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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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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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3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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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네가 주인공이야

DUMMY

건물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꽤 큰 진동이었다. 실험 장비들이 진동에 불안하게 흔들렸다.

밀폐 공간 안에 있던 쇼고스도 눈을 뒤룩거리며 주변을 둘러볼 정도였다. 다행히 진동에도 드래곤의 알은 무사했다.


“도대체 뭐야? 무슨 일이야?”

“외부에 알아봐! 무슨 일인지.”


연구원들이 진동에 놀라며 흥분해 이리저리 날뛰었다. 지상의 경비대에 연락을 취하느라 정신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겔은 태연했다. 그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팔짱을 낀 채 드래곤 로드의 알만 바라볼 뿐이었다.


“위,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어서 피하시는 것이······”


연구원이 보겔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보겔은 이번에도 무서운 눈초리로 쏘아봤고, 연구원은 결국 입을 다물었다.


“너희들은 너희들 일을 해라. 여기는 안전하다. 내가 있으니까.”

“네. 아, 알겠습니다.”


콰쾅!


이런 와중에도 충격에 의한 진동은 계속 느껴졌고, 여전히 건물은 흔들렸다.

보겔도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느껴지는 충격과 달리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보겔은 웃었다.


“훗! 겨우 애송이 하나? 날 너무 우습게 봤군.”


보겔이 고개를 돌려 입구를 봤다. 잠시 기다리자 입구가 펑 하고 터져나갔다.

연구원들이 혼비백산하며 충격에 나가떨어졌다.

터져나간 문에 캐틀린이 서 있었다.

보겔은 미소를 지었다.


“시무스가 보낸 게 고작 너 혼자인가? 내가 너무 우습게 보였나 보군.”


보겔이 캐틀린을 보며 말했다. 자신만만하게.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살살 좀 하래도. 왜 이렇게 과격해? 호르몬 불균형이야?”


캐틀린의 등 뒤에 한 남자가 투덜거리며 나타났다. 류신이었다. 류신이 먼지가 묻은 옷을 툭툭 털더니 보겔을 보며 빙긋 웃었다.


“오! 안녕! 네가 보겔이냐?”


***


-그래서 세계수를 포기한다고?


통신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무척 화가 난 상태였다.


“상대가 상대여야지. 지금 첩보로는 멜렉이 세계수에 상주하고 있어. 게다가 요르문간드도 지키고 있고.”


통신기를 상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레지스탕스 아 듀’의 자심이었다.


-그게 뭐야? 그딴 게 거기 왜 있어?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자심이 한심하다는 투로 대꾸했다.


-이 씨! 기다려. 내가 직접 간다.

“오지 마. 세계수 공략은 포기야. 게다가 새로 나타난 인간이 하나 있는데······ 소문에는 에흐예라는 얘기가 있어.”

-뭐? 에흐예?


통신기 너머에서 놀란 말투가 튀어나왔다.


“거봐. 너도 놀라잖아.”

-그러면 진짜 가봐야겠네. 에흐예가 맞는지.

“너 에흐예를 알아?”

-당연히 알지. 나 케테르 출신이야. 기다려. 금방 갈게.


통신이 끊겼다. 도대체 금방 온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자심은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언제 대장이 진지하게 말했던 적이 있나 싶었다.


“후. 네가 온다고 별수 있겠냐.”


의자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던 자심은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뭐야?”


뒤를 돌아본 자심. 그곳엔 포털이 있었고 류신이 빙긋 웃으며 서 있었다.


“너 잠깐 나 좀 보자.”

“어? 어?”


포털 건너편에서 류신이 손을 뻗어 자신의 멱살을 잡고는 잡아당겼다.

그 바람에 그대로 자심은 포털 안쪽으로 끌려 들어갔다.


“아악!”


놀란 자심이 소리를 지르는 순간 그의 입을 캐틀린이 틀어막았다.


“읍! 읍!”

“소리치지 마. 소리치면 집에 안 보내줄 거야.”


류신의 협박 아닌 협박에 자심이 고개를 끄덕이자 캐틀린이 손을 놓았다.


“뭐, 뭡니까? 여긴 어딥니까? 절 어떻게 찾은 겁니까? 그리고 여긴 누구시죠?”


자심이 질문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류신의 관심사는 그게 아니었다.


“너 인간이나 이종족도 테이머 가능하냐?”

“네? 그건 왜 갑자기?”


