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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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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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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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DUMMY

“공자님! 세상에.”


이자벨라의 땡그란 눈이 더 확장됐다.

그도 그럴 것이


“어디 다친 곳은 없어요?”


지금 내 몸엔 트롤의 피가 흠뻑 쏟아진 상태.


끼익. 탁.


조이가 말없이 연구실을 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꾸리꾸리


트롤의 피에서 나는 악취가 내 몸을 덮고 있었다.


“이자벨라 넌 괜찮아?”


“저는 독을 다루는 사람이잖아요. 괜찮아요.”


응?

이거 독 아닌데?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예요?”


이자벨라가 탈리아를 보며 물었다.

그녀의 시선에는 어떤 뜻이 담겨있는 듯했는데


‘우리 애가 이 꼴이 될 때까지 너는 뭐 했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거 같았다.


“본인에게 물어봐.”


물론 그런 눈빛에 주눅들 탈리아가 아니었다.


“그건 됐고. 어서 꺼내 보거라. 내 몸을 구성할 육체.”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관심 없는 다리아.


쿵! 털썩. 털썩. 털썩.


탈리아가 트롤의 시체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다리아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꽃에서도 향기가 난다던 미녀 검사 다리아. 근데 그런 그녀의 육체를 트롤의 근육으로 만든다니 머리가 복잡한 모양.


“네 제자에 감사해. 일검에 죽였어. 덕분에 손상 없는 최상품 재료를 얻게 된 거니까.”


“1성에 도달했구나.”


다리아는 나의 성취에 기뻐하는 한편, 트롤의 근육을 볼 때마다 복잡해지는 심정을 숨길 순 없었다.


“탈리아. 내 몸 크기가 트롤만 해 지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냄새도 안 날 거고?”


“너 지금도 냄새 못 맡잖아. 죽은 년이 무슨.”


이야~

고인 드립을 이렇게 죽은 사람 앞에서 대놓고 친다고?


“사람들이 썩 좋지 못한 표정을 짓고 있잖아. ‘다리아는 검에서도 꽃향기가 난다.’라고 할 정도로 뭇 남성들이 원하던 나다. 절벽 위에 핀 꽃과 같은 존재였지. 그 꽃향기라는 것이 사실 검이 아니라 실제로 내 살에서···.”


착잡해졌던 다리아의 표정은 자기 자랑을 하며 서서히 자부심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 트롤 크기로 만들어버린다.”


그걸 가만히 지켜봐 줄 탈리아가 아니었다.


“완성은 언제쯤 되느냐? 1주일? 길어야 한 달?”


“6개월.”


“에?!?!?!”

“에?!?!?!”

“에?!?!?!”


역시 같이 지낸 시간이 있던 것일까? 나와 이자벨라, 다리아가 동시에 기함했다. 아니 근데 6개월이라니. 이곳에 그렇게 발이 잡힐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래. 기다려야지. 400년 넘게 기다렸는데 이 정도는 기다릴 수 있지.”


다리아의 표정이 금세 시무룩해졌다. 아 또 왜 그런 표정 지어. 사람 신경 쓰이게.


“스승님. 그거 아십니까? 스승님의 이름을 딴 기사 아카데미가 있습니다.”


역시 스승을 생각해주는 건 제자밖에 없다. 어휴~ 스승이 우울할 때 제자가 기운을 북돋아 줘야지. 안 그래?


“호~ 내 이름을 딴 아카데미?”


다리아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


“네. 검성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국립 기사 아카데미라고 합니다.”


“흥미롭구나! 지금 당장 가보자!”


어휴~

진짜 내가 검성을 키우는 건지 애를 키우는 건지.


“둘이 갔다 오세요. 저는 할 일이 있어서. 저녁에 봐요.”


“정말? 같이 안 가?”


“네.”


웬일이래?

같이 올 거라 생각했는데.

