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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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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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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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11. 전설의 댄서 - 3

DUMMY

“아니, 내 팀은 팀 오씨가 아니야. 그렇지? 키토님! 리코님?”


현과장의 목소리에, 스테이지 위에서 쏜살같이 달려온 리코와 키토. 두 귀염둥이의 눈빛이 살벌하게 주변을 훑었다. 게다가, 언제 달려 온 것인지 현과장의 뒤에 서 있는 거대한 하얀 한복의 남성, 바로 어흥선생. 단 네 사람이 내뿜는 눈빛만으로도 스테이지는 압도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폴짝]


현과장의 목소리에 곧바로 그의 머리 위로 올라오는 키토. 그는 마치 만세를 외치듯 양손을 들어올렸다.


“미드나잇 클럽이다냥!”

[파닥! 파닥! 파닥!]


어흥선생의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공중을 신나게 돌아다니는 리코.

그래, 미드나잇 클럽의 등장이었다.

귀여움과 강인함. 그리고 기술까지 완벽한 팀, 미드나잇 클럽. 생전 처음 듣는 팀명이었지만, 두려움에 떨기 충분했다. 멤버 구성 자체가 공포와 두려움 그 자체였으니까.

미드나잇 클럽의 등장에, 정확히는 어흥선생의 등장에 방청석의 사람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어흥선생이 댄스 경연에 등장하다니. 마을 최고의 인기남 어흥선생의 등장은 모두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특히나,


“아앗! 어흥 어르신!!”


무대 위에서 진행을 보고 있는 나마래의 마음을.

칫, 외모지상주의의 노예들 같으니라고! 아무리 어흥선생을 향해 환호와 박수를 보내도 주인공은 현과장이다. 늙고 주름진 꼰대 현과장이라고.


“그렇다냥! 현과장이 주인공이다냥!”


어흥선생은 방청객들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덕분에 잦아 든 환호의 함성과 박수소리. 분명 뜬금없는 그의 행동이었지만, 방청객들에게는 아무론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잘 생긴 어흥선생께서 하신 말씀이니까.


“갑자기 내가 주인공이라고 하면 좀 이상하지 않아?”

“괜찮다냥. 어차피 주인공은 현과장이다냥.”


나지막이 눈치를 주는 현과장에게 주눅이 들기는커녕, 도리어 당당하게 대답하는 어흥선생. 그의 목소리가 스테이지 위를, 나아가 스튜디오 안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러자,


“현과장! 현과장!”


갑작스레 응원을 보내는 스테이지 밖의 사람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응원을 받지 못했던 헌과장과 팀 오씨의 사람들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방청객들뿐만 아니라, 방송 인원들까지 현과장을 응원했다. 심지어 팀 오피의 인원들까지도.


“바, 반칙이잖아! 갑자기 이렇게 튀어 나오는 건!”


열광적인 반응에 당황한 것일까.

피클은 황급히 나마래에게 달려가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나마래는 언제나 그렇듯 어흥선생의 편. 어흥선생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인간의 억울함 따위에 신경을 써줄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여러분! 팀 미드나잇 클럽입니다!”


오히려 사람들에게 어흥선생의 팀, 아니 현과장의 팀을 소개한 나마래. 그녀가 편파적인 진행을 시작한 이상, 이제 피클에게 남은 선택지는 별로 없었다. 심판인단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는 수밖에.

피클은 망설이지 않고 스테이지 한 편에 앉아있는 심사인단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근처는커녕 주변에 도착하기도 전에 경비원들에게 저지되는 피클. 지난 오씨의 멤버들이 접근했을 때와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 되었다. 이런 장면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던 현과장. 그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아무래도 피클이 심사인단을 완전히 자신의 편으로는 만들지 못한 게 분명했다. 바로 그때,


“현과장, 집에 호떡 다 먹었다냥.”


슬그머니 곁으로 다가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어흥선생.

심각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던 현과장은, 갑작스러운 어흥선생의 말에 동공이 커지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호떡을? 그 많은 걸? 벌써?”

“여왕이 왔다냥. 갓패치도 왔다냥.”


아뿔싸. 현과장의 불찰이었다. 저주가 걸린 건 채야와 어흥선생만이 아니었는데. 그는 여왕과 갓패치의 존재를 전혀 생각지도 못 했던 모양이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미 집이 아수라장이다냥. 길면 30분, 짧으면 10분이다냥.”


초조함이 밀려왔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현과장의 쿠킹 교실이라도 열어서 호떡을 구울까. 그랬다간 행여나 방청객들이 호떡을 집어 먹기라도 한다면, 방송 인원이 한 입이라도 베어문다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게 자명한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현과장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단 하나였다. 그것은,


“심판인단 여러분, 단판 승부로 갑시다!”


