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하추풍검 - 5분 후 갈라져 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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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렉스
작품등록일 :
2023.05.10 18:38
최근연재일 :
2023.10.12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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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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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眞 패천논검 2

DUMMY

"꺄아악!"


나의 뇌단雷斷에 번개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노루미는 단말마와 함께 튕겨 나가 초원을 굴렀다.


그녀가 쥐고 있던 두 자루의 검. 그중 하나는 부러지고 하나는 금이 가서 거의 못 쓸 지경이 되었다.


노루미는 두 다리를 부르르 떨며 겨우 일어섰다. 내상이 상당해 보였다.


무인 풍양보.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범람을 휘둘렀다.


노루미는 엉망이 된 한 자루 검으로 급하게 범람을 막아내었다.


하지만 내 기세에 밀려 서서히 뒷걸음질 쳤고, 내가 강하게 휘두른 일격에 그나마 남아 있던 검까지 부러지고 말았다.


노루미의 표정이 당혹감으로 굳었다.


그녀의 목을 향해, 나는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그런데 갑작스레 돌멩이가 날아와 내 손을 쳐냈다.


"당주!"


기합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노루미와 함께 있던 노인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는 두 팔을 펼치며 내 쪽으로 날아왔고, 그가 한 손에 쥐고 있던 길쭉한 보라색 보자기가 풀려났다.


그와 동시에 그가 내용물을 내게 내리치는데, 옆으로 피하며 확인해보니 양날검이었다.


검신에는 의천倚天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노인이 다시 내게 날아오는데, 빙빙 돌며 공중 살법을 펼쳤다.


마치 선녀가 춤추는 듯한 아름다운 검법이었고, 이런 노인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다.


또한 그의 검은 바위나 바닥 따위를 두부처럼 잘라내었는데, 노루미의 검이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날카로웠다.


'절대로 베이면 안 되겠어.'


노인의 검술은 뛰어났지만, 내가 대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검 역시 가공할 절삭력을 갖고 있었으나 바람의 칼날인 범람 앞에서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에 번개가 더해진다면 말이 달랐다.


노루미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내 안면에 주먹을 날린 것이다.


"크억!"


나는 나가떨어져 초원을 굴렀다.


그 틈에 노인이 뛰어올라 검을 내리치는데, 나는 옆으로 몸을 굴러 피하고 즉시 일어섰다.


그런데 또 번개로 변한 노루미가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무인 풍양보.


바람을 타고 옆으로 피하는데, 노루미가 쫓아와 내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


나는 또 바닥을 굴렀다.


'제기랄, 2대1인가.'


코피를 닦아내며 일어서니 또 노인이 덤벼들었다.


뇌단을 쓰면 일격에 격추할 수 있지만, 검 한 자루에 집중해야 하고 시전 시간도 오래 걸려 이런 상황에는 맞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2호검 범람 발도.


쌍수인 범람.


범람 한 자루를 더 뽑아 두 사람을 동시에 상대했다.


그런데도 버거웠다.


애초에 노루미는 맨손으로 전창신 이원과 대등하게 맞서 싸운 고수다. 거기에 호법 한 사람이 더 끼어드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나는 점점 밀려나 등 뒤에 바다를 두었다.


바다에 떨어지면 안 된다.


그러면 전기를 다루는 노루미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해진다.


풍비나선으로 떨쳐내고 싶었지만, 양손 다 범람을 휘두르고 있어서 무리였다.


'겨우 노루미를 여기까지 몰아붙였는데, 또 이렇게 되는 건가!'


한탄스러웠다.


근원에 대한 깨달음까지 얻었는데 노루미를 완벽히 처치하지 못하다니,


아버지,


원망스러운 아버지여,


내게 살수의 업을 부여한 자여,


이제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속으로 천수상좌를 부르짖는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당주!"


노인이 검을 급히 들어 노루미를 지켜냈다.


무언가 강력한 것이 그의 검신을 때렸는데,


돌멩이도, 구슬도, 아무것도 없었다.


무인 풍양보.


