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 걸린 공자로 환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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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암(富馣)
작품등록일 :
2023.04.22 14:23
최근연재일 :
2023.08.1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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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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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성 다리아 카르밀

DUMMY

“공자님!”


눈을 뜨자 이자벨라가 보였다.


턱.


내 손길이 이자벨라의 볼에 닿았다.

따듯했다.


텁.


이자벨라가 내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마찬가지로 따듯했다.


“죽은 거야?”


“끝난 거죠.”


“안 좋게?”


“둘 다 살았으니 ‘좋게’라고 볼 수 있죠.”


“다행이네.”


그제야 몸을 일으켜 주변을 바라봤다.

북부의 삭풍이 부는 지하공동 치곤 지나치게 따듯했다.


“여기는?”


“흑성 안이지.”


고개를 돌리자 ‘좋을 때다’ 싶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변경백의 모습이 보였다. 아니 진짜 어르신들은 왜 우리만 보면 좋을 때라고 하는지.



“일주일간 누워있었네.”


“오래도 잤네요.”


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자.


척.


변경백이 갑자기 갑옷을 입은 상태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왜 이러세요? 부담스럽게.”


“먼저 흑성의 몰락을 막은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올리겠네. 그리고”


변경백이 일어나며 나와 이자벨라를 바라봤다.


“포이즌 슬레이어의 탄생을 축하하네.”


“드래곤 슬레이어면 드래곤 슬레이어지 왜 포이즌 슬레이어입니까?”


내가 이해하지 못한 표정으로 변경백을 바라봤다.


“드래곤은 이미 죽어있었으니 드래곤 슬레이어는 아니지. 그래서 내가 생각했네. 폭주하는 녀석의 독을 제압했으니 포이즌 슬레이어가 어울리지 않겠나?”


뭐 듣고 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았다.

차라리 어디에도 없는 이명이라 희소성도 있고.


“그 이명이면 북부에서 대접받을 수 있습니까?”


“북부에선 대접받고 어디 가서 무시당하진 않겠지.”


내가 이자벨라를 보며 말했다.


“잘됐네. 이자벨라.”


“네? 저만요? 우리가 같이 한 일이잖아요.”


“난 그냥 수저만 든 거고 상은 이자벨라가 다 차렸지. 독녀라는 이명보다 포이즌 슬레이어가 낫지 않겠어?”


“그건 그렇지만.”


“받아. 네 이명이야.”


그렇게 이자벨라는 포이즌 슬레이어가 됐다.


“자 그러면.”


아직 정산할 게 남아있었다.

변경백이 이명을 내려준 건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다 온 현대인.


“변경백님. 저한테 빚지신 겁니다.”


계산은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흐지부지된다.


“허허. 이 늙은이한테 뭘 뜯어내려고 말해보게.”


변경백은 그런 내가 밉지 않다는 듯 흔쾌히 빚을 짊어졌다.


“빚은 자고로 필요할 때 갚는 게 제일 아니겠습니까?”


“그래. 나 윌든 로이스의 명예를 걸고 자네가 원할 때 꼭 필요한 도움을 주겠네.”


“그거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그 후 우리는 1주일간 흑성에서 더 정양했다. 오크와 드래곤의 공습을 막은 후 많은 일이 있었다.

왕국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귀족들에게 서신을 보내 대규모 병력을 흑성에 집결시켰다. 솜씨 좋은 목수와 건축가를 보내 흑성의 보수를 지시한 것도 포함해서.


“허허. 이 늙은이를 언제까지 부려 먹으시려고.”


변경백은 재건 사업의 총책임자를 맡았는데 말로는 죽겠다 하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아 보였다.


“몸은 어떠세요?”


“그게 말로 설명하기가 참···.”


내 몸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먼저 오른쪽 가슴과 배꼽 아래 있던 마나 하트의 성질이 변했다. 드라고니우스의 마나를 억지로 욱여넣다 보니 자연스럽게 독기를 품은 모양. 게다가


“고리는요?


“박살 났어.”