탈리아의 눈치를 보는 걸 보니 이자벨라에게도 다소 무리한 과제를 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탈리아. 진지하게 부탁 하나만 하마.”


“안 진지하게 부탁 안 해도 되는데.”


“얼굴. 얼굴만큼은 네가 기억하는 내 모습으로 부탁한다.”


“.... 알겠어. 나가봐.”


너무나도 비장한 표정으로 말하는 다리아의 표정에 이번에도 탈리아도 가벼운 마음으로 대답하진 않은 모습이었다.


***


라프도니아가 호그와티 같은 느낌이라면 다리아 아카데미는 투박하고 실용적인 콜로세움 느낌이었다.


“하압! 하압! 하압!”


건물 입구에서부터 기사를 지망하는 학생들의 우렁찬 기합 소리가 들렸다.


“어우. 뭔가 벌써부터 땀내 나는 것 같네.”


“좋구나. 특히 정문이.”


다리아가 정문에 세워진 현판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왕립 기사 아카데미

다 리 아.


정문에 도착하자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세상 달콤하게 낮잠을 자는 경비가 보였다.


똑똑똑.


아저씨.

일어나세요.

일하셔야죠.


“어! 츄릅. 어떻게 오셨습니까?”


화들짝 놀란 경비가 내 얼굴을 보고 표정이 금세 변했다. 거 관리자 아니라고 그렇게 표정 돌변하기 있수?


“입학 상담은 가운데 건물, 입학시험은 왼쪽 건물. 오른쪽 건물은 수업 중이니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탁.


무슨 AI 로봇이 말하는 줄 알았다.

녹음한 내용을 기계처럼 뱉은 경비가 창문을 닫고 다시 낮잠에 빠졌다.


“돈 쉽게 버네.”


“뭐?”


“귀도 좋아. 그건 또 듣네.”


중얼거리며 정문을 통과하자 투박하게 생긴 건물 3개가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몸을 틀었다. 건물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


“승자 케빈 도일!”


승자를 호명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련장인가 보구나.”


다리아의 말대로였다.

바닥이 대리석으로 된 시합장이 총 다섯 개였고 학생들은 목검을 든 채 1대1 대련 중이었다. 나와 다리아가 팔짱을 끼고 대련을 지켜보고 있자니 유독 눈에 띄는 학생 2명이 보였다.


“승자 케빈 도일!”


“승자 로이트 시드웰!”


“승자 케빈 도일!”


“승자 로이트 시드웰!”


“승자 케빈 도일!”


“승자 로이트 시드웰!”


내가 눈여겨본 두 학생이 파죽지세로 승리를 챙겼다. 그리고 결승에서 만난 둘.


“시작!”


“하압!”


“하압!”


딱!


검과 검이 부딪혔다.

로이트의 검술은 투박하지만 견실했고 케빈의 검술은 어디서 많이 본 검술이었다. 아니 많이 본 검술이 아니라 익숙한 검술이었다.


“절공검 제1식!”


내 생각을 맞았다는 걸 증명하듯 케빈이 발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다다다다다.


“어?”


말 그대로 우다다 달리기 시작했다.


“수평선 베기!”


심지어 이름이 틀렸다.


“그···. 절공검도 계승되면서 분파가 생겼습니까?”


내가 다리아를 바라봤는데

그녀는 트롤의 시체를 본 것보다 더 참담한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다.


딱!!!


케빈의 목검이 로이트의 목검을 쳐냈다. 보법이 다르긴 했지만 저건 확실히 절공검이긴 했다. 폭발적인 속도를 이용한 발도가 아닌 힘으로 밀어 넣은 발도술이었지만.


휙.


하필이면 로이트가 놓친 목검이 내 쪽으로 날아왔다.


탁.


반사적으로 목검을 잡았을 때


“승자! 케빈 도일!”


심판이 케빈의 손을 들어주었다.


“우오!!!”


케빈이 목검을 들며 포효했다.


“살아생전 제자를 두셨습니까?”


