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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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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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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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동업

DUMMY

“어서 와. 이렇게 올 줄 알았다니까.”


넓은 회장실 의자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는 류민이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류신을 반겼다. 그 모습이 류신에게 좋아 보일리 없었다.


류신이 손을 까딱 움직이자 그대로 류민이 앉아 있던 의자가 박살이 났고, 덕분에 류민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악! 의자가 왜 이래?”


류민이 엉덩이를 문지르며 비척비척 일어났다.

류신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주변에 진열된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했다. 류테크에서 개발해 출시한 제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신기하지? 이게 다 우리 회사 제품들이야.”


류민이 엉덩이를 만지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물론 류신의 눈에는 그저 그런 잡다한 물건들에 불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칭찬해줄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다 쓰레기네.”

“흐흐흐. 하나도 안 변했어. 가끔 이세계 다녀온 자들은 너무 변해서 오던데.”


류신은 대꾸 없이 소파로 다가가 털썩 앉았다.


“거래할 건 가지고 왔나?”

“형에게 부모 행방 알려 주는 것도 거래야?”

“당연하지. 가족이란 게 원래 비즈니스잖아.”


류민이 욕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류신을 봤다.


***


두 명이 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특이한 것은 둘 모두 독특한 문양의 가면을 쓰고 있었고, 각각의 가면과 같은 문양의 망토를 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얼마 만에 만난 거지? 체바오트?”

“지구 시간으로 한 1년? 1년 좀 넘었나?”

“그렇군. 그동안 왕래가 없었어.”

“왕래가 있는 게 이상한 시기이긴 했지.”


둘은 바로 엘 하이와 체바오트였다.

중국과 몽고 등을 관리하는 엘 하이와 러시아를 관리하는 체바오트는 서로 가까웠지만 정작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그것은 모든 지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신들의 영역을 잘 관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유는 하나다. 이계의 신인 아자토스가 세상에 도래했을 때 둘만 자신의 양옆에 두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그 둘이 되어야 아자토스와 함께 영광의 길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9명의 지배자가 세상을 나눴다. 어딘가에서 싸움이 벌어진다면, 나머지만 좋은 일에 불과했다. 어부지리라는 말이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인 셈이다.


결국 지배자들은 평화를 가장한 대립과 긴장감으로 서로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로 인해 쉽사리 움직일 수 없었다.

엘 하이도 멜렉의 세계수를 노리고 있었으나 문제는 자신 주변의 세력들이었다.

자신이 멜렉을 노릴 때 과연 그들이 가만히 있느냐는 점이었다. 그래서 이 자리가 마련되었다.


“마지막 귀환자가 온 것은 알고 있겠지?”


엘 하이가 먼저 물었다.


“아! 들어서 알고 있어. 그게 누군지는 아직 모르지만. 혹시 알고 있나?”

“그건 애석하게 나도 몰라. 그게 진짜 에흐예일지······ 아니면 쿠아칠 우터스일지······”

“누가 됐든 어차피 경쟁자잖아. 그러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멜렉과 손을 잡은 것 같거든.”

“멜렉과?”


체바오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멜렉은 거의 죽어가는 녀석이잖아. 뭐하러 그런 녀석과 손을 잡은 거지?”

“맞아. 거의 죽어가는 녀석이지. 하지만 그래도 신의 대리인이었어.”

“쇼고스에 먹혀버린 녀석이야. 걱정 안 해도 돼.”

“그 쇼고스가 제거되었거든.”


이번엔 체바오트도 놀란 듯했다. 차를 마시려던 그의 행동이 우뚝 멈췄기 때문이다.


“그게 진짠가? 쇼고스를 제거했다는 것이?”

“그래.”


엘 하이는 자신의 목걸이를 꺼내 보여주었다.

목걸의 가장 큰 알 하나가 깨진 것이 보였다. 관리하던 쇼고스가 제거되면서 깨진 것이다.


“진짜군. 의외야. 오리지날 쇼고스를 제거할 줄 알다니. 우리도 다루기 어려운 놈을······”

“그걸 혼자 했을 리는 없고······ 나는 마지막 귀환자가 도왔을 거라고 생각해.”

“도와준 이유는?”

“세계수 때문이겠지.”


잠시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니 지금 우리도 손을 잡자는 건가?”

“그래. 사실 세계수가 멜렉의 지배 아래에 있다고 해도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어. 그런데 마지막 귀환자가 나타났어. 쇼고스를 제거했고, 멜렉과 손을 잡았어. 이제는 신경이 쓰여.”