“어떡해.”


이자벨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근데 다른 마나 하트가 형성됐어.”


“네?”


-비로소 죽음을 맞게 해준 너에게 작은 선물을 주마.


드라고니우스가 남기고 간 뜻밖의 선물이랄까?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어. 탈리아님한테 설명을 듣는 게 가장 빠르지 않을까?”


***


딱. 딱. 딱. 딱. 딱.


연구실 안, 탈리아가 손가락으로 연신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것 좀 그만해라. 정신 사나워 죽겠다.”


다리아가 탈리아를 질책했지만


“누가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정작 다리아가 담겨있는 지팡이도 연신 책상 위에서 달그락거리고 있었다. 이 둘은 2주간 천국과 지옥을 몇 번이나 오갔다.


“북부에 드래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둘이 무사하기를 빌었고


“카일 공자님과 이자벨라가 마나 하트의 폭주를 막으려다 그만.”


둘이 독에 삼켜졌다는 얘길 들었을 땐 주저앉아 버렸다.

탈리아는 지금 당장 왕궁으로 쳐들어가 네스뵈의 미간에 화살을 꽂아버리겠다 날뛰었다.


“진정해라. 체험학습이 아니다. 전쟁터에 간 거지. 놈들도 그 정도는 각오했을 거다.”


말과 달리 눈물을 억지로 참는 다리아의 모습에 탈리아도 가슴 속 분노를 겨우겨우 억눌렀다.


“너는 거기서 뭐 했어? 이자벨라는 학생 아니라 이거야? 그 어린 소녀를 스컬 드래곤 앞에 던져놔!”


그렇게 풀리지 않는 분노는 페름에게 향했다.

그리고 1주일 후


“살아있습니다! 두 분 다 살아있습니다!”


흑성에서 복귀한 다리아 아카데미의 랜스가 둘의 생존 소식을 알렸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후.


끼익.


한때는 돌아오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카일과 이자벨라가 탈리아의 연구실 문을 열었다.


“저희 왔어요.”


“왔니?”


탈리아는 요사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태연하고 새침하게 둘을 맞이했다.


“무사했다니 다행이구나.”


그건 다리아도 마찬가지.


“근데 두 사람.”


탈리아가 카일과 다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너무 많이 변한 거 아니야?”


***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뒤, 탈리아가 내 등에 손을 올린 뒤 마나를 불어 넣었다.

“몸에 큰 이상은 없구나. 혈맥도 더 탄탄해진 거 같고. 마나 하트는···.”


내 몸을 탐색하던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드래곤 잡고 레벨업 했습니다.”


“독을 흡수했단 얘긴 들었는데. 마나 하트의 성질이 변했구나. 게다가 심장에 이건 뭐냐? 있어야 할 서클은 사라지고 용언이 새겨진 마나 하트가 생기다니.”


“아? 그게 용언이었어요?”


용언이 주는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다리아가 만들어준 마나 하트보다 훨씬 크고 탄력적인 마나 하트가 생겼다. 마나를 바다만큼 쌓아도 넘치지 않을 만큼 거대한 마나 하트. 게다가


“검에 오러 좀 입혀봐. 빨리”


탈리아가 새로운 연구 소재를 발견한 학자의 눈빛으로 나를 채근했다.


파앗!


검에 녹빛 오러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독 속성 마나를 사용하게 됐구나.”


“전 주인 쓰던 독이었을까요?”


“그렇겠지.”


역시 드래곤은 스케일이 달랐다. 흑염룡 드라고니우스가 사용하던 독이라. 지금 당장 효과를 보고 싶을 만큼 나도 몸이 근질거렸다. 변화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세상에. 전장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텅텅 비어있던 이자벨라의 마나 핵은 스컬 드래곤의 독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떻게 채운 거야?”


“스컬 드래곤의 독을 흡수했죠.”


이 얘기를 들은 탈리아는


“미쳤어! 얘가 정말 미쳤니?”


이자벨라에게 등짝 스매시를 날리고 있었다.

