 준비한 다과를 내놓으며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간다.

그녀는 이제 요한 목자의 죽음이 어느 정도 편안해진 모양이다.

그 전에는 목자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을 붉히던 그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먼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요한 얘기를 꺼내고 있다.



"와~ 딸기네요? 과일까지 참 잘 챙겨 먹네요"


"혼자 사는데 잘 챙겨 먹어야죠 하하하"


"저기 책상 위에 보니까 오메가 3에 비타민C, 마그네슘 뭐 온갖 영양제가 다 있네요. 희택 형제는 참 오래 살겠어요 하하하"


"뭐 잘 챙겨 먹어도 하나님이 맘에 안 들어하심 데려가시겠죠 뭐 일단 살아있는 동안은 건강해야 되지 않겠어요 하하하"


"희택 형제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 하고는 정말 다른 사람인 거 같아요"


"겉으론 도대체 어떻길래요?"



그녀는 두 눈동자를 왼쪽으로 올리며 나를 처음 교회에서 봤던 날을 떠올린다.

그때의 입안에서 가시지 않은 술냄새를 풍기며 교회에 찾아든 나의 모습에 속으로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그 때 전 희택형제가 부랑자인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부랑자요? 그 정도였어요? 하하하”


“그날 슬리퍼에 모자도 푹 눌러쓰고 더 웃긴 건 티셔츠도 꺼꾸로 입고 왔었다니까요? 기억 안나요?”


“헐?! 정말 그랬어요?”


“정말이라니까요, 술 냄새가 예배당 안에 퍼져서 주변에 앉아 있던 교인들이 다른 곳으로 자리 옮기고 했던 거 기억 안나요? 그래도 다행히 조용히 앉아서 기도만 하고 나갔으니 망정이지, 아녔으면 아마 집사님들이 경찰에 신고 해서 끌어냈을 꺼예요”


“그날 숙취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기억이 잘··· 정말 부끄럽네요”


“그럴 줄 알았어요 하하하”


“근데 그날 왜 예배 끝나고 절 데리고 교회 식당으로 간거예요?”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그게 무슨 말이예요?”


“성경에 이런 말이 있어요”



우리는 지극히 큰 자를 우러러보고 곁에 두고 싶어 한다.

그것이 자신이 커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말하는 큰 자는 부와 명예를 가진 자들이다.

갖가지 자기 계발서라는 지칭하는 책 속에서 말한다.

그런 큰 자들 곁에 머물라고.

그러면 그 부와 명예가 자신에게 올 거라 말한다.

부와 명예의 낙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작은 자 곁으로 다가가는 자는 없다.

작고 더럽고 낮은 곳은 피해야 할 곳이다.

자신이 작고 더럽고 낮아질거라 생각한다.

작은 자는 높은 곳만 바라보며 쌓아 올리고

큰 자는 낮은 곳을 바라보며 비우고 또 비운다.

작은 자는 성공(成功)의 길을 걷고

큰 자는 성인(聖人)의 길을 걷는다.



“예수님은 항상 낮은 자들과 함께 하셨어요.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힘이 되어 주고 빛이 되어 주셨죠. 그 희택 형제가 제 눈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처럼 보였어요”


“··· 그랬군요, 사실 저도 제가 제 발로 교회 예배당을 찾아가게 될 줄은 몰랐어요.”


“···”


“그냥 누군가 내 말을 들어줬으면 했는데, 그럴 사람이 없더라구요”



힘들고 괴로울 때 누군가가 필요하다.

필요할 때마다 항상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필요할 때 마다 항상 곁에 있는 존재가 있다.

다만 그 존재를 믿고 믿지 않느냐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믿는 자들은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눈에 보이는 돈과 사람과 물질에 의존해 살아간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믿는 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 존재를 믿는 순간부터 그곳으로부터 무한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



“하나님은 희택 형제의 말을 항상 듣고 있어요”


“그럴까요?”


“그럼요”


“큰 일이네”


“예?! 왜요?”


“욕도 엄청 했는데··· 하하하”


“하하하”



에너지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하지만 인간은 낮은 곳에 흩어진 에너지를 억지로 끌어 모아 큰 에너지를 만들어내려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대표적인 것이 핵이 아니던가

핵융합과 핵분열은 모두 붙어있지 않으려는 그리고 떨어지지 않으려는 힘을 억지로 붙이고 떼어놓는 과정이다.

