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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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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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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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전야霹靂前夜 4

DUMMY

총과 같이 빠른 공격에 대처하는 방법.


그것은 공격이 시작되기 직전, 찰나의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


"일광一光."


영힐이 발도했다.


한 줄기의 빛이 그의 검집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 전에 범람을 휘둘러 검격을 튕겨냈다.


그가 검을 뽑기 위해 몸 곳곳의 근육을 가동하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


"단공참!"


나는 범람에서 검기를 내뿜어 그를 타격했고, 그는 뽑아놓은 검으로 단공참을 막아내었다.


'너를 여기서 상대할 시간은 없다.'


무인 풍비나선 산.


그에게 장격을 날려 멀리 날려 버렸다.


영힐은 다시 발도하기 위해 납도했다.


싸움 도중에 납도하는 건 멍청한 짓이지만, 영힐의 무공은 애초에 그렇게 해야 제 위력이 나오는 무공이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필시 빈틈이 생긴다.


범람 사출,


그가 납도하는 사이에 그에게 범람을 날렸다.


그는 깜짝 놀라 곧바로 발도했지만, 내공의 축적이 부족하여 크게 튕겨 나가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나는 그 틈에 언덕 아래로 재빨리 달려 내려갔다.


"멈춰라!"


그가 바락바락 소리치며 나를 쫓아오는데,


"그대나 멈춰라."


누군가가 그를 막아섰다.


화공자 관윤이었다.


"화산파냐? 비켜라."


영힐이 그에게 성질을 부리는데, 관윤은 느긋한 말투로 대답했다.


"휴일에 휴양이나 하러 왔는데, 그걸 방해했으니 본인도 방해를 좀 해야겠소."


"너도 저놈 편이냐?"


"본인은 누구의 편도 아니오. 그저 성격이 다소 뒤틀렸을 뿐이지. 하핫!"


관윤이 검을 서서히 뽑았다.


"자, 그럼, 미선당주 노루미의 호법이자 발도문주 조황현의 제자 영힐. 어디 실력 좀 보여주겠소?"


관윤이 영힐을 막아주는 동안, 나는 길을 재촉했다.


막다른 곳에서 경공술을 이용해 풀숲 위로 날아오르려는데,


"후후, 네가 이월이구나?"


붉은 머리칼을 가진 또래 여자애가 길옆에서 뒷짐 지며 나타났다.


등 뒤로 검을 쥔 것이 보였다.


'딱 보니 노루미의 부하로군.'


나는 범람을 뽑아 그녀에게 날렸다.


"앗!"


소녀가 급히 검을 휘둘러 범람을 막았지만,


방어가 서툴렀던 터라 튕겨 나가서 풀숲에 처박혔다.


"꺄아악!"


무인 풍양보.


나는 그녀를 무시하고 빠르게 비탈길을 내려갔다.


"야, 기다려~!"


길이 나 있지 아니하고 풀숲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경공술로 풀숲 위를 가볍게 뛰어다니면 되었다.


그렇게 언덕 아래에 도착했다.


그리고 부두 쪽으로 난 도로를 일직선으로 달려 나갔다.


'번개!'


차탄의 예감.


2호검 범람 발도.


나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다 범람을 내질렀는데, 예상대로 노루미의 화살이 날아와 범람에 처박혔다.


"크악!"


그 충격에 나는 길가에 처박혔다.


화살에 실물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다만 번개였고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나는 다시 일어나 달렸다.


'노루미, 정녕 죽어야 정신을 차릴 모양이구나.'


쿠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또 한 번 화살이 날아왔다.


또다시 범람을 휘둘러 튕겨냈고, 길바닥에 넘어지며 낙법으로 곧장 일어섰다.


멈추어서는 안 된다.


이 개활지에서 노루미는 나를 죽일 생각이다.


"흐읍!"


또 날아오는 화살을 범람으로 튕겨냈다.


나는 또 넘어지며 낙법으로 우뚝 섰다.


그러면서 점점 먼지 범벅이 되어갔다.


"허억, 허억."


