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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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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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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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귀의 왕

DUMMY

류신은 박쥐의 얼굴을 보고 씩 웃더니 그대로 아래로 내려왔다. 목이 잡힌 박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끌려왔다. 바닥에 내려선 류신은 목을 잡은 박쥐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쾅!


벽이 부서지며 움푹 들어갈 정도의 충격이었다.

박쥐가 류신의 손에서 버둥거렸다.


[큭! 노, 놓아라.]

“놓아주면 대화라는 걸 할 수 있을까?”


류신이 웃으며 물었다. 박쥐는 흉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류신이 잡고 있던 박쥐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박쥐가 빠르게 벽에서 빠져나와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크흑! 네놈은 뭐냐?]

“말했잖아. 너네 왕을 만나러 왔다고. 두 번 말하게 할래?”

[왜 찾아온 거지?]


조금 전까지 상대를 깔보던 말투는 사라졌다. 오히려 잔뜩 경계하는 말투였다.

멱살 한 번 잡은 게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가서 신이 찾아왔다고 해.”

[신? 네가 신이라고?]

“그래. 내 이름이 신이야. 류신.”

[류신? 어이없는 이름이군.]

“빨리 가서 전하기나 해.”

[흥. 나는 이곳의 문지기. 나는 이곳을 지킨다. 나를 이기지 않으면 이곳을 통과할 수 없다.]


덩치 큰 박쥐가 갑자기 날개를 활짝 펼쳤다.

여전히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날아다니던 수천 마리의 박쥐들이 순간 아래로 내려와 덩치 큰 박쥐의 주변을 휘감았다.

류신은 박쥐들의 퍼포먼스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이제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큰 박쥐의 주변을 휘감던 박쥐들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어느새 사람 크기 정도 되던 박쥐의 덩치가 거대해져 있었다. 못해도 5미터는 되어 보였다.


“이래서 신뢰라는 걸 보여주면 안 된다니까.”

[이 모습을 두려워해야 할 거다.]

“그건 잘 모르겠고······ 어디 마술 대회 같은 데 나가면 대박이겠다.”

[큭, 나를 조롱하다니.]

“조롱하는 건 또 금방 알아채네. 대부분 조롱하는 건지 칭찬하는 건지 구분을 잘 못 하던데.”

[여기서 죽어라. 넌 우리의 대왕님을 만나지 못한다.]


-끼이이이이아아


거대한 박쥐가 포효하더니 그대로 류신을 향해 날개를 휘저었다.

강한 충격파가 류신을 향해 날아왔다.


꽝!


주변을 뒤흔드는 충격파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터져버렸을 것이다. 웬만한 귀환자도 뒤로 날려져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정도의 충격파다.

그러나 류신은 멀쩡했다. 미동도 없이 충격파에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히려 당황한 것은 대형 박쥐였다.


“뭐야? 그게 전부야? 덩치가 커졌는데 그에 걸맞은 뭐가 좀 더 있어야지?”


류신이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대형 박쥐의 인상이 더욱 흉측하게 일그러졌다.


[네 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주마!]


대형 박쥐가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챙!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대형 박쥐는 빙긋 웃었다.


손에 감각이 있었다. 제대로 공격이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상했다. 정작 공격은 자신이 했는데 오히려 고통이 밀려왔다.


대형 박쥐가 자신의 손을 봤다.

날카로운 손톱이 부러져 있었다.

콘크리트도 부수고, 강철판도 찢어버리는 손톱이다. 그런데 고작 인간 한 명의 몸을 어쩌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큭! 어, 어떻게?]


대형 박쥐가 류신을 봤다.

류신의 손에는 30센티 정도 되어 보이는 대형 박쥐의 손톱이 들려 있었다.

게다가 아무리 봐도 류신은 맨손이었다.

도대체 무엇으로 자신의 손톱을 막아내고 부러트리기까지 한 건지 대형 박쥐는 의심스러웠다.


[무기를 숨기고 있던 것인가? 영악하군.]

“무기? 아! 맞아. 무기가 있지. 내 온몸이 무기거든.”


손에 들고 있는 손톱을 빙글빙글 돌리며 류신이 말했다.

이번에도 조롱이었다.

하지만 대형 박쥐는 섣불리 덤비지 못했다.


“뭐야? 더 안 들어와? 이러면 재미없는데. 그럼 내가 갈 테니까 잘 버텨봐.”


