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선불패 수선전(修仙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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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SH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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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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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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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명안단

DUMMY

23화




상관을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영롱한 빛깔의 영단은 그대로 있었다.


영단.


영단은 약초를 배합해 둥글게 빚어놓은 환약과는 그 결이 다르다. 복잡한 연단 과정을 거쳐 제작된 영단은 그 자체로도 가치가 있다.


영약은 조금 포괄적인 의미를 뜻한다. 자연산 그대로의 천지영약과 영단도 일종의 영약이었다. 대개 무인들은 뭉뚱그려 영약이라고 부르곤 했다.


일반적으로 연단사들이 연단을 거쳐 제작한 영약을 영단이라 칭하는데 지금 목함 속에 있는 것은 충분히 그리 불릴 외양을 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만..?’


상관은 진지한 표정이 되어 영단을 살펴봤다.


은은한 광택과 더불어 심신을 평안하게 만드는 약향까지. 그가 아는 영단과 그 형태가 흡사했다.


그는 푸른 줄무늬가 중간에 둘러져 있는 회색의 영단을 꼼꼼히 살펴봤다.


그가 아는 바로는 이러한 외양의 영단은 호원단이 유일했다.



한편 석삼은 한층 진지해진 상관의 표정에 입을 다물었다.


‘뭐 대단한 거라도 들어있나?’


연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석삼은 어리둥절했다. 상관의 저런 표정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그거 비싼 겁니까?”


그런 석삼의 질문에 상관이 째려봤다.


“너 그걸 말이라고···. 하긴 네가 뭘 알겠냐. 가서 손 장궤나 불러와라. 아니다, 그냥 내가 가는 것이 낫겠다. 따라와!”


석삼은 잠자코 상관을 따랐다. 상관은 걸음을 바삐 놀리며 석삼을 힐끗 봤다.


“너 혹시 뭐 실수한 거 없지?”

“네? 무슨 실수요?”


“그 사람... 아무래도 제대로 연단을 배운 진짜배기 같구나. 지금 네가 갖고 온 호원단은 내상에 탁월한, 아니 영험한 효과를 보이는 영약이다.”

“영약이요?”


석삼이 알고 있는 영약은 무인이 내공을 늘리기 위해 복용하는 영약이 유일했다.


“뭐, 네가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흐음. 그냥 일반인이 복용하는 약은 그냥 보조제 정도로 보면 된다. 증상을 완화하는 것에 가깝지. 그런데 이 호원단처럼 제대로 만들어진 영단은 증상 자체를 치유하고 다른 부가적인 효과도 받을 수 있지.”

“..네?”


시키는 대로 심가장의 일만 해왔던 그는 제대로 알아먹지 못했다.


“뭐, 우리 같은 놈들이 평생 가도 먹을 일은 없을 테니 몰라도 된다.”

“···.”

“기분 나빠할 것 없다. 이런 건 세력가나 고수들이나 찾는 약이란 말이다.”

“···.”


어쩐지 석삼은 뒷간이 마려웠다. 불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손 장궤를 찾아가 감정을 받은 뒤로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장주님! 어디서 그런 연단사를 구해 오셨습니까? 참으로 홍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희끗희끗한 노년의 나이로 접어든 손 장궤는 열변을 토했다. 맞은편에는 장주 심익행이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진정하게. 이런 조그마한 것이 그리도 비싸단 말인가?”


손 장궤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사실 이 영단 자체의 값은 들어간 재료에 비해 많이 남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소류가 오 할 이상의 높은 성공률로, 또 그리 많은 약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손 장궤는 기절했으리라.


이는 소류가 따로 자신이 복용할 호원단을 빼두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오히려 들어간 재료에 비해 평균적인 연단사보다 성공률이 조금 낮게 보였달까?


그렇다고 해도 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놀라운 일이 분명했다.


“이 호원단 하나만 생각하면 별것 아니지만, 호원단은 그 가치에 비해 제작 난이도가 높은 영단 중 하나입니다. 분명 호원단을 연단할 수 있는 실력이라면 다른 것도 제작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분을 귀빈으로 모시고 있으니 장주의 혜안에 탄복할 따름입니다!”