테이머는 몬스터, 즉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종족에게나 통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류신은 왠지 자심에게는 조금 더 한 단계 높은 능력이 있을 것만 같았다.

수많은 개체들을 한꺼번에 테이머할 수 있는 능력은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제 질문에 대답은······”

“나부터야. 내가 널 데리고 왔잖아.”

“그게 무슨 논리입니까.”

“여기 모스크바야. 버리고 간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사과 말고 대답부터.”


류신이 팔장을 낀 채 자심을 노려봤다.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며 류신과 캐틀린을 봤다. 캐틀린을 제대로 본 자심의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졌다.


“드, 드, 드······”

“다시 입 막히고 싶어?”


캐틀린의 말에 자신이 스스로 입을 막았다.

놀라움을 조금 진정한 자심이 천천히 손을 떼었다.


“후- 사람이나 이종족은 테이머 불가능합니다. 그건 저도 못 해요.”

“아! 그래? 실망인데.”


류신은 정말 실망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다른 걸 할 줄 압니다.”

“다른 거?”

“소환이요.”


류신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심을 노려봤다.


“소환이라고?”

“네. 맞습니다. 소환도 제 능력 중 하나입니다.”


소환은 상당히 고급 능력이다. 또한 엄청난 마력을 소비하는 능력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기존의 몬스터를 길들이는 테이머와는 차원이 다른 상상의 종을 현실로 불러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실제로 자심이 소환술이 가능하다면 굉장한 인재라는 말이 된다.


“뭘 불러올 수 있는데?”

“피닉스요.”

“피닉스?”

“네. 불사조 모르세요?”


류신이 자심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았다.


딱!


“알아. 인마.”

“아악! 아파요! 왜 이렇게 아파!”


자심이 자신의 머리를 문지르며 울상을 지었다.


“좋아. 네가 정말 피닉스를 불러내 저곳을 어수선하게 만들면 내가 인정해 주지.”

“인정이요?”

“그래. 인정.”

“그게 뭡니까? 인정받는다고 뭐가 달라지는데요.”


이번엔 자심의 눈이 가늘어졌다.


“뭘 원하는데?”

“소문 들어보니까 지금 세계수를 차지하셨다면서요?”

“그건 왜? 세계수는 못 건드려. 그건 내가 용납 못 해.”

“알고 있습니다. 세계수는 건드리지 않을게요. 게다가 엘 하이도 처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뭐, 그렇지.”

“저희 레지스탕스를 도와주십시오.”


자심은 진심이었다. 그의 눈빛이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이번 일 도와주면 너네 본부에 한 번 들르지.”

“저희 본부요? 어딘지 아세요?”

“아니. 몰라. 어쨌든 내가 들른다면 들르는 거야.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때 하자고.”

“아, 알겠습니다.”

“이번 일의 주인공은 너다.”

“네? 주인공이요?”


자심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그래. 주인공. 네가 주인공이 되는 거야.”


류신이 자심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주인공이라는 말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 자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자심은 웃으며 소환을 준비했다.


“사고를 되도록 크게 쳐야 해. 저 건물 입구의 모두가 쫓아갈 수 있도록.”

“그런데 저 건물에 뭐가 있습니까?”


대답 대신 이번엔 캐틀린이 자심을 노려봤다.


“아, 알겠습니다. 크게 사고 한 번 치겠습니다.”


캐틀린의 시선을 외면하며 자심이 주문을 외웠다.

자심의 머리 위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지고 그 안에서 정말 피닉스가 나타났다.

푸른 불꽃에 휩싸인 불사조라고 알려진 존재.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기를 반복한다는 존재가 화려한 날갯짓을 하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피닉스는 자심과 서로 바라보며 소통하더니 곧바로 류신이 가리켰던 주유소로 향했다.

확실히 소환술과 테이머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소환된 몬스터가 테이머 능력으로 인해 술사의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았으니까.


쾅! 콰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주유소가 폭발했다.


“뭐야? 무슨 일이야?”

“갑자기 웬 폭발이지?”

“모두 화재부터 진압한다. 나머지는 몬스터를 잡는다.”


효과가 있다.

건물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주유소로 몰려갔다.


“저 몬스터는 뭐야?”

“공격이 안 먹혀!”

“불을 먼저 꺼!”

“또 폭파할 수 있어. 조심해!”


