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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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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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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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교입니다만 (5)

DUMMY

“저기. 이렇게 느긋하게 가도 되겠습니까?”


베인은 카일이지만 카일이 아닌 존재를 둘러업고 순례자가 향한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


“......”


베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지금 본인과 카일 둘이 합공한다 해도 순례자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오는 거대한 기운을 느꼈다. 둘 중 하나겠지. 적이면 몰살이고 아군이면 다 살 것이다.”


걸어볼 것이라곤 그녀가 말한 거대한 기운뿐.


***


순례자는 쉽사리 발을 뗄 수 없었다.

뿜어져 나오는 투기가 자신을 옥죈다.

타르칸은 그저 검을 겨누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순례자는 쉽사리 들어갈 수 없었다.

빈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


“그대냐고 물었다. 겁도 없이 내 영지에서 이런 일을 꾸민 게?”


“저는 그저 수행만 하는 존재.”


“몸통은 아니나 가담하긴 했구나.”


척.


순례자는 대답 대신 방어 자세를 취했다.


“죽지 말게.”


파앗.


타르칸이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했다.

그리고


타앗.


!!!!!!!


순례자가 일순 움직임을 놓쳤다.


“뒤다.”


이것은 농락인가?

아니면 배려인가?


쾅!


순례자가 가까스로 공격을 방어했다.

하지만


쾅!


나무에 처박히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녹스의 단원인가?”


쿨럭.

순례자는 대답 대신 입에서 피를 왈칵 쏟아냈다.


“스티븐을 노리는 이유는?”


그럼에도 타르칸은 계속 질문했고


“스티븐을 죽였을 때 너한테 오는 이득은?”


쾅! 쾅! 쾅! 쾅!


순례자는 방어하기에 급급했다.


“스티븐이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괜찮았든 건가?”


검을 휘두르며 너무나 평온하게 질문하는 타르칸. 심지어 그는 검으로도 질문하고 있었다. 검로 하나하나가 생사를 가르는 질문이었다. 한 번이라도 질문에 대한 답을 틀리는 순간, 순례자의 목은 떨어질 터였다. 그렇게 5분여간의 공방전이 끝났을 때


“헉... 헉.... 헉···.”


호흡을 거칠게 뱉는 순례자.


“아직도 말할 생각이 없나?”


그와 달리 타르칸은 호흡 한 점 흐트러지지 않았다.


척.


순례자가 대답할 마음이 없다는 듯 곡도를 고쳐 잡았다.


“죽이진 않겠네.”


‘나인데일류 제3형.’


말을 마친 타르칸이 검을 고쳐잡았다. 단지 검을 고쳐잡은 것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눌린다. 순례자도 곡도를 역수로 잡은 뒤 X자로 교차시켰다.


“다만 팔을 내놔야 할걸세.”


타르칸의 말에 순례자의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하지만 도망치기엔 이미 늦었다.


‘참수!’


평범한 속도로 내려치는 일격. 타르칸과 순례자 사이의 거리를 오러 블레이드가 메운다.


파앗.


순례자도 끌어모을 순 있는 모든 마나를 끌어모아 방어한다. 하지만


쾅!!!


압도적인 힘의 차이.


쾅! 쾅! 쾅! 우지끈.


타르칸의 검을 정면으로 받은 순례자는 나무 4개를 부러트리고 나서야 날아가는 몸을 멈출 수 있었다.


“진심으로 팔을 자르려 했거늘 훌륭하다.”


타르칸이 사뿐사뿐 걸어온다.

분명히 몇 걸음 안 걸은 거 같은데 순식간에 순례자 곁으로 도달하는 타르칸.


“자세한 얘기는 고문실에서 듣지.”


타르칸이 순례자를 둘러업으려는 순간


‘여기까지. 작전은 실패다.’


하늘에서 검은 구체 하나가 빠르게 떨어졌다.


콰아아아앙!


오러 블레이드로 쳐냈음에도 일직선으로 길게 밀려나는 타르칸. 타르칸이 상공으로 시선을 돌린 순간, 바닥에서 생긴 검은 원이 순례자를 흡수했다.


“......”


검은 구체가 날아온 방향을 지그시 주시하던 타르칸이 검을 검집에 꽂고 몸을 돌렸다.


“괜찮으냐?”


타르칸의 압도적인 무위에 벙찐 상태가 된 스티븐과 릴리.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작님.”


스티븐이 먼저 고개 숙여 인사했으며


“노아 가문의 장녀. 릴리 노아입니다. 타르칸 나인데일 백작님께 감사 인사 올립니다.”


릴리가 예법을 다해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까딱.


그와 달리 고개만 까딱하는 릴리.

타르칸의 무위를 보고도 전혀 기세에 눌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엘프를 보게되다니. 만나서 영광입니다.”


“인간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 같은데 구해줘서 감사해요.”


그리고 얼마 뒤, 베인이 카일을 부축한 채 합류했다.


“......”


“......”


다리아와 타르칸이 알 수 없는 묘한 시선을 교환했다.


“아. 그대가 카일의 외조부 타르칸이겠구나.”