'절대로 멈추지 않을 테다.'


나는 계속 달렸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 끝에, 결국 부두에 다다를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인파가 쫙 깔려 있었는데, 인파를 뚫고 들어가 보니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었다.


흰 머리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와, 철존의 호법 명윤이었다.


"미선당주의 호법?"


명윤이 중지로 안경을 고쳐 썼다.


"그게 누구든 관계없습니다. 저는 철존의 호법입니다."


그가 싸울 자세를 취했다.


"존사도尊使徒 명윤. 철존의 호법이 어떤 존재인지 가르쳐 드리죠."


그가 한껏 기세를 놀리다가 본격적으로 무공을 펼치려 하는데,


"사방신공四方神功 남주南朱!"


한 사내가 끼어들었다. 한수였다.


"작봉비돌灼鳳飛突!"


그가 불꽃을 회오리처럼 두르고 날아와, 양복 사내에게 주먹을 날렸다.


"열파탄熱波彈!"


이에 양복 사내도 주먹에 열기를 두르고 맞섰다.


사방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가고, 충격파에 닿은 모든 물체가 불타올랐다.


부두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민영은!"


바닥에 착지한 한수에게 다가가 물었다.


"괜찮아."


한수가 대답했다.


"다른 무림인들에게 맡겨놨다."


그는 싸울 자세를 취하고 양복 사내를 노려보았다.


"너희들은 뭐냐. 왜 여기서 날뛰는 거냐?"


한수의 물음에 양복 사내는 말 없이 목을 풀었다.


그리고 한수를 노려보며 싸울 태세를 취했다.


"신무림 세존의 딸과 그 호법들입니다."


내가 대신 답해주었다.


"마찬가지로 세존의 딸인 제 친구를 노리고 이곳으로 왔습니다."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알고 있다. 나와 루아의 사정 때문에 본의 아니게 구무림인들에게 민폐를 끼쳐 버렸다.


"친구를 돕겠다는 게 이런 말이었나."


"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너희 잘못은 아니지."


한수도 태연하게 답했다.


"때와 장소를 분간 못 하고 설치는 저 작자들의 잘못이지."


그는 양복 사내를 노려보며 말했다.


"가라. 저놈은 내가 막아주면 되는 거겠지?"


"···죄송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뭐가 죄송하냐! 너랑 나도 친구 사이 아니냐. 편하게 부탁해라."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양복 사내를 돌아보았다.


"노루미는 어디 있지?"


그리고 이 일을 일으켰을 원흉의 소재에 관해 묻는데,


"···."


양복 사내는 나를 말없이 돌아보더니,


덤벼보라는 듯이 손을 까딱였다.


'충성심이 강한 놈이군.'


노루미가 갈만한 곳이 있나 바다 너머를 살펴보는데,


"여기서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은 두 곳뿐이다."


한수가 끼어들어 설명했다.


양복 사내가 단숨에 달려들어 그를 공격했다.


"아까 논검을 벌였던 차귀도!"


한수는 그의 연타를 받아내며 말했다.


"그리고 차귀도 전에 있는 와도라는 섬이다! 여기서 1~2분이면 간다!"


그는 장타를 날려 양복 사내를 튕겨내고, 그사이 검지를 들어서 가까이에 있는 섬 하나를 가리켰다.


"노루미라는 작자가 타갈과 싸울 생각이 아니라면 와도로 갔겠지."


"···감사합니다!"


나는 당장 배를 타러 부두 안으로 나아갔다.


"못 간다."


양복 사내가 내 앞을 가로막는데,


"자네야말로."


한수가 달려들어 그를 주먹으로 쳐냈다.


"목사자!"


명윤이 그의 곁에 서서 자세를 잡았다.


"저 존사도 명윤도 함께 싸우겠습니다."


"명윤, 너는 이 소협을 따라가라."


"네에?"


"이놈은 나 혼자서도 충분하다. 네가 배를 운전해서 와도까지 데려다줘라!"


"아니, 운전할 거면 자기가 운전하면 되지, 뭔···."