류신의 몸이 대형 박쥐의 손톱을 든 채 그대로 총알처럼 날아갔다.


***


커다란 왕좌에 앉아 한쪽 팔로 턱을 괸 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왕좌의 옆에는 한 여성이 헐벗은 채 그의 무릎이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왕좌의 남자 앞으로 넓은 홀이 펼쳐져 있었다. 그 홀에도 헐벗은 남녀가 여기저기 뒤엉켜 잠들어 있었다.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퇴폐적인 분위기가 진득하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왕좌에 앉아 있던 사내가 눈을 슬쩍 뜨고는 앞을 봤다. 그의 무릎에 기대어 있던 여인도 눈을 떴다.

잠에서 깨어난 개운함과는 거리가 먼 불쾌한 표정을 한 채 둘은 앞을 봤다.

아직 커다란 홀에 널브러진 남녀는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누구냐?”


남자가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작은 발소리만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 누군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의 인상이 더욱 일그러졌다. 그리고 눈을 찡그리고 어둠 속을 응시했다.

어둠을 더욱 잘 보는 눈을 이용해 보는 순간 남자는 숨을 훅 들이켰다.

동시에 홀로 한 남자가 들어섰다. 류신이었다. 그의 손에는 박쥐의 머리가 하나 들려 있었다.


“반가워. 노스페라투(Nosferatu). 이름이 길어서 그런데 그냥 노스라고 부를게.”


왕좌에 앉아 있던 남자는 흡혈귀의 왕인 노스페라투였다.

그의 옆에 있던 여성이 이를 드러냈다. 그런 그녀를 노스페라투는 진정시켰다. 그리고 본인도 긴장했던 마음을 진정시켰다.


지금 눈앞의 남자는 류신이다. 노스페라투는 자신이 그를 상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아무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짐승의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피해야 하는 존재라고.


노스페라투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류신이 손에 들고 있는 박쥐의 머리로 향했다.

문지기를 시킨 녀석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문지기가 지금 눈앞의 사내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 이 녀석? 너와 대화 좀 하겠다는데 다짜고짜 공격하더라고. 되도록 조용히 왔다 갈 생각이었는데······ 이놈 때문에 글렀어.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수틀리면 다 엎어버릴까도 생각 중이야.”


무시무시한 말이다. 다 엎어버린다니.

노스페라투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냐? 넌 누군데 우리 대왕님에게 함부로 말하는 거지?”


나선 것은 노스페라투 옆의 여인이었다.

헐벗은 여인이 인상을 쓰자 흉측하고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흡혈 종족의 대표적인 시그니처다.

류신이 여인을 힐끗 봤다가 이내 관심 없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 물론 이런 류신의 행동에 여인의 분노가 더욱 거세진 것은 덤이었다.


“너 뭐 하는 놈이야? 우리 종족도 아니고 그저 인간 같은데. 겁도 없이 여기를 들어와? 아니면 우리와 같은 종족이라도 되고 싶어서 찾아온 건가?”


여인의 물음에 류신이 그녀를 무척 심드렁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쟤는 뭐냐?”


정작 류신은 여인이 아니라 노스페라투에게 물었다. 여인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다.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감히 나를 무시······”

“로젤리아. 그만.”


여인의 말문이 막혔다. 노스페라투가 여인을 말렸다.


“대, 대왕님!”

“이제 그만 해라. 더 나서면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

“죄송합니다! 대왕님!”

“날 찾아온 이유가 뭐지?”


노스페라투가 로젤리아에게 차갑게 경고를 날린 후 류신에게 물었다.


“아! 이유······ 누굴 좀 찾고 있어. 이 사람들인데.”


류신이 사진 두 장을 꺼내 날렸다. 사진은 회전하며 허공을 날아 노스페라투에게 날아갔다.

노스페라투가 사진을 받아 확인했다. 남녀의 사진이었다.


“여기에 있다고 하던데?”

“내가 알려줘야 하나?”

“내가 직접 찾을 수도 있어. 대신 그땐 이곳이 꽤 시끄러워질 거야. 그래도 괜찮다면야.”


류신이 빙긋 웃었다. 그 미소에는 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노스페라투가 천천히 왕좌에서 내려와 류신에게 다가갔다. 그의 옆에 있던 로젤리아도 노스페라투를 따라와 뒤쪽에 섰다.