엘 하이가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체바오트도 그 생각에는 동의했다. 멜렉은 지배자들 중 가장 약했다. 그러니 언제든 멜렉의 세계수는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갑자기 마지막 귀환자가 나타났다. 모든 상황에 변수가 생겨버린 것이다.


“엘 하이! 당신은 그러니까 나와 함께 연합을 해 멜렉과 마지막 귀환자를 처리하고 세계수를 차지하자 그건가?”

“아냐. 아냐. 그런 위험한 일을 당신에게 요구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지. 위험한 일은 내가 할게. 당신은 대신 다른 세력이 내 지역을 공격하지 않게 막아주기만 하면 되는 거야.”

“흠-”

“우리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세력이 빈틈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야. 안 그런가?”

“그렇지.”


맞는 말이다. 일명 빈집 털이 때문에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자토스의 이념도 약육강식이었고.


“그러니 그것을 막아주면 되는 거야. 일이 끝나면 자네의 지분은 충분히 챙겨주지.”


엘 하이가 웃으며 말했다. 체바오트도 빙긋 웃었다.

하지만 서로 웃는 이유는 달랐다. 그리고 서로 생각하는 미래도 전혀 달랐다.


“체바오트! 당신이 내 뒷배가 되어줬으면 하는 거야. 그렇게 우리가 손을 잡은 후에 다른 세력도 하나씩 삼켜버리는 거지.”


엘 하이는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체바오트는 그런 엘 하이의 의도가 너무 빤히 보였다.

멜렉이 쇼고스를 제거했다고 하지만 아직은 회복되지 못했을 것이다. 약해진 멜렉은 전혀 고민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마지막 귀환자가 문제다.


“하지만 마지막 귀환자가 문제야. 그가 누군지 모르잖아.”

“무슨 걱정이지? 놈이 쿠아칠 우터스라면 아무 문제가 될 게 없어. 행여 에흐예라고 해도 고작 쿠아칠 우터스 따위에게 쩔쩔매 이제야 돌아온 놈이라면 실력이야 뻔하지 않을까.”

“그건 그렇겠군.”


체바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심 속으로는 엘 하이를 비웃고 있었다.

엘 하이는 쿠아칠 우터스를 얕보고 있었다. 그의 진짜 실력을 모르고 있었다.

체바오트는 쿠아칠 우터스가 숨겨둔 비장의 수를 알고 있었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이라는 것을. 아무것도 모르고 덤볐다가는 그대로 당하고 말 거라는 사실을.

쿠아칠 우터스든, 그를 죽이고 온 에흐예든 위험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을 엘 하이가 직접 상대한다니 체바오트로는 오히려 고마울 따름이었다.

엘 하이가 이기던 지던 엘 하이의 지역을 자신이 차지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좋아. 내가 뒤를 봐주지. 아무도 자네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게 내가 막아주겠어.”


체바오트가 엘 하이의 제안을 수락했다.


“하하하! 잘 결정했어. 역시 당신과는 말이 통할 줄 알았다니까.”


엘 하이가 시원하게 웃었다. 체바오트도 웃었다. 물론 둘이 웃는 의미는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한편 엘 하이를 보좌하기 위해 따라온 윤치성은 어이가 없었다.

만찬이 가득 차려져 있는 식탁에는 자신만이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대신 자신의 앞쪽에는 열명 정도 되는 인원이 초점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양한 종족의 조합이었다.

엘프, 드워프, 마족, 리자드맨, 정령, 다크엘프에 인간까지.

게다가 인간 중에 두 명은 윤치성도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 둘이 어째서 여기까지 왔는지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이건 뭐 반지원정대도 아니고.”


윤치성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자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게······ 엉망이군. 도대체 이들로 뭘 하려는 걸까?]


윤치성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들렸다. 윤치성의 계약자인 메피스토가 말을 걸었다.


“게다가 전부 정상이 아냐.”


말 그대로 그들 모두에게는 표정이라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처럼 보였다.


[몸에서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데?]

“아마도 쇼고스겠지.”

[쇼고스?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어?]

“위험해. 잘 다뤄야 하고. 너네 종족도 당해서 저기 있잖아.”


그러고 보니 악마 하나도 그들 틈에 껴 있었다.

염소처럼 생겼고 뿔이 난 악마였다.


[아! 바포메트? 신경 쓸 정도는 아냐. 약한 녀석이야.]

“너보다 약해?”

[당연하지. 그나저나 저 두 인간을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메피스토도 윤치성이 두 명을 신경 쓰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두 명의 인간은 바로 윤동성과 한상철이었다.