그 틈에 거리를 벌리고 공격이 날아온 곳을 보았다.


배가 있었다. 아까 명윤이 나를 태워준 배였다.


배의 방향으로 보아서는 반대편에서 들어온 듯했는데, 놀라운 존재가 뒤에 타고 있었다.


철존鐵尊.


그가 근엄하게 서서, 바닷바람에 노란 장포를 휘날리며 와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한 손을 들어 올리고 있었는데, 중지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아마 공기로 탄지공을 발휘했을 것이다.


'철존, 어째서 이곳에···.'


꼴도 보기 싫다고 무림인들을 차귀도에서 죄다 쫓아낸 게 1시간 전인데, 마음을 고쳐먹기라도 한 것일까.


생각에 빠진 내게, 명윤이 엄지를 치켜올려 보였다.


'···설마 저 입만 살은 놈이 철존을 설득한 건가?'


모르겠다. 그렇게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철존이, 호법의 말 한두 마디에 마음을 바꿀 정도로 팔랑귀인가?


그런데 철존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와 시선을 교환했다.


한순간이었지만, 그의 시선에서 조그만 정을 느꼈다.


그리고 그가 경공술로 날아올랐다.


그가 날아오른 순간 배가 뒤집힐 뻔했다.


나는 햇빛을 받으며 고독하게 날아가는 그의 모습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철존.'


철존은 와도 위에 내려섰고, 그러자 더욱 큰 충격이 일어났다.


땅이 패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터져 나간 것이다.


마치 섬도 뒤집어 버릴 듯한 충격.


그 충격에 나와 노인, 노루미 전원 주저앉았다.


'뭐지··· 이 충격은!'


철존은 주저앉은 노루미를 내려다보았다.


내리깐 시선,


그 시선만으로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중력이 몇 배는 늘어난 듯했다.


무릇 지존과 그 외 무림인들 간에는 그런 눈높이가 존재하기라도 한다는 듯, 그의 시선에서 저항할 수 없는 위엄을 느꼈다.


그야말로 구무림의 최강자.


그 패기에 노루미는 당황하여 일어설 생각을 못 하는데,


"···철존."


노인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철존을 노려보았다.


"오랜만이로군."


그는 검을 양손으로 움켜쥐고 철존에게 겨누었다.


철존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돌아보는데,


"내 주군을 위해 새 시대의 발판이 되어라, 철존!"


그가 경공술로 뛰어올라 철존에게 덤벼들었다.


또 화려한 공중 살법을 펼칠 모양이었으나,


철존은 그가 휘두르는 검을 한 손으로 간단히 잡아냈다.


"···헉!"


그리고 당황하는 그의 얼굴에 권격을 날렸다.


"푸헉!"


노인은 피를 나선으로 뿜으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바다에 처박혔다.


얼마 안 가 바다 위에 그의 몸뚱이가 떠올랐다. 죽지는 않은 듯했으나 코뼈가 무참하게 함몰되어 있었다.


"어쩌라는 거냐."


그 모습을 보며 철존은 말했다.


"본좌는 네놈이 누군지 모른다."


다음에 그는 노루미를 돌아보았다.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는데, 당장 포권이라도 올려 존경심을 드러내야 할 것 같은 위압감을 내뿜었다.


"···핫."


그런데 노루미는 이런 상황에서도 웃었다.


"그렇게 쳐다보면 뭐, 어쩌라는 건데?"


그녀는 공포에 굴하지 않고 당돌하게 말했다.


"나도 네가 누군지 모르는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이었지만, 그 정도로 철존에게 밀리고 싶지 않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였다.


자신은 노요한의 뒤를 이어서 신무림의 지존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모습.


그러나 진짜 지존의 앞에서 그런 모습은 오히려 측은함을 느끼게끔 했다.


"눈 깔아! 노인네!"


노루미가 번개로 변하여 날아갔다.


"벽섬!"


그리고 주먹에 번개를 둘러 철존의 안면에 날렸다.


유감스럽게도 철존은 그것을 한 손으로 잡아내었다.


