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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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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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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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자들

DUMMY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의자는 모두 열 개가 놓여있다.

비어있는 자리는 모두 넷. 나머지 여섯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전부 독특하면서도 서로 다른 문양의 가면을 쓰고 있었고, 독특한 문양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지배자들의 전체 회의였다.


“체바오트는 결국 오지 않는군요.”


엘로힘이 비어있는 자리를 보며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못마땅한 감정이 가득했다.


“연구소에 누군가 침입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중요한 연구 자료를 도난당했다고 하던데요.”


테트라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후후. 중요한 연구재료를 도둑맞아? 체바오트도 끝났군.”

“그러게. 그렇게 연구를 통해 새로운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쇼고스를 연구해야 한다는 등 떠들며 우리를 무시하더니······ 꼴 좋군.”


서로에 대한 존중은 그다지 없어 보였다. 체바오트에 대한 안 좋은 정보가 올라오자 그것을 물고 뜯기 바빴으니까.

등을 기댄 체 묵묵히 앉아 있던 한 명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러자 모두 입을 다물고 긴장했다.


“네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아무도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모두 열 자리가 채워졌어야 하는 자리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아홉 자리를 채우고 있었는데 말이죠.”


원래 비어있는 자리인 에흐예는 아직 지구에 나타나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비워두었다. 하지만 멜렉이 빠졌다. 그리고 엘 하이가 죽었다. 마지막으로 체바오트는 회의에 참석을 거부했다.


“한 놈의 등장으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처리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예호바?”


에체가 기대감을 가진 채 물었다.

예호바로 불린 자는 잠시 예체를 바라봤다.


“모두 엘 하이가 보낸 그의 마지막을 보았을 겁니다.”


에쳬를 무시한 예호바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에쳬는 조금 기분이 상한 듯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엘 하이가 죽기 얼마 전에 그러더군요. 멜렉의 몸에 있던 쇼고스가 제거되었다고.”

“하지만 쇼고스 따위는 아무런 위협도······”

“체바오트가 연구하는 변종 따위가 아닙니다. 오리지널 쇼고스였어요. 멜렉의 몸에 있던 건.”


순간 모두들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의미를 알고 있을 겁니다. 아자토스 님도 성장해버린 쇼고스에는 애를 먹었습니다. 심지어 패한 이게의 신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쇼고스가 제거된 겁니다.”


예호바는 모두를 둘러봤다.


“그것이 새롭게 나타난 마지막 귀환자에 의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그렇다면 정말 그가 에흐예라는 겁니까?”

“쿠아칠 우터스는······ 실패했겠군요.”

“쿠아칠 우터스가 아닐까요? 자신의 지역이 없는 것에 화가 나서 그랬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우리 먼저 찾아왔겠죠.”


여기저기서 자신의 생각들을 쏟아냈다. 잠시 예호바는 대화를 지켜보며 침묵을 지켰다.

예호바의 침묵에 떠들던 모두가 다시 조용해졌다. 주변이 조용해지자 예호바는 다시 입을 열었다.


“엘 하이는 멜렉의 지역을 침공했습니다. 세계수를 차지하기 위해서.”

“음-”

“어험.”


몇몇 불편하다는 듯한 소음이 들렸다. 예호바는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체바오트와 협정을 맺었다고 하더군요. 자신이 실패해 죽게 되면 엘 하이의 지역을 체바오트가 지배하게 된다고.”


예호바가 작성된 협정문을 꺼내 모두에게 보여줬다. 하지만 모두가 그 협정문을 보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흥. 누구 마음대로.”

“세계수를 혼자서 공략한 것도 무모한데 이런 협정을?”

“이러니 당하지.”


걱정이나 위로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확실히 서로를 경계하고 견제하는 분위기였다.


“협정의 목적은 엘 하이가 멜렉을 공격할 때 뒤에서 배신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엘 하이가 세계수를 차지하든 패배하든 엘 하이 지역의 일부가 체바오트에게 넘어간다는 내용이죠.”

“······”

“이제 엘 하이는 죽었습니다. 그리고 체바오트는 당연히 엘 하이의 지역을 차지하려 하겠죠.”


예호바가 모두를 둘러봤다.

다들 예호바의 시선을 외면했다.


“처음 이 회의를 시작할 때도 나는 여러분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이 뭘 하던 나는 관여하지 않을 거라고. 내가 지켜야 하는 것을 지킬 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예호바.”