“역시 다른 존재였구려.”


강자는 강자를 알아보는 것일까?

타르칸이 카일의 몸에 빙의한 다리아의 존재를 단번에 눈치챘다.


“신기한 사술이다.”


“고도의 마법이지.”


“카일이 고도의 마법을 익힐 수준은 아니었을 텐데? 아비도 마찬가지고.”


“초대 자르온이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살 떨리는 공방.

두 사람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묘한 기운에 다른 이들이 쉽게 개입할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다리아의 공격이 들어갔다.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해 시선을 돌리고 공작가의 정치 싸움에 뛰어든 것이냐?”


“......”


다리아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 타르칸. 같은 소드 마스터라 해도 그 경지를 넘어서려는 자와 정체된 자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다. 다리아는 이미 그 경지를 넘어본 자이기에 타르칸에 저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막혀있는 벽을 넘고 싶으냐?”


“......”


타르칸의 얼굴에 고민의 기색이 역력하게 드러났다.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구려.”


“난 알고 있지.”


“증명해보라.”


“우선···.”


그 순간 카일의 몸이 움찔거렸다.

그와 동시에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강자의 기세가 순식간에 누그러들었다.


“그렇게 은근슬쩍 날로 먹으려고 하시면 안 되죠.”


“돌아온 거야?”


카일이 베인을 보며 물었다.

하지만 카일은 베인의 질문에 답할 정신도 없이 타르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랑 같이 갈 곳이 있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딸이 영지전에 참여하는데 아무 걱정도 안 되나 봅니다?”


“......”


***


국경과 국경이 맞닿은 중립지역.

자르온가와 테일러가의 깃발을 등에 멘 기사들이 일렬로 도열해있었다. 잠시 후, 윌리엄 테일러 자작의 대리인이 들판의 중앙으로 나왔다.


“먼저 자르온 공작가는 영지민의 안위를 생각해 중립지역에서 영지전을 치르게 허락한 윌리엄 테일러 자작의 드넓은 아량을 감사하라.”


테일러가의 도발로 시작된 선전포고.

아들레인이 이를 뿌득 갈았다.

1주일이 지나도 카일은 나타나지 않았다.

카일의 평판이 바닥으로 떨어진 효과가 있긴 했으나 영지전에서 벌어질 기사들의 희생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는 아니었다.


“.... 이상이며 심판관은 나인데일 백작의 가신 비스코 자작이 맡을 것이다. 개전 시작 신호는 자르온 공작가에 양보하겠다.”


말을 마친 대리인이 말머리를 돌려 자작의 군세 너머로 사라졌다.


“공비. 결국 끝까지 시치미를 뗄 셈인가?”


윌리엄 테일러는 확신했다.

카일은 공비 쪽 라인이다.

대련 날 스티븐이 개처럼 두들겨 맞을 때 나서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고 지금 이렇게 영지전을 불사하는 것 또한 그 이유였다.


“아버님. 괜찮겠습니까?”


테일러 가의 장남 랜스 테일러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버지를 바라봤다.


“저들 중 자르온가의 기사가 몇이나 될 것 같으냐?”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겁니까?”


“정략결혼이 실패한 순간, 우리는 어차피 버려질 패였다. 눈치 보며 빌빌거리느니 발톱을 드러내는 게 낫다. 그리고 우리에겐 확실한 명분이 있지 않느냐?”


“스티븐을 정말 카일이 납치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들이 기사를 끌고 온 것이 곧 증거다. 나가자.”


군용 천막을 벗어나자 언덕 위에 일렬로 도열한 공작가의 기사들이 보였다


“와라.”


윌리엄은 기사들 너머 공비에게 말하듯 나지막이 말을 뱉었다.


“개전 신호를 부탁할게요.”


개전의 나팔을 건네받는 길버트.


‘공자님.’


길버트는 믿고 있었다.

카일은 도망친 게 아니다.

단지 범인을 찾는 게 늦어졌을 뿐.

그만큼 어려운 일에 휘말린 것이다.


“전군! 무기 들어!”


착!


공작가의 기사들이 무기를 앞으로 겨눈다.


착!


이에 반응하듯 자작가의 기사들도 무기를 앞으로 겨눈다.


“후우.... 후웁.”


나팔을 입에 가져다 대는 순간까지 길버트는 기대했다. 지금 당장이라도 카일이 나타나 이 전쟁을 종식 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


“뿌우우우우우!!!!!!!”


개전을 알리는 나팔 소리.


“자르온 공작가에 영광을!!!”


길버트가 달려 나갔다.


“염치를 모르는 저들에게 응징을!!!!”


자작가의 기사단장도 말의 옆구리를 후려 차며 돌진했다.


두두두두두두!


들판에 거센 모래폭풍이 인다.


꽉.


지휘관 막사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아들레인이 주먹을 꽉 쥐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아니 돌이킬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쾅!!!!


그 순간, 양쪽 군대 사이로 거대한 골렘 한 기가 나타났다.


“모두 멈춰라!”


그리고 들려오는 타르칸의 외침.


