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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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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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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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DUMMY

“저 안에 뭔가 있습니다만!”

“저 안에 늪 주인이 있다랄까나. 그러니까 우리가 이렇게 조의를 표한다랄까나.”


여왕의 말에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채야. 그러나 여왕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한 듯, 모두의 앞으로 걸어가 늪 주인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저 안에 진짜 뭔가 있습니다만!”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치는 여왕 바로 그때,


[부스럭!]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 언저리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힘겹게 움직이는 소리. 현과장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꼬물꼬물 흔들리는 그 작은 움직임을 향했다.


-늪 주인이라능! 늪 주인이라능!!-


제자리에서 폴짝폴짝 뛰던 키토가, 헐레벌떡 달려갔다. 늪 주인의 사체를 깡충깡충 등반하는 키토. 그의 가볍고 힘찬 발걸음에서는 친구를 향한 미안함과 반가움이 가득 녹아있었다.


“키토님, 그렇게 뛰다가 다친다니까!”


현과장도 키토의 뒤를 따라 늪 주인의 사체로 발걸음을 향했다. 검게 탄 육신을 천천히 등반하는 현과장.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눈앞에는 가만히 멈춰선 키토가 보이기 시작했다. 검은 재속에 또렷하게 빛나는 황금색 눈망울. 그 눈망울이 향한 곳에는 작지만 힘찬 움직임이 보였다.


-늪 주인이라능! 도와달라능!-


키토의 눈동자가 현과장을 향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듯한 키토의 눈망울.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키토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현과장은 새까맣게 타버린 늪 주인의 신체를 조심스레 뒤지기 시작했다. 행여나 이 밑에서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가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하면서.

이윽고 그의 눈앞에 나타난 작고 힘찬 움직임의 정체. 그 모습을 본 현과장도 그리고 키토도 너무 놀라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끼잉... 끼잉...”


작은 울음소리와 함께, 앙증맞고 귀여운 날개를 파닥거리는 조그마한 생명체. 붉고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현과장의 얼굴을 향했다.


“와... 이게 무슨...”


현과장이 힘겹게 파닥이는 그 작은 생물을 품에 안았다. 늪 주인의 느낌이 살짝 남아있는 얼굴. 그러나 늪 주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작고 아담했다. 마치 지금 머리 위어 올라와 있는 키토처럼.


“늪 주인 맞냥?”


어흥선생이 현과장의 품에 안기 그 조그마한 친구를 바라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늪 주인과 확연히 다른 모습에 눈을 떼지 못 하는 어흥선생. 생전 처음 보는 생물의 등장에 지식인인 그도 적지 않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젠장! 드래곤이라고? 제정신이야? 늪 주인이 왜 드래곤으로 진화를 해?”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기쁨과 환희가 가득 찬 갓패치의 표정. 오래전부터 기대하고 고대해 온 것처럼, 그는 단번에 현과장의 곁으로 달려갔다.


“원더랜드에 용이 나타났다고? 제정신이야?! 이거 제정신이냐고?!!”


갓패치는 현과장으로부터 그를 낚아채 번쩍 들어올렸다.

두툼한 꼬리와 통통한 몸매. 오동통한 뒷발과 작고 앙증맞은 손. 그리고 어깨 위 파닥거리는 조그마한 날개. 그리고 약간 늪 주인 때의 형태가 닮은 그의 얼굴. 무엇보다 새하얀 피부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드디어 용이 원더랜드에 태어났다!”


갓패치는 그 작은 용을 들고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자,


“키토님, 키토님은 변신 안 해?”


나지막이 커토에게 말을 건 현과장. 그러자 키토의 표정이 사문 진지해졌다.

뭔가 엄청나게 힘을 쓰는 듯한 키토의 표정. 순간 키토의 황금빛 눈망울이 번뜩였다.


[뿌지직!]


이어서 현과장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무지갯빛 응가, 아니, 인고의 보약들. 향긋한 풀내음이 코끝에 스며들었다.


“아니야, 키토님. 키토님은 귀여우니까 변신 안 해도 돼.”


얼굴 가득한 인고의 보약을 쓸어내리며 살며시 웃는 현과장. 키토 역시 현과장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모두 봤어? 내가 용의 아빠라고! 용 아빠!”


갓패치가 자랑하듯 모두를 향해 울부짖었다. 그런데,


[콱!]


자신을 잡고 있는 갓패치의 손을 사정없이 물어버리는 작은 용. 그는 붉은 눈동자로 매섭게 갓패치를 놀려보더니, 이내 현과장을 향해 날개를 퍼덕였다.


“아니 지금 아빠에게 무슨 짓이야?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놓치지 않게 그를 꽉 붙잡으려 했지만, 만만치 않은 작은 용의 움직임. 퍼덕이는 날갯짓이 얼마나 활기찬지. 꽉 잡은 갓패치를 하늘 위로 끌고 올라가버리는 전생 늪 주인. 파닥이는 것이 용의 날개인지, 아니면 갓패치의 다리인지 모를 정도였다.