빠르게 승부를 짓는 일. 여왕과 갓패치가 호떡의 허기에 못 이겨 이곳까지 쳐들어오기 전에.

그러나, 현과장의 제안에 심판인단은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시간이 없다냥. 단판으로 해라냥.”


인상을 쓰며 그들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그 위압적인 어흥선생의 눈빛에, 심판인단 전원은 현과장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억울함을 토로하는 피클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로.


“그럼 시간이 없는 관계로 빠르게 시작하겠습니다! 선공은 바로, 팀~ 오피!”


이윽고 스테이지를 메우기 시작하는 댄스 음악. 피클은 차오르는 억울함에 머리끝까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음악이 시작된 이상 춤을 춰야만 했다. 몰수 패를 당하기 싫으면.

그렇게 춤을 추기 시작한 팀 오피의 멤버들. 나름 열심히 췄지만, 이미 팀 안에서 동요가 일어난 이상 완벽하지는 않았다. 여기저기서 보이는 잔 실수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잔 실수일 뿐. 일반인이 보기에는 실수처럼 보이지도 않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실수가 많다냥!. 연습을 게을리 하지 마라냥!”


팀 오피의 차례가 끝나자마자 들여오는 따끔한 충고. 그들의 퍼포먼스가 못 마땅했던 모양인 것일까. 어흥선생은 곧바로 일갈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리를 곱게 듣고 넘길 피클이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나 자신의 우승에 똥을 뿌린 어흥선생이 좋게 보일 리 없었던 피클. 그는 그림자 속에 숨에 어흥선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거기 팀 리더! 할 말 있으면 나와서 직접 해라냥!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냥!”


그런 시선을 놓칠 꼰대, 아니 어흥선생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언제부터 어흥선생도 이렇게 꼰대가 된 거야? 남 인생에 오지랖이나 펼치고. 설마 현과장 때문인 거야? 현과장에게 꼰대가 물든 거야?


왜 대답이 없어? 어흥선생, 평소에는 그렇게 잘만 말하더니 이번엔 왜 대답이 없냐고?


“이제 우리 차례다냥!”


내 말은 사뿐히 무시한 채, 무대 가운데로 걸음을 옮긴 어흥선생. 키토와 리코도 함께 중앙으로 향했다. 이윽고 무대를 가득 채운 댄스 음악. 어흥선생은 천천히 리듬에 몸을 맡긴 채로 멋들어진 춤을 선보이려고 준비했다.

그런데 그 순간, 점점 잦아드는 음악소리.

어느새 스테이지 위에는 아무런 음악도 흐르지 않았다.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정적만이 쌓여나갔다.

마치 소리를 잃어버린 듯한 스테이지. 당혹감이 모두를 감쌌지만, 단 한 사람, 피클만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 이 상황은 바로 피클이 준비해 놓은 비장의 카드. 행여나 댄스 배틀에서 질 것을 염려한 그가, 미리 파 놓은 최후의 함정이었다.

하지만, 함정에 걸렸다고 해서 시합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 현과장은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잊지 마! 우리가 누구인지!”


고요함 위로 현과장의 목소리사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가 내린 결단은 의외로 간단했다. 세 명에게 자신이 누구인지 상기시켜 주면 되는 것뿐. 왜냐면, 미드나잇 클럽은,


“우린 무음악 댄스 동아리다냥!”


그래, 음악 자체가 필요 없는, 그 자체가 음악인 무음악 댄스 동아리니까.

어흥선생의 외침을 기점으로, 제일 처음 앞으로 나선 건 키토였다.

윤기 나는 검은 털과 유려한 그의 몸동작. 그 부드러운 몸짓은 한편의 클래식 같았고, 그 과감한 브레이킹 댄스는 심장을 울리는 락과 같았다. 그리고 키토가 현과장에게도 몇 번 보여주지 않았던 빙키(Binky)까지. 키토의 이런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강렬한 음악적 선율은 물론이고, 강렬한 귀여움까지 느끼게 하고야 말았다.

스테이지 안팎으로 엄청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이어지는 무대는 또 다른 귀염둥이 리코의 무대였으니까.

키토와 다르게, 파워 무브 보다 스타일 무브 중심의 동작을 보여주는 리코. 그의 동작 하나하나에서 애절한 발라드가 느껴지는 듯했다.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무대에 난입하는 키토. 이어지는 둘의 합동 공연은 보고 있는 모든 이에게 벅찬 감동은 물론, 들리지 말아야 할 음악적 선율을 눈으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모든 방청객의 입에서 같은 선율을 흘러 나왔다. 방청객 모두가 한 번도 들어 본적 없는 그 선율을.

그래, 진정한 춤사위는 음악에 맞추는 게 아니라, 음률이 느껴지는 동작. 아니, 음악 그 자체. 모두의 머릿속에 미드나잇 클럽의 존재가 강하게 각인되었다. 단 두 멤버의 아름다운 춤사위로 인해서.


