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귀환자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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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감자세상
작품등록일 :
2023.05.10 11:25
최근연재일 :
2023.09.15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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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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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공

DUMMY

마법진이 엘 하이의 주변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내 엘 하이의 사방을 막더니 발 아래와 머리 위까지 채웠다.

마치 마법진의 상자에 엘 하이를 가둔 것처럼 보였다.


“페르도(perdo 파괴하라)”


메피스토의 명령이 떨어졌다.

마법진이 번쩍이며 내부의 존재를 부수기 위해 움직였다.

엄청난 기운이 마법진에서 느껴졌다.

메피스토가 재빨리 윤치성에게 다가갔다.


“일어나. 여기서 빠져나간다.”

“뭐? 왜? 도대체 무슨 일이야?”

“살려면 날 믿어.”

“사, 살려면? 무슨 소리야? 엘 하이 님이 우릴 죽이기라도 한다는 거야?”

“그래. 죽이려 들 거야. 도망쳐야 해. 그래야 살아.”


하지만 윤치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냐. 넌 몰라도 난 아냐. 난 엘 하이 님을 배신하지 않았어. 엘 하이 님을 배신한 건 너야.”


윤치성이 엘 하이를 향해 몸을 돌렸다.


“엘 하이 님! 저는 아무 잘못 없습니다. 저는 끝까지 엘 하이 님을······”


퍽!


하지만 윤치성의 대답은 끝내 이어지지 못했다.

촉수 하나가 마법진을 깨트리고 뻗어 나와 그대로 윤치성의 목을 꿰뚫어버렸다.


끄르륵-


윤치성의 목에서 무언가 끓어오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의 몸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뚫린 목 부분이 찢어지며 윤치성의 몸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촉수는 여전히 윤치성의 머리를 쥐고 있다가 그대로 터트려버렸다.


퍽!


잔인한 광경이었다. 그 모습을 메피스토는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규격 외의 괴물이다. 메피스토 본인 정도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해볼 수 없었다. 루시퍼나 이 자리에 있으면 모를까.


메피스토는 재빨리 마법진을 열었다. 우선은 피하는 것이 상책인 것 같았다. 최소한 저승으로 가면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마법진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촉수가 날아와 마법진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와장창!


조각조각난 마법진은 그대로 힘을 잃고 사라져버렸다.


“쉽게 도망치도록 놔둘 수야 없지.”


어느새 엘 하이는 메피스토가 만들었던 마법진의 상자를 빠져나와 있었다.

상자룰 구성하던 마법진들 역시 모두 찢기고 깨져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네가 가진 재주가 이게 전부냐? 아쉽지만 이제 끝이구나.”


엘 하이의 등쪽에서 검은 촉수가 나타났다. 마치 연기처럼 생긴 것이 촉수의 형태를 띄고 있었고, 무척이나 음험한 기운을 내포하고 있었다.

순간 엘 하이를 보던 메피스토가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킥킥킥! 크크크!”


메피스토를 향해 촉수를 날리려던 엘 하이가 멈췄다.


“왜 웃는 것이지?”

“큭큭큭. 이제야 깨달았소.”

“무엇을 말이냐.”

“당신은 죽을 거요.”


메피스토의 말에 엘 하이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내가 고작 네 놈 손에 죽을 것 같으냐?”

“아니, 내가 아니라 에흐예의 손에 죽을 거요.”

“웃기는 놈이군. 에흐예는 없다. 그놈이 없는 걸 아니까 내가 세계수를 치러 가는 거야.”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요?”


메피스토가 미소를 띤 채 재차 물었다.

순간 엘 하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짧은 순간이었다. 엘 하이의 등 뒤에 거대한 마법진이 만들어진 것이.

마법진에서 무언가 나타났다.

그것은 후드를 쓴 거대한 해골이었고, 손에는 역시 거대한 낫을 들고 있었다.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눈치챈 엘 하이가 고개를 돌렸다.

마법진에서 나온 거대한 해골이 그대로 엘 하이를 향해 낫을 휘둘렀다.


부우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낫은 엘 하이의 몸을 베지 못했다.

거대한 낫은 검은 기운의 촉수들에 막혀 있었다.


“후후. 리퍼(Reaper)까지 막아내다니. 대단하오.”


메피스토의 최강이자 마지막 일격이었다. 이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마지막 일격이 엘 하이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도 메피스토는 웃었다.


엘 하이의 촉수가 마법진에서 나온 리퍼를 그대로 찢어버렸다. 역시 마법진도 찢어지며 사라졌다.

엘 하이가 천천히 메피스토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더 할 게 남았나?”


엘 하이가 메피스토 바로 앞까지 오더니 물었다.


