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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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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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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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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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력전야霹靂前夜 1

DUMMY

"11초, 매화인동梅花忍冬!"


관윤의 외침과 동시에, 주변에 펼쳐져 있던 매화 잎들이 단숨에 관윤 쪽으로 쏟아졌다.


"으윽!"


나는 급하게 팽이처럼 돌며 검을 휘둘렀다.


매화 잎들이 내 몸을 우수수 스쳐 지나갔다.


몸에 두른 바람이 매화 잎들을 어느 정도 빗겨내었고, 내 진명에 깃든 막을 방防의 능력 덕인지 상처는 얕았다.


나는 다시 관윤을 돌아보았다.


그의 주변에 매화잎들이 구의 형태로 모여 있었는데, 밀집도가 매우 높아 관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분홍색의 구가 홀연히 서 있는 듯했다.


범람 사출.


매화 잎의 구를 향해 범람을 내던졌는데, 막대한 충격이 일어난 후에도 매화의 구는 멀쩡했다.


기의 양이 어마어마했기에 범람으로는 뚫기 쉽지 않아 보였다.


'저걸 어떻게 뚫어야 한다.'


그리 생각하며 빈손 검지에 쇄태를 달려고 하던 그때,


"그만합시다!"


관윤의 목소리와 함께, 매화의 구가 눈 녹듯이 위에서 아래로 사라졌다.


뒷짐 지고 생글생글 웃는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이 이상 하면 철존에게 혼날 것 같소."


그리 말하며 관윤은 검을 대충 털어내고서 검집에 집어넣었다.


"주변 좀 둘러보시오. 우리 때문에 엉망이 되었소."


주변을 둘러보는데 초원은 온데간데없고, 황무지뿐이었다.


관객들도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 보였다.


다음에는 철존을 돌아보는데, 그는 여전히 앉아 있었다.


그런데, 그가 앉아 있는 곳을 제외한 부근이 모두 황무지가 되어 있었다.


관윤의 회오리가 철존까지 덮친 것이다.


"아차차~!"


관윤이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었다.


"죄송합니다, 철존. 괜찮으십니까?"


"흥."


철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지가 조금 묻은 것만 빼면 아주 멀쩡했다.


"비무는 끝났나?"


그가 무심하게 옷을 털며 물었다.


"예에."


관윤은 멋쩍게 웃었다.


"제가 오늘 하루만 휴가 낸 거라서요. 너무 힘 빼고 싶지는 않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하하,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자, 가세, 이월!"


관윤이 나를 데리고 서둘러 황무지를 벗어났다.


이미 여러모로 사고를 친 것 같기도 하지만, 철존은 그런 우리를 순순히 보내주었다.


화산파 제자는 세존과 철존도 쉽게 못 건든다던 아버지의 말이 사실인 듯했다.


"후우, 땀 잘 뺐군. 자, 자, 어서 빠져나가세."


관윤은 내 손목을 잡고 빠르게 걸었다. 유난히 서두르는 듯했다.


인파를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으로 빠져나오는데, 관윤은 그제야 나를 놓아주었다.


"이월, 잘 들으시오."


그러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구무림에 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르오."


"격변이요?"


"철존에게 지친 몇몇 구무림인들이 역모를 꾀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소."


"여, 역모라고요?"


"너무 극단적인 의견이라서 다수가 지지하는 건 아니었는데, 오늘 철존과 무림인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민심은 완전히 돌아선 것 같소."


안 그래도 인파를 바라보는 주변 무림인들 표정이 다들 안 좋았다.


아까 철존이 논검을 시작하면서 무림인 2명을 죽인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한편 인파 안쪽이 다시 소란스러워져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파의 틈새로, 다른 구무림인 두 사람이 나와서 비무를 시작하는 게 보였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꽤 잘 싸웠다. 투로에 군더더기가 없었고, 방어나 회피도 완벽했다.


그런데 한쪽이 주먹을 내질러 상대방의 가슴을 쳤고, 그 충격으로 상대가 각혈했다.


"크억!"


그 모습에 주먹을 내지른 쪽이 한순간 움찔거리는데,


"네놈들. 또 짜고 치는 거냐?"


철존이 입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두 사람은 일시에 철존을 돌아보며 한사코 부정했다.


"아니긴."


철존이 근엄하게 말했다.


"투로가 짜고 친 듯이 완벽했다. 그리고 뭐냐, 맞을 것을 예상치 못했다는 그 반응은."


"철존, 정말로 아닙니다. 아까 그런 꼴을 보았는데도 짜고 치다니요···."