초롱초롱한 손 장궤의 눈빛에 장주는 부담을 느꼈다.


손 장궤는 심가장이 운영하는 상단에서 오랜 시간 일했던 사람으로 거래 품목의 가치를 감정하는 '감정사'의 일을 맡고 있었다. 뛰어난 안목을 가지고 있는 그는 이처럼 간혹 흥분해서 날뛸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언제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다. 가치와 이윤은 비슷하지만 다른 법이다.


지금이 딱 그런 상태로 보여 가주는 가볍게 답했다.


“진정하게. 그가 연단사로서의 자질이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하긴 우리도 그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가 됐긴 하지.”


재료만 유통하는 것에서 벗어나 상당한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가공 사업을 왜 꿈꾸지 않겠는가. 그것도 무인들이 죽고 못 산다는 영약 사업을. 그 위험성이 클 뿐이지.

어지간한 대형 약재상은 한 번쯤 연단 사업에 발을 들이밀기도 했다.




한편 그런 장주의 대답을 들은 손 장궤는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 품질의 호원단을 제작한 실력이라면 자질이 뛰어난 수준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연단사일 확률이 높다. 그러나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도 자신이 장주 앞에서 너무 흥분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장주께서도 알고 있겠지. 이미 귀빈으로 모시고 있다고 했으니.’


그렇게 간단하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도 최근에 장주가 기울어진 가세를 복구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것을 이해했다.


“자네의 말은 알겠네. 내 그 친구를 중히 쓰도록 하지.”


그렇게 마무리 지은 장주는 손 장궤를 돌려보냈다. 그도 소류가 요청했던 재료의 값이 만만찮아 관심을 가졌던 것이지, 이런 사소한 일을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다.


‘다음에 한 번 찾아가서 이야기를 꺼내 봐야겠군.’


소류가 어떤 답을 할지는 모를 일이었다.





***





손 장궤는 이대로 넘어가기엔 왠지 불안한 구석이 있어 석삼의 상관을 닦달해 소류를 접견했다.


“저를 찾으셨다지요?”


손 장궤는 맞은편의 그가 나이가 상당히 어리다는 사실에 일차적으로 놀랐으며,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그의 분위기에 한 번 더 놀랐다.


“크, 크흠! 내 그대를 찾아온 이유는 달리 있는 게 아닐세.”


소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이유 없이 찾아왔다는 말인가?


“자네의 호원단을 직접 감정한 사람이네.”


“아···.”


그는 그제야 눈앞의 노인이 자신이 건넨 영단을 알아보고 왔음을 깨달았다.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네 혹시 연단을 얼마나 배웠는지 알 수 있는가? 그 정도의 품질을 만들어낼 정도면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 분명한데··· 아직 젊어 보여서 말이네.”


손 장궤는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봤다. 원래 천재란 것들은 바라만 봐도 재밌는 법. 손 장궤는 흥분어린 기색으로 그를 관찰했다.


“나이는 중요치 않지요. 중요한 건 물건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소류는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사실 손 장궤의 물음은 실례라고도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다짜고짜 그의 신상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니. 허나 소류는 그가 악의로 묻는 것이 아님을 알았기에 돌려 말한 것이다.


“아차차! 내 실수 좀 보게. 미안하네, 마음이 급해서 실례를 저지른 듯해.”


상당히 미안해하는 손 장궤를 보며 소류는 괘념치 말라고 했다. 물론 소류는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모두 믿지는 않았다. 협상에 있어서 나이로 기선을 제압하는 것은 흔한 일.


이 노인이 그러한 의도로 한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경계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그저 그리했다고 쳐도 그를 거래 관계로 상정하고 있다는 것이기에 가볍게 흘려들었다.


“혹시 그렇다면···. 호원단 말고 다른 영단도 연단이 가능하겠는가?”


“그렇게 말씀하셔도···. 차라리 필요한 영단을 말씀하시지요.”


그게 빠르겠다 싶었다.


