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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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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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1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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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眞 패천논검 1

DUMMY

동광 란저는 자신의 어검술에 의해 무너져 가는 패천당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월을 놓친 건 적잖이 뼈 아팠지만, 애초에 그를 막는 것은 서침 영힐의 역할이었다.


그러니 자신은 실책을 범한 게 아니라고··· 실수를 정당화했다.


그것보다, 미선당주가 그녀에게 맡긴 임무가 하나 더 있었다.


당주는 말했다.


이월이 앞으로 여래의 힘을 취하지 못하게끔 하라고.


이월의 전속 작명사를 제거하라고.


란저는 패천당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무림인 몇이 분진에 기침하며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그 속에 이월의 동료 두 사람이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아선당주와 작명사였다.


당초에 당주는 그녀에게 시킨 일만 하라고 당부했다. 아선당주와 작명사를 한꺼번에 잡으려고 애쓰다가 일을 그르치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래서 란저는 작명사만을 노리고 단검을 꺼냈고, 그것을 작명사에게 날렸다.


단검은 그녀의 의지에 따라 풀숲을 거쳐 작명사를 향해 은밀히 나아갔다.


"김송하!"


그런데 습격을 눈치챈 아선당주가 앞으로 나서서 단창으로 단검을 튕겨냈다.


아선당주 노루아.


그녀가 란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푸른 두 눈을 보는 순간, 란저는 벼락에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영락했다고는 하나 세존의 딸. 노루아는 자신의 주군인 노루미와 비슷한 격을 갖고 있었다.


란저는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미소 지었다.


'이월에게는 저 여자가 주군인 거겠지···.'


란저는 손으로 무지개를 그렸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로 검들이 공작 꼬리처럼 솟아올랐다.


노루아가 그녀에게 달려들고, 란저는 그녀에게 검들을 쏘아냈다.


노루아는 단창을 휘둘러 검들을 모조리 튕겨내었고, 풀쩍 뛰어오르며 란저에게 단창을 내찔렀다.


란저는 검을 들어 노루아의 쇄도하는 단창을 막는데,


"으윽!"


뼛속까지 울리는 충격에 뒤로 크게 밀려났다.


역시 세 자매의 일각. 강했다.


하지만 란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당돌한 발상을 떠올렸다.


'그냥 둘 다 잡자. 그러면 루미 언니가 나를 두 배로 사랑해 줄 거야!'


그녀는 검지와 중지를 세웠다.


"천침千針!"


그러자, 사방에 흩어져 있던 검들이 일제히 노루아를 향해 날아들었다.


***


"벽계霹界!"


노루미가 온몸에서 전기를 뿜었다.


전기는 방벽과도 같이 펼쳐지며, 내가 날린 범람을 막아내었다.


그 바로 뒤에 범람을 하나 더 겹쳐서 날렸는데, 그것은 쥐고 있던 두 자루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막아내었다.


그녀는 활을 갈라서 검 두 자루로 만들었는데, 내구도는 확실한지 이전에 내가 펼쳤던 검격들도 무리 없이 막아내었다.


"벽섬霹閃!"


노루미가 번개와도 같이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검을 내찔렀다.


무인 풍양보.


나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피하며 동시에 범람 한 자루를 뽑아 노루미의 머리에 내리쳤다.


노루미는 몸을 돌려 범람을 막았고, 충격에 뒤로 밀려났다.


나는 착지하고서 그녀와 거리를 두고 서로 바라보았다.


노루미는 실실 웃으며 왼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왼손 검지에 낀 흰 반지가 태양 빛을 받아 반짝였다.


'일단 무턱대고 노루미를 쫓아오기는 했지만···.'


루아와 송하. 두 사람은 무사할까?


노루미의 호법 수는 4명이다.


그중 1명은 이곳에 있고, 2명은 한수와 관윤이 상대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1명의 행적이 불확실하다.


노루미는 내가 가진 여래의 힘과 송하의 작명공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와 송하를 떨어뜨린 뒤에 송하의 암살을 시도할지도 모른다.


'나머지 1명. 아까 그 소녀도 노루미의 호법일 거고 아마 그 녀석이 사패당을 무너뜨렸을 거다. 송하의 암살을 시도한다면 아마 그 녀석이 하겠지.'


그렇다면 송하가 위험하다. 루아가 송하를 지켜주어야 한다.


그런데 루아가 송하를 지킬 수 있을까? 노루미의 호법을 상대로?


아니, 거꾸로 루아가 죽을 수도 있다.


내가 지켜야 할 루아가!


괜히 여기까지 찾아온 것은 아닌지, 불안감에 식은땀이 절로 나오는데,


"루아가 걱정돼?"


