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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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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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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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소집

DUMMY

검은 빛줄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목적지를 가진 것처럼.


“저, 저게 무언지······ 아, 알고 있나?”


슈브 니구라스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내가 알아야 하나?”

“흐흐흐. 이제 너는······ 끝이다. 너의 모든 것을 담아······ 나의 동료들에게 보냈다. 이제 너는······”

“그래? 애썼네. 그런데 내가 너에게 보여준 게 전부일까?”


슈브 니구라스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류신을 봤다. 여전히 류신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내가 가진 기술을 너에게 전부 쓰기는 아깝잖아. 안 그래? 실력도 허접한데.”

“허, 허, 허접.”

“우라질 허피스 만나면 안부 전해줘.”


류신이 뒤로 돌아섰다. 슈브 니구라스를 그대로 둔 채.


“큭. 돌아와라. 나, 날 죽여. 이대로······ 두지 마라.”


슈브 니구라스가 힘겹게 외쳤다. 하지만 류신은 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이 찾아왔다.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거대한 머리가 셋 달린 개가 슈브 니구라스를 내려다봤다.

이미 케르베로스의 입가는 피로 범벅이었다.

그 많던 그노프케의 숫자는 거의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마저도 요르에게 먹히고 있었다.


크르르르-


“흐흐흐. 빌어먹을······ 짐승에게······ 먹히는······ 꼴이라니······”


슈브 니구라스의 말이 끝나자 케르베로스의 세 머리가 덥석 물었다.


와그작! 우두득! 찌익-!


류신은 케르베로스가 슈브 니구라스를 씹는 소리를 뒤로 한 채 레인에게 향했다.

레인은 누워 있었고, 세 명의 드래곤이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류신이 다가가자 시무스가 천천히 일어났다.


“어때?”

“지금은 응급조치만 했습니다.”

“응급조치?”

“네. 생명을 연장하는 마법은 당장 할 수 없습니다. 준비가 필요합니다.”

“준비라······ 얼마나?”

“삼일 정도입니다.”

“좋아. 그때까진 버티겠지?”


류신이 그렇게 묻는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레인의 안색은 좋지 못했다.

슈브 니구라스를 상대하며 생명을 깎아 힘을 사용한 대가였다.


“네. 버틸 수 있는 기운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수가 그때까지는 지켜줄 겁니다.”

“이놈도 지금은 정상이 아니라서.”


세계수 밑동의 한쪽이 날아갔다.

전체로 따지면 큰 비중은 아니지만, 타격은 있을 것이다.

그노프케들을 모두 처리한 요르도 다가왔고, 세로와 이영철도 다가왔다.

이영철은 레인의 상태를 보며 잔뜩 울상이 되었다. 세로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좋아. 삼일이라 이거지. 먼저 가서 준비해. 난 내일 찾아가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있는 곳을······”

“어딘지 대충 알아. 우랄산맥에 있잖아. 근처에 가면 알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드래곤 셋이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느새 허공에서 거대한 드래곤으로 되돌아간 셋은 마법진을 열고 안으로 사라졌다.


얼추 현장은 정리되었다.

엘 하이, 아니 슈브 니구라스의 침공을 막아냈다. 놈은 죽었고, 그가 데리고 온 그노프케라는 이계의 괴물들도 하나도 남김없이 처리했다.

세계수가 상처를 입었지만 회복될 것이다. 지구는 생명이 넘치는 세상이니까.

세로와 이영철은 다행히 치명적인 부상은 없었다. 드래곤들의 마법으로 레인도 회복될 것이다. 문제는 요르다.


류신이 요르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류신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봐! 요르!”

“······”


요르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충격을 받았다.

세계수를 지키는 것은 자신이었다. 그러나 처참하게 패했다. 제대로 힘을 써보지도 못했다. 고작 자잘한 괴물들을 처리한 것이 전부였다.


“네가 자존심이 강하다는 건 알아.”

“······”

“그리고 형제들과 사이가 안 좋다는 것도 알아.”

“······”

“하지만 모두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지. 세계수를 지키는 것.”