“아! 이젠 없습니다. 모든 걸 다 쏟아부었네요. 전 당신을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 그런데도 내가 에흐예에 진다? 어째서지?”

“아! 그거야 당연하죠.”

“그러니까 그 이유가 뭐냐는 말이냐?”

“지금의 내 모습을 보고서도 모르겠습니까?”

“네 모습?”


메피스토가 다시 웃었다.


“당신에게 대항하고 있는 내 모습 말입니다.”

“그게 어쨌다는 거지?”

“나는 에흐예에게는 대항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그런 생각도 할 수 없었죠. 그런데 당신에게는 이렇게 대항하고 있잖습니까.”

“웃기는 논리군. 결국 내 몸에 상처하나 내지 못한 주제에.”

“맞습니다. 하지만 저항할 생각조차 못 하는 존재와는 아무래도 다른 겁니다. 큭큭큭.”


메피스토는 다시 웃었다. 엘 하이는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퍽!


메피스토의 몸이 꿈틀했다.

그의 복부를 검은 촉수가 꿰뚫어버렸다.


“크흑!”


메피스토의 입에서 드디어 웃음이 사라졌다.


“우리 악마들이······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흥. 기억해도 너희들로서는 날 어쩔 수 없다.”

“흐흐흐. 하지만 에흐예 님에게 죽을 당신을 기억하는 것은 가능하겠죠.”


끝까지 메피스토는 엘 하이를 도발했다. 죽을 때까지도.


“끝까지 재수 없는 놈이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당신의······ 진짜 정체는 뭡니까?”

“알고 싶나?”


메피스토가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죽음이 눈앞이다. 살아날 확률은 없다.


“죽음을 앞둔 자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엘 하이가 서서히 가면을 벗었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에 메피스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대로 메피스토는 바닥으로 쓰러져 생을 마감했다.


“기분 나쁜 놈이었어.”


엘 하이가 메피스토의 시체를 뒤로하고 몇 걸음 걷더니 포털을 열었다. 포털 너머에 세계수의 모습이 보였다.

엘 하이가 빙긋 웃으며 포털 안으로 들어갔다.


***


티베트 불교의 성지.

달라이 라마가 살고 있다는 포달랍궁 앞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일그러진 공간 안에서 류신이 걸어 나왔다.

그는 여전히 관리국의 마크가 찍힌 트레이닝복을 입고 있었다.


류신은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썼다.

무엇보다 어두웠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포달랍궁과 그 주변에만 검은 구름이 잔뜩 모여 있었다.

검은 구름이 태양 빛을 차단했고, 한낮에도 저녁처럼 어둠을 유지하고 있었다.

성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음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피비린내가 주변에서 진동했다.


류신은 포달랍궁 앞의 광장 주변을 봤다.

광장의 가장자리에는 기둥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기둥에 있는 것을 본 류신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상종 못 할 놈들이군. 하- 그냥 멸종시켜 버릴까?”


류신이 인상을 쓴 채 포달랍궁으로 향했다.

광장 가장자리에 세워진 기둥에는 포달랍궁의 원래 주인이었을 티베트 승려들이 기둥에 꿰어진 채 매달려 있었다.

궁을 향해 걸어가는 길 옆으로도 꼬챙이는 이어졌고, 그곳엔 어김없이 백골이 되어버린 티베트 승려들이 매달려 있었다.

마치 이곳으로 다가오면 이렇게 된다고 경고하는 듯한 표식처럼 보였다.

거대한 먹구름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포달랍궁과 주변을 덮고 있었다. 절대 태양빛 하나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궁 입구에 도착하지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누구나 들어와도 좋다는 환영의 의미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누구나 들어와도 상관없다는 자신감처럼 보였다.

누가 들어오던 흡혈귀의 아주 좋은 양분이 될 테니 그들의 자신감이 완전히 허세는 아니다.


사실 흡혈귀라고 부르고는 있지만 귀(鬼)라고 부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그저 그들 종족 자체가 흡혈을 하는 것뿐이다. 즉 피가 주된 양식이라는 차이일 뿐. 거머리가 피를 빠는 것과 같다고 할까.

몸이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못하는 양분을 흡혈을 통해 채우는 것이 바로 이 종족의 특징이다.


흡혈 종족에 인간이 물리면 그 역시 흡혈귀가 된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을 흡혈 종족으로 만드는 특별한 절차가 있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흡혈 종족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심지어 그 와중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종족을 바꾸는 게 쉽게 될 리가 없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흡혈 종족은 인간을 그저 식량으로 사용한다.


흡혈 종족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것은 영화와 소설 등,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에 불과하다. 십자가를 싫어한다느니, 마늘을 싫어한다느니 하는 것도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상상일 뿐이다.

