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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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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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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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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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천논검 6 - 이십사수매화검 관윤 1

DUMMY

"신무림에선 누구나 자기만의 무공을 쉽게 만들 수 있고, 따라서 문파를 형성하는 경향이 적다."


나의 아버지, 천수상좌 이천이 말했다.


"무공 교육 기관이 있기는 하지만, 관아에서 관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영세한 규모지.


그래서 구무림의 문파들도 그 흐름에 맞추어 규모를 줄이거나, 관아와 제휴하여 그들의 꼭두각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후자에 해당하는 문파 중 가장 대성한 게 화산파다.


화산파는 구무림에 본관을 두면서도, 구무림과 신무림 양쪽에서 지원받고 있다. 덕분에 구무림에서만 활동하던 시절보다 훨씬 융성해졌지.


배우기는 힘들지만, 일단 화산파 검술을 배워놓으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으니 젊은 사람들도 화산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문파라기보다는 기업이라고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현대의 무림에서 화산파가 맡은 역할은 바로 호법 제공이다. 계약에 따라 의뢰인이나 거점을 지키고, 때때로 전투나 암살에 동원되기도 하지.


때때로 역할에 이입하여 의뢰인을 진심으로 따르는 제자들이 생기기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화산파의 제자들은 계약으로 철저히 통제받는다.


계약에 명시된 것 외의 행동을 일절 할 수 없고, 계약 기간이 끝나면 군신의 연 같은 것도 하루아침에 사라진단 소리다.


화산파는 그런 선택을 한 거다. 어떻게든 강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그 덕에 세존과 철존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대문파로 거듭날 수 있었지."


***


화공자 관윤.


화산파 제자인 그가 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고, 나에 대한 정보는 대체 어떻게 입수한 건지 궁금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그대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백수요, 백수! 지금은 의뢰받은 일이 딱히 없소. 본인은 장문인의 눈총을 피해서 이곳으로 온 거요!


그대에 관한 정보는··· 풍문으로 들었소! 하하!"


'거짓말이로군.'


급히 지어낸 말이라는 게 티가 났지만, 더 이상 따질 여지가 없었다.


이 이상 대화로 시간을 끌면 또 철존의 심기를 거스르게 된다.


"알겠습니다. 당신과 싸우겠습니다."


"정말이오?"


"그럼, 거짓말일 것 같습니까?"


2호검 범람 발도.


"차라리 거짓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곧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겁니다."


"핫, 마음에 드는군."


관윤도 칼을 움켜쥐고 나를 겨누었다.


3호검 초풍 발도.


기습적으로 초풍을 뽑아내고 그에게 날렸다.


그는 검에 분홍색의 검기를 두르고 초풍을 튕겨냈다.


"1초, 매화노방梅花路傍."


그가 비장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렸다.


'매화검법의 시동기.'


구무림의 무공들은 유명하여 널리 알려진 것들이 많다. 하물며 구, 신무림을 가리지 않고 활동하는 화산파의 검법들은 말할 것도 없다.


매화검수들만이 사용한다는 이십사수매화검법 또한 이름이 널리 알려졌는데, 의외로 그 실체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실체를 아버지로부터 전해 들었다.


매화검법은 '생명의 태동'을 이치로서 내세우고 있다.


24송이의 꽃을 피워내기 위한 일종의 의식을, 24개의 초식으로 정리하여 모아놓은 것이 이십사수매화검법이다.


"2초, 매화접무梅花蝶舞!"


관윤이 덤벼들어 검을 휘둘렀다.


범람을 휘둘러 맞섰지만, 그는 범람의 위력에도 흔들리지 않고 검격의 흐름을 유지해 나갔다.


매화검수는 24개의 초식을 하나씩 펼치고,


상대는 24개의 시련과 맞닥뜨리게 된다.


단순히 매화검수를 쓰러뜨리는 게 목적이라면, 그 24개의 시련을 모두 극복할 필요는 없다.


사실, 오히려 극복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십사수매화검법이 창안된 이래로, 24개의 시련을 모두 극복해낸 사람은 역사상 단 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3초, 매화토염梅花吐艶."


매화검수를 이기는 법에 대해서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끝까지 보아선 안 된다.


시험하려 들어서는 안 된다.


아름다움에 눈길을 빼앗겨선 안 된다.


생명의 태동을 지켜보려 들어선 안 된다.


매화 24송이가 완전히 피어나기 전에, 짓밟아 버려야 한다!


"4초, 매개이도梅開利導."


관윤의 검에서 또 다른 검격이 태어났다.


마치 2자루의 검을 상대하는 듯했다.


2호검 범람 발도.


쌍수인 범람.


이에 나 역시 두 자루의 범람으로 맞서며 버텼다.


"5초, 매화낙섬梅花落暹."


관윤이 높이 뛰어올랐다.