“아무래도 갓패치가 용아빠가 아닌 것 같다냥.”

“제정신이야? 내가 아빠야! 내가 구했다고!”


질질 끌려가면서도 절대 손을 놓지 않는 갓패치. 그러나 작은 용도 만만치 않았다. 갓패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있는 힘껏 발버둥치는 작은 몸짓. 둘의 얼굴에 양보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퍽!]


하늘을 가로질러 갓패치의 얼굴에 명중하는 보드랍고 푹신한 검은 토끼발. 다름 아닌 키토였다. 키토의 기습에 아무런 반격도 못 한 채 그대로 땅으로 떨어져버린 갓패치. 땅으로 떨어진 그를 바라보며, 키토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키토, 제정신이야? 왜 끼어들고 난리야?!”

[따악!!]!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갓패치의 이마에 적중하는 키토의 앞발. 오랜 시간 미드나잇 클럽 활동으로 단련된 그의 앞발은, 어흥선생의 스트레이트 펀지 못지않게 강력했다.


“매서운 펀치다냥! 멋있다냥!”


그런 키토의 앞발에 강한 인상을 받은 어흥선생. 하지만 정작 맞은 당사자는 그런 말이 안 나왔다.


“제정신이야?! 왜 때려?! 그리고 왜 이렇게 아픈데?!”


갓패치는 이마를 부여잡으며 데굴데굴 굴렀다. 창백한 그의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강력했던 키토의 앞발. 자지러지듯 좋아하는 갓패치의 모습에, 키토의 입꼬리가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지금이게 무슨 상황인 거야?”


갓퍄치가 당하는 귀한 상황임에도 전혀 즐길 수 없었던 현과장. 그 이유는 다름아닌 그의 머리 위에 있었다.

키토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엎드려 있는 전생 늪 주인. 그는 무척이나 편안한 모양인지 하품까지 하며 현과장의 머리를 만끽하고 있었다.


-앗! 거기 내 자리라능!-

-졸림. 나 졸림-


어느새 현과장 어깨 위로 올라와 그의 머리 위를 향해 힘껏 손을 뻗는 키토였지만, 늪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눈을 감았다.

그렇게 새로운 존재의 간택을 받게 된 현과장. 복잡 미묘한 감정이 그의 얼굴에 떠올랐다.


“이거 웃어야 돼? 아니면 울어야 돼?”


***


그렇게 원치 않은 두 존재와 함깨 집으로 돌아오게 된 현과장과 일행. 다행히도 한 존재는 붕어빵을 집어먹더니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내일도 모레도 올 겁니다만!”


이런 무시무시한 협박을 남긴 채.

이제 남은 문제는 바로 작은 용이 된 늪의 주인. 현과장의 머리 위에서 아직도 곤히 자고 있는 그 작은 존재였다.


“귀엽긴 귀엽다냥.”

“제정신이야? 귀엽긴 뭐가 귀여워? 저런 버르장 머리 없는 용대가리가!”


용이 태어났다고 동네방네 소리를 지를 때는 언제고, 이제 와 잔득 심술을 부리는 갓패치. 급기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차원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냥.”

“갓패치답다랄까나.”


이런 그의 모습이 그다지 낯설지 않은 듯,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채야와 어흥선생. 그것도 그럴 것이, 그들의 신경은 온통 현과장의 머리 위에 가 있었다.


[폴짝! 폴짝!]


이런 늪 주인을 향한 관심이 못내 못마땅한 모양인지, 인상을 찌푸린 키토. 그런 그의 모습이 고개를 잠깐 돌리는 어흥선생에게 띄었다.


“키토님도 당연히 귀엽다냥! 키토님은 폭신폭신한 귀여움이고, 늪 주인님은 매끈한 귀여움이다냥!”


그러나 어흥선생의 말에도 여전히 뚱한 표정을 유지하는 키토. 순간, 어흥선생은 현과장이 부러웠다. 아니 저 못난 아저씨의 어디가 그렇게 매력적인 것일까. 도대체 왜 이렇게 귀여운 주인님들이 오직 현과장만을 따르는 것일까. 평생 귀여움만을 찾아 헤맨 그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부러운 능력이었다.


“현과장! 너무 부럽다냥! 정말 너무 부럽다냥!”

“훗, 나란 존재, 마성의 존재.”


현과장이 허세 넘치는 모습을 보이려던 바로 그때, 갑자기 기지개를 펴는 늪 주인. 이내 늪 주인은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거실 위를 날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현과장의 머리 위로 올라탄 키토. 키토의 얼굴에 승리자의 미소가 감돌았다.


“한 분이 가시니까, 다른 한 분이 오시네.”

“부럽다냥! 정말 부럽다냥!”


어흥선생의 진심 가득한 절규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

전부다 제각각인 거실의 상황.