마치 날 때리는 이자벨라의 모습 같달까?


“자. 자. 진정하세요. 아직 놀랄 게 하나 더 남았으니까.”


내가 이자벨라를 보며 눈짓했다.


“이거.”


그녀가 품 안에서 정령왕의 가호가 입혀진 드래곤 하트를 꺼냈다.


“혹시 몰라 챙겨오긴 했는데.”


“......”


“......”


두 여인은 눈앞에 놓인 드래곤 하트를 보고 할 말을 잃은 듯했다.


“마지막 핵 하나를 뭐로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걸 너희들이 해결해주는구나.”


탈리아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드래곤 하트를 잡았다.


휙.


그리고 이자벨라를 바라봤다.


“네. 쓰세요. 그러려고 가져온 거니까.”


탈리아가 상기된 표정으로 다리아를 바라봤다.


“드디어?”


“그래. 내일이다.”


***


그날 밤, 나는 기어코 반대하는 다리아를 데리고 왜 내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잠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게 마지막이니까. 그녀는 지팡이에 끼인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에 한숨도 못 잔 건 도리어 나였다.


“무사히 돌아오세요.”


“당연하지.”


탈리아가 다리아의 지팡이를 들고 연공실에 들어갔다.

열린 문으로 얼핏 봤을 때 마법진이 사방을 빼곡 메우고 있었고 가운데에는 다리아의 육체로 쓰일 골렘이 눕혀져 있었다.


쾅.


문이 닫혔다.

그리고 잠시 후


파아앗.


문 너머로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났다.

영혼을 옮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는지 굳게 닫힌 문은 3일째 열릴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교대해요.”


만약을 대비해 나와 이자벨라, 조이, 릴리가 교대로 문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5일째 되던 날.


팡!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렸다.


“공자님! 공자님!”


문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나를 이자벨라가 깨웠다.


“어?”


“문이 열렸어요.”


잠시 후.


“으···.”


다크서클이 곧 인중까지 내려온 탈리아가 먼저 나왔다.


“당분간 나 부르지 마.”


그녀가 떠난 뒤


두근. 두근.


나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다.

검성 다리아 카르밀.

그녀는 살아생전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렇게 기대하며 연공실에 들어갔을 때


“하하하하하하하!”


곱상하게 미친 여자 한 명이 나체인 상태로 웃고 있었다.


“다리아님! 옷! 보지 마세요!”


이자벨라가 황급히 내 어깨를 돌린 뒤


팡!


문을 닫고 들어갔다.


“뭐야. 이 모양 빠지는 전개는.”


기품있고 위엄있는 등장.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

검성의 후광.

이런 첫인상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순간이었다.


또다시 3일이 지났다.


“글라타르 얘는 무슨 술식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거야.”


반 시체가 됐던 탈리아가 돌아오며 불평했고


“그래. 이 얼굴이지. 검에서도 꽃향기가 나는 이 얼굴.”


다리아는 거울을 보며 연신 자신의 얼굴을 조물조물하고 있었다.


“탈리아님. 대단하네요.”


내가 그녀를 보며 감탄했다.

그녀의 골렘 제작술은 실로 놀라웠다.

말 그대로 바닥에 누워있던 인형이 살아있는 육신이 됐다.


“스승님. 예쁜 거 아니까 인제 그만 좀 하시죠.”


객관적으로 봐도 그녀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하얀 피부에 풍성한 금발, 붉은 눈이 특징이었는데 머리카락과 눈 색깔은 다리아가 탈리아에게 직접 주문한 거라 했다.


“참 지랄도 풍년이지.”


말과 달리 그녀는 웃고 있었다.

그것이 옛 전우를 만난 행복함 때문인지 자신이 제작한 골렘에 대한 뿌듯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여튼 그녀는 웃고 있었다.


“이건 너에게 주마.”


지팡이의 새 주인은 릴리가 됐다.


“네? 저한테요?”


릴리가 지팡이를 받은 채 벙찐 표정을 지었다.