"한 사람은 화살을 막아야 해요."


내가 끼어들어 말했다.


"화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명윤이 이해 안 된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리는데,


쿠르릉!


노루미의 화살이 날아들어 내가 그것을 튕겨냈다.


"크윽!"


내 몸이 튕겨 나가며 주변에 전기가 흩어졌다.


나는 다시 몸을 일으켜 명윤을 돌아보았다.


"이거요."


"···."


명윤은 방금 본 것을 믿을 수가 없다는 듯 표정이 굳었다.


"대신 막아주실래요?"


"···아니, 그냥 당신이 막으세요."


나는 그와 함께 빈 보트에 탔다. 명윤은 밀폐된 운전석으로 들어가고, 나는 뒤쪽의 탁 트인 자리에 서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는 보트에 시동을 걸고 곧장 와도를 향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갔다.


'온다.'


쿠르릉!


곧장 번개 한 발이 날아왔다.


"크앗!"


나는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움켜쥐고, 두 손으로 범람을 휘둘러 번개를 튕겨냈다.


그 반동으로 내 몸뚱이도 튕겨 나는데, 범람이 채찍처럼 휘어 배의 지붕을 조금 부수었다.


배가 흔들리고 운전석에 있던 명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으아악!"


"괜찮으니까 계속 운전하세요!"


나는 손바닥으로 운전석 창문을 치며 그를 진정시켰다.


나는 와도를 노려보았다.


안개에 가려져 노루미의 모습은 아직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위치는 대략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와도에 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승부처다.


'온다!'


안개 속에서 푸른 번개가 번쩍이고, 천둥소리와 함께 2번째 화살이 날아들었다.


"흐읍!"


야구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듯, 나는 전력으로 화살을 튕겨내었다.


"허억!"


나는 난간에 처박혔고, 범람이 차체 옆부분을 다소 깨부수었다.


물론 명윤이 깜짝 놀라 소리 질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나는 호흡을 고르며 다시 일어섰다.


안개 속에서 검은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갈래의 기다란 머리칼을 유려하게 휘날리는 저 여체女體.


고대 문명의 여전사처럼 거대한 활을 들고 섬 위에 우뚝 선 저 강체强體.


필시 노루미였다.


안개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나와 그녀는 분명 서로 노려보고 있었다.


'앞으로 한 번, 한 번만 더 버티면 된다.'


거리가 가까워졌으니 찰나의 순간에 승부가 갈릴 것이다.


나는 범람을 더욱 굳세게 쥐었다.


이윽고 안개 속에서, 여전사의 두 눈이 푸르게 번뜩였다.


번개가 빗발치고, 그녀의 활에서 최후의 일격이 내쏘아졌다.


"타아앗!"


나는 번개를 일도양단할 기세로 내리쳤다.


번개가 범람의 정중앙에 직격했다.


붉은 불똥과 푸른 전기가 사방으로 작렬했다.


오늘 받은 것 중 최고의 위력이었다.


***


"월아, 항상 기억하거라. 네 무공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


"크아악!"


결국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나는 뒤로 크게 튕겨 나갔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푸르고 거대한 바다의 품에 몸을 맡기고 말았다.


시야가 온통 푸르게 물들고, 입에서 공기 방울이 수없이 쏟아져 나갔다.


팔다리가 무거웠다.


***


"후우."


남로 몽현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선 바다로 떨쳐냈구려."


그가 노루미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두 눈에 불을 밝히고서 바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활도 여전히 곧게 들었다.


저 바닷속에 있는 적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기 전까지는 안도할 수 없었으리라.


바다는 죽은 듯이 얌전했지만, 노루미는 이대로 번개를 쏘아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이대로 전기로 지져 죽이겠어."


백천궁白天弓.


시위도, 화살도 없으며, 새하얗고 날카로운 단면을 가진 활.


오직 미선당주 노루미만이 다룰 수 있는 활.


행하는 것은 시위 당기는 시늉.