거실 위를 붕붕 날아다니는 늪 주인.

현과장의 머리 위를 쟁취해 기분이 좋은 키토.

그리고 두 무시무시한 주인의 집사가 되어서 진이 빠져나가고 있는 현과장과

그런 현과장이 너무나 부러운 어흥선생.

마지막으로 늪지대에서 가지고 온 역린과 비늘들을 정리하기에 바쁜 채야.

같은 장소에 왜 이렇게 여러 상황들이 펼쳐져 있는 건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질 지경이었다.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도, 얼굴에 전혀 그늘이 지지 않은 사람들. 그들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숨어있었다. 주변 그리고 주변인을 향한 작은 미소. 마치 그 미소가 그들 앞에 벌어진 지금의 상황을 대신 설명해 주는 듯 했다.

이렇게 모인 순간 자체가 행복이라고. 이것이 가족이라고.


***


한편, 차원문을 통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간 갓패치. 그는 이내 어두컴컴한 지하실로 걸음을 옮겼다. 어두운 조명 밑, 책상 앞에 앉아있는 한 남자. 지하실에 도착한 갓패치는 그를 바라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얼굴에 그늘진 그림자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께름칙하게 보이는 갓패치의 미소. 그 미소를 마주한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고야 말았다.


“저 갓패치 님, 다 적긴 적었습니다.”


남자는 갓패치를 향해 두툼한 종이를 내밀었다. 그러자,


“당신 전직 기자잖아! 글 솜씨가 이따위야?! 제정신이야?!”

남자를 향해 불같은 호통을 내치는 갓패치. 남자는 어쩔 줄 몰라하며 잔뜩 몸을 웅크렸다.


“아니,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죄, 죄송합니다.”


남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외쳤다. 그 모습에 가만히 인상을 찌푸리는 갓패치. 그는 남자에게로 다가가 살며시 그의 멱살을 잡았다.


“어흥선생이나 채야에게 잡혔으면 당신 그냥 죽었어. 그 친구들은 두 번째 기회 같은 건 안 준다고, 알아?”

“잘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잔뜩 겁에 질린 채로 연거푸 고개를 조아리는 남자, 땀과 눈물에 절여져 많이 지저분했지만, 확실했다. 그의 정체가 누구인지.


“꽉짜 선생, 그러니까 잘 하라고.”

“곽자입니다...”

“네가 나한테 꽉짜라면서? 나한테 거짓말 했던 거야?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곽자의 멱살을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그러자,


“아닙니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그대로 꼬리를 내려버리는 곽자. 그런 그의 모습에 흡족해 하며, 갓패치는 멱살을 놓고 한 뭉치의 종이를 내밀었다.


“500장. 하루에.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채워.”

“하루에 500장은 무리입니다! 500자도 힘들었습니다!”


곽자의 간곡한 부탁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지하실을 빠져 나오는 갓패치. 그는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면서, 곽자에게 들리게 큰소리로 외쳤다.


“제정신이야? 이번 기회에 사람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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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100. <공포 특집> 데빌 위딘 - 1 23.06.09 19 3 11쪽
99 99. 금쪽이 여왕 – 데빌 위딘의 전조 - 23.06.08 23 3 12쪽
98 98. 갓패치와 여왕 23.06.07 20 3 12쪽
97 97. 친구가 되어버린 안타고니스트 23.06.06 23 3 12쪽
96 96. 현과장의 저주 23.06.05 25 3 11쪽
95 95. 무력보다 무서운 건, 호떡? 23.06.04 24 3 11쪽
94 94.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2 23.06.03 24 3 11쪽
93 93. 신의 능력보다 디저트 - 1 23.06.02 23 3 11쪽
92 92. 특훈의 결과 23.06.01 25 3 12쪽
91 91. 특훈 - 3 +2 23.05.31 85 4 11쪽
90 90. 특훈 - 2 23.05.30 2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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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87. 숫자 예지몽 - 2 23.05.27 22 3 12쪽
86 86. 숫자 예지몽 - 1 23.05.26 23 3 11쪽
85 85. 이세계로 온 아저씨는 암살 탱커라고?! 23.05.25 25 3 11쪽
84 84. 새로운 모험 <새로운 힘> 23.05.24 24 3 12쪽
83 83.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3 23.05.23 23 3 12쪽
82 82.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2 23.05.22 22 3 11쪽
81 81. 새로운 모험 <현과장 습격사건> - 1 23.05.21 25 3 11쪽
80 80. 새로운 모험 23.05.20 28 3 12쪽
79 79. 그러니까, 이름을 뭐로 하자고요? 23.05.19 22 4 12쪽
78 78. 더욱 진해지는 예언 23.05.18 26 3 12쪽
» 77. 숲 주인 그리고 늪 주인 23.05.17 2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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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75. 아직 끝나지 않은 불행 - 6 23.05.15 2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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