“그러니 여러분들 마음대로 하세요. 다만······ 그 화살이 나에게 날아온다면······ 나는 거기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게 될 겁니다. 그 점을 명심하세요.”


예호바의 말은 정확했다.

엘 하이가 죽었다. 그의 지역은 비었다. 체바오트가 차지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체바오트의 지역이 비게 된다. 그것을 공격하든 말든 자신은 관여하지 않겠다. 공격의 화살이 자신에게만 날아오게 하지 마라. 이것이었다.

말은 자유롭게 하라는 것이지만 어찌 보면 서로 싸우라는 것과 다름없었다.


“예호바! 당신은 어째서 우리가 협력해 마지막 귀환자를 처리하라는 말은 하지 않는 겁니까? 그렇게 되면 멜렉도 제거하고, 그의 지역도 차지하고, 엘 하이의 복수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우리가 힘을 모으면······”

“세계수도 차지할 수 있겠죠.”


예호바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들 순간 침묵했다.


“복수가 그대들의 진짜 목적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이계에는 없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수가 목적이 아닌가요?”

“······”

“하지만 세계수는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힘을 합쳐 싸워 이긴 후 도대체 누가 세계수를 차지할 거죠? 힘을 합치고 싶으면 그러세요. 하지만 나는 경고했습니다. 나에게 불똥이 튀지 않게 하라고.”


예호바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같은 지배자이면서도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예호바께서는 끼어들지 않을 겁니까? 세계수입니다. 세상의 생명을 관장하는.”


엘이 물었다.


“내 지역에 무엇이 있는지 잊은 겁니까?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모두가 예호바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를 한 것이다. 그가 세상의 일에 끼어들지 않으려 하는 이유를.


그때였다.

갑자기 예호바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그것은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목소리도 들렸다.

물론 예호바의 머릿속에만 떠오르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지배자들의 머릿속에도 같은 것이 떠올랐다.


[안녕! 전 세계의 생명체들!]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류신의 얼굴과 목소리였다.

예호바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다른 지배자들은 당황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메시지는 계속되었다.

메시지를 들은 모두가 놀랐다. 역시 이 자리에 모인 지배자들은 에흐예라는 이름에 가장 크게 반응했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는 하나야. 전 세계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려는 거지.]


몇몇 지배자가 분노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예호바가 손을 들어 그들의 행동을 저지했다.

지금은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다.


***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대부분 멈춰 서서 허공을 두리번거렸다. 허공에 메시지가 보이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들의 머릿속에도 류신의 메시지가 똑같이 전송되고 있었다.


[다들 알고 있을 테지만 엘 하이는 내 손에 죽었어. 당연히 엘 하이의 지역은 내가 차지해야겠지. 괜히 눈독 들이지 마. 안 좋은 결과가 생길 거야.]


남태현도, 황미연도, 강윤의 머릿속에도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고 있었다. 그들도 충격이긴 마찬가지였다.


[중국과 몽골, 동남아시아가 엘 하이의 지배 지역이더군. 이제 그 지역은 나 에흐예의 지배를 받게 된다는 걸 명심해. 물론 내가 직접 가서 통치하진 않아. 귀찮잖아. 대신 노스페라투가 지배하게 될 거야. 그러니 충고하는데 괜히 반항하지 마. 흡혈 종족의 밥이 되기 싫으면.]


메시지를 보던 사람들은 웅성거렸다.


“노스페라투? 흡혈귀의 왕?”

“흡혈귀? 뭐야? 흡혈귀를 지도자로 앉힌다고? 미친 거 아냐?”

“조용해. 들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사람들은 메시지를 듣거나 저마다의 의견을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왜 인간이 지도자가 아니냐고 궁금할 거야.]

“힉! 네 얘기 들었나 보다.”

“악! 진짜!”


바로 전 노스페라투 이야기를 하던 길거리의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들에게 맡길까 생각했지만······ 그다지 신뢰가 생기질 않더라고. 인간들보다는 차라리 노스페라투가 순수하잖아. 그러니까 그의 말을 잘 듣는 게 좋아. 말만 잘 들으면 해치지 않을 테니까.]


다들 멍해졌다. 무엇보다 중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엘 하이 밑에서 열심히 구르던 인간들이 가장 억울한 표정이었다.