노루미가 내 기분을 알아채고 입을 열었다.


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대답하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했다.


"우리 세 자매는 모두 비슷한 무공을 배웠어."


그러자 노루미가 말했다.


"내가 방금 보여준 벽섬이랑 벽계, 둘 다 루아도 쓸 수 있는 초식들이야. 굳이 따지자면 황실 무공이고, 어디 가서 맞아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돼."


"내 사정을 걱정해주는 거냐?"


"응,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줘야 네가 나한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거든."


노루미의 온몸에서 전기가 흘러나왔다.


"비슷한 무공을 배우긴 했지만, 나와 다른 자매들 사이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


그녀의 두 눈도 푸르게 빛나며 전기를 뿜었다.


"나는 아버지의 별호 뇌제雷帝를 이어받을 몸이야."


머지않아 그녀 자체가 번개가 되었다.


번개는 하늘로 솟아올라 이리저리 날아다녔고, 곧 내가 있는 곳으로 내리쳤다.


무인 풍양보.


바닥에 궤적을 남기며 단숨에 낙뢰에서 벗어나는데,


"느려."


번개가 나를 쫓아오며 검을 휘둘렀다.


"!"


본능적으로 먼저 범람을 휘두르기는 했으나, 자세가 불안정하여 뒤로 튕겨 나갔다.


무인 풍비나선.


뒤로 날아가며 한 손에 바람을 모으고,


"산散!"


곧바로 날아드는 번개를 향해 장격을 내질렀다.


푸른 노루미가 두 자루 검을 교차하여 휘둘렀다.


그녀의 검격 또한 번개가 되어 바람을 잘라내었고, 나는 그 충격으로 나가떨어졌다.


무인 풍양보.


일시의 생각조차 불허하고, 지금까지 세월을 쌓아오며 기른 본능에만 따랐다.


0초의 판단과 0초의 행동.


그러나, 번개는 바람보다 빨랐으니,


그녀는 검으로 내 옆구리를 베며 앞서 나갔다.


"크헉!"


나는 바닥을 구르다가 낙법으로 일어섰다.


온몸에 풀잎이 잔뜩 묻었다.


옆구리에서는 피가 배어 나와 옷을 붉게 물들였다.


막을 방防의 영향으로 상처는 깊지 않았다.


이 와도라는 섬은 말굽자석처럼 휘어 있었는데, 전기가 흩어지며 오른쪽 끝에서 노루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내장을 쏟게 할 생각으로 벤 건데, 생각보다 튼튼하네."


그녀의 목소리는 천둥소리로 화하여 섬 중앙에 있던 내게 선명하게 들려 왔다.


"다음엔 목을 베어줄까?"


그녀가 또 번개로 변하여 섬을 가로질러 달려왔다.


무인 풍양보.


풍양보로 즉시 피했으나, 목덜미에 상처가 났다.


다음에 노루미는 섬 왼쪽 끝에서 나타났다.


"이월, 너는 나한테 안 돼."


그녀는 왼손에 쥔 검을 어깨에 두드리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근데 그렇게 버티는 걸 보니 나름 강하긴 하네. 내 호법들에 비견될 수준은 돼."


나는 그녀의 다음 공격에 대해 반격할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너도 한때는 내 호법이었지. 네 아버지를 통해서 지시를 내리긴 하지만···."


쿠르릉! 그녀가 번개로 변했다.


'온다!'


예상한 상태에서 범람을 휘둘러 그녀를 안정적으로 쳐 냈다.


그런데 그녀는 곧장 다시 달려들어 내 허리를 베며 지나갔다.


그리고 방향을 꺾어 오른쪽 끝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남음 음후를 죽였으니까. 몽현 대신에 너를 남호법으로 들일 걸 그랬나?"


그녀가 번개로 변했다.


무인 풍양보.


풍양보로 떨쳐내려는데, 그녀가 쫓아 와 허벅지를 베고 지나갔다.


나는 바닥을 굴렀고, 다리를 부르르 떨며 겨우 일어섰다.


'제기랄, 판단이 안 선다.'


풍양보로는 몇 번을 시도해도 그녀를 떨쳐낼 수 없었다.


번개로 변하는 순간은 그리 빠르지 않다.


그래서 번개로 변한 후의 제1격은 예측하고 범람으로 쳐낼 수 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지는 제2격이 너무 빨라 대응할 수 없다.


설령 풍양보를 시도하더라도 그냥 베이거나 이어지는 제3격에 베여 버린다.


현재 내가 가진 어떤 수단을 동원하더라도 그녀를 떨쳐낼 수 없었다.