마지막 두 귀염둥이의 동작은, 자리를 잡고 옆으로 툭 쓰러지는 버니 플롭.

가지런하고 군더더기 없는 이 동작에, 방청객뿐만 아니라, 팀 오씨 심지어 팀 오피의 멤버까지 가슴을 움켜쥐었다.

완벽한 심장 저격! 귀염뽀작한 이 동작에, 보는 이 중 몇 명은 심장을 부여잡은 채로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이 모습 너무나 해롭다! 심장에 너무나 해로워!

스튜디오는 그야말로 대 혼돈 상황. 판정할 필요도 없었다. 이미 분위기가 말해 주고 있었으니까.


“인정할 수 없어! 동물원 서커스 같은 동작으로 날 이기겠다고!”


언제나 그렇듯, 악인들은 마지막에 가서 꼭 한번 큰 몸부림을 친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찍어눌러도 이런 장면은 항상 나온다.

도대체 언제쯤 악당들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날이 올까.

눈치가 있다면, 몸부림을 칠 게 아니라, 빨리 도망을 가야지. 하여튼 악당들이란, 쯧쯧.


“늦었다냥. 포기해라냥.”


어흥선생이 시계를 보더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현과장과 키토, 그리고 리코는 어흥선생이 말한 ‘늦었다’의 의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피클은 아니었다보다. 이를 갈며 현과장과 어흥선생을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니.


“늦긴 뭐가 늦어! 하나도 안 늦었어!”


피클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다시금 시작된 음악. 이번엔 피클 혼자서 무대에 나와 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움직임. 바로 조금 전 본 키토와 리코의 동작을 따라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춤은 어디까지나 흉내 내기에 불과한 짝퉁 움직임. 진짜의 움직임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왜냐고? 피클은 귀엽지 않으니까.

글의 제일 위에 떡하니 말했잖아. 외모지상주의의 노예들이라고. 그래, 귀여우니까 이 경연에서 이긴 거라고. 귀여우니까.


“인정할 수 없어!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어떻게 얻은 승리인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방청객들을 향해 소리친 피클은 이내 고개를 돌려 현과장과 어흥선행을 바라보았다.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잔뜩 화가 나 있는 듯한 그의 얼굴. 그는 이내 자신의 불만을 구 사람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쳤다.


“어른들이 문제야! 어른들이! 우리의 것만 빼앗으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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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2 23.07.13 26 3 11쪽
133 133.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1 23.07.12 23 3 12쪽
132 132. 지하 도시 - 2 23.07.11 27 3 11쪽
131 131. 지하 도시 - 1 23.07.10 23 3 11쪽
130 130. 보물 찾기 - 4 23.07.09 24 3 12쪽
129 129. 보물 찾기 - 3 23.07.08 24 3 12쪽
128 128. 보물 찾기 - 2 23.07.07 27 3 12쪽
127 127. 보물 찾기 - 1 23.07.06 28 3 11쪽
126 126. 다시 켜진 「신의 방패」 23.07.05 28 3 11쪽
125 125. 변태 왕녀, 우유나 23.07.04 27 3 12쪽
124 124. 용자 침입 - 4 23.07.03 23 3 12쪽
123 123. 용자 침입 - 출격! 건달! 23.07.02 22 3 11쪽
122 122. 용자 침입 - 2 23.07.01 26 3 12쪽
121 121. 용자 침입 - 1 23.06.30 27 3 11쪽
120 120. 겨, 결혼이라고? - 2 23.06.29 29 3 12쪽
119 119. 겨, 결혼이라고? - 1 23.06.28 22 3 11쪽
118 118.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3 23.06.27 25 3 12쪽
117 117.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 2 23.06.26 22 3 12쪽
116 116. 용자나라(a.k.a. 강원랜드) -1 23.06.25 26 3 11쪽
115 115. 저주 그리고 축복 23.06.24 27 3 11쪽
114 114. 보이지 않는 손, 아니, 목소리. 23.06.23 29 3 11쪽
113 113. 천장 뚫고! 그랜절! 23.06.22 24 3 12쪽
112 112. 전설의 댄서 - 4 23.06.21 26 3 11쪽
» 111. 전설의 댄서 - 3 23.06.20 25 3 11쪽
110 110. 전설의 댄서 - 2 23.06.19 23 3 12쪽
109 109. 전설의 댄서 - 1 23.06.18 21 3 11쪽
108 108. 악당의 말로 23.06.17 20 3 12쪽
107 107. 대비책 - 2 23.06.16 26 3 12쪽
106 106. 대비책 - 1 23.06.15 24 3 12쪽
105 105. 역모가 코앞인데 이렇게 한가롭다고? 23.06.14 2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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