드디어 요르가 류신을 봤다.


“이젠 너 혼자 할 수 없어.”

“그들을 데리고 올 건가?”

“그래야지. 너희는 원래 셋이 하나가 되어야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니까.”

“후- 동생들 얼굴을 봐야 한다니.”


요르가 한숨을 쉬었다.


“원래 가족이란 그런 거야. 그래도 너희 셋이 지켜야 해. 너희 셋이 모이기만 한다면 나도 위협을 느낄 정도니까······ 그러면 웬만한 녀석들은 막아낼 수 있겠지.”


류신의 말은 진심이다.

요르문간드의 형제인 펜리르에 헬까지 합류한다면 세계수를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 셋의 연계 공격과 기술은 류신도 힘겨울 정도다.

문제는 셋의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 하지만 그것은 세계수를 지켜야 한다는 목표에 비하면 작은 문제일 뿐이다.


“오늘은 쉬자. 다들 고생했으니까.”


류신의 말에 세계수가 다시 집을 만들었다.

그러나 세계수도 상처를 입어서 그런지 전과 같은 크기의 집을 만들지는 못했다.


“너는 밖을 지켜.”


류신은 케로에게 밖의 경계를 맡겼다. 그때 케로가 갑자기 무언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주먹만 한 크기의 구슬이었다.

류신은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몬스터의 코어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파멸자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정작 쿠아칠 우터스를 처리할 때는 보지 못했다.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봉인석이야.”


그때 집 안으로 옮겨지던 레인이 힘겹게 말했다.


“봉인석?”

“그래. 탑의 봉인을 하고 만들어진 돌. 그 돌이면 봉인을 풀 수 있어. 물론 하나의 봉인만 풀리는 거지만.”

“오호! 그렇단 말이지?”


류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


류신은 혼자 바벨탑 앞에 와 있었다.

세로가 따라온다는 것을 레인의 간호나 하라며 떼어놓고 왔다.

거대한 결계는 어떤 것의 출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바벨탑 전체를 두르고 있었다.


확실히 굉장한 결계이긴 했다.

아홉의 목숨이 걸린 결계니 말해 무엇하랴. 류신도 지금의 결계는 깰 수 없다.

하지만 이제 하나씩 결계에 틈을 낼 것이다. 지금 그의 손에는 슈브 니구라스의 결계석이 들려 있기 때문이다.


류신은 결계석을 바벨탑의 결계로 가져갔다.

결계석은 결계에 닿는 순간 녹아버리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결계가 꿈틀거렸다.

그리 큰 차이는 아니지만 결계는 확실히 약해졌다. 약해졌다고 해도 아직 류신은 범접할 수 없는 단단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 한 번으로 류신은 확신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신의 대리인들을 모두 처리하고 결계석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게다가 그들은 이미 신의 대리인이 아닌 파멸자라고 봐도 무방했으니 미안함 따위는 없었다.


“좋아. 너무 좋아. 곧 만나겠네. 노인네. 기다리라고.”


류신이 바벨탑을 바라보며 말했다. 신과의 만남을 고대하는 류신이었다.

그는 포털을 만들어 바벨탑 앞을 떠났다.


***


자신의 성안 복도를 체바오트는 느긋하게 걷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앞으로 검은빛의 덩어리가 날아왔다.

체바오트를 경호하던 엘프와 리자드맨이 재빨리 검은빛 덩어리 앞을 막아섰다.


“물러나라.”


체바오트의 명령에 엘프와 리자드맨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검은빛의 덩어리가 체바오트 앞에 멈춰 섰다.

체바오트가 손을 뻗어 검은빛을 만졌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졌다. 그 장면은 바로 류신과 엘 하이의 싸움이었다.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펼쳐지는 영상을 체바오트는 유심히 지켜봤다. 영상은 엘 하이, 아니 슈브 니구라스가 류신에게 당하는 모습이었다.


체바오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신들이 생각하던 수준의 에흐예가 아니었다. 슈브 니구라스를 이정도의 실력 차이로 처리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한다면 어쩌면 이번이 기회일지도 몰랐다.