나는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에 다리아에게 재차 질문했다.


“몇몇 두긴 했지.”


“그럼 계승하는 과정에서 사용자에게 맞게 검술이 바뀐 거 아닐까요?”


“저건 가짜다.”


다리아가 고개를 강하게 내저었다.


“모든 검법의 시작이 보법이거늘. 저 추잡한 달리기는 뭐란 말이냐. 어휴 얼굴이 화끈해져서 못 보겠구나.”


“발도 자세는 그럴듯했는데요?”


“왕국에 절공검에 묘리를 기록한 서적이 있다. 그 책을 보고 배운 검술이겠지. 거기엔 보법에 대한 설명이 없었으니까.”


“방금은 제자들이 몇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도중에 훈련을 못 버티고 도망쳤다.”


뭐야?

사람을 얼마나 굴렸기에?

나는 문득 내가 그 괴물 같은 훈련량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한 건지 400년이란 시간이 그녀를 조금 온순하게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내가 케빈을 보며 다리아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카일님! 이곳까지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검은 머리 조교가 나를 보며 반갑게 다가왔다. 누구지?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아!”


“기억나셨습니까? 테일러 자작가의 장남 랜스 테일러입니다. 안 그래도 찾아뵈려 했는데 이렇게 직접 찾아오시다니.”


“그냥 구경만 하러 온 겁니다. 그때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런 상황이면 제가 아닌 그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랜스 테일러가 나를 향해 달려오자 학생들도 하나둘씩 몰려오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웅성웅성.


“모두 주목! 우리 아카데미에 귀한 분이 오셨다! 이분으로 말할 것 같으면 고블린 로드를 참수하고 오우거를 토벌했으며 산적왕 칼파도스와 마적단 광마를 처치한 영웅이자 내 동생 스티븐 테일러를 구해준 보리의 수호자 카일 자르온 님이다!”


어?

미사여구가 너무 길었다.

다 내가 한 일이 맞긴 한데 너 그거 어떻게 다 알고 있니? 랜스의 소개와 동시에 멀리 떨어져 있던 학생들까지 달려와 내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말 고블린 로드를 처치했습니까?”


어떤 이들은 나의 행적이 사실인지 물었고


“같이 다니는 독녀는 어디 있습니까?”


누군가는 이자벨라의 행방을 물었으며


“보리의 수호자를 상대로 제 검이 통하는지 시험하고 싶습니다. 상대해주시죠.”


누군가는 예의를 차린 듯 차리지 않은 듯 건방지게 도전했다. 그리고 도전한 사람은


“케빈 도일이라고 합니다.”


지금 보니 녀석의 오른쪽 팔에 붕대가 감겨 있었는데 자신의 힘을 과신해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트롤을 맞닥뜨린 게 이 녀석은 아닌가 생각하게 됐다.


“몇 살이지?”


“올해 15살입니다.”


아. 중2병이구나.

그래. 그럼 그럴 수 있지.


“오늘은 내가 트롤을 잡고 와서 조금 피곤한데 나중에 하면 안 될까?”


“혹 제 검술을 보고 겁먹으셨습니까?”


이런 애들은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

그냥 빨리 대련을 끝내는 게 최선이다.


“하···. 알겠다. 올라와라.”


***


“그거 아십니까? 제 검술은 검 하나로 대륙을 발아래 둔 검성 다리아 카르밀이 사용하던 검술입니다.”


“이야~ 진짜?”


카일은 속으로 터져 나오는 웃음을 꾹꾹 참으며 케빈의 말을 경청했다.


“절공검으로 말할 것 같으면 수준이 일성일 때 상대는 목이 베인지 모르고 절명하며

이성이 됐을 때 오러가 찢어지며 삼성이 됐을 때 검이 지나간 자리에 일순 공간이 찢어집니다”


‘알아. 다 알아.’


“절공검이 일성에만 도달해도 오러 없이 오우거의 두꺼운 가죽을···.”