주유소의 화재가 점점 커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장 경비대의 공격에도 피닉스는 건재했다. 아니, 피닉스는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았다. 그야말로 불사조라고 할 수 있었다.


자심이 뒤를 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확실히 자랑할 만한 기술이다.

이제 류신의 관심은 건물로 향했다.

건물 입구를 지키는 것은 둘 뿐. 지금이 기회다.


“좋아. 그러면 들어가 볼까?”

“아직 두 명이 있는데 어떻게 하시려고요?”


캐틀린이 걱정된다는 듯이 물었다.


“이렇게 하면 되지.”


류신이 작은 포털을 열었다. 그것은 한 경비의 바로 뒤에 열렸다.

포털이 눈앞에서 열리고 다른 공간과 연결되는 것을 자심은 신기하게 바라봤다.


류신이 연 포털은 바로 경비 한 명의 뒤에 열렸고, 류신이 손을 뻗어 포털 건너편의 경비를 잡아끌었다.

그렇게 경비는 포털 너머로 끌려 왔다. 순식간에 건물 앞의 경비 한 명이 사라지고 류신 앞으로 오게 된 것이다.


“너, 너희는 누구······”


하지만 경비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대로 류신에 의해 기절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머지 한 명도 그런 방식으로 처리되었고, 이제 건물 앞에는 아무런 경비도 남아있지 않았다.


“가자.”


류신과 캐틀린이 일어나 건물로 다가갔다. 자심이 그들의 뒤를 따르려 했다.


“넌 어딜 와! 저거나 관리해.”


류신이 피닉스를 가리키며 자심을 쫓아오지 못 하게 막았다.


“뭘 하시려는 건데요? 궁금해서 그래요. 그리고 저 여기 숨어있다가 들키면 어떡해요?”


자심의 걱정은 타당해 보였다. 러시아에 아랍인이 있다는 것부터 의심을 살만했다.

“저 녀석은 괜찮아?”


류신이 여전히 날아다니며 주변에 피해를 입히고 있는 피닉스를 가리키며 물었다.


“적당히 사고 치다가 돌아갑니다. 죽지 않으니까요.”

“편리하네. 좋아. 따라와.”


그렇게 셋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은 밖에서 생긴 소란으로 인해 어수선했다.

류신과 캐틀린, 자심이 들어서자 건물 안의 누군가 다가왔다.

쓰러트려야 하나? 류신은 고민했다.


“지금 밖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다행히 사내는 밖의 상황이 궁금해서 물어본 모양이다.

류신과 일행들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오자 상황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어본 것이다.


“지금 몬스터가 근처 주유소를 습격했어요.”

“주유소?”

“몬스터?”


대신 나선 것은 자심이다. 마치 자신이 쓸모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그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열심히 설명했다.


“몬스터가 주유소를 습격해 주유 탱크를 박살 냈습니다.”

“갑자기 몬스터가 어디서 나타났답니까?”

“그건 모르겠습니다.”


자심은 멍청한 표정으로 설명했다. 물론 그의 설명에도 사람들은 귀를 기울였다.

어쨌든 자심은 몸짓까지 섞어가며 밖의 상황을 과장되게 설명했다.


“푸른 불꽃에 휩싸인 몬스터예요. 아름다워 보이기는 하지만 무척 강했습니다. 공격이 전혀 통하지 않았거든요.”


모두 자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 틈을 이용해 류신과 캐틀린은 이동했다.


“놔두고 가도 됩니까?”


오히려 자심을 걱정한 것은 캐틀린이었다.


“괜찮아. 저놈은 사막 한가운데 떨어트려 놔도 살 수 있어. 어쩌면 샌드웜도 테이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류신은 왠지 자심의 진짜 강점은 테이머도, 소환도 아닐 거란 생각을 했다.

누구와도 소통을 잘하는 능력이 아닐까. 그 능력이 몬스터까지 확장되어 테이머로 발현된 것이 아닐까.

정말 나중에 사막에 데리고 가 샌드웜을 테이밍시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며 류신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해 아래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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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맛만 살짝 보여줄게 +2 23.06.28 793 16 12쪽
54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2 23.06.27 840 17 13쪽
53 조건부 동맹 23.06.26 833 15 12쪽
52 의외의 손님 23.06.23 845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40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3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5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7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8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4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4 14 12쪽
»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9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8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9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9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6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10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3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6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8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8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80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9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7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1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8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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