“누구 마음대로 노스페라투 따위를.”

“맞소. 우리가 그냥 물러나면 안 되지.”

“군을 집결시켜라. 노스페라투가 나타나면 놈부터 제거해 버리고 중국은 다시 우리들 중국인이 차지한다.”


중국 군부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도 류신의 메시지는 계속됐다.


[그리고 대부분의 지역은 다크 엘프들이 관리할 거야. 역시 그들도 꽤 호전적이긴 하지만 말을 잘 들으면 괜찮아. 이성적인 녀석들이거든.]


류신의 메시지는 이어졌다.


[아! 그리고 에흐예라는 이름 말고 류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줘. 에흐예라는 이름은 버렸거든.]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메시지를 봤다. 심지어 예호바를 비롯해 지배자들도 봤다. 체바오트와 그의 부하들도 마찬가지다.

신의 대리인들에게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도, 레지스탕스의 수장도, 깊은 산 속에 숨어서 살고 있는 전직 용사들도 피할 수 없이 류신의 메시지를 봤다.


“헤헤. 에흐예 오랜만이네.”


씰룩거리는 입가의 떨림을 보이는 어딘가 숨어 지내는 용사의 미소가 왠지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한창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드래곤들도 술잔을 내려놓고 류신의 메시지를 보고 있었다. 자심은 너무 놀라 술도 깨버리고 딸꾹질까지 했으니 말이다.


[참고로 나는 멜렉과 손을 잡았어. 그러니 멜렉이 내 동료라는 말이지. 이게 무슨 의미일까?]


메시지를 듣던 사람들은 다시 충격에 빠졌다.

멜렉은 이미 신의 대리인으로 세계의 일부를 지배하던 존재다. 에흐예와 멜렉이 손을 잡았다는 것은 세계 지배 질서를 흔든다는 의미가 된다.


[신의 대리인 둘이 모였어. 괜히 덤벼들지 마. 엘 하이 꼴이 날 테니까. 그리고 앞으로는 세계수에도 관심 끄기를 권하지. 나와 멜렉을 비롯해 몇몇이 세계수에서 살아갈 거니까. 시비 걸고 싶으면 찾아와. 하지만 목숨 내놓고 와야 할 거야.]


말 그대로 세계를 향한 선전포고였다. 덤빌 테면 덤벼 보라는.


[연합을 맺고 싶으면 너희들도 그렇게 해. 하지만 너희들이 노리는 세계수는 하나야. 너희들이 만약 나를 이기고 세계수를 차지한다고 치자고. 그렇게 되면 세계수는 진짜 누가 차지하게 될까?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메시지가 끝났다. 더 이상 류신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


“이런 버릇없는 놈이······”

“당장 찾아가 찢어 죽여야겠군.”

“흔적도 남지 않게 짓이겨 놓을 테다.”


지배자들이 흥분해 서로 한마디씩 내뱉었다.


“큭큭큭큭. 크하하하!”


순간 웃음소리가 들렸다. 모두 고개를 돌려보니 예호바가 크게 웃고 있었다.


“하하하. 재미있군. 재미있어.”

“예호바께서는 화도 안 나십니까? 놈은 우리를 무시했습니다.”


기보르가 화를 내며 따지듯이 물었다. 하지만 예호바는 그 후로도 한참을 웃다가 간신히 진정했다.


“재미있는 친구지 않습니까?”

“재미요? 예호바!”


기보르가 흥분해 외쳤다.

순간 예호바가 정색했다.


“확실히 말하죠. 여러분이 뭘 하던 예호바는 끼어들지 않을 겁니다. 연합을 해서 공격하든 하세요. 세계수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예호바의 이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

순식간에 지배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경계하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들의 목적 정도는 누구나 알고 있다. 땅도 아니고, 복수도 아니다. 그저 세계수의 차지다. 세계수만큼 아자토스에게 괜찮은 선물도 없으니까.

하지만 연합도 힘들게 되었다. 모두 연합을 하지 않는다면 언제 어떻게 뒤를 공격당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호바는 끼어들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은 예호바도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기가 막힌 한 수를 던진 에흐예에게 예호바는 호기심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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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의외의 손님 23.06.23 845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40 16 13쪽
» 지배자들 23.06.19 933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5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7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8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4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4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8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8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9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9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6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10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3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6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8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8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80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9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7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1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8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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