"본좌의 눈이 옹이구멍이라고 말할 셈이냐!"


철존의 고함에 분진이 솟아올랐다.


"아닙, 아닙니다, 철존!"


두 사람은 절대로 조작한 경기가 아니라고 거의 빌다시피 소리쳤고, 이에 철존이 물었다.


"조작된 비무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겠느냐?"


"네!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본좌가 너희에게 과제를 내리겠다."


분위기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상대방의 눈알 하나를 뽑아라. 그럼 조작된 싸움이 아니라고 인정해주마."


"처, 철존!"


무림인 두 사람이 소리쳤다.


철존의 돌발 발언에 관중도 술렁거리는데, 두 무림인이 탄원했다.


"이미 두, 두 사람이나 죽었습니다!"


"논검은 비무의 장이지, 생사결의 장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싸움에 있어서! 상대의 약한 부분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철존은 성질내며 반박했다.


"무림인의 본질은 무다! 논검은 한 해 동안 쌓아온 무를 시험하는 장소란 말이다!


그런데 네놈들은 논검을 친목질이나 하는 장소로 생각하고, 대충 짜고 치면서 논검을 더럽히고 있다!


그저 이 자리를 무마하려고 궁리만 하고 있다!


무림에서 나름대로 실력 있다고 하는 놈들이, 그러는 게 맞다 생각하는 거냐?"


"철존···."


철존이 그렇게까지 역정을 내니 뭐라 반박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반항하면 또 아까운 목숨 하나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싸움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아까와는 달리, 생사를 건 싸움을 말이다.


두 사람은 철존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무공을 펼치며 진심으로 싸웠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피멍투성이가 되었다.


실제로도 두 사람은 실력 차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실수하여 바닥에 넘어졌고, 상대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그의 가슴에 진각을 날렸다.


쓰러진 무림인은 그 충격으로 각혈했다. 갈비가 부러져 움직이기 힘든 상태가 되었는데,


"끝을 내라."


철존은 그런데도 싸움을 멈추길 허락하지 않았다. 싸움을 멈추면 바로 죽여 버리겠다는 듯 살의를 뿜었다.


그러니 그들로선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오. 나는 철존에게 사, 살해당하기 싫소. 이해해주시오."


무림인이 쓰러진 무림인의 눈에 검지를 대었다.


이어서, 소름 끼치는 비명이 푸른 하늘로 터져 올랐다.


'젠장.'


끔찍하고 처절한 싸움이었다.


객석은 얼어붙은 듯이 조용해졌다.


'철존이 좀 심하긴 하군.'


그런데 관윤이 또 내 손목을 붙잡았다.


"이월, 따라와 보시오."


그러고는 인파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갔다.


"봤소?"


그가 멈추어 서서 말했다.


"저것이 구무림의 현재라오. 심각하지 않소?"


내가 뭘 본 건가 싶기는 했다.


아까 관윤은 구무림인들이 철존에 대해 역모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자세한 것을 그에게 물으려 하는데,


"커헉!"


내공이 갑자기 폭주하여 입에서 피를 쏟았다.


'젠장, 주화입마다.'


굳셀 강强과 막을 방防을 동시에 장착한 영향이었다.


당장 정좌하여 내공을 다스리는데,


"이 대협!"


송하와 루아가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 어서 막을 방防을 떼줘."


"아, 알겠어요!"


송하가 빈 진명지를 내게 붙이고 막을 방防을 떼주었다.


"부처 불佛의 영향이 생각보다 오래가네요. 당분간은 한 글자씩 갈아 끼워야겠어요."


"그래···."


눈을 감고 내공을 다스리니 심신이 좀 괜찮아졌다.


"그 기술은 작명공인가!"


그 와중에 관윤은 흥분하여 소리쳤다.


"어, 어어···."


송하가 당황하여 물러서는데, 루아가 그의 어깨를 잡아 멈춰 세웠다.


"네 맞습니다."


벙어리가 된 송하를 대신해 내가 대답했다.


"관윤, 제 동료들이니 같이 이야기를 듣게 해주시죠."


"허어, 동료라···."


관윤은 놀랍다는 듯이 눈을 크게 뜨고는 송하와 루아를 번갈아 보는데,


"엇! 잘 보니 그대는 아선당주가 아닌가!"


놀랍게도 그는 루아까지 알아보았다.


"···매화조장."


루아 역시 그를 알아보는 듯했다.


루아의 모습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그런데도 루아의 맨얼굴을 안다는 뜻은, 관윤이 보통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봐요,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묻는데,


"허허, 아선당주까지 있으니 어쩔 수 없군."