그리고,


"대열폭렬퇴大烈爆裂頹."


노루미를 끌어당기며 팔꿈치로 그녀의 배를 쳤다.


"···!!"


비명조차 지르지 못할 정도의 충격.


대신 공기가 비명을 지르고, 충격파가 땅과 하늘을 찢으며 구 형태로 터져 나갔다.


노루미는 각혈하며 멀리 튕겨 나가, 마찬가지로 바다에 빠졌다.


그녀도 한 방에 끝나는 건가 싶었는데,


그런데 잠시 후 그녀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튀어 올랐다. 어마어마한 체력이었다.


그리고 번개로 화해 사방팔방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철존은 노루미를 눈으로 좇는데, 그녀는 철존에게 덤비지 않았다.


그녀는 철존을 지나쳐, 배를 향해 떨어졌다.


낙뢰의 충격에 배가 반으로 갈라지고, 명윤이 허겁지겁 밖으로 튀어나왔다.


배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았고, 노루미는 다시 공중을 날다가 섬 위에 안착했다.


그녀는 바닥에 피 섞인 침을 뱉었다.


"이제 아무도 못 도망쳐. 누가 도와주러 오기 전까지는."


그녀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 전에 끝장을 보자고."


노루미는 바닥에 흩어져 있던 검 두 자루를 빠르게 주워, 다시 하나로 합쳤다.


둘 다 부러져서 도저히 활로는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별의 시각."


그런데 그녀의 말 한마디에, 하늘이 울부짖었다.


그녀의 몸에 낙뢰가 떨어지고, 그녀의 금색 머리칼이 새하얗게 새었다.


그녀의 몸에는 하얀 갑주가 덮였고, 푸르게 빛나는 장포가 어깨에 매달려 폭풍에 나부꼈다.


-송별의 시각.

-벽력독립창 비기, 광골개립!


루아가 이열에게 절초를 날리기 위해 각성하여 모습을 바꿨을 때와 유사했다.


노요한의 세 딸 모두가 저런 모습으로 변할 수 있는 걸까.


노루미는 다시 번개로 변해 철존에게 덤벼들었다.


'아까보다 전환이 빠르다!'


이번에는 아예 몸을 통째로 날렸고, 철존과 부딪치며 두 손을 맞잡았다.


힘겨루기의 개시.


노루미가 전력으로 들이받았음에도 철존은 꿈쩍도 안 하는데,


"벽계!"


노루미가 몸에서 전기를 뿜었다.


아까보다 더욱 거대한 전기의 장벽이 튀어나와 철존을 밀어내며 지졌다.


"으음!"


철존은 여전히 밀려나지 않았지만, 머리가 거꾸로 서며 이를 악물었다.


"벽섬!"


이어서 노루미가 무릎을 번개처럼 빠르게 내질러 철존의 단전을 찍었다.


"!"


철존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입에서는 한 줄기 피가 흘렀다.


그 충격으로 말미암아 노루미는 철존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공중을 쏘다녔다.


그리고 아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철존의 몸 곳곳을 벽섬으로 공격했다.


철존은 아무것도 못 하고 가만히 서서 맞기만 했다.


"철존!!"


멀리 있던 명윤이 안타까움에 소리쳤다.


'철존이라도 노루미의 속도는 따라갈 수 없는 건가?'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지금 노루미는 마치 여러 명으로 불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 정도로 빨랐고 전혀 눈으로 쫓을 수 없었다.


"파리처럼 요란하게 날아다니는구나."


그런데, 철존은 이런 상황에서도 근엄함을 잃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철존은 와도를 밟은 이래로 단 한 번도 발을 떼지 않았다.


그는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그의 은빛 장갑이 햇빛을 받고 번쩍거렸다.


"천지괴멸패天地壞滅覇!"


철존이 처음으로 한 걸음을 내딛고, 지면을 향해 주먹을 내리쳤다.


"!?"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내려앉는 일격.


막대한 내공이 공간을 짓누르고, 하늘을 날던 노루미는 그 압력에 의해 땅에 처박혔다.