히이이이잉.


양쪽 기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진군을 멈췄다. 그만큼 타르칸의 외침엔 거절할 수 없는 어떤 힘이 깃들어있었다.


척.


모래 먼지가 가라앉은 뒤 카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


흥분한 윌리엄 테일러 자작이 말을 몰고 선두로 나왔다.


“카일!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윌리엄을 마나를 실어 카일을 질책하듯 불렀다.

한편


꿀꺽.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레인이 마른침을 삼켰다.


‘찾은 것인가?’


“내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카일을 말을 하며 윌리엄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나의 무고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말을 마친 뒤 카일이 조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활짝.


골렘이 웅크리고 있던 손을 활짝 펴자


“아버지.”


스티븐이 나타났다.


“공자님!”


길버트가 카일을 보며 기뻐했다.

결국 그가 해낸 것이다.

하지만


“자작님. 아직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만약 카일 공자가 납치하고 있다 일이 커지기 전에 급하게 수습하러 달려온 것이면 이 또한 그림이 됩니다.”


기사 단장이 윌리엄의 옆으로 다가오며 소리쳤다.


“진짜야?”


그런 기사 단장의 의견을 묵살하듯 스티븐을 바라보는 카일.


“내가 진짜 널 납치한 거냐고. 대답해봐.”


전장에 있던 모든 시선이 스티븐에게 쏠렸다.


꿀꺽.


스티븐이 침을 삼키며 골렘에서 내렸다. 그리고 윌리엄 테일러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였다.


“이 모든 것은 저의 욕심에서 벌어진 일. 카일 공자에겐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도리어 위험에 빠진 저를 구해줬습니다.”


윌리엄 테일러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만 뻐끔거렸다. 거기에


“말 그대로입니다. 저는 이번 스티븐 테일러 납치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도리어 그를 구해줬지.”


카일이 마무리하고


“저 발언을 나 타르칸 나인데일이 백작의 명예를 걸고 보증한다.”


타르칸이 쐐기를 박으며 영지전은 유혈사태가 일어나지 않은 채 종료될 수 있었다.


***


영지전을 수습한 직후,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이자벨라.”


“몸은 괜찮으세요?”


“아니.”


“진짜 내가 못 살아!”


3일이 지나고 나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이자벨라는 눈물을 훔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다리아는 팔짱을 낀 채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어떠냐?”


여러 의미가 담긴 질문.


“하아···.”


나도 모르게 속에서 천불이 올라왔다.


“이번에도 스승님이 살려주신 건가요?”


“꼭 그렇다고만은 할 수 없지.”


아무리 내 성장이 빠르다고 한들 대륙에 나를 앞서는 강자는 무수히 많았다. 그에 비해 난 너무나 부족했다. 1년 뒤,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던 그 여인보다 더 강력한 마물들이 공작성을 습격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난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스승님. 라프타로 가요.”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다리아에게 의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랬기 때문에 상대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몸을 던졌던 거다. 더 강해져야 했다.


“일단 서클부터 개방해야겠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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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파르테온 (4) 23.06.12 284 3 14쪽
61 파르테온 (3) 23.06.11 282 3 11쪽
60 파르테온 (2) 23.06.10 294 3 12쪽
59 파르테온 (1) 23.06.09 291 3 13쪽
58 누나! 진짜 이럴 거야? (4) 23.06.08 296 3 13쪽
57 누나! 진짜 이럴 거야? (3) 23.06.07 284 3 12쪽
56 누나! 진짜 이럴 거야? (2) 23.06.06 289 3 11쪽
55 누나! 진짜 이럴 거야? (1) 23.06.05 296 3 11쪽
54 엘프의 숲 (4) 23.06.04 299 3 12쪽
53 엘프의 숲 (3) 23.06.03 291 3 12쪽
52 엘프의 숲 (2) 23.06.02 285 3 13쪽
51 엘프의 숲 (1) 23.06.01 311 3 13쪽
50 검성 다리아 카르밀 23.05.31 296 3 12쪽
49 포이즌 슬레이어 (4) 23.05.30 287 3 13쪽
48 포이즌 슬레이어 (3) 23.05.29 298 3 12쪽
47 포이즌 슬레이어 (2) 23.05.28 303 4 12쪽
46 포이즌 슬레이어 (1) 23.05.27 302 3 12쪽
45 북부 원정 (4) 23.05.26 301 4 11쪽
44 북부 원정 (3) 23.05.25 297 3 12쪽
43 북부 원정 (2) 23.05.24 304 3 12쪽
42 북부 원정 (1) 23.05.23 311 3 13쪽
41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4) 23.05.22 308 2 11쪽
40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3) 23.05.21 313 2 11쪽
39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23.05.20 318 3 12쪽
38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1) 23.05.19 327 3 12쪽
37 서클 확장 (3) 23.05.18 333 3 12쪽
36 서클 확장 (2) 23.05.18 330 3 12쪽
35 서클 확장 (1) 23.05.17 342 4 12쪽
» 무교입니다만 (5) 23.05.16 3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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