말 그대로 충돌과 분열의 과정 속에서 무서운 힘을 만들고 그것을 이용한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성공과 성인의 길은 정반대의 길이다.

성공은 힘을 모으고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며

성인은 힘을 나눠주고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꾸로 믿는다.

성공의 길이 세상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고 그것이 발전이고 번영이라 말한다.

성인의 길은 우둔하고 패배한 자들이 가는 길이라고

진정으로 큰 자는 세상이 아닌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자이다.



“그 날 에스더 목녀 아녔으면 다시 교회 오지 않았을꺼예요 아마도”



그 날 그녀가 이끌고 간 식당에서 먹었던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이 공허하고 쓰라린 나의 속과 마음을 달래 주었다.

별 것 아닌 밥 한끼지만 누군가에겐 그 순간이 영원도록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호화로운 레스토랑에서 먹는 산해진미가 더 맛있을진 모르지만

초라한 밥 한끼가 더 오래 기억될 수 있는 법이다.

음식은 맛으로 느끼지만 추억으로 기억된다.



“사실 그날 희택 형제 데리고 식당에 가면서도 좀 무섭고 걱정됐어요”


“왜요?”


“혹시 나쁜 사람은 아닐까 혹여 난동이라도 부리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때문에”



안에스더는 나의 무뚝뚝한 표정과 툭툭 던지는 듯한 말투에 차가운 사람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나는 유머스럽고 다정한 나의 다른 모습에 처음의 비호감이 호감으로 변했다. 남자친구인 요한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과 행동들이 많은 힘이 되었다고 한다.



"먼지는 잘 있어요?"


"음... 아뇨"


"왜 무슨 일 있어요?"


"근데 얼마 전 갑자기 밤에 창밖을 보며 밤새도록 어찌나 울어대는지... 그것 때문에 동네 사람들 민원 넣고 난리도 아녔어요. 그날 이후로 밥도 잘 안 먹고 갈수록 야위어 가고 있어요"


"예?! 정말요?"



그 날은 내가 베이징에서 띠아오챤을 만나고 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때였다.

먼지는 띠아오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나와 그렇게 헤어지고 난 후 띠아오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좋지 않은 예감이 머릿속을 휘감는다.



"우리 띠아오챤을 위해 기도해요"


"예..."


"하늘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자리에 없는 저희의 목원 띠아오챤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그녀가 어딘가에 무사히 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부디 그녀가 어디에 있든 항상 지켜주시고 보살펴주시옵소서..."


"아~~~ 악!"



순간 뒤통수에서 찌릿한 통증이 엄습한다.

한 손을 머리 뒤로 가져간다.

그리고 귓속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그 비명은 띠아오찬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는 귀를 찔러 뇌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양 손으로 귀를 틀어막아보지만 비명 소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왜 그래요? 희택 형제?"


"비명소리가!"


"예? 비명소리요?"


"안 들려요?"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예요?"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나에게만 들리는 것인가?

띠아오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는 마치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듯한 장면을 떠올린다.

잠시 뒤 비명이 그치고 통증이 사라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이마에 흘러내린 식은땀이 좀 전의 상황이 얼마나 리얼했는지 보여준다. 안 에스더는 손수건을 꺼내 나의 이마에 흥건히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아준다.



"희택 형제 괜찮아요?"


"예 고마워요. 내가 그때 띠아오챤을 구했어야 했는데... 흑흑"


"희택 형제 잘못이 아녜요"



그녀는 고개를 떨구고 침울해진 나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안는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만약 그 이별이 자신으로 인한 것이거나 자신의 도움이 미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라면 그 아픔은 뼛속 깊이 새겨져 트라우마로 평생을 따라가게 된다.

삶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은 늘어간다.

그 이별의 아픔들이 하나둘씩 쌓여갈수록 우리는 점점 마음의 문을 닫아간다.

그래서일까 어린 시절의 순수하고 소중했던 관계들은 좀처럼 다시 만날 수 없게 된다.

그건 서로가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문을 활짝 열고 세상에 태어나 문을 조금씩 닫으면서 죽음으로 향해가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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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화. 떠나야 할 때 (시즌2-79) 22.09.12 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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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156화. 선과 악을 오고 가다. (시즌2-75) 22.09.07 34 0 8쪽
155 155화. 어린 왕자와 같은 마음으로 (시즌 2-74) 22.09.06 36 0 9쪽
154 154화. 현재를 위해 과거를 덮다 (시즌2-73) 22.09.05 3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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