무색無色의 시위를 당기는 그녀의 손에서 몇 갈래 전기가 솟아나고, 그것이 수없이 꼬아져 한 갈래의 번개 화살을 이루었다.


노루미는 죽은 바다를 향해 그것을 쏘아내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물보라를 일으키며, 한 소년이 바다 위로 솟아올랐다.


소년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손에 달린 바람의 칼날을 내던졌다.


"이월!"


노루미는 그를 노리고 화살을 쏘았고, 칼날과 화살이 도중에 만나 기의 돌풍을 일으켰다.


둘은 공중에서 함께 소멸했다.


소년은 팽이처럼 돌아 물을 흩뿌리며 섬 위에 착지했다.


하늘하늘한 도복과 산발인 머리칼.


칼날과도 같이 날카로운 눈빛.


월하추풍검 이월이었다.


"···결국."


몽현이 앞으로 나섰다.


"내가 상대해야 하는가."


그는 보라색 보따리에 싸고 있던 기다란 물건을 꺼내려 했다.


"됐어."


그런데 그를 노루미가 제지하며 앞으로 나섰다.


"내가 죽일 테니 너는 따라만 오라고 했잖아."


노루미가 그를 돌아보며 당돌한 미소를 지었다.


"약속은 지켜야지."


그러고는 다시 이월을 돌아보며, 쥐고 있던 날카로운 활을 좌우로 떼어냈다.


그렇게 토막 난 활 두 덩이를 고쳐 쥐니, 곧 두 자루의 검이 되었다.


"고마워, 작명사는 두고 와줘서."


노루미가 말했다.


"여기서 여래의 힘은 못 쓰겠네."


그녀의 말에 이월은 두 눈을 서슬 퍼렇게 빛냈다.


"그런 거 없어도."


그는 검지에 입김을 불고, 입김을 칼날로 벼려내는 신기를 선보였다.


"너 하나는 베어 죽일 수 있다."


이월과 노루미는 각자 무기를 들고 대치했다.


이렇게 구무림 각지에서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되었다.


진정한 패천논검이 시작된 것이다.

봉금조 집합 후 인물들 위치_편집 후.png


작가의말

이번 화 등장인물들의 위치를 지도에 표시해 보았습니다.


(출처 :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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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인왕작열권 용총 4 +1 23.07.20 65 3 13쪽
54 인왕작열권 용총 3 +1 23.07.19 70 4 11쪽
53 인왕작열권 용총 2 +1 23.07.18 65 2 12쪽
52 인왕작열권 용총 1 23.07.17 65 2 15쪽
51 진眞 패천논검 4 +1 23.07.14 84 3 14쪽
50 진眞 패천논검 3 +1 23.07.13 71 4 14쪽
49 진眞 패천논검 2 23.07.12 70 2 14쪽
48 진眞 패천논검 1 +1 23.07.11 79 4 12쪽
» 벽력전야霹靂前夜 4 23.07.10 72 3 13쪽
46 벽력전야霹靂前夜 3 23.07.07 70 3 14쪽
45 벽력전야霹靂前夜 2 23.07.07 64 3 13쪽
44 벽력전야霹靂前夜 1 23.07.06 76 6 12쪽
43 패천논검 6 - 이십사수매화검 관윤 1 +1 23.07.05 89 5 12쪽
42 패천논검 5 - 흡성검 종혁 2 +2 23.07.04 83 3 14쪽
41 패천논검 4 - 흡성검 종혁 1 +1 23.07.03 92 6 13쪽
40 패천논검 3 +2 23.06.30 96 3 12쪽
39 패천논검 2 +1 23.06.29 89 3 13쪽
38 패천논검 1 +1 23.06.28 94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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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재정비, 그리고 구무림으로 +3 23.06.23 11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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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천상천하 유아독존 6 +3 23.06.21 124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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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천상천하 유아독존 4 23.06.19 112 4 11쪽
30 천상천하 유아독존 3 +2 23.06.16 151 5 12쪽
29 천상천하 유아독존 2 23.06.15 121 5 12쪽
28 천상천하 유아독존 1 23.06.14 132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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