“그런데 나는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아! 나? 내가 이름을 말하지 않았나? 맞아. 말 안 했네. 이놈에게만 했구나.”


류신이 문지기의 머리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 머리 좀 이젠 치우지.”

“그럴까? 들고 있기도 귀찮긴 했는데.”


류신이 들고 있던 박쥐의 머리를 툭 던졌다.

그 소리 때문인지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남녀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깨어나더니 류신을 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내가 누군지 알고 싶다고 했지? 말해주지. 나는 신.”


노스페라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을 신이라고 칭하는 남자는 이제껏 처음이었다.


“하하! 웃기는 군. 신이라고? 아무런 힘도 없는 인간 따위가?”


로젤리아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성은 류. 이름은 신. 류신이야.”


류신이 만족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 그렇지. 그저 인간이었군.”


순간 깨어나 적의를 드러내던 흡혈귀 몇이 류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류신이 태연하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노스페라투가 인상을 썼다.


“모두 멈춰라!”


류신을 향해 달려들던 흡혈귀들도, 그리고 노스 뒤에 있던 로젤리아도 화들짝 놀라며 몸을 낮춰 엎드렸다.


“내가 허락하지 않는 데 누가 감히 움직이는 가. 왕의 명령을 거역할 셈인가?”


노스페라투의 외침이 홀을 가득 채웠다.

모두들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쩌지 못했다.

물론 개중에 로젤리아는 눈을 치켜뜨며 여전히 류신을 노려봤지만 말이다.


“와! 카리스마 죽이는데? 멋졌어. 노스.”

“노스라고 부르지 마라.”

“왜? 귀엽고 입에 착 붙는데. 애칭이라고 생각해. 애칭.”

“그대에게 듣고 싶지 않다.”

“알았어. 알았어. 안 부를게. 노스. 이제 안내해. 그 인간들 어디에 있지?”


순간 류신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들뜬 듯 가볍던 분위기가 갑자기 무겁게 가라앉았다. 아니 무겁다는 것보다는 차갑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이 둘을 찾아서 어쩌려는 거지?”

“그 둘은······ 내 부모야.”


노스페라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진짜 부모를 찾아왔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가끔 이곳에 와서 가족이나 연인, 친구를 구하겠다며 설치다 먹이가 되어 사라지는 자들도 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류신은 전혀 다른 존재였고,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가족을 찾아왔다고 말은 하지만 그리움이나 간절함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는 것은 냉소와 분노였다.


“가족의 반가운 재회 같은 걸 위해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노스페라투가 류신을 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 충분히 반가워. 노스 네가 생각하는 것 같은 분위기는 분명 아니지만 반가운 건 사실이야.”


류신이 싸늘하게 웃었다. 하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집안 문제라 자세히 설명하기 힘든 게 있네. 개인적으로 민감한 문제라서.”

“그렇군. 집안 문제······ 남의 집안 문제에 끼어드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맞아. 그런 거야. 남의 집안 문제.”


노스페라투가 사진을 류신에게 다시 건넸다. 하지만 류신은 받지 않았다. 더는 필요가 없다는 듯이.


“그냥 없애 버려. 그래서 둘은 어디에 있지?”

“내가 이들의 위치를 알려주면 나는 무엇을 얻게 되지?”


노스페라투가 거래를 제안했다. 로젤리아가 깜짝 놀라며 바라봤다.

이제껏 사람들이 찾아와 노스페라투에게 거래를 제안한 적은 있어도 그가 먼저 거래를 제안한 적은 없었다. 최소한 로젤리아가 본 것은 이번에 처음이다.


“아! 그래. 노스 너도 얻는 게 있어야지. 너는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거야. 엄청나게 큰 잘못을 하지 않는 이상은 내 손에 죽지 않을 거라는 말이지. 그리고 네가 위기에 처하면······ 세 번은 구해주지.”

“푸흡!”


류신의 말에 오히려 옆에 있던 로젤리아가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너 따위가 대왕님의 목숨을 구해줘? 기고만장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그 버릇을 내가 고쳐주마.”


로젤리아의 몸에서 기운이 모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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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의외의 손님 23.06.23 845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40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5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7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7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4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4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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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8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9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9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6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10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3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5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8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8 16 11쪽
» 흡혈귀의 왕 23.06.03 1,080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8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6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1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80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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