그는 이를 드러내고 실없이 웃었다.


"본인은."


그러더니 갑자기 흰 장갑을 고쳐 쓰고, 빠르게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우렁차게 말했다.


"세존 직속 집행기관, 선후부善后部 매화조 조장 관윤이오!"


세존 직속 집행기관?


"즉 노요한의 부하라는 겁니까?"


"그렇소! 그분을 직접 배알하고, 보고도 직접 올리지!"


"오···."


그렇게 잘난 사람이 이곳에 있다?


"대체 왜 이곳에 있는 거죠?"


"말했잖소. 휴가차 온 거라고."


거기까진 말해줄 생각이 없나 보군.


"관윤, 이건 말해주세요. 대체 구무림인들이 어떤 식으로 역모를 꾸미는 거죠?"


내게는 중요한 일이다.


나는 철존에게 인정받고, 그에게서 임금 제帝나 하늘 천天을 받아내어야 한다.


관윤은 목을 가다듬더니 대답했다.


"철저하게 비무를 조작해서 패천논검의 열기를 올리는 거요."


"조작?"


"그렇게 해서 논검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나면 뒤풀이에서 철존에게 술을 왕창 먹인 다음에 그를 시해할 계획이오."


"시해한다고요?"


그건 안 된다.


내 목적을 위해 철존은 살아남아야 한다.


"사실, 자업자득인 부분도 없잖아 있긴 하오."


관윤이 이어서 말했다.


"비무를 짜고 치는 건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오. 그때는 어떻게 철존에게 걸리지 않고 잘 넘어갔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하던가. 작년 패천논검 때 결국 들키고 말았지.


당시 철존은 조작의 장본인에게 다소 폭력을 행사하긴 했으나 죽이진 않았소. 본인 딴에는 잘 타일러서 보냈지.


하지만 그 폭력이 문제였소. 조작의 장본인이 다리를 크게 다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거든.


철존과 구무림인들이 각자 생각하는 처벌의 기준이 달랐던 거지.


그 일을 기점으로 철존과 구무림인들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했소.


이런저런 일로 사소하게 싸우면서도 그 응어리를 풀지는 못했소. 왜냐하면 철존이 두려웠거든. 감히 그날의 일을 꺼냈다가 죽기라도 할까 두려웠던 것이지.


결국 오늘까지 응어리를 끌고 오고 말았고, 그들은 오늘 패천논검을 이용해 철존에게 역모를 일으킬 계획을 짰소."


"그런 건 대체 어떻게 아는 거예요? 휴가차 온 거라면서요?"


"구무림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에게 들었소.


아무튼 구무림인들 입장에선 일단 패천논검을 무사히 넘겨야 했소.


하나 철존은 작년보다 예민해져 있었고, 처음에 죽었던 두 사람도, 방금 눈알을 노리고 싸운 두 사람도 작년처럼 조작된 비무를 하다 철존에게 걸려 혼쭐이 나고 말았지."


그가 나를 가리켰다.


"그대와 싸우려던 사람이 없었던 것은 그것이 계획에서 어긋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오. 그대가 난입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한 거지."


"그럼 흡성검의 종혁이라는 사내는?"


"그 친구도 반란 세력에 속해 있었는데, 그대가 계획에 끼어든 것만으로도 모자라 모욕까지 하니 화가 나서 덤빈 것이었소."


"그렇다면, 제가 허튼짓을 했다는 겁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니오."


관윤이 내 가슴에 주먹을 대었다.


"그건 그대가 앞으로 어느 쪽의 편을 들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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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인왕작열권 용총 2 +1 23.07.18 65 2 12쪽
52 인왕작열권 용총 1 23.07.17 65 2 15쪽
51 진眞 패천논검 4 +1 23.07.14 83 3 14쪽
50 진眞 패천논검 3 +1 23.07.13 69 4 14쪽
49 진眞 패천논검 2 23.07.12 69 2 14쪽
48 진眞 패천논검 1 +1 23.07.11 79 4 12쪽
47 벽력전야霹靂前夜 4 23.07.10 70 3 13쪽
46 벽력전야霹靂前夜 3 23.07.07 70 3 14쪽
45 벽력전야霹靂前夜 2 23.07.07 64 3 13쪽
» 벽력전야霹靂前夜 1 23.07.06 7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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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패천논검 3 +2 23.06.30 9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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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패천논검 1 +1 23.06.28 94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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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재정비, 그리고 구무림으로 +3 23.06.23 11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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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천상천하 유아독존 4 23.06.19 11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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