그곳은 햇빛을 등지는 방향으로, 일순간 강렬한 빛에 시야를 방해받았다.


"크윽!"


무인 풍양보.


검격을 직감하여 옆으로 긴급 회피를 감행했다.


역시나 관윤이 내가 있던 자리에 검을 내리쳤다.


"6초, 매화낙락梅花落落."


그러나 관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고, 다시 한 번 뛰어올라 공중살법을 행했다.


나는 범람 두 자루를 크게 휘둘러 그를 높이 튕겨내고,


풍인 범람 인살첩일점刃殺疊一点.


두 자루의 범람을 번갈아 가며 휘둘러 공중에 있는 그를 요격했다.


그는 검을 쉴 새 없이 휘둘러 막았지만, 적잖이 버거웠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이대로 그가 지칠 때까지 계속 공격한다.


"7초, 매화빈분梅花頻紛."


관윤이 공중에 검을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분홍색의 검기가 흩뿌려지며 매화 잎 모양으로 뭉쳤다.


매화검법 특유의 검기가 발휘되었다.


매화 잎 모양의 검기는 회오리를 이루었고, 인살첩일점을 막아내며 관윤을 서서히 바닥에 착지시켰다.


저 이파리들은 하나하나에 살상력이 깃들어 있고, 사용자의 사각을 보호한다.


'이 이상 오래 끌면 위험해진다.'


관윤은 춤을 추듯이 검을 휘둘러 매화 잎들을 서서히 모았다.


그리고,


"8초, 매화혈우梅花血雨."


하늘로 뛰어오르며, 매화 잎 모양의 검기를 사방으로 흩었다.


검기는 회오리처럼 돌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주변 물체를 휩쓸며 전기톱처럼 갈아 버리는 공격이다. 방어라는 수단이 없는 내 풍인에 저만큼 쥐약인 공격은 없다.


하지만 결국에는 꽃잎.


내가 가진 바람의 검기로 흩어버리면 된다.


풍인 범람 단공참斷空斬.


범람을 휘두름으로써 바람의 검기를 일으켰다.


검기는 매화의 검기를 흩어내어 틈을 만들었다.


무인 풍양보.


아직 낙하와 회전은 멈추지 않았기에, 매화의 지붕이 나를 덮치기 전에 풍양보로 날아올라 틈 사이로 뛰어들었다.


매화의 회오리가 지상에 쏟아지고, 막대한 분진을 일으키며 초원을 휩쓸었다.


'마치 예초기 같군.'


감탄하기엔 한참 이르다.


감탄해서도 안 된다.


"9초, 매화구변梅花九變."


바닥에 쏟아졌을 매화 잎들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쇄도했다.


'젠장!'


나는 팽이처럼 회전하며 바람을 둘러 온몸을 보호했다.


그런데도 매화 잎들을 완전히 막아낼 순 없었고, 몸 곳곳에 상처가 났다.


매화 잎의 방향은 계속해서 바뀌었는데, 흩어져서 날다가 갑자기 뭉쳐서 날아들었다.


매화의 회오리가 아가리를 쩍 벌리고 나를 덮쳤다.


'인살첩일점!'


두 자루의 범람을 연속으로 휘둘러 매화의 회오리를 조금씩 깎아 냈다.


계속 휘둘러라.


멈추는 순간 죽는다.


나는 온 힘을 쥐어 짜내 회오리를 모조리 갈아내었다.


매화 잎들은 사방으로 흩어졌고, 나를 일시에 덮쳤다.


무인 풍양보.


그 전에 바람을 타고 단숨에 미끄러지듯 빠져나왔다.


내가 미끄러져 온 자리에 자국이 남고 연기가 일었다.


"헉, 헉."


버거웠다.


매화검수와 싸우는 게 이리도 힘이 들 줄은 몰랐다.


오래 끌면 위험하다고만 들었기에, 그날 천추강을 초풍으로 단숨에 죽이긴 했다.


그를 미리 죽여놓지 않고, 또한 대화로 시간을 끌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싸웠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관윤은 이 싸움이 생사결이 아니라 했다.


그런데 이 싸움은 정말로, 그의 말마따나 서로의 실력을 시험하기 위한 비무일 뿐일까?


아까 그 회오리에 삼켜졌다면 나는 단숨에 갈기갈기 찢겨 죽었을 것이다.


화산파의 규율은 모든 매화검수에게 해당되나?


장문인이나 그에 준하는 자들에게도··· 규칙은 공평한가?


관윤의 눈빛은 칼과 같이 날카로웠고,


그의 손아귀는 더욱 날카로운 칼을 쥐고 휘둘렀다.


검격은 3개로 불어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허초虛招와 실초實招.


그의 검격은 3개였으나 눈으로 보이는 검격은 그 이상이었다.


저 중에 단 3개만 실제 검격인 것이다.