"크학!"


철존을 중심으로 하여, 주변 땅이 모조리 패고, 내려앉고, 부서졌다.


그 압력에 나 또한 바닥에 처박혀야 했다.


이대로 섬을 침몰시키기라도 할 생각인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압력이었다.


그런데, 다음에 철존은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이번엔 섬의 파편, 파도 따위가 하늘로 크게 솟아올랐다.


노루미와 내 몸뚱이 역시 하늘로 솟아올랐다.


몸을 통제할 수가 없었다.


공간이 통째로 철존의 손아귀에 휘둘리고 있었다.


"흐읍!"


철존은 다시 주먹을 바닥에 내리쳤고, 그러자 하늘에 떠 있던 것들이 다시 바닥에 처박혔다.


"크악!"


나와 노루미도 바닥에 처박혀 꿈쩍도 하지 못했다.


섬이 넘실거리고, 파도가 넘쳐 섬을 적셨다.


말도 안 되는 힘이었다.


철존의 힘은 개인이나 사물을 넘어, 공간마저도 지배할 만큼 강력했다.


내상은 깊지 않았지만, 나와 노루미 둘 다 완전히 제압당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있었다.


철존 입장에선, 노루미를 포착하기 위해서 광역 공격을 행하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더 날뛰어 볼 테냐?"


철존은 괴롭히기를 관두고 노루미에게 물었다.


노루미는 이를 악물고 하늘의 무게를 거스르려 했으나, 어림도 없었다.


그녀가 저항하면 할수록, 철존은 그녀를 더욱더 강하게 눌렀다.


"크으으윽!"


노루미는 물론이고, 나도 함께 바닥에 처박혀 고통받아야 했다.


"하, 하하, 저 녀석까지 괴로워하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노루미의 입은 여전히 가벼웠다.


"괜찮겠어? 나보다 저 녀석이 먼저 죽을지도 모르겠는데?"


당장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노루미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데 그 말에 철존은 정말로 주먹에서 힘을 빼고 서서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내 몸을 짓누르던 힘이 서서히 사라졌고, 몸을 천천히 일으킬 수 있게 되었다.


'설마 노루미의 말에 넘어간 거냐?'


"철존, 힘을 빼서는 안 됩니다!"


내가 소리쳤다.


완전히 몸을 일으키는 순간 노루미가 다시 활개 칠 게 뻔했다.


노루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기세등등한 얼굴로 일어섰다.


그런데,


그녀는 어느 시점에서 굳어 버린 듯이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나는 멀쩡히 일어섰는데, 오직 노루미만이 멈춘 채로 아무것도 못 했다.


철존을 보니, 그가 노루미에게 손을 내밀고서 움켜쥐는 듯한 시늉을 하고 있었다.


분명 그가 노루미를 공간째로 움켜쥔 것이다.


노루미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억지로 웃는 게 뻔히 보일 정도로 얼굴이 굳어 있었다.


"···하하, 구무림 지존이 얼마나 강한지 궁금해서 시험 좀 해봤는데, 세긴 세네."


그녀는 철존에게 붙잡힌 채로 두 팔을 부르르 떨었다.


"이것 좀 놔주면 안 될까? 두 손 들어 올리고 항복할 생각인데."


그녀가 헤실헤실 웃으며 애써 여유를 부리는데,


"!"


갑자기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의 시선은, 그녀가 왼손 검지에 낀 흰 반지에 꽂혔다.


"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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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인왕작열권 용총 1 23.07.17 65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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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진眞 패천논검 3 +1 23.07.13 70 4 14쪽
» 진眞 패천논검 2 23.07.12 70 2 14쪽
48 진眞 패천논검 1 +1 23.07.11 79 4 12쪽
47 벽력전야霹靂前夜 4 23.07.10 71 3 13쪽
46 벽력전야霹靂前夜 3 23.07.07 70 3 14쪽
45 벽력전야霹靂前夜 2 23.07.07 64 3 13쪽
44 벽력전야霹靂前夜 1 23.07.06 7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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