“승부는 어떻게?”


카일은 이미 다 아는 내용이 지겨워 케빈의 말을 도중에 잘랐다.


“제 검이 한 번이라도 선배님의 몸에 닿으면 저의 승리. 제가 목검을 놓치면 선배님의 승리. 어떻습니까?”


“그렇게 해.”


“얘야. 지는 순간 넌 나한테 죽는다.”


시합 시작 전, 다리아가 카일에게 살벌한 경고를 날렸다.


“대련 시작!”


랜스가 대련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케빈이 발도 자세를 취했다.


“절공검 제1식!”


케빈이 전방으로 빠르게 달려가려는 순간


휙.


카일이 보법으로 케빈의 우측으로 돌아


퍽!!!


검을 쥐고 있던 그의 오른손을 강하게 내려쳤다.


“악!”


검을 놓친 케빈.


“승자 카일 자르온!”


5초도 안 돼 끝난 경기.


“실전에서 기술 이름 떠들지 마라. 죽여야 할 상태한테 나 기술 쓴다! 광고하는 것도 아니고.”


카일이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빨리 빠져나가야지.’


카일은 잠시 뒤 벌어질 상황을 피하고자 빠르게 몸을 돌렸지만


사 삭.


그의 앞을 가로막는 학생들의 속도가 더 빨랐다.


‘이것이 헬리온의 교육열이란 말인가?’


“선배님! 방금 사용하신 검법 이름이 뭡니까?”


“저도 대련 한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선배님!”


“선배님!”


카일이 랜스에게 도움의 눈길을 청했다.

하지만


절레절레.


랜스도 은근히 카일의 검술을 지켜보고 싶다는 듯 학생들을 통제하지 않았다.


“모두 그만!!”


이때 카일을 구해줄 구원자가 나타났다.


“난 케빈 도일의 형 마르코 도일이다. 이대로 널 보내면 검성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짓! 다음은 내가 상대하겠다.”


아니 구원자인 줄 알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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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파르테온 (3) 23.06.11 282 3 11쪽
60 파르테온 (2) 23.06.10 294 3 12쪽
59 파르테온 (1) 23.06.09 291 3 13쪽
58 누나! 진짜 이럴 거야? (4) 23.06.08 297 3 13쪽
57 누나! 진짜 이럴 거야? (3) 23.06.07 284 3 12쪽
56 누나! 진짜 이럴 거야? (2) 23.06.06 289 3 11쪽
55 누나! 진짜 이럴 거야? (1) 23.06.05 297 3 11쪽
54 엘프의 숲 (4) 23.06.04 300 3 12쪽
53 엘프의 숲 (3) 23.06.03 291 3 12쪽
52 엘프의 숲 (2) 23.06.02 285 3 13쪽
51 엘프의 숲 (1) 23.06.01 311 3 13쪽
50 검성 다리아 카르밀 23.05.31 297 3 12쪽
49 포이즌 슬레이어 (4) 23.05.30 287 3 13쪽
48 포이즌 슬레이어 (3) 23.05.29 298 3 12쪽
47 포이즌 슬레이어 (2) 23.05.28 303 4 12쪽
46 포이즌 슬레이어 (1) 23.05.27 302 3 12쪽
45 북부 원정 (4) 23.05.26 301 4 11쪽
44 북부 원정 (3) 23.05.25 297 3 12쪽
43 북부 원정 (2) 23.05.24 304 3 12쪽
42 북부 원정 (1) 23.05.23 312 3 13쪽
41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4) 23.05.22 308 2 11쪽
40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3) 23.05.21 313 2 11쪽
»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23.05.20 319 3 12쪽
38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1) 23.05.19 327 3 12쪽
37 서클 확장 (3) 23.05.18 333 3 12쪽
36 서클 확장 (2) 23.05.18 330 3 12쪽
35 서클 확장 (1) 23.05.17 342 4 12쪽
34 무교입니다만 (5) 23.05.16 3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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