“나도 저 둘이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어. 아무래도 내 고향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나 봐.”


윤동성이 누군가. 관리국 국장이다. 그리고 한상철은 관리국 관리부장이다.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실무 부장이 국장과 함께 이곳에서 체바오트의 부하가 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서 윤치성은 뭔가 불순한 의도가 느껴졌다.


[손을 잡는 게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그러게. 나도 왠지 꺼림칙해.”


그때 문이 열리고 엘 하이와 체바오트가 나타났다.

윤치성이 앉아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르르 몰려있던 체바오트의 꼭두각시들도 몸을 돌려 고개를 숙였다.


“이야기는 잘 되었다. 돌아가자.”

“알겠습니다.”


당장은 아무런 토를 달지 않고 엘 하이와 윤치성이 포털을 만들어 사라졌다.


***


“자! 나는 엄마 아빠의 행방을 거래 대상으로 내놨는데······ 넌 뭘 내놓을 거지?”


류민의 말이 떨어지자 류신은 손바닥 위로 하얀 구체를 만들었다. 순간 류신이 기술을 사용하자 류민이 깜짝 놀라 몸을 움츠렸다.

일명 화이트홀. 그 구멍 안에서 완벽한 모양의 사이클롭스 코어 하나가 나타나 류신의 손 위에 떨어졌다.

그리고 화이트홀은 다시 류신의 손 위에서 사라졌다.


“뭐야? 신기하네? 아공간이야? 하얀색 아공간은 처음 봐.”


류민이 신기하다는 듯이 물었다. 물론 그는 화이트홀이라는 기술을 알 길이 없었다. 공간에서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고는 아공간이라 생각한 것이다.

류신이 피식 웃었다.


“아공간 따위와 비교하지 마라. 차원이 다른 거니까.”


류신이 류민에게 사이클롭스의 코어를 넘겼다.

류민은 다시 한번 놀랐다.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존된 사이클롭스의 코어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몬스터의 코어는 많은 활용도로 인해 비싸게 거래된다. 그래서 길드들이 주로 도시 외곽으로 나가 몬스터를 사냥하는 이유다.

작은 몬스터의 코어는 작은 대로 이용되고, 큰 몬스터의 코어는 주요 기간산업과 도시 에너지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는 만큼 중요하다.


문제는 코어들이 종종 파손된 채로 회수된다는 점이다.

전투를 통해 코어를 추출하는 것이다 보니 전투가 거칠면 거칠수록 코어는 상하기 마련이다.

코어가 상하는 이유는 코어 역시 몬스터의 일부다 보니 받는 데미지가 코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깨끗하게 추출된 몬스터의 코어는 극히 드물다. 물론 파손된 코어라고 해도 에너지는 품고 있어서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류민은 깨끗한 몬스터의 코어를 보며 눈이 휘둥그래졌다.


“설마 이거······ 사이클롭스의?”


류민은 모양만 보고도 사이클롭스의 코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냈다. 그래도 이쪽 일을 하다 보니 능력은 없지만, 눈썰미는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깨끗하고 깔끔한 코어는 처음 봐. 놀랍군. 사이클롭스의 몸을 녹이기라도 한 거야? 어떻게 구한 거지?”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거래는 없던 걸로.”


류신이 류민의 손에서 코어를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류민이 재빨리 코어를 쥔 손을 움켜쥐며 뒤로 뺐다.


“아직 거래 안 끝났어. 좋아. 이정도 물건이면 비즈니스 할 만하지.”


류민이 빙긋 웃었다.


“그러면 이제 정보를 내놔. 그 두 사람······ 어디에 있지?”


류신이 물었다. 하지만 류민은 미소만 지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류신이 인상을 썼다.


“내 인내심을 시험해 보고 싶어? 얼마 안 남았어. 내가 여길 지금 부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너에게서 얻어낼 정보가 있기 때문이야.”

“어휴! 무섭네.”

“무서워해야 할 거야.”

“좋아. 좋아. 이 정도 코어라면 하나 정도는 더 있겠지. 두 개랑 거래하지.”

“뭐?”


류신이 인상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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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 정도로는 안 돼 +1 23.06.29 809 15 13쪽
55 맛만 살짝 보여줄게 +2 23.06.28 793 16 12쪽
54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2 23.06.27 840 17 13쪽
53 조건부 동맹 23.06.26 833 15 12쪽
52 의외의 손님 23.06.23 845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40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3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5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7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8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5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4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9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8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9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9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6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10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3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6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8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8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80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9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8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1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82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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