놓치는 순간 베인다.


'아니, 죽는다.'


결코 공평하지 않다.


그는 규율을 어기고 나를 죽일 셈이다!


기를 탐지한다.


찰나의 시간 동안 허초 사이에서 실초만을 솎아낸다.


거기까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젠장!'


기를 탐지하더라도 2개의 칼날로는 3개의 칼날을 쫓아갈 수 없었다.


결정적으로 몸이 따라가지 못했다.


'이것이 구무림 무공의 저력인가.'


죽음의 예감이 나를 덮쳤다.


'기초가 부실한 신무림 무공으로는 구무림 무공을 당해낼 수 없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차라리 뛰어들자.


죽음을 각오하고서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자!


그런 생각으로, 풍양보로 그의 측면을 파고들려던 그때,


"이 대협!"


송하가 소리쳤다.


무인 풍양보.


나는 관윤에게 뛰어들지 않았다.


송하의 외침을 믿고, 본능적으로 옆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송하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는 진명지를 들고 있었다.


막을 방防이었다.


월미도의 놀이공원에서, 나동찰이 놀이기구와 류지열의 몸을 뚫고 은밀하게 날아드는 초풍을 막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준 글자.


'저것이 있다면···!'


관윤의 검격과 매화의 폭풍을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10초, 매화만개梅花滿開!"


관윤이 등 뒤에서 버럭 소리쳤다.


'다음 초식이 온다!'


매화의 폭풍은 아까보다 더욱 거대한 회오리가 되어 주변을 휩쓸었다.


객석의 무림인들은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거나 도망쳤고, 논검의 장인 초원은 순식간에 매화 잎과 분진으로 엉망이 되었다.


그런데도 매화의 회오리는 멈추지 않고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를 포착할 때까지 영역을 늘릴 심산이었다.


'미친놈.'


"루아!"


내 외침에 루아가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성장하는 단창 광골창을 꺼내 들었다.


손잡이가 2개였는데, 내가 처음 그녀와 만났을 때 보았던 그 형태였다.


"벽력독립창霹靂獨立槍 전개展開."


2개의 손잡이와 1개의 칼날이 각각 분리되어 공중에 떴다.


"뇌절패雷節牌."


3개의 덩어리는 푸른 전기로 서로 연결되어 삼각형의 방패를 이루었다.


그것으로 루아는 내 쪽으로 날아드는 매화 잎들을 막아냈다.


"빨리 해!"


그녀의 외침을 등에 지고, 나는 송하의 앞에 섰다.


송하는 진명지를 내 머리에 붙이고 소리쳤다.


"멸아심약운명재성!"


막을 방防의 이치가 내게 깃들었다.


'됐다!'


나는 곧장 등 돌려 루아를 제쳤다.


"고마워."


그리고 검지를 돌려 범람 두 자루를 빙빙 회전시켰다.


많은 공격에 대하여 막는 방법과 능력을 체득하는 진명.


나는 매화잎과 분진이 섞여 한 치 앞도 알아볼 수 없게 된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바람은 모두 나의 것이다.'


바람을 통제한다.


거친 바람을 내 손으로 길들인다.


범람을 무수히 휘둘러 매화잎들을 막는 동시에, 바람의 흐름을 조절하여 폭풍의 속도를 낮추었다.


그렇게 폭풍을 뚫고 안으로 더욱 전진했다.


"관윤."


폭풍의 눈 속에 관윤이 홀로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에게 걸어가다가,


"끝내자."


한 줄기 회오리가 되어 그에게 달려들었다.


작가의말

중요한 내용은 아닙니다만, 매화검수의 수를 20인에서 24인으로 바꾸었습니다. 

매화검법의 초식 수에 맞게 사람 수도 맞추는 게 멋질 것 같아서요···.

이전 화에도 반영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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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인왕작열권 용총 1 23.07.17 65 2 15쪽
51 진眞 패천논검 4 +1 23.07.14 83 3 14쪽
50 진眞 패천논검 3 +1 23.07.13 69 4 14쪽
49 진眞 패천논검 2 23.07.12 69 2 14쪽
48 진眞 패천논검 1 +1 23.07.11 78 4 12쪽
47 벽력전야霹靂前夜 4 23.07.10 70 3 13쪽
46 벽력전야霹靂前夜 3 23.07.07 70 3 14쪽
45 벽력전야霹靂前夜 2 23.07.07 64 3 13쪽
44 벽력전야霹靂前夜 1 23.07.06 75 6 12쪽
» 패천논검 6 - 이십사수매화검 관윤 1 +1 23.07.05 88 5 12쪽
42 패천논검 5 - 흡성검 종혁 2 +2 23.07.04 83 3 14쪽
41 패천논검 4 - 흡성검 종혁 1 +1 23.07.03 9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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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천상천하 유아독존 4 23.06.19 112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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