소류의 말에 손 장궤는 입을 벌렸다. 소류의 여유와 더불어 필요한 것은 얼마든 말하라는 태도가 허세는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연단사들은 연단할 수 있는 영단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을 텐데.’


그도 이쪽 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들은 것이 적지 않았다. 안정적인 성공률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그렇게 통달했다 말할 수 있는 영단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고.


“그, 그럼··· 혹시 철심단이나 명안단도 가능하겠는가?”


손 장궤는 그가 알고 있는 영단 중, 현재 심가장이 유통하는 약재로 만들 수 있는 영단을 두 가지 떠올렸다. 자세한 제작법은 모르지만, 부족한 몇몇 보조 재료쯤이야 직접 발로 뛰어 구매하면 되었다.


“철심단은 심마에 든 무인에게 필요한 영단이고 명안단은 장기간 복용하면 시력을 상승시켜 주는 영단이 아닙니까.”


“맞네. 잘 아는군. 그렇다면 혹시..?”


손 장궤는 기대를 담아 쳐다봤다.


“예, 둘 다 연단이 가능합니다.”


“정말인가?”


그는 믿지 못해 절로 되물었다.


철심단과 명안단은 어지간한 실력이 아니면 운이 좋아야 성공한다고 하는데!


“물론, 철심단은 몰라도 명안단은 아직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재료가 넉넉해야 할 겁니다.”


소류는 속내를 숨기며 말했다.


사실 둘 다 충분히 연단할 실력이 된다. 통달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찌어찌 결과를 낼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재료를 뽑아 쓸 수 있는 이런 기회는.


명안단의 눈을 맑게 한다는 그 효과를 보려면 상당히 오랫동안 복용해야 한다. 몇 번 연단을 성공한 적이 있지만, 의뢰품을 제외하고도 개인적으로 빼돌릴 수 있는 양이 나오지 않았었다.


그러니 이 기회에 명안단을 확실하게 챙겨 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는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심가장을 위해 연단에 매진할 생각이 없었다.


또한 팔아서 단순히 수익을 거두기 위해 연단하는 것도 아니었다.


약간의 이문을 남기자고 시간을 버리는 것은 헛된 일이다. 그에게는 혼원마방이 있으니 돈 몇 푼 버는 것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니 이들의 의뢰에 맞춰 명안단을 연단해 주고 그 대가로 따로 빼둔 명안단을 받는 셈 치는 것이다.


이는 그가 높은 성공률의 연단 실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했다. 심가장의 사람들이 그의 연단 성공률을 모르니 할 수 있는 짓이다.


“그럼 재료만 알려주게! 내 당장 재료를 준비하겠네! 특별히 일 할의 가재료를 허용하겠네!”


가재료.


보통 연단 과정에 들어가는 재료의 수량을 역추적해 제작법을 훔치기도 한다. 단순히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와 비율만으론 정확히 추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나, 실력 있는 연단사의 경우 충분한 시간과 재료만 있다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연단사들이 자신의 비전 연단법을 공개하길 꺼리면, 이처럼 총 재료의 일정 비율만큼 연단법과 상관이 없는 재료를 끼워 넣어 요청하는 것이 암묵적 관행이었다.


연단사가 역추적을 피하기 위해 남은 재료를 그냥 태워버리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일 할이면 확실히 많이 쳐주긴 했다. 일 할만큼의 다른 재료를 챙겨가도 되었으니 낮은 성공률을 생각했을 때 전체 재료의 일 할은 씀씀이가 컸다 할 수 있음이라.


소류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재료 목록을 넘겼다.


“의뢰금은 명안단의 재료로 넘겨주시면 됩니다.”


“알겠네. 의뢰비의 측정은 연단률을 따져 다시 셈하세나. 절대 섭섭게 하지 않겠네.”


희희낙락한 손 당궤를 돌려보내고 소류는 만족했다.


연단률을 조작해 따로 챙기는 것은 그의 특기나 다름없었다. 한림의가에서처럼 말이다.


손 장궤는 소류의 계산적인 속내를 꿈에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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