'제기랄···.'


쿠르릉!


노루미가 번개로 변하는데, 이번엔 나를 스쳐 지나가지 않고 코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어떤 행동도 선택할 수 없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까.


"이월."


노루미가 검지를 내밀어 내 콧등에 얹었다.


"너는 강해. 내 봉금조에 들어오기에 충분해."


"···."


나는 뻣뻣하게 서서 잠자코 들었다.


"네게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노루미가 검지를 거두고, 새하얀 손등을 내밀어 보였다.


"루아를 버리고 봉금조에 들어와. 그러면 너를 저풍低風 이월로 임명해줄게."


그녀가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나와 손을 잡고, 나선당주螺仙堂主··· 노루나를 죽이러 가자.


그리고 계속 기어 올라가 세존 노요한마저도 죽이고···


정상에서 함께 세상을 내려다보자."


그녀의 두 눈이 번뜩이고,


등 뒤로 번개가 쳤다.


***


태초의 기억.


최초로 무공의 이치가 내 몸에 깃든 날.


그날은 유독 거친 비바람이 불고, 파도가 넘치고, 천둥 번개가 시도 때도 없이 번쩍이며 고막을 때렸다.


그런 날 새벽에 나는 언덕 위에 섰다.


빗속에서 아버지는 말했다.


30년 전, 뇌제 노요한도 이 언덕 위에 서서 한 자루 검으로 번개를 자르는 신기를 선보였다고.


그 신기를 만천하에 보여, 무공의 실존 여부와 신무림의 정당성을 현대인들에게 인정받았다고.


아버지는 또한 말했다.


번개와 싸우고자 한다면, 먼저 번개가 되어야 한다고.


너도 뇌제처럼 번개가 되라고. 그렇게 신무림인이 되라고.


나는 두려웠지만, 각오를 다지고 검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월아, 번개가 되어라!"


아버지의 외침과 함께, 하늘이 번뜩였다.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번개를 미리 예지하여, 검을 휘둘렀다.


그 순간 내 검 또한 한 줄기의 번개가 되었고, 나의 번개가 하늘의 번개를 쪼개어 사방팔방으로 흩어 버렸다.


월하추풍검이라는 별호도 없던 시절,


이월이라는 신무림인은 그렇게 탄생했다.


최후에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월아, 항상 기억하거라. 네 무공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


나는 노루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면 그 즉시 그녀의 호법이 되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손등을 내려다보고, 노루미는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그녀의 손을 세게 움켜쥐었다.


"!"


그리고 당황하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다른 손의 범람을 휘둘렀다.


"벽계!"


그녀는 온몸에서 전기를 뿜어 나를 떨쳐냈다.


그러나, 찰나의 순간에 닿았다.


내 범람이 그녀의 얼굴에 상처를 냈다.


"···!"


노루미는 볼에 난 상처를 손으로 훑고, 손에 묻은 피를 보았다.


"···이월."


직후 그녀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


"정녕 네가··· 죽음을 재촉하는구나."


그녀의 온몸에서 번개가 넘쳐흘렀다.


"나는 네게 기회를 주었는데··· 그걸 이딴 식으로 버려?"


그녀의 온몸이 푸르게 물들었다.


번개의 전조였다.


"죽여줄게."


그녀가 번개로 변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녀는 사방팔방 어지러이 쏘다녔고, 방향을 바꿀 때마다 우렛소리도 울려 퍼졌다.


사방에서 번쩍거리고, 사방에서 쿠르릉 울리고,


와도는 순식간에 빗발치는 낙뢰의 현장이 되었다.


그 모습을 기억한다.


그 시절의 나도 이런 곳에 서 있었으니까.


'노루미···.'


나는 번개를 쫓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왼손으로 오른손 손목을 쥐고, 천천히 범람을 치켜들었다.


'선의는 필요없다.'


검에 뜻을 둔 신무림인이라면 가장 먼저 거치게 되는 자세.


근원의 자세.


내 몸에서 서서히, 전기가 흘러나왔다.


'그저 나와 루아를 놓아다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졌다.


모든 신무림인은 번개의 아이다.


노루미, 너도나도··· 피차 번개의 아이다.


뇌단법雷斷法 1식.


'이월, 번개가 되어라.'


"뇌단雷斷!"


한 줄기의 번개를, 한 자루의 번개로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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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진眞 패천논검 3 +1 23.07.13 69 4 14쪽
49 진眞 패천논검 2 23.07.12 69 2 14쪽
» 진眞 패천논검 1 +1 23.07.11 7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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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벽력전야霹靂前夜 1 23.07.06 75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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