냄새에 예민해 향신료 냄새를 싫어할 뿐이고, 어떤 종교적 상징도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종교와는 아무 관계 없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인간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상상과 환상들이 마치 사실인 양 떠받들어진다.

바벨탑이 무너졌다는 기록도 사실은 거짓이기도 하고, 신이 괴팍한 사이코라는 기록은 종교 서적 전체를 뒤져봐도 어디에도 없으니까.


류신은 드디어 포달랍궁 안으로 들어섰다.

궁 안은 더욱 어두웠다. 군데군데 횃불이 희미하게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매우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아닐 수 없었다.


“후-”


류신은 길게 심호흡을 했다.

드디어 만나는 것이다. 자신의 부모를. 세상에서 신보다도 더 증오하는 존재를.


안으로 몇 걸음 들어서자 약간 넓은 로비 같은 곳이 나타났다. 물론 중앙 로비는 아니다. 입구에 마련된 별도의 로비처럼 보였다.

류신은 그곳에 멈춰 섰다.


무언가 안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 둘? 아니 수십? 수백, 수천의 기운이다.

어둠 속에서 류신이 기다렸던 존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은 박쥐 떼였다.

박쥐 떼는 무리 지어 날아와 류신의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모습을 류신은 우두커니 선 채 바라봤다.


수천 마리의 박쥐 떼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확실히 장관이다. 마치 곡예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류신은 박수라도 쳐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몇 번 박수를 치기도 했다.


짝! 짝! 짝! 작!


[네 놈은 누구냐? 여기에 왜 온 것이지?]


박수소리 때문인지 반응이 왔다. 박쥐 떼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류신은 잠깐 고민했다.

그냥 밀고 들어갈지, 아니면 대화를 할지.


“너희들의 왕을 만나러 왔다.”


우선은 대화다. 인간은 이성적인 종족이니까.

괜히 처음부터 사고 치면 귀찮아진다. 부모가 여기에 있는지 없는지부터 직접 찾아다녀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너 따위가 우리의 대왕님을 만나겠다고? 제물이라도 되러 왔는가? 아니면 우리의 종족이 되고 싶어서?]


박쥐 떼는 여전히 류신의 머리 위를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손님이 왔으면 얼굴 마주 보고 대화하자고. 그게 예의라는 거야.”


류신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하하하! 당돌한 놈이구나.]

“인내심이 바닥나려고 하는데······”


류신이 박쥐 떼를 노려봤다.


[네 놈의 인내심 따위에는 관심 없다.]

“그래? 내 인내심이 그리워질 거야.”


류신의 몸이 총알처럼 쏘아져 날아다니는 박쥐 떼들 사이로 들어갔다.

갑작스럽게 박쥐 떼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컥! 뭐, 뭐냐?]


어느새 박쥐 떼 한 가운데 있는 유독 덩치가 큰 박쥐 한 마리의 목이 류신의 손에 잡혀 있었다. 대략 사람 정도 크기의 박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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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의외의 손님 23.06.23 845 16 13쪽
51 살아야 하는 이유 23.06.22 847 17 14쪽
50 영입 제안 +1 23.06.21 865 15 13쪽
49 선전 포고의 효과 +1 23.06.20 940 16 13쪽
48 지배자들 23.06.19 932 16 13쪽
47 선전 포고 +1 23.06.18 955 15 16쪽
46 새로운 주인 23.06.17 967 15 12쪽
45 약속은 지켜야지 23.06.16 987 16 13쪽
44 드래곤 로드 +1 23.06.15 994 17 13쪽
43 돌려받았으면 하는데 23.06.14 974 14 12쪽
42 네가 주인공이야 23.06.13 978 14 12쪽
41 소란 한 번 일으켜볼까 23.06.12 998 16 12쪽
40 배신자 23.06.11 1,029 16 13쪽
39 드래곤의 신전 23.06.10 1,079 15 12쪽
38 회의 소집 23.06.09 1,096 17 11쪽
37 겨우 이거야? 23.06.08 1,110 15 13쪽
36 절대적인 위기(2) 23.06.07 1,093 15 13쪽
35 절대적인 위기(1) 23.06.06 1,146 16 14쪽
34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해야지 23.06.05 1,138 15 13쪽
33 당신들이 부모라고? 23.06.04 1,148 16 11쪽
32 흡혈귀의 왕 23.06.03 1,080 15 12쪽
» 침공 23.06.02 1,129 14 12쪽
30 이건 경고야 +4 23.06.01 1,144 14 12쪽
29 위태로운 동업 +1 23.05.31 1,197 17 13쪽
28 가족은 비지니스 +1 23.05.30 1,281 17 13쪽
27 가족의 재회 +1 23.05.29 1,381 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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