“너에겐 재능이 있다. 느린 건 실패가 아니다. 계속 정진한다면 글라타르 자르온처럼 대성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뒤 다리아가 나를 바라봤다.


“제자야. 다리아 아카데미로 가자.”


우리는 서로를 보며 씩 웃었다.


***


새로운 몸을 시험하기엔 대련만 한 것이 없다. 나에게도 다리아에게도.


챙! 챙! 챙! 챙!


검과 검이 부딪친다.

소드 마스터를 이룬 자의 검과

소드 마스터를 바라보는 자의 검이


챙! 챙! 챙! 챙!


아직 몸에 익숙해지지 않은 다리아였음에도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오러를 사용하면 금방 압도할 수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검술과 검술의 대결.


“제법 잘 따라오는구나.”


보법으로 주도권을 다투는 것부터 벅찼다. 서로가 서로의 뒤를 잡고, 베었다 하는 순간,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따라잡았다 싶어 검을 휘두르면 태산 같은 묵직함이 내 검을 막아냈다. 그렇게 수십합을 겨룬 뒤


“다음은 절공검 4식.”


“알겠습니다.”


척.


내가 도약 자세를 취하자.


척.


다리아가 발도 자세를 취했다.


“가겠습니다.”


“와라.”


탓.


‘절공검 4식.’


‘낙하!’


검이 유성이 돼 떠오른다.

그때 다리아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절공검 제3식.’


‘승천!’


채애애애애앵.


귀를 찌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쨍그랑.


그녀의 위력을 견디지 못한 철검이 부러졌다.


“후우. 오늘은 여기까지.”


대련이 끝난 뒤, 도일 형제는 넋이 나가 있었고 요른은 또 한 번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스승님. 이제 떠날 때가 됐습니다.”


“목적지는?”


“엘프의 숲입니다.”


엘프의 숲에서는 천연 발모제뿐 아니라 꼭 얻어야 할 게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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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침략 (1) 23.06.13 284 3 12쪽
62 파르테온 (4) 23.06.12 285 3 14쪽
61 파르테온 (3) 23.06.11 282 3 11쪽
60 파르테온 (2) 23.06.10 294 3 12쪽
59 파르테온 (1) 23.06.09 291 3 13쪽
58 누나! 진짜 이럴 거야? (4) 23.06.08 297 3 13쪽
57 누나! 진짜 이럴 거야? (3) 23.06.07 284 3 12쪽
56 누나! 진짜 이럴 거야? (2) 23.06.06 289 3 11쪽
55 누나! 진짜 이럴 거야? (1) 23.06.05 297 3 11쪽
54 엘프의 숲 (4) 23.06.04 300 3 12쪽
53 엘프의 숲 (3) 23.06.03 291 3 12쪽
52 엘프의 숲 (2) 23.06.02 285 3 13쪽
51 엘프의 숲 (1) 23.06.01 311 3 13쪽
» 검성 다리아 카르밀 23.05.31 297 3 12쪽
49 포이즌 슬레이어 (4) 23.05.30 287 3 13쪽
48 포이즌 슬레이어 (3) 23.05.29 298 3 12쪽
47 포이즌 슬레이어 (2) 23.05.28 303 4 12쪽
46 포이즌 슬레이어 (1) 23.05.27 302 3 12쪽
45 북부 원정 (4) 23.05.26 301 4 11쪽
44 북부 원정 (3) 23.05.25 297 3 12쪽
43 북부 원정 (2) 23.05.24 304 3 12쪽
42 북부 원정 (1) 23.05.23 312 3 13쪽
41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4) 23.05.22 308 2 11쪽
40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3) 23.05.21 313 2 11쪽
39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2) 23.05.20 318 3 12쪽
38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1) 23.05.19 327 3 12쪽
37 서클 확장 (3) 23.05.18 333 3 12쪽
36 서클 확장 (2) 23.05.18 330 3 12쪽
35 서클 확장 (1) 23.05.17 342 4 12쪽
34 무교입니다만 (5) 23.05.16 34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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