엘 하이가 죽었다는 것은 그가 지배하던 지역의 주인이 없다는 것일 테니 말이다.

부하들만 몇 보내도 충분히 지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체바오트는 영상에서 빠져나왔다.


“즐거워 보이십니다.”


부하 하나가 체바오트를 보며 말했다.


“그렇게 보이나? 그럴 수도 있겠지. 기회가 왔으니까. 당장 원탁회의를 요청해야겠다.”

“회의를 말입니까?”

“그래. 전체 회의를.”

“회의는 언제로 생각하십니까?”

“삼 일 후가 좋겠군.”

“그렇게 알리겠습니다.”


체바오트는 흐뭇한 미소를 띤 채 걸음을 옮겼다.


***


엘 하이가 보낸 영상을 보지 못한 신의 대리인은 없었다.

유럽을 지배하는 엘로힘(Elohim), 중앙과 남아프리카를 지배하는 엘(El), 남아메리카를 지배한 기보르(Gibbor), 호주와 오세아니아를 지배하고 있는 테트라(Tetra),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지배하는 예체(JeTze)도 같은 영상을 봤다.

무엇보다 중앙과 북아메리카를 지배하는 예호바(Jehova)는 영상을 보면서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재미있게 날뛰어 주는군.”


예호바는 미소를 짓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의 보좌가 다가와 옆에 섰다. 보좌가 특이했다. 커다란 날개가 달린 미남이었다. 순백의 날개는 너무나도 하얗고 깨끗해 건드리기라도 하면 더러운 때가 묻을 것만 같았다.


“미카엘!”

“네! 예호바 님!”


예호바의 보좌는 바로 대천사 미카엘이었다. 그가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너는 에흐예를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어떤 친구지?”

“만나는 것을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어째서?”

“성격이 괴팍합니다.”

“괴팍해?”


예호바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신의 대리인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천박하고 제 멋대로인 자입니다.”

“그렇군. 멋대로라. 하지만 난 그런 자에게 관심이 생기는구나.”

“모든 것은 예호바 님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미카엘의 대답에 예호바는 흡족한 듯 웃었다.

그때 미카엘의 인상이 살짝 일그러졌다.


“예호바님!”

“무슨 일이지?”

“체바오트 님이 원탁회의를 소집하셨다고 합니다.”

“원탁회의라······ 엘 하이의 죽음에 자극받은 것일까? 아니면 체바오트의 또 다른 꼼수일까?”

“하지만 회의가 소집된 이상 응해야 합니다.”

“그렇겠지. 한 번쯤 속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

“날짜는 삼 일 후입니다.”

“회의 준비를 해야겠구나.”


미카엘이 느긋하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밖의 풍경은 의외였다.

깊은 산 속에 통나무로 지은 집이 덜렁 한 채 놓여있었다. 꽤 큰 호수가 잔잔하게 통나무집 옆에 펼쳐져 있고, 뒤로는 만년설이 덮인 산이 웅장하게 솟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 보이는 천사들의 모습이었다.

모든 천사들이 예호바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주변에는 모두 천사들뿐이었다.

찬란한 빛으로 수놓아져 있는 호수 주변의 풍경은 마치 천국을 방불케 했다.


예호바가 호수 앞에 섰다.

넓은 호수가 시원하게 예호바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희의는 회의고······ 직접 한번 만나봐야겠군.”


예호바가 비릿한 미소를 띤 채 혼잣말을 했다.


***


“누가 내 얘기를 하나?”


류신은 귀가 가려운 듯 귀를 후볐다.

그는 귀를 한참을 파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류신이 도착한 곳은 눈이 덮이고 바람이 거칠게 불어오는 험난한 산의 중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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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맛만 살짝 보여줄게 +2 23.06.28 793 16 12쪽
54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거지? +2 23.06.27 840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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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의외의 손님 23.06.23 845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40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5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6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7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4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4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8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8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9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9 15 12쪽
» 회의 소집 23.06.09 1,096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10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2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5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8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8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79 15 12쪽
31 침공 